인구 90만의 대도시 기타큐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볼 거리나 즐길 거리는 많지 않고, 공들여 작성한 맛집 리스트도 살짝은 옹졸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 중 하나인 후쿠오카를 주변에 벗하고 있다. 게다가 오가는 교통편마저 차고 넘친다. 그것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들 테고 살짝 얻어걸린 느낌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짧게는 한나절, 길어 봐야 2박 3일 남짓 스치듯 여행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기타큐슈에서 먹고 마시고 즐긴 것들이다. 드가자. 가볼만한 곳 1. 고쿠라 성 시내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적이다. 워낙에 기타큐슈 시가지의 볼 거리가 변변찮은 탓에(...) 어부지리로 '가장 유명한 여행 명소'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기타큐슈의 중심인 고쿠라 역에서 별로 멀지 않다. 입장 시간도 넉넉하고 입장료도 저렴하다. 그런 덕분에 여정의 닻을 올리는 장소로는 더할 나위 없다. 유료 공간은 정원과 천수각으로 나뉘어 있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전통 일본 양식으로 정갈하게 꾸민 정원의 인기가 상당하다. 하지만 천수각만 올라도 딱히 아쉽지는 않다. 완만한 언덕의 끝자락에 아담하게 솟은 천수각은 보기에는 수수해도 전 일본에서 여섯 번째로 높다. 물론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천수각이 얼마 되지 않아서 생각보다 대단한 기록은 아닐지...
코메다 커피 1-2 Jonai, Kokurakita Ward, Kitakyushu 07:00 ~ 22:00 Komeda's Coffee 1-2 Jonai, Kokurakita Ward, Kitakyushu, Fukuoka 803-0813 일본 짙은 석양이었다. 모든 떠나가는 것들에는 선명하게 각인이 남았고, 작별을 전하는 찰나의 고단한 꿈틀거림은 대지 위 그 어느 때보다 검붉은 흔적을 아로새겼다. 꽤나 도전적인 하루였으므로 얼른 숙소로 돌아가 찬물을 뒤집어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는 아무 생각도 않은 채 가라앉는 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좋은 하루의 마무리다.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일어나.. 여행의 마지막 밤이 밝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병든 쥐처럼 곯아떨어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부서질 것 같은 몸뚱아리를 간신히 이끌고 다시금 유랑자가 되었다. 아이고 삭신이야. 마지막 밤인데 커피 한 잔쯤 괜찮잖아.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가 어디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부지런히 뒤적거렸다. 그리하여 닿게 되었다. 요우코소 코메다 커피. 나는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나름 유명한 프랜차이즈인 듯하다. 1968년에 나고야에서 시작한 이래로 일본 전역에 천 개 가까운 점포를 전개했다고 하니, 사실 '나름' 유명하다고 하기에는 역사도 규모도 지나치게 본격적이다. 여...
2024년 8월, 일본 기타큐슈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의 기세가 심상찮다. 바람까지 거칠게 몰아치는 터라 언제 날아오를 수 있을지도 기약이 없다. 어수선한 시간이 한동안 이어졌다. 간신히 날아올라 현해탄을 건넌다. 다행히 바다 건너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다. 공항버스에 몸을 싣고 40분 남짓을 달렸다. 그렇게 동네의 가장 번화한 풍경을 마주한다. 아 덥다. 적당히를 모르는 더위 덕분에 입맛을 잃었다. 그럴 때에는 자극적인 요리가 제격이다. 너라면 할 수 있다. 간바레 가스토! 단돈 600엔으로 누리는 한 끼 꽤 성공적이다. 어른아이 입맛에 딱 맞는 군더더기 없이 건강하지 않은 맛 정확히 내가 원하던 자극이다. 배를 채우고 나니 눈초리가 초점을 찾았다. 고개를 들어 앞을 마주하니 고쿠라 성의 한가로운 자태가 소담하게 솟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공간은 아니므로 굳이 천수각까지 걸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마수걸이 기타큐슈 여행이니만큼 명함을 건넨다는 느낌으로 걸음해 본다. 딱히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별 볼일 없다. 조금 더 높아진 시선에 머무르는 기타큐슈의 일상을 마주했다는 것에 의의를. 잘 익은 구름이 피어난 하늘 아래의 풍경을 벗하며 다시금 여정을 잇는다. 그리하여 마주한 것은 백종원 아재의 스푸파 덕분에 유명세를 갖게 된 탄가시장. 하지만 기대하던 만남은 ...
