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여행
22024.12.31
인플루언서 
트하의 여행일기
5,493여행 전문블로거
참여 콘텐츠 14
25
일본 여행 사가 근교 다케오 여행 추천, 별마당 도서관의 모태가 된 다케오 도서관

다케오 도서관 5304-1 Takeocho Oaza Takeo, Takeo, Saga 09:00 ~ 21:00 타케오시 도서관 5304-1 Takeocho Oaza Takeo, Takeo, Saga 843-0022 일본 묵은 세월의 흔적을 좇으며 한참을 망연했다. 압도된 채로 가만히 얼어붙었고, 기원하기 전부터 3천 년을 이어온 생의 징후에 나는 할 말을 잃은 채로 고개만 굽을 뿐이었다. 다케오 신사 구경을 마치고 다시금 길 위에 섰다. 십 리 밖에서도 눈에 띌 것 같은, 짙은 분홍의 유메타운 간판 아래에는 계절의 이른 떠나감과 한여름의 짙은 초록이 묘한 공존을 이어간다. 다음 여정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자전거에 오르기 위해 구글 지도를 뒤적거리다가, 무심코 핸들에 얹은 손을 가만히 내려놓는다. 3천 년 역사의 다케오 녹나무를 마주한 여흥이 가시기도 전이었다. 가깝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가까운 줄은 몰랐네요. 제가 미처 몰라봤습니다. 예 맞습니다. 제가 바로 그 도서관입니다. 다케오 도서관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휴관일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 걸음해도 다케오 도서관은 당신을 따뜻하게 맞아줄 테다. 안내도의 한 편을 점유하고 있는 초록 세이렌에게 나도 모르게 시선이 향한다. 분명 도서관이라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가 갸우뚱한 것은,...

2024.12.31
31
일본 여행 사가 근교 다케오 여행 추천, 3천 년 묵은 다케오 녹나무가 있는 다케오 신사

다케오 신사 5327 Takeocho Oaza Takeo, Takeo, Saga 09:00 ~ 17:00, 입장료 무료 다케오신사 5327 Takeocho Oaza Takeo, Takeo, Saga 843-0022 일본 바람에 실린 차가운 기운은, 아마도 가을 지나 겨울이 머지않았음을 나직이 암시한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내리쬐는 볕은 여전히 따사롭고, 거리의 온기가 떠나기에도 아직은 이른 11월의 어느 날이다. 기차역에서 2km 남짓 떨어져 있으니, 걷기에는 살짝 애매할 수도 있는 만큼이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게다가 전기의 힘과 함께하는 중이다. 살짝만 페달을 굴려도 출발선을 달리는 경주마처럼 튀어나가니, 걸어서 20분이 걸린다는 사실은 그저 사족에 불과하다. 삽시간에 닿았다. 나직하게 솟은 산세의 고즈넉을 벗하며 안온한 가을 서정이 한아름 드리웠다. 마주한 풍경 속 어드메에, 어느 가을날 다케오 여행의 마수걸이를 장식할 존재가 기다린다. 일단 자전거부터 대고 가겠습니다. 일본은 모든 탈것에 대한 주차 규정이 매우 엄격하다. 조금만 방심하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벌금 딱지가 금세 날아든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자리에 주차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 별 탈 없는 여행을 위한 기본 소양이다. 주차장을 벗어나 옅어진 기색이 완연한 녹음을 마주한다. 맹렬하게 발산하는 초록도 매력 있지만 조금은 힘겨운 기색을 비추는 듯도 한...

