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드래곤 홍콩 Sheung Wan, Queen's Road Central, 367-375號萬利商業中心2-3 07:00 ~ 18:30 Peach Dragon Restaurant 홍콩 Sheung Wan, Queen's Road Central, 367-375號萬利商業中心2-3 아오 배고프다. 퍼뜩 아침 먹으러 갑시다. 이른 아침의 부산함을 벗하며 하루를 연다. 숙소를 빠져나와 셩완을 향해서 10분 남짓을 걸었다. 이 길의 끝에 여자친구의 먹테나가 감지한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피치 드래곤이 기다린다. 바로 여기. 만나서 반갑습니다. 홍콩의 김밥천국, 동네 사람들이 사랑하는 차찬탱, 피치 드래곤 인사드립니다. 아침 7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 30분에 문을 닫는다. 셩완역에서 10분 남짓이면 닿을 수 있으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접근성을 지니고 있다. 구글 지도 평점은 3.6이고 홍콩 사람들이 애용하는 맛집 빅데이터인 오픈라이스의 평가도 미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아주 인기가 많다. '차찬탱'이라는 장르적 특수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워낙에 미식이 넘쳐 나는 홍콩이다. 그런 탓에 가볍게 들러 적당하게 끼니를 때우는 데에 특화된 차찬탱은 좋은 평점을 받기가 무척 어렵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차찬탱 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평점과 평가를 보유한 집이다. 동네 사람들이 사랑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꽤나 이른 아침이었지만...
[여자친구와 함께한 연말 홍콩 여행] 전날 쟁여둔 베이크하우스의 쿠키와 스콘으로 하루를 연다. 요 근래에 홍콩에서 가장 잘나가는 에그타르트 집이지만 비단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잘하는 집은 뭐든 잘하는 법, 쿠키는 말할 나위가 없고 대파 향 슴슴하게 품은 스콘 역시 아주 옳다. 쿠키만 씹고 있으려니 목구녕이 텁텁하다. 급하게 숙소 앞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공수한다. 여기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스웨덴 감성 그득한 홍콩의 카페, 피카파브리켄이다. 그런데 연말을 맞이해 귀여운 축하 인사를 영어로 곁들인 커피가 있는. 과연 홍콩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과 교류의 중심 다운, 실로 글로벌한 하루의 시작이다. 길 위에 빼곡하게 드리운 분주함은 아마도 나와 여자친구가 남기고 가는 아쉬움이리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기며 거리와 작별한다. 짧았던 연말 홍콩 여행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돌아가는 비행기는 꽤나 늦은 오후에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곰곰이 따지고 보니 생각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므로 고민하지 않는다. 택시 한 대를 잡아채고는 곧바로 M+ 플리즈를 외친다. 사장님 허리 업 스피드 업, 츄라이 츄라이. 전날 저녁을 함께했던 여자친구 대학 동기 부부의 추천으로 걸음하게 되었다. 까우룬 역에서 도보로 5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떠오르는 문화 공간, M+ 인사드립니다. 구룡반도 서쪽의 오래도록 방치되어 있던 황무지...
[여자친구와 함께한 연말 홍콩 여행] 똑똑, 계십니까. 시간이 늦었습니다. 얼른 일어나십쇼. 한적하게 드리운 이른 아침의 여유를 가만히 망연해 본다. 어제만큼 깨끗하고 청명한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볍다. 느긋하게 뜨끈한 물을 뒤집어쓰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길을 나선다. 홍콩 여행의 세 번째 아침이 밝았다. 거리의 소음을 벗하며 나지막한 언덕을 오른다. 문득 뒤돌아 마주한 풍경에서 10년 전, 홍콩을 처음 여행했을 때 느낀 어수선함을 발견한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는 눈앞에 놓인 일상을 가만히 망연한다. 많은 것이 달라진 와중에도 한결같은 것이 있다.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좁은 골목길 너머에 소담한 여유가 기다린다. 우리의 세 번째 아침이 시작될 요람이다. 여자친구는 휴가를 보내는 중이지만 컴퓨터 앞에서 미팅 준비로 분주하다. 타이밍 이즈 나우, 이 토스트는 이제 제 겁니다. 홍콩에서 맛있는 커피를 경험한 기억이 딱히 없는데, 여태 잘하는 집을 못 가본 탓이었나 보다. 이번 여행에서 즐긴 모든 커피가 만족스럽다. 한 잔도 거르지 않고 만족스럽다. 찰나의 여유와 작별하고 다시금 부산함 속으로 뛰어들었다. 트램에 몸을 싣고는 멀어져 가는 풍경을 망연한다. 이 길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리 배, 침사추이로 향하는 스타 페리입니다. 오늘도 저희는 손님들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포근함 머금...