배 타고 칸몬해협을 건너 보자 나는 여기서 나가야겠어. 더워도 너무 덥다. 반나절을 온전히 보냈으니 이 정도면 여행지에 대한 예의도 웬만큼 차린 것 같다. 미련 없이 탈출을 감행한다. 모지코 빠염. 기차를 타고 고쿠라 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칸몬 해협 너머의 시모노세키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거리인데 말이다. 그리하여 걸음하게 되었다. 시모노세키의 가장 유명하고 인기 많은 명소인 가라토 시장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역시나 배를 타고 해협을 건너는 것이다. 지도 앱에 '칸몬연락선'이라고 검색하면 된다. 칸몬연락선 모지항 승선장에서 시모노세키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모지코 역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바로 닿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큼 방향 감각이 없지 않고서야 길을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행선지는 두 개다. 하나는 우리의 목표인 가라토 시장, 다른 하나는 간류지마. 하지만 2024년 8월 현재 간류지마로 가는 배는 운항하지 않는다. 이유는 모른다. 알려주지 않으니 알 방법이 없다. 가라토 가는 배는 한 시간에 세 대꼴로 뜬다. 매시간 10분, 30분, 50분 이렇게 세 대. 막차는 저녁 9시 50분에 뜬다. 늦은 시간에도 해협을 건널 수 있으므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 표는 자판기로 살 수 있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아도 되니 일본어 울렁증이 있는 분들도 어렵...
큐슈 철도 기념관 2 Chome-3-29 Kiyotaki, Moji Ward, Kitakyushu 09:00 ~ 17:00, 성인 300엔 큐슈 철도 기념관 2 Chome-3-29 Kiyotaki, Moji Ward, Kitakyushu, Fukuoka 801-0833 일본 예쁜 동네다. 조용하게 돌아다니기 좋고 소소한 즐길 거리, 맛있는 먹을거리도 많다. 습식 사우나 같은 더위만 견딜 수 있다면 모지코의 여름은 꽤나 매력 있다. 혼슈 섬의 남쪽 끝자락과 큐슈 섬을 잇는 칸몬 대교다. 상당히 아담하다. 해협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덕분이다. 한반도만큼이나 거대한 땅덩어리가 헤엄으로도 건널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는 게 적잖이 흥미롭다. 가만히 망연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이 두 개의 섬은 본디 하나였을지도 모르겠다. 전망대 탐방을 마치고 나니 여정의 끝자락이 가까웠다. 모지코 여행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걸음했다. 모지코 역에서 10분 남짓 걸어서 도착한 이곳은 아이와 함께하는 기타큐슈 여행의 든든한 믿을맨, 큐슈 철도 기념관이다. 오래전에 퇴역한 듯한 세 대의 열차가 그늘 아래에서 한가로이 망중한을 읊고 있다. 조금은 뜬금없다 생각했는데, 이 녀석들의 정체는 놀랍게도 포토존이다. 딱 봐도 애기들이 환장할 것처럼 생겼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고사리 손으로 부모를 이끌며 '샤싱 샤싱'을 외치는 아기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
모지코레트로 전망대 Kitakyushu, Moji Ward, Higashiminatomachi, 1−32 門司港レトロハイマート 31階 10:00 ~ 22:00, 성인 300엔 모지코 레트로 전망대 일본 〒801-0853 Fukuoka, Kitakyushu, Moji Ward, Higashiminatomachi, 1−32 門司港レトロハイマート 31階 의외로 볼 거리가 많고 즐길 거리도 많은 동네다. 남들이 다 온다길래 별생각 없이 걸음한 건데 뜻밖에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지코레트로 스게- 혼또 스게- 기차역을 나서자마자 먼발치에서 홀로 우뚝 솟은 이 녀석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래서 재빨리 걸음했다. 분명 상업 빌딩이긴 할 테지만 전망대가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에 가까운 바람을 안고 말이다. 정답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이랏샤이마세. 보통은 360도의 탁 트인 뷰를 내세우지 않나..? 이렇게나 당당하게 270도를 자랑하고 있다니. 딱히 잘못은 아니지만 뭔가 당황스럽다. 딱히 괘념치는 않는다. 설령 180도의 파노라마 전망이라고 해도 구경하지 않을 것은 아니니 말이다. 입장료가 상당히 저렴하다. 성인은 300엔, 6살부터 15살 사이의 어린이는 단돈 150엔. 오사카의 하늘정원이나 하루카스300, 후쿠오카 타워 전망대에 비하면 거저나 다름없다.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활짝 열려있다. 그 말인즉슨, 칸몬해협의 아름다운 야경...