2024.12.22
22
일본 사가 근교 다케오 여행, 전기자전거 렌탈 가이드 및 후기 (대여 장소, 요금, 팁)

자전거로 다케오를 여행해 보자 산세 좋고 물 맑고 공기 좋은 사가 근교 여행의 백미, 다케오를 자전거로 여행해 봅시다. 마음이 급하실 테니 거두절미하고 시작합니다. 지금 바로 빌리러 가 봅시다. 대여 장소 플랫폼을 벗어나 다케오 온센 역으로 진입하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것은 화장실 가는 길목에 놓인 한 대의 자전거다. 이 녀석만 찾으면 당신도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당신의 다케오 여행을 쉽고 편하게 만들어 줄 천군만마가 눈앞에 있다. 세 종류의 자전거 중 하나를 빌릴 수 있다. 두 종류의 전기 자전거와 한 종류의 보통 자전거. 자전거에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바구니가 있는 전기 자전거를, 자전거에 능숙하고 짐이 많지 않은 분들은 바구니가 없는 전기 자전거를 추천한다. 보통 자전거는 웬만하면 추천하지 않는다. 고생하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구태여 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는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여행자를 위해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직 자전거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위장술이 매우 뛰어나다. 하여 자칫하면 헤매기 십상이다. 자전거가 놓인 바로 옆, 기념품 가게 안쪽의 계산대처럼 생긴 창구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인포메이션 센터임을 알리는 표식이 조금 더 컸으면 좋겠다. 천정 아래 나풀거리는 천쪼가리...

2024.12.17
24
일본 사가 근교 여행, 사가에서 다케오 기차 여행 가이드(일정, 시간표, 타는 법, 주의사항)

기차 타고 다케오를 가 봅시다 인구 5만에 불과한, 사가에서 기차로 30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한적한 시골 동네. 하지만 한 해에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큐슈 북부의 숨은 보석, 여기는 다케오다. 서두는 여기까지입니다. 마음 급한 당신을 위해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기차 타고 사가에서 다케오를 가 봅시다. 기차를 타야 하므로 여정은 당연히 사가 역부터 시작한다. 드가자 가장 먼저 할 것은 역시나 표를 뽑는 일. 가장 왼쪽에 있는 두 개의 발권기에서 원하는 표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정거장으로는 8개밖에 안 되는, 사실상 한 몸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사가에서 가까운 다케오다. 하지만 가는 길이 은근히 번거롭다. 나가사키 선과 사세보 선이 만나는 고호쿠 역에서 환승이 필요한 탓이다. 물론 한 번에 가는 방법도 존재한다. 그 편이 훨씬 편하고 배차 간격도 촘촘하다. 하지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환승하면 570엔, 직통열차는 1,800엔 남짓, 걸리는 시간도 20분 남짓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대체로 환승을 하는 게 좋다. 시간표 확인법 JR-KYUSHU Train Reservation 중요 신용 카드의 본인 인증 서비스 ( 3D-Secure 2.0)의 도입에 대해 (신용 카드 등록 정보 확인의 부탁) 도카이도, 산요, 큐슈신칸센에 대형 수하물을 반입하시...

2024.12.15
40
일본 사가 여행 쇼핑 추천, 사가 유메타운 탐방기 (Loft, 무인양품, 유니클로)

사가 유메타운 5 Chome-14-1 Hyogokita, Saga 09:30 ~ 21:30 유메타운 사가 5 Chome-14-1 Hyogokita, Saga, 849-0919 일본 흙흙 오늘의 저녁은 맛있었다. 스시로의 초밥은 언제나 옳다. 여태 후쿠오카 텐진점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물론 드문드문 어처구니없는 폭탄이 등장해 나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는 한다. 하지만 돌고 돌아 스시로다. 그런 걸 보면 일본 회전 초밥의 나와바리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늘도 잘 먹고 갑니다. 또 만납시다. 기분 좋게 부른 배를 두들기며 느긋하게 유람한다.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 미리 점 찍어 둔 목표를 향해 걸음을 딛는다. 끝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광활한 공터 위에 그만큼 거대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았다. 사가 여행의 첫 번째 밤을 장식할 쇼핑 명소, 여기는 유메타운 사가 점이다. 이 정도로 어딜 가나 한결같은 쇼핑몰이 있을까 싶다. 대체로 도시의 외곽에 자리하는 덕분에 주차장이 엄청나게 넓다. 매장 초입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웅장함은 덤이다. 다카마쓰에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그리고 그 감상은 시골 동네일수록 유난하다. 사가의 인구는 20만 남짓에 불과하다. 그런 소도시에 들어서기에는 지나치게 본격적인 느낌인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싶어 살짝 고개가 갸우뚱한다. 물론 중요하진 않다. ...