[여자친구와 함께한 연말 홍콩 여행] 어제는 가진 옷가지를 있는 대로 둘러도 들이치는 한기를 막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다. 두 팔 벌려 희미하게나마 드리운 온기를 맞이해 본다.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5년 만의 홍콩 여행, 그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한 주를 시작하는 찰나의 분주함을 벗하며 10분 남짓을 걸었다. 동네 사람들의 안온한 일상이 깃든 오랜 사랑방이자 따뜻하고 맛있는 밥솥, 피치드래곤에서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테다. 홍콩을 한두 번 여행한 것이 아님에도 이 정도로 가감 없는 현지의 밥상은 처음인 듯하다. 떡볶이를 닮은, 마장 소스와 고추장 비스무리한 것이 발린 창펀은 특별한 구석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쉴 새 없이 손이 간다. 피치드래곤의 진정한 킥, 완탕면 입갤. 별스럽게 여길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워낙 평범한 재료의 향연이라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만들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여행을 마친 지금도 이따금 생각이 난다. 빠꾸없는 단짠단짠의 파도, 깊은 맛 따위는 추호도 없지만 쌔빠닥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사랑해요 완탕면. 기분 좋게 부른 배를 두들기며 다시금 길 위에 선다. 이 걸음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홍콩섬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샤우케이완, 그리고 새로운 여정의 초입. 저 버스는 나와 여자친구를 조그마한 산골짝의 어드메로 데려다줄 테다. 이곳의 멋짐에 대해서는 여자친구로부터 뻔질나...
[여자친구와 함께한 연말 홍콩 여행] 1년 만에 인사드리네요. 그간 기체후 일향만강하셨나이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에 익숙한 보랏빛 쇳덩어리가 홀로 망중한을 읊는다. 홍콩 여행의 가장 오래고 든든한 벗, 홍콩 익스프레스의 A321이 활주로를 박차 오를 준비로 분주하다. 이번에는 여자친구와 함께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작년 연말에 이어 올해의 마무리도 홍콩의 몫이 되었다. 여행하기 편한 일정과 저렴함, 오직 두 가지 장점만으로 승부하는, 실로 홍익항공스러운 단출함이 시선 닿는 곳마다 가득하다. 물 한 잔도 돈 내고 마셔야 하는 홍콩 익스프레스에게 서비스 따위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좌석은 당연히 뒤로 젖힐 수 없다. 하지만 놀랍지 않다.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체를 인천에 투입했다는 사실이 그저 반가울 뿐이다. 경쾌하게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라 네 시간 남짓을 부지런히 날았다. 약간의 잿빛이 드리운 공항의 분주함을 마주한 것은 오후 3시를 갓 넘긴 즈음이었다. 1년 만이다. 마침내 홍콩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짐작한 것보다 훨씬 진지한 겨울 기색이 시선 두는 족족, 걸음하는 곳마다 가득하다. 이 정도로 성탄 전야의 정취가 본격적으로 드리운 여정의 초입은 여태 경험한 적이 없다. 적잖이 당황스럽다. 제아무리 가을 옷이라고 해도 나름 세 겹이나 둘렀는데, 이 정도로 경우 없는 싸늘...