모지코 역 1 Chome-5-31 Nishikaigan, Moji Ward, Kitakyushu 모지코 역 1 Chome-5-31 Nishikaigan, Moji Ward, Kitakyushu, Fukuoka 801-0841 일본 오하요. 더운 아침입니다. 전날도 충분히 힘들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해가 중천을 지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았지만, 대지는 이미 후끈하다 못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공짜 사우나 개꿀이네. 완전 럭키비키잖아. 반나마 실성한 채로 열차에 몸을 싣는다. 덜컹거리는 소음과 규칙적인 들썩임에 몸을 맡긴 채로 10분 남짓을 망연한다. 객실 에어컨의 성능이 꽤나 좋아서 그런대로 머무를 만하다. 하지만 이미 지쳤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어림없는 소리, 썩 꺼지세요. 짐짓 못 본 채 하고 역을 지나칠까도 생각했지만 종점이라서 그나마도 없다. 그런 나에게 허락된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시원하게 훈풍이 밀려드는 플랫폼을 향해 쫓기듯 몸을 내던진다. 열차의 엔진 소음이 멎은 지는 이미 오래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떠날 생각을 않는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기타큐슈의 제일가는 여행 명소인 모지코 여행은 모름지기 모지코 역을 둘러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조금 낡은 기색은 있지만 그렇다...
기차 타고 모지코를 가 봅시다 짧고 굵게 요약하겠습니다. 서두 따위 생략하고 일단 시작. 기타큐슈 여행의 필수 코스인 모지코를 향한 여정은 고쿠라 역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단 에스컬레이터에 몸부터 싣자. 부지런히 걷다 보면 우리네 기차역에서 볼 법한 표지판이 여러분을 반길 것이다. 제대로 따라오셨다면 'JR뭐시기'하고 써진 글자가 보일 테다. 계단을 올라주자. 걷는 게 싫은 분들은 옆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도 된다. 이 너머에 본격적인 여정의 시작이 기다린다. 쭉 직진. 시작이 반이다. 당신은 이미 할 일의 반을 해치운 것이나 다름없다. 일따봉 드리겠습니다. 모지코와 시모노세키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다. 둘 다 요금은 280엔이다. 모지코는 한방에 갈 수 있고 시모노세키는 모지역에서 한 번의 환승이 필요하다. 2024년 8월 현재 고쿠라 출발 모지코행 열차 시간표는 다음과 같다. 왼쪽이 평일 시간표, 오른쪽은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의 시간표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한 시간에 두세 대꼴로 열차가 다닌다. 배차 간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 가는 시간표만 있으면 섭섭하니 모지코에서 고쿠라로 오는 시간표도 덧붙여 본다. 배차 간격은 고쿠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참고로 왼쪽 열의 빨간 글씨로 된 건 특급열차인데, 걸리는 시간은 똑같고 요금은 다섯 배가 비싸니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표는 여기에서 살...