2024.12.14
33
일본 사가 여행 맛집, 가성비 좋은 회전초밥 맛집 스시로 유메타운점

스시로 사가효고점 4 Chome-4-32 Hyogokita, Saga 11:00 ~ 23:00, 주말은 10:30부터 스시로 사가효고점 4 Chome-4-32 Hyogokita, Saga, 849-0915 일본 사가의 밤을 환히 밝히는 빛의 거리를 따라 유랑했다. 길섶에 만연한 초롱을 벗하며 이리 흥청 저리 흥청, 한참을 걸었다. 좋은 계절의 좋은 찰나다. 생각지도 않게 걸음하게 됐는데 이 동네, 느낌이 좋다. 사가 여행의 첫 번째 밤이 무사히 도래했음을 축하하기 위해 조촐하지만 행복한 저녁을 즐겨볼까 한다. 먹는 양이 많지 않아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먹는 양이 많더라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회전초밥 맛집, 사가 여행의 첫 번째 저녁은 일본 여행의 가장 든든한 믿을맨 중 하나인 스시로와 함께할 테다. 시내의 북쪽 끝자락, 비교적 변방에 자리한 덕분에 모든 것이 널찍하다. 실내도 넓고 주차장도 넓고 자리도 넓다. 차를 끌고 다닐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주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한 끼 정도는 이 녀석을 위해 할애하는 것도 꽤나 바람직한 생각이 될 수 있다. 아침 11시에 문을 열고 밤 11시에 문을 닫는다. 주말에는 아침 10시 30분부터 문을 연다. 마지막 주문은 밤 10시 30분. 영업시간이 매우 넉넉하다. 그러므로 걱정 말고 느긋하게 즐기면 된다. 더할 나위 없이 기특한 사가 여행 맛집, 여기는 스시로 유메타운점이다...

2024.12.10
28
일본 사가 여행 추천, 빼놓을 수 없는 사가 겨울 축제 '사가 라이트 판타지'

사가 라이트 판타지 사가 벌룬 뮤지엄 ~ 사가 역 중앙대로 1.5km '24.10.04 ~ '25.01.13 17:00 ~ 22:30 사가 역 1-chōme-11 Ekimae Chūō, Saga, 840-0801 일본 사가 벌룬 뮤지엄 2 Chome-2-27 Matsubara, Saga, 840-0831 일본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민을.. 숨 가쁘게 달린 사가 여행의 첫날이 저물어 간다. 침잠하는 황혼을 망연하며 다가오는 밤의 축제를 즐길 채비를 마친다. 바로 지금입니다. 드가자 아무런 기색 없던, 그저 떠나가는 가을 서정만 가득했던 거리가 어느새 화사한 빛으로 물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본격적이라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만면한다. NHK 방송국 청사부터 사가 역 남쪽 광장까지 이어지는 1.5km 남짓의 중앙대로를 환하게 밝히는, 아마도 사가의 겨울을 상징하는 존재다. 눈 쌓인 풍경 대신 잠들지 않는 빛을 드리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가 라이트 판타지 인사드립니다. 사가를 여행하기로 마음먹고 난 이후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역사가 오랜 존재다. 공식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과거를 염탐해 보았더니 드문드문 2012년의 자료도 보인다.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사가 라이트 판타지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참고해 보자. 장담컨대 이 녀석의 나이를 알게 된 당신은 혹시 턱이 ...