지극히 개인적인 홍콩 맛집 리스트 지금까지 다녀온 홍콩이 열 번쯤 된다. 2013년에 마수걸이했으니 올해로 10년 차, 나름 경력직. 여자친구는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여기는 진짜 전문가. 그래서 아는 게 많다. 덕분에 나도 많이 배웠다. 가족 여행으로 무려 4년 반 만에 홍콩을 다시 찾았다. 간만에 즐긴 홍콩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실패하지 않을 맛집들만 모아 봤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만족스러울 테다. 직접 발로 뛰고 입으로 일하며 수집한 홍콩 맛집 리스트,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상하이 라오라오(Shanghai lao lao) 절대로 망할래야 망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찾은 홍콩의 모든 맛집을 통틀어도 손에 꼽는다. 여기보다 안전하고 무난하며, 뭐든 맛있는 집은 많지 않다. 홍콩 내에 꽤나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홍콩과 아무 관련 없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의외로 홍콩 토박이다. 실제 상해에 있는 상하이 라오라오를 본 딴 거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둘은 서로 많이 다르다. 한국인은 잘 모르는 진짜배기 현지인 맛집이고, 나와 여자친구가 정말로 사랑하는 홍콩 맛집이다. 상하이 라오라오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마파두부가 유명한 집이다. 그리고 탄탄면이 말도 안 되게 맛있는 집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먹어본 모든 탄탄면을 통틀어서 단연 군계일학이다. 딘타이펑이니 크리스탈 제이드니 로컬 맛집이니 하...
청흥키 홍콩 Central, Lyndhurst Terrace, 48地下 Cheung Hing Kee Shanghai Pan-Fried Buns 홍콩 Central, Lyndhurst Terrace, 48地下 이른 아침부터 홍콩 앞바다를 가르는 우리의 통통이 1호. 다음 내리실 곳은 센트럴, 센트럴입니다. 굉장히 간만에 찾은 홍콩이다. 무려 4년 반 만. 하지만 뜻밖에도 동네의 풍경은, 변한 듯하면서도 기억 속 많은 것이 그대로다. 센트럴의 명물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길섶의 풍경도 지난 여행과 달라진 것이 없다. 홍콩의 밤을 화려하게 장식하던 네온사인의 울긋불긋함이 잦아든 것 같은 느낌은 있다. 하지만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렵다. 뜨내기의 눈에는 여전히 기억 속의 홍콩이다. 많은 것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동네 사람들의 눈에는 실제로도 많은 것이 변했을 텐데 말이다. 이 집도 기억하던 자리에,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간 기체후 일향만강하셨습니까. '상해생전포'라는 조금 생소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 집이다. 미슐랭 별은 없지만 가이드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동네 명물이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듯하지만 어쨌든 맛집. 센트럴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상해의 향기, 여기는 홍콩 딤섬 맛집 청흥키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열고 마지막 주문은 오후 8시 30분이다. 결제는 옥토...
셩완 딤섬스퀘어 홍콩 Sheung Wan, Jervois St, 78號太興中心二座低層地下 Dim Sum Square 홍콩 Sheung Wan, Jervois St, 78號太興中心二座低層地下 2층 트램에서 내려다보는 홍콩의 풍경은 사람 키높이에서 마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와 매력이 있다. 한편으로는 덜컹거리는 소음이 만연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고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녀석이 가진 매력을 대체할 만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엄마와 동생은 홍콩 여행이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과연 예상하던 대로였다. 조금 뒤에 청차우 섬으로 가는 배를 탈 건데, 항구까지 갈 때에도 또 트램을 이용하잔다. 간만에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아침을 시작한다. 4년 반 만의 홍콩 여행, 그 세 번째 아침이 밝았다. 조만간 먼 길을 떠날 예정이므로 아침을 든든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간밤에 구글 지도와 오픈라이스를 한참 뒤적거렸다. 동생과 함께 장시간의 열띤 토론을 거쳤고, 그 끝에 딱 한 곳의 후보지만을 남겼다. 둘도 아니고 오직 하나. 요행을 바랐다기보다는 확신이 있었다. 여기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과 확신. 바로 지금이다. 그 굳건한 믿음에 대한 보상을 받을 시간이 되었다. 여기는 셩완역에서 도보로 5분 남짓 떨어진 오랜 역사와 전통의 홍콩 딤섬 맛집, 딤섬 스퀘어다. 이 집...