챠챠타운 고쿠라 3 Chome-1-1 Sunatsu, Kokurakita Ward, Kitakyushu 10:00 ~ 20:00 챠챠타운 코쿠라 3 Chome-1-1 Sunatsu, Kokurakita Ward, Kitakyushu, Fukuoka 802-0014 일본 건방지게 운빨에 의지한 것치고는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첫 한 조각이 숯처럼 검게 그을린 걸 제외하고는 대체로 만족스러운 것 일색이었다. 꽤나 무난한 맛과 적절한 양, 어이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까지.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으니, 맛집 발굴 안테나가 열일한 덕분에 거둔 뜻밖의 성과였다. 잘 먹었습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 또 만납시다. 기분 좋게 부른 배를 두들기며 다시금 길 위로 나섰다. 그새 고도가 낮아진 오후의 볕이 골목마다 어스름을 드리우기 시작한다. 그런 것 따위 아랑곳 않고 여전히 미쳐 날뛰는, 오래 묵은 거리의 열기가 탐탁지는 않으나 저항하며 유람을 이어간다. 나는 아직 갈 데가 남았단 말이다. 고쿠라 역에서 10분 남짓을 걸어서 도착했다. 낡고 해진 풍경 너머에 만화처럼 솟은 간판 하나, 오늘의 마지막 여정이 기다리는 챠챠타운이다. 유별하게 여길 만한 구석이 딱히 없는, 동네마다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쇼핑센터다. 하지만 굳이 땡볕 샤워를 마다않으며 걸음한 이유가 있다. 챠챠타운에는 이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관람차가 있다. 딱히 좋아하는 건 ...
이키나리 스테이크 2 Chome-4-22 Uomachi, Kokurakita Ward, Kitakyushu 10:00 ~ 22:00 이키나리 스테이크 2 Chome-4-22 Uomachi, Kokurakita Ward, Kitakyushu, Fukuoka 802-0006 일본 고쿠라 성과 탄가시장 구경을 마치고 다시금 중심가로 걸음을 옮겼다. 저녁으로 뭘 먹을지 결정하지 않은 것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하루 종일 더위에 시달렸더니 귀찮은 것투성이다. 맛집을 찾으려고 핸드폰을 꺼내드는 것조차 노동이다. 이런 때일수록 간단하게 가는 게 좋다. 적당히 돌아댕기다가 마음에 드는 데가 있으면 들어가 보기로 한다. 오늘 저녁은 운빨 메타다. 고쿠라 역 지하에 푸드코트 비스무리한 게 있다는 걸 떠올렸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쐴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이른바 아뮤 키친, 너라면 답을 알고 있을 테지. 드가자. 는 실패. 반찬과 도시락 같은 것만 한가득이었다. 물론 숙소로 사들고 가는 것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귀찮음마저도 마뜩잖다. 아쉽지만 기각. 사실 각 잡고 진득하게 둘러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각오는 오래 가지 못했다.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당이 끊임없이 위험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급하게 선택하게 된 오늘의 맛집, 꽤나 가성비 좋은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여기는 이키나리 ...
탄가시장 4 Chome-4-18 Uomachi, Kokurakita Ward, Kitakyushu 10:00 ~ 17:00, 일요일 휴무 탄가시장 4 Chome-4-18 Uomachi, Kokurakita Ward, Kitakyushu, Fukuoka 802-0006 일본 기타큐슈 여행의 시작은 고쿠라 성부터다. 딱히 볼 건 없지만 일본 전역에서 손에 꼽게 웅장한 규모의 천수각을 가진 성이다. 여러 번의 개보수를 거치면서 현대의 재료가 개입하기 시작했고, 그런 탓에 역사 속 고즈넉함은 옅어진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음할 만한 가치는 상당하다. 조그마한 역사 박물관이고 소박한 동네의 전경이 있는 전망대다. 입장료도 350엔밖에 하지 않으므로 부담 없이 걸음할 수 있다. 싸그리 망해도 빵 두어 개 사 먹을 돈에다가 시간 좀 버리는 게 전부니깐 말이다. 고쿠라 성 탐방을 마치고 다시금 길 위의 여행자가 되었다. 후끈하다 못해 화끈하게 달아오른 오후의 거리는 당장이라도 세상 모든 것을 잡아먹을 기세다. 이대로는 모 야메룽다, 태양을 피할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지금이다. 그런 와중에 잘 익은 솜사탕이 피어난 하늘에는 눈치 없이 낭만이 가득 깃들었다. 고쿠라 성을 빠져나와 10분 정도를 걸었을까. 마침내 다음 목적지인 탄가시장을 눈앞에 두었다. 횡단보도만 건너면 급한 대로 땡볕을 피할 수 있는데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