2024.12.04
28
일본 사가 여행 명소, 야경이 아름다운 사가 현청 무료 전망대 SAGA 360 탐방기

SAGA 360 1 Chome-1-59 Jonai, Saga 평일 08:30 ~ 22:00 주말 10:00 ~ 22:00 佐賀県庁 展望ホール(SAGA360) 1 Chome-1-59 Jonai, Saga, 840-0041 일본 제 인생 잘 풀리게 해주십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오네가이시마스 오네가이시마스. 사가 성터 구경을 마치고 신사에 들러 소중한 이들의 안녕과 오늘의 행복을 빌었다. 단돈 10엔으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오늘도 효과는 강력했다. 밥때가 가까웠으므로 점찍어 둔 식당으로 향하기 위해 운동화 끈을 고쳐 멘다. 하지만 이 녀석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건 바로 사가 현청 꼭대기에 자리한 공짜 전망대, SAGA 360. 오늘만 날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떠나가는 볕이 예쁜 하늘은 흔치 않다. 게다가 녀석은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거리에서 아른거리고 있다.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계산기를 두들겨 본다. 밥시간이 30분쯤 늦어지면 생기는 파급 효과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진즉에 알고 있었다. 걸음을 멈췄다는 것부터가 이미 마음은 기울었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걸음하게 되었다. 사가 시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믿음직한 일꾼이자, 사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사가 여행의 가장 훌륭한 야경 명소다. 사가 현청 신관 꼭대기에 자리한 무료 전망대, SAGA 360 인사드립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워낙 ...

2024.12.02
23
일본 사가 여행 명소 추천, 아늑한 정취가 있는 사가 신사 탐방기

사가 신사 2 Chome-10-43 Matsubara, Saga, 840-0831 일본 06:00 ~ 18:00 사가신사 2 Chome-10-43 Matsubara, Saga, 840-0831 일본 늦은 오후의 유유자적을 벗하며 걸었다. 때이른 어스름이 다가오더니, 조심스레 한낮의 볕을 몰아내려 한다. 사가 여행의 첫 번째 밤이 드리우려는 찰나다. 스치듯 떠나가는 가을 서정이 아쉬워 한참을 망연하고 선다. 그러고 보니 여태 일본의 여름과 가을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나 뻔질나게 드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나 찬연한 풍경이 만연하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조금 더 부지런히 걸음했을 테다. 저녁을 먹기 위해 시가지의 북쪽으로 걸음을 향하던 중이었다. 꽤나 폭이 넓은 도로가 나를 막아섰고, 그 너머의 안온하게 잠에 들려고 하는 이름 모를 존재 앞에서 문득 시선이 멎었다. 구글 지도를 찾아보니 신사다. 그 이름도 당당한 사가 신사. 통성명을 주고받았으니 응답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횡단보도가 없어서 육교를 건너야 했다. 이고 진 것이 많은 채로 계단을 오르려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문득 난간 곁으로 옮긴 시선의 끝에, 아스라하게 윤슬이 드리운 물가 너머에서 고단한 작별을 고하는 오늘의 볕이 유난히 찬연하다. 덕분에 아무렴 상관없게 되었다. 일본의 유서 깊은 토속 신앙인 '신토'를 ...

2024.11.27
29
일본 사가 여행 코스 추천,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사가 성터, 사가성 혼마루 역사관