팀호완(Tim ho wan, Olympian city) Shop G72A-C, G/F, Olympian City 2, 18 Hoi Ting Rd, Tai Kok Tsui, 홍콩 가족들과 함께하는 홍콩 여행, 그 두 번째 아침이 밝았다. 슬그머니 서광이 비치는 바깥 풍경을 망연하며 가만히 생각한다. 오늘 뭐 먹지. 하지만 고민하지 않는다. 나는 누구보다 홍콩을 많이 경험한 놈이고, 이 동네에는 삼시 세끼 한 달을 즐겨도 모두 섭렵하지 못할 정도로 맛집이 많으니 말이다. 가족들을 이끌고 당당하게 걸음을 옮긴 끝에 닿았다. 이곳의 정체는 올림피안 시티, 몽콕역에서 멀지 않은 신도심의 어드메다. 엄청나게 거대한 쇼핑몰이다. 그런 만큼 맛있는 집들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우리의 둘째 날 아침을 책임지게 된 팀호완 역시 그중 하나다. 태자역 인근에 있는 본점이나 IFC 몰에 있는 분점에 비하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역시나 대기가 적다는 점이다. 어쨌든 팀호완이라서 기다림은 필수다. 하지만 다른 지점들에 비하면 파리 날리는 수준이다. 기다리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나는 이곳의 존재가 너무나 감사하다. 이 녀석이 없었다면 여태 홍콩 팀호완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 아마도 11시를 살짝 넘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대기가 있다. 길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IFC 몰이나 본점에 비하면 귀여운...
상하이 라오라오 침사추이점 Wharf T & T, Star House, Canton Rd, Tsim Sha Tsui, 홍콩 반갑습니다. 홍콩. 그간 기체후 일향만강하셨나이까. 무려 4년 반 만에 찾은 홍콩이다. 2019년 봄, 범죄자 인도인 법으로 홍콩이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기 직전에 찾았던 홍콩은 여자친구와 함께였다. 그리고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중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홍콩 여행을 하면 언제나 마음이 편하다. 여자친구가 홍콩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이다. 친구도 많고 아는 것도 많고, 당연히 말도 잘 통한다. 덕분에 나는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따라다니기만 해도 즐기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조금 다르다. 처음으로 가족들을 이끌고 찾은 홍콩이다. 물론 나 역시도 10번 가까이 홍콩을 경험한 나름 전문가다. 하지만 혼자서 뚝딱거리는 것과 누군가를 안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다. 신경 써야 할 것들 투성이였다. 하다못해 교통카드 충전을 어디서 해야 하는지 같은, 지극히 사소한 것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찰나만큼도 고민하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첫 끼로 무얼 먹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무 고민 않고 곧장 침사추이로 내달렸다. 그러고는 페리 터미널이 있는 거리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1881 헤리티지의 맞은편, 사사와 왓슨즈가 있는 건물의 지하에 있다. 여기는 나와 여자친구가...
돈돈돈키 침사추이 B1, No.118 Nathan Rd, Tsim Sha Tsui, 홍콩 여전히 날은 덥지만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가방을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 들숨에는 땀방울, 날숨에는 헉 소리가 절로 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택한 홍콩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수밖에. 발견한 건 전날 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대충 훑어만 보고 말았다. 그래서 눈 뜨기가 무섭게 달려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 펭귄 놈이 맞는데도 짝퉁은 아닐까 한참을 의심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아는 그 녀석이 맞는데, 매장을 둘러보면서도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못했다. 공식 홈페이지를 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하지만 자꾸만 물음표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돈키호테라니. 여기가 일본도 아닌데 말이다. 매장의 초입부터 영락없는 돈키호테다. 이름은 돈돈돈키로 살짝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사방 천지에 난잡하게 널부러진 풍경 역시 너무나 익숙하다. 아무리 봐도 돈키호테가 맞다. 이쯤 했으면 의심은 거두어도 될 듯하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한다. 일본 돈키호테 매장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에 중점을 맞춘 덕분에 새로운 구경거리 같은 것은 전무하다. 그 대신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일본 현지보다는 당연히 비쌀 테다. 그래도 저렴이의 대명사 돈키호테 아니겠는가. 조금만 발품 팔면 괜찮은 ...