고쿠라 성 2-1 Jonai, Kokurakita Ward, Kitakyushu 09:00 ~ 20:00, 천수각 입장료 350엔 고쿠라성 2-1 Jonai, Kokurakita Ward, Kitakyushu, Fukuoka 803-0813 일본 8월의 일본 여행은 쉽지 않다. 매 순간이 고통의 연속이다. 내가 보기에 8월에 일본으로 여행 오는 한국인은 딱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나처럼 일본의 여름을 겪어본 적 없는 집단이고, 다른 하나는 고통받고 시련에 처하는 걸 즐기는 변태적인 성향이 있는 집단이다. 여태 일본을 수십 번이나 즐겼지만 정작 여름에는 한 번도 걸음한 적이 없었다. 아마 내년부터는 7, 8월에 일본으로 걸음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고통은 한 번으로 족하다. 숨을 헐떡거리며 부지런히 걸음한 끝에 닿았다. 적당히 높은 빌딩 숲 사이로 소박하게 숲이 우거졌고, 그 너머에 나름 웅장한 천수각 하나가 솟았다. 오늘의 목적지인 고쿠라 성이다.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한 이온 음료가 절실하다. 하지만 만나는 자판기마다 거짓말처럼 이온음료가 보이지 않는다. 이거 혹시 몰카야? 살짝 분한 마음까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조금 더 헤매다가는 길바닥에서 객사할지도 모른다. '이온 음료를 찾다가 횡사한 어느 한국인 청년'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전국 뉴스에 나오고 싶지는 않다. 이쯤에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고쿠라 성 유람을 시작하기로 한...
가스토 고쿠라 역 Kitakyushu, Kokurakita Ward, Kyomachi, 2 Chome−4−27 小倉駅前KDビル 3F 07:00 ~ 23:30 가스토 일본 〒802-0002 Fukuoka, Kitakyushu, Kokurakita Ward, Kyomachi, 2 Chome−4−27 小倉駅前KDビル 3F 기타큐슈 시내에 들어오자마자 먹은 것은 세븐일레븐에서 만든 라떼와 메론빵이었다. 계획에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고, ATM에서 돈을 뽑고 계좌에 남은 짤짤이를 처분하기 위함이었다. 트래블로그 카드는 출금 수수료가 무료일 뿐만 아니라 세븐일레븐에서 결제할 때도 쓸 수가 있다. 여러모로 쓰임이 좋은 녀석, 쓰면 쓸수록 마음에 든다. 급한 대로 주린 배를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혀를 즐겁게 할 시간이다. 뭘 먹을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공항버스를 타고 오면서 미리 점 찍어둔 집이 있기 때문이다. 고쿠라 역에서 이어져 있으므로 입지만큼은 기타큐슈 전 맛집을 통틀어도 손에 꼽을 수준이다.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고 맛까지 준수하다. 대단한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마땅히 땡기는 게 없을 때에는 여기만 한 데가 없다. 기타큐슈 여행의 첫 끼는 고쿠라 역 가스토와 함께다. ...? 저기요..? 함흥차사인 엘리베이터를 두고 기껏 계단으로 올라왔더니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X병... 주의하도록 하자. 엘리베이터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
기타큐슈 공항버스를 타 보자 크고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우리 비행기 무사히 기타큐슈 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함께하신 고객 여러분 모두 안녕히 가십시오. 민나, 요우코소 기타큐슈!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구 90만을 자랑하는 큐슈 제2의 도시, 후쿠오카와 함께 큐슈의 북쪽을 대표하는 도시 기타큐슈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거두절미하고 본격적인 가이드의 시작, 공항버스를 타 봅시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법과 그 반대의 경우를 모두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돈부터 뽑자. 수속을 마치고 공항 로비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세븐일레븐에 ATM이 있다. 트래블로그 카드가 있다면 공짜로 출금이 가능하므로 적극 활용하도록 하자. 혹 대기열이 길어서 공항버스 시간을 맞추기가 빠듯한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그럴 때는 마음 졸이지 말고 가볍게 포기하도록 하자. 버스 표는 현금뿐만 아니라 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으며 고쿠라 역 1층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도 현금은 수수료 없이 인출이 가능하다. 공항 - 고쿠라 역 버스 표는 여기에서 살 수 있다. '바스 킵푸 우리바'라고 큼지막하게 박혀 있을뿐더러 한글로도 병기되어 있으므로 못 찾고 헤매는 일은 웬만하면 없을 테다. 공항에서 고쿠라 역 가는 버스 시간표는 다음과 같다. 대체로 비행 일정과 동기화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바로 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행 간격이 상당히 널찍...