사가 성터 2 Chome-18-1 Jonai, Saga, 840-0041 일본 09:30 ~ 18:00, 입장료 무료 사가 성터 2 Chome-18-1 Jonai, Saga, 840-0041 일본 늦은 오후의 볕이 평안한 수면 아래로 침잠한다. 내리는 빛은 정겹고 손끝을 스치는 바람결은 포근하다. 좋은 계절의 안온한 찰나, 사가 여행의 서막이 오르려는 참이다. 많은 것을 계획하지 않았으니 발 닿는 대로 유유자적한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10분 남짓을 걸었나 보다. 동네 사람들의 포근한 쉼터 같은 도서관이 나타났고, 사가성의 존재를 알리는 조금은 뜬금없는 팻말도 덩달아 마주했다. 음.. 좋은 글이구만. 파파고의 힘을 빌려 부지런히 해석해 본 결과,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즈음에 쌓은 평성이다. 폭이 80m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해자가 특징이라는데, 조금 전에 스쳐간 저수지 같은 길섶의 풍경이 그 해자의 일부였나 보다. 곧바로 구글 지도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유람을 시작한다. 가을 기색이 완연한 이 길의 중간 어드메에 새로운 여정의 초입이 기다린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바로 여기. 꽤나 생경한 첫인상에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일본의 성'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몇 가지의 편린이 있는데 그 무엇도 해당하는 게 없다. 견고하게 쌓은 듯하지만 높이가 살짝 부족한 성벽은 본디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었을까 살짝 의...

2024.11.23
26
일본 사가 공항에서 시내를 가 봅시다. 사가 여행 공항버스 왕복 가이드 (타는 법, 요금, 시간표)

공항버스 타고 시내를 가 봅시다 미나상 곤니치와, 웰컴 투더 사가 인터내쇼날 에아포트. 마음 급한 여러분들을 위해 곧바로 시작합니다. 사가공항 리무진버스의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드가자 1. 공항 → 사가 시내 사실 가이드라는 게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고 명료하다. 요금은 600엔, 출발 시간은 비행기가 도착하는 대로. 인구 20만에 불과한 조그마한 시골 동네다. 오고 가는 국제선도 몇 편 없고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 요금을 제외한 공항버스의 모든 것이 철저하게 여행객의 편의에 맞춰져 있다. 입국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 표를 살 수 있을 것처럼 생긴 인포메이션 센터를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훼이크다. 사가 공항의 리무진버스는 표 따위 받지 않는다. 오직 현금과 Suica, Nimoca 같은 교통 카드만을 취급할 뿐이다. 그래도 쓸모가 있다면 다음 공항버스가 언제 출발하는지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정도. 1-1. 시간표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듯하여 들고 왔다. 버스의 출발 시간은 철저하게 비행 편의 일정과 연동되어 있으므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시간표다. 그러므로 '이런 게 있구나' 하고 참고만 하시는 게 좋을 테다. 여기저기 내리는 데가 많은 것처럼 설명해 놓았다. 하지만 훼이크다. 티웨이 항공과 연동된 공항버스는 사가 역 바로 옆에 있는 버스 터미널까지 한방에 달린다. 혹 중...

2024.11.20
39
일본 여행 사가 마지막 날, 이 비행기는 한국으로(사가 돈키호테, 라운드원 오락실, 라멘 맛집)

[일본 사가 여행기] 동네는 깨끗하고 정겨웠다. 숙소는 따뜻하고 친절했다. 인구 20만의 조그마한 시골 동네, 후쿠오카와 나가사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못 보고 있지만 이 동네가 가진 매력은 굉장하다. 큰 기대 없이 걸음한 덕분에 매 순간이 유난했고, 그런 덕분에 마지막 아침을 마주하는 감상이 유난하다. 일본 사가 여행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잘 묵고 갑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또 만납시다. 워낙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선 터라 숙소는 아직도 고요에 잠기었다. 행여나 단밤을 방해할까 조심스레 짐을 챙겨들고는 나직이 작별 인사를 건넨다. 또 만납시다! 버스 터미널에 들러 어제 돌려받지 못한 거스름돈을 회수하였고, 이른 아침의 망중한을 읊기 위해 역에서 멀지 않은 카페로 느긋하게 걸음을 옮긴다. 여정의 끝자락에는 나른함이 가득하다. 타베로그의 힘을 빌려볼까도 싶지만 이내 다짐을 거둔다. 그 대신 구글 지도를 뒤적이며 적당한 카페를 물색한다. 카페와 식당, 남성 미용실(?)을 겸하는 희한한 공간이다. 구글 지도에서 평점이 가장 높은 것은 미용실의 공일까 카페의 분위기와 음료 덕분일까. 첫인상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렵다. 이럴 때에 필요한 건 역시나 약간의 용기와, 실패해도 괜찮다는 적당한 안일함. 나직한 조명과 나른한 음악, 기분 좋은 원두 향이 발 닿는 곳마다 은은하다. 예감이 좋다. 높은 평점의 상당 지분은 분명 카페에 의한 것일 테...