타이쿤(Tai Kwun) 10 Hollywood Rd, Central, 홍콩 Tai Kwun Tai Kwun, 10 Hollywood Rd, Central, 홍콩 가족들과 함께 떠나온 홍콩. 간만의 가족 여행인 데다가 나름 전문 분야라서 그런지 느껴지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계획한 일정이었다. 덕분에 가족들은 만족하는 눈치다. 일정이 조금 빡빡했는지 이따금은 힘든 기색을 비출 때도 있었다. 그래도 대체로 만족스러운 여행이라고 느끼는 듯하다. 참으로 다행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누구십니까.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부근을 헤매던 중에 걸음이 닿았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중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익숙한 거리를 거닐고 있었는데 말이다.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오히려 좋아. 계획에 없던 구경거리가 생겼다. 구글 지도 덕분에 정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한자로는 대관, 이 동네 발음으로는 타이쿤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한때 교도소와 경찰서가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복합 문화 공간이 되었고 말이다. 곳곳에 흘러간 역사를 증명하는 풍경이 즐비하다. 높다랗게 솟은 담벼락과 좁은 골목, 볕이 거의 들지 않는 치밀한 설계까지. 이 공간의 내막을 전혀 몰라도 교도소였음을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1858 같은 숫자가 써진 것을 보니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에 지어진 건...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 Temple St, Jordan, 홍콩 템플스트리트 야시장 Temple St, Jordan, 홍콩 밤낮 할 것 없이 빛이 아름다운 도시, 홍콩.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오늘의 석양도 그런 홍콩의 명성을 드높이기에 모자람이 없다. 4년 반 만의 홍콩 여행이 작별의 순간을 향해 가는 중이다. 지난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아스라이 잘 가라 손짓한다. 섭섭하지만 어쩔 수 없다. 떠날 시간이 멀지 않았다. 아련하게 딛는 발걸음은 이곳저곳을 흥청거린다. 마지막 날 밤이니 만큼 계획 같은 건 없이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몸을 맡겨 본다. 빛바래고 허름한 질감의 홍콩 영화 속 장면들이 내 곁을 스친다. 한두 번 마주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간만이라서 그런가, 바라보는 감상이 유난하다. 기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어스름이 맹렬한 기세로 들이친다. 어느 틈에 대지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인공의 빛이 하나 둘 거리를 밝히기 시작한다. 마침내 불야성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렇게 한참을 유람하던 중에 불현듯 걸음이 멎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초면인데, 그저 그런 거리는 아닌 듯 보인다. 뭔가 단서가 있을까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패방을 발견했다. 나직하게 불을 밝힌 현판에 써진 글씨를 읽어 본다. 템플 스트리트. 처음 뵙는 게 맞네요. 기체후 일향만강하셨습니까.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야시장으로 유명한...
홍콩 금융관리국 전망대 55th Floor, Two International Finance Centre, 8 Finance St, Central, 홍콩 거의 열 번 가까운 홍콩 여행 끝에 비로소 만나게 되었다. 리펄스 베이는 기대하던 대로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헛짓거리 하다가 양말과 신발 한 짝이 홀라당 젖기는 했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볕이 따가웠던 탓일까,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전신에 피로가 덕지덕지 붙었다.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 뭔가를 찾아 헤매는 것도 귀찮다. 이럴 때는 뭘 해야 하나. 그렇게 목적을 잃고 헤매던 중 불현듯 무언가 머릿속을 스친다. IFC 몰에서 멀지 않고 돈도 들지 않으며 실내라서 땡볕에 노출될 일도 없다. 그야말로 완벽한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이 걸음의 끝에서 나는 홍콩 금융관리국을 만날 것이다. 갑자기 뭔 뜬금없는 말인가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홍콩 금융관리국에는 전망대가 있다. 무려 IFC 55층에서 홍콩섬의 가장 번화한 동네를 공짜로 내려다볼 수 있는데 여권만 있으면 누구나 다녀올 수 있고 입장료도 없다. 곳곳에 보이는 'Two ifc' 표지를 따라 애플 매장을 지나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아주 친절한 안내가 곳곳에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어렵지 않다. 'Two ifc'만 읽을 수 있다면, 심각한 길치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문제없이 닿을 수 있다. 혹 길을 잃었다면 좌절하지 말고 어떻게...