[일본 기타큐슈 여행기] 느즈막히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꽃단장을 한다. 전날의 땡볕에 질린 탓에 선크림을 아낌없이 바른다. 가방을 가볍게 만들고 카메라를 목에 건다. 본격적인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하루의 시작은 열차와 함께다. 전날 밤 구글 지도를 부지런히 뒤적거린 끝에 발견한 모지코로 걸음하기 위함이다. 20분 남짓 만에 닿았다. 얽은 지 몇 년이 되었는지 짐작조차 쉽지 않은 플랫폼의 면면에 시선이 향하고 걸음이 멎는다. 떠나간 기타큐슈의 근대를 톺아볼 수 있는 동네 모지코, 그 여정은 기차역부터 시작된다. 하루 평균 승차객이 만 명도 되지 않는 조그마한 역이다. 하지만 그런 수치로 폄하될 만한 역은 절대로 아니다. 1891년 개업한 이래로 당대의 모습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역 중 하나다. 그런 덕분일까, 아주 덥고 습한 평일 아침이지만 모지코역의 허름한 플랫폼에는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은 미술관이 된 서울역 구 역사와 닮은 구석이 많다. 기시감과 친밀감을 벗하며 역사의 이곳저곳을 유람해 본다. 태초의 구릿빛을 완전히 소실한, 청량하게 녹슨 지붕을 향해 가벼운 작별 인사를 건넨다. 본격적인 여정의 시작이다. ...? 이러면 나가린데. 야끼카레로 유명한 동네다. 그런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집이다. 분명 구글 지도에는 영업 중이라는 안내가 있었는데 이 무슨 날벼락인지. 오늘이...
[일본 기타큐슈 여행기] '24.08.21 ~ '24.08.23, 일본 개항한 지 6년이나 되었지만 본디의 목적으로 걸음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탑승동을 닮은 듯하면서 묘하게 홍콩 국제공항을 닮았다. 인천공항 특유의 쾌적함도 여전하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순간이다. 한국의 공항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일. 갈수록 웅장해지는 가슴과 갈수록 옹졸해지는 날씨. 간밤 기별 없던 빗줄기가 갑자기 들이치더니 점점 거세진다. 지상 조업이 중단되었다는, 직원분들의 무전기 너머 웅성거림에 조금씩 수심은 깊어지기 시작한다. 결항만큼은.. 야메로! 나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다. 한 시간의 지연으로 틀어막았으니 이만하면 선방이다.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우리 비행기는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조금은 어수선한 여행의 초입, 하지만 괜찮다. 어쨌든 시작되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후쿠오카와 함께 일본 큐슈 지방을 대표하는 대도시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여행지 중 하나다. 뭐라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서 생각나는 대로 썼다 지웠다를 수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도무지 떠오르는 게 없다. 아마도 딱 그 정도의 도시다. 이름 들어볼 일은 많고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몸의 거리도 가깝다. 하지만 희한하리만치 마음의 거리가 멀다. 딱히 떠오르는 상징도 없고 명물도 없다. 모두가 알 만한 여행지도 마땅찮다. 딱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