2024.11.18
46
일본 사가 여행 2일차 (다케오 녹나무, 다케오 도서관, 사가 벌룬 뮤지엄, 사가 맛집 추천)

[일본 사가 여행기] 아침을 깨우기 버거운 계절이 머지않았다. 싸늘하게 식은 침대 위의 공기는 내쉴 때마다 몸뚱아리를 움츠려들게 한다. 폭신하고 무거운 면포 같은 이불 속에서 뒤척이기를 10분여, 열차 시간이 생각보다 빠듯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침내 침대를 벗어났다. 이른 아침의 서늘함을 벗하며 부지런히 걸음을 딛는다. 오늘의 여정은 사가 역으로부터 시작될 테다. 가깝지만 먼 길을 떠나는 날이다. 사가 여행의 이튿날이 밝았다. 출근과 등교 행렬이 뒤엉켜 부산하기 그지없는 플랫폼을 잠시 망연한다. 마주한 풍경의 일부가 될 생각을 하니 잠시 정신이 아득하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수밖에. 드가자. 한적한 시골 동네의 유유자적을 꽤 오래도록 스쳤다. 다가오는 풍경이 멀어지는 것들과 조우하는 순간을 한참이나 마주하지만, 폐곡선 위 찰나의 집합인 듯 동일한 감상의 연속이다. 살짝 지루함이 느껴질 즈음이 되자 환승역에 닿았고, 다시금 식상함이 몰려올 즈음 고대하던 목적지가 등장했다.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 여기는 사가 역에서 50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근교 여행지, 다케오 온센 역이다. 자전거로 유람하기 좋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으므로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전기자전거를 대여한다. 오후 7시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튼튼하고 가벼운 전기자전거가 단돈 천 엔. 자전거를 대여하면 물품 보관함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2024.11.08
42
가을 기운 완연한 일본 사가 여행, 1일차 (사가 현청 무료 전망대, 사가 라이트 판타지, 스시로, 유메타운)

[일본 사가 여행기] 그간 기체후 일향만강하셨나이까. 구름 한 점 없는, 실로 가을이다. 안온한 찰나를 벗하며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한 시간 남짓을 달려 도착한 공항은 언제나처럼 부산스럽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민트네와 함께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티웨이와 함께다. 뭐가 됐든 반갑습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얕은 구름의 바다를 여유롭게 항해한다. 이 길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일본 큐슈 중부의 조그마한 조그마한 소도시, 인구 20만의 사가다. 내려다본 동네의 면면이 워낙에 소박했던 탓이다. 조그마한 버스 터미널을 연상케하는 공항이 나를 맞이할 거라 짐작했지만, 매우 시건방진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마냥 틀린 짐작이 아니었다. 여정의 시작부터 녹록지 않다. 수수료 없이 돈을 뽑을 방법이 없다. 공항에 세븐일레븐이 없는 탓이다. 당황스럽다. 여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지만 집에서 챙겨온 짤짤이가 나를 구원하리라. 이상하게 이 녀석들을 데려오고 싶더라니. 나의 다정함이 스스로를 구하리니, 앞으로도 좋은 일 많이 하고 살아야겠다. 가을 기색이 완연한 길섶의 풍경을 벗하며 도시로 향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짧은 여정의 종착이자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 마수걸이는 세븐일레븐에서 급하게 공수한 빵쪼가리와 함께다. 얼마나 배가 ...

202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