리펄스 베이 Beach Rd, Repulse Bay, 홍콩 리펄스 베이 홍콩 리펄스 베이 푸른 바다가 있어 아름다운 홍콩. 그 중심에 스탠리 베이가 있다. 2023년 10월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고급 휴양지가 많기로 유명한 홍콩의 남쪽 해안이지만 여태 가본 곳이라고는 스탠리 베이 하나밖에 없었다. 열 번 가까이 홍콩을 여행했지만 대부분은 유학 중이던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함이었다. 아는 곳만 부지런히 다녔고, 새로운 시도는 귀찮다는 핑계로 매번 뒷전이었다. 그래도 이렇게나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스탠리 베이를 경험한 이후로 무려 6년 만이다. 버스로 몇 정거장 되지도 않는데 참 오래도 걸렸다. 워낙에 유명한 휴양지다. 덕분에 대중교통으로도 어디에서든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편한 것은 역시나 센트럴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다. 출발지는 IFC 몰의 바로 뒤편에 자리하는 Exchange square(익스체인지 스퀘어) 1층에 자리한 버스 터미널이다. 6번과 6X, 66번과 26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워낙에 다니는 버스가 많아서 내가 미처 모르는 버스가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직접 부딪히며 알아낸 바로는 위의 세 노선이 리펄스 베이로 향한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버스들은 대체로 리펄스 베이를 거쳐서 스탠리까지 향한다. 불이 꺼진 채 손님을 기다리는 6X도 그런 녀석 중 하나다. 요금도 크게 비싸지 않다. 버스마...
K11MUSEA 18 Salisbury Rd, Tsim Sha Tsui, 홍콩 K11 MUSEA 18 Salisbury Rd, Tsim Sha Tsui, 홍콩 이게 얼마 만의 홍콩이냐. 눈물 나게 반갑습니다. 격랑의 소용돌이가 조금 더 심해진 듯한 인상을 미묘하게 준다. 홍콩의 거리를 상징하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도 조금은 줄어든 것 같다. 아마도 정비 사업의 영향이다. 하지만 대체로 기억 속의 홍콩이다. 살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잠시 머무르다 가는 뜨내기의 눈에는 그렇다. 물론 모든 것이 그대로는 아니다. 태국 출신의 대형마트인 빅씨 마트를 이곳저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일본에만 머무를 줄 알았던 돈키호테도 어느 틈에 상륙했다. 그리고 침사추이의 끝자락, 스타의 거리를 벗한 구룡반도 어드메에는 역시나 본 적 없던 쇼핑몰이 새롭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2019년 여름에 생겼다고 한다. 이름은 K11MUSEA. 바로 직전의 홍콩 여행이 2019년 3월이었으니 그야말로 간발의 차로 탄생의 순간을 놓쳤다. 초면이긴 하다. 하지만 결코 어리지 않은 녀석이다. 지난 여행으로부터 꽤나 긴 시간이 흘렀다고 느끼는 만큼, 이 녀석도 적잖이 나이를 먹은 것이다. 여자친구가 여기만큼은 꼭 다녀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아마도 여전히 홍콩에서 살고 있는 여자친구의 대학 동기들 덕분이다. 홍콩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공간인 만큼 동네 사람...
빅토리아피크 주소 : 128 Peak Rd, The Peak, 홍콩 빅토리아 피크 홍콩 The Peak, 빅토리아 피크 이 식상한 걸 사람들은 왜 올라가려고 난리지(10번째 빅토리아 피크 트래킹 완료를 눈앞에 두며) 틀린 말은 아니다. 이보다 식상한 여행 명소가 홍콩에 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식상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다. 누군가 여기보다 더 나은 데가 있냐고 묻는다면, 딱히 답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여자친구가 홍콩에서 대학을 나온 덕분에 그 누구보다 홍콩을 자주 들락거렸다. 그런 만큼 빅토리아 피크 역시 누구보다 자주 들락거렸다. 마땅히 할 게 없으면 피크 정상으로 향하는 산책로의 초입에 발을 들였으니, 지금까지 다녀온 횟수를 모조리 합하면 스무 번은 족히 될 듯하다. 전망대가 있는 곳의 해발고도 428m. 사실상 바다에서부터 고도를 올리는 것이므로 428m를 온전히 올라야 한다. 그것도 20도는 족히 될 것 같은 어처구니 없이 가파른 경사를 따라서 말이다. 하지만 그게 묘미다. 정신없이 걸음을 딛다가 길섶에 펼쳐진 홍콩의 밤을 보고 있노라면 그간의 고생은 온데간데없다. 매번 식상하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면서도 홍콩 여행을 할 때마다 빅토리아 피크에 오르는 이유다. 이렇게 불현듯 다가오는 홍콩의 밤은 너무나 황홀하다. 걷는 게 싫다면 버스를 타도 된다.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섬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 버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