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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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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리뷰]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왜당신은죽어가는자신을방치하고있는가 #고윤 #딥앤와이드 도서협찬 #신간리뷰 부디 지친 마음을 챙기며 무너지기 전에 삶을 돌보길 바란다. 첫 생각 시리즈 3부작의 세 번째 이야기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는 제목부터 나를 한 대 치는 거 같았다. 제목을 자꾸 되뇌기만 해도 내가 어디가 잘 못 되어가는 중인지 인식이 되는 게 신기했다. 아마도 무의식의 나는 알고 있는 걸 현실의 나가 자꾸 회피했나 보다. 이 제목만으로 내 잘못을 내가 깨닫게 되는 이상한 경험 때문에 이 책이 굉장히 철학적으로 느껴졌다.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다양한 증후군으로 표현되는 증상들은 현대인이면 하나씩 혹은 서너 개쯤 지니고 있는 증상이다. 나 역시 지나왔던 길에서 겪어낸 증상들도 있었고, 앞으로 걸릴지도 모를 증상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난 게 반가웠다. 지나온 증후군은 그때의 나를 이해하는데 필요했고, 걸릴지도 모를 증후군들을 살피며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갖게 해줬다. 짧은 내용이지만 그래서 더 각인이 되는 거 같다. 좋은 얘기도 길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저 그런 얘기가 되니까. 한 꼭지의 이야기 끝에는 유명인들이 남긴 말이 담겼다. 그 챕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서너 줄로 요약한 명언들이 또다시 무릎을 치게 한다. 주목받고 싶...

2024.10.28
7
잘 쓴 이혼일지 - 6주 만에 브런치 누적 조회수 100 뷰의 이혼일지

잘 쓴 이혼일지 #잘쓴이혼일지 #이휘 #21세기북스 도서협찬 #신간리뷰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무례하지 말아야지'라는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처럼 굴면서도, 그 문장 뒤에는 시퍼런 칼 같은 마음도 함께 품고 있었다. 언제 서로에게 베일지 모르는 위험한 관계였다. 누군가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은 괴로울 줄 알았다. 연애부터 육아까지 이제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책을 통해서 배우는 시대다. 이 책을 받고 나서 '이제는 이혼도 책으로 배워야 하는 시대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혼일지'라는 말처럼 이 책에는 이휘 작가의 <이혼>이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모든 감정들이 담겨있다. 곳곳에서 만나는 눈물들은 그의 당찬 글과는 다른 모습이라 그 감정을 헤아려 보곤 했다. 더 이상 가정을 이루고 살았던 사람과 같이 살 수 없어서 '이혼 프로포즈'까지 했던 사람치고는 눈물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라도 그렇게 많이 울었을 거 같다는 느낌이든다. 나만의 '가정' 나만의 '가족' '내 편'이었던 사람과의 이별은 잘잘못을 떠나서 상당히 괴로운 감정일 테고, 그런 결정을 내린 건 나지만 그래서 자꾸 죄책감도 들 테고,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서럽기도 했겠고, 상대방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고, 왜 처음에 알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감도 계속 밀물처럼 밀려왔을 거 같다. 그럼에도 작가는 자기 마음을 정리하고 다독이며 나아간다...

2024.10.09
3
보통 이하의 것들 - 페렉이 페렉한 글들 사이를 걷는 기분은 새로운 글 기법들 앞에서 생소해지는 기분이었다.

보통 이하의 것들 #보통이하의것들 #조르주페렉 #녹색광선 #신간리뷰 어떻게 '평범한 것들'에 대해 말하고, 어떻게 그것들을 더 잘 추적하고 수풀에서 끌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그것들을 끈끈하게 감싸고 있는 외피에서 떼어내고, 그것들에 하나의 의미, 하나의 언어를 부여할 수 있을까. 마침내 그 평범한 것들이 자신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 <사물들>이 아니라 <보통 이하의 것들>로 페렉을 만난 것도 인연인 거 같다. 이 책이 페렉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잘 보여주는 거 같으니까. 에세이라고 하기에도 안 어울리고 그저 끄적임 정도? 그 끄적임도 페렉이기에 책이 되는 것이지. 인상적인 대목은 빌랭 거리와 엽서들이었다. 빌랭 거리를 읽으며 영화 <스모크>가 생각났다. 하비 케이틀이 매일 하루도 빼지 않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찍는 사진 한 장. 인물만 다르게 찍힌 이 사진이 어떤 걸 뜻할지 아무도 몰랐다. 모아 보기 전에는. 그 사진 자체가 하나의 역사가 된다는 사실이 짜릿했다. 페렉에게 빌랭 거리가 있었다면 내게는 대학로가 있다. 빌랭 거리는 페렉이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고 그곳엔 어머니가 하셨던 미장원이 남아 있었다. 사람은 사라지고 장소만 남은 거리 빌랭... 그러나 그는 그곳을 쉬이 찾아갈 수 없었다. 그러다 빌랭 거리의 철거가 결정되고 그는 그곳이 사라질 때까지 그곳에 대한 기록을 한다. '장소들'은 그...

2024.01.25
3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 제목 그대로 인간은 지구상 모든 생물과 공존하는 중이다.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펭귄들의세상은내가사는세상이다 #나이라데그라시아 #푸른숲 도서협찬 #신간리뷰 남극에서 펭귄들의 생태를 조사하며 그들과 함께 성장해간 젊은 생물학자의 성찰기. 남극의 신사라는 별칭으로 친근하게 다가온 펭귄. 뒤뚱뒤뚱 거리는 걸음걸이와 두 발로 서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당당하기도 한 동물 펭귄. 최근 들어 펭수 때문에 한층 더 친근해진 펭귄의 서식지 남극에서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생태를 조사했던 생물학자의 이야기가 이토록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내가 느낀 재미는 겉핥기 식으로만 알고 있던 펭귄 조직(?)에 대해 남극의 자연에 대해 그 안에서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그리고 열정 가득한 젊은 생물학자의 성찰에 대한 것이다. 쉽게 읽히는 글이 일기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해서 그가 들려주는 남극에서의 6개월이 내게는 마치 입동 준비 중에 하나 같았다. 겨울맞이 겨울 이야기랄까.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이야기는 총 4부로 나뉜다. 펭귄이 알을 낳고, 그 알을 깨고 나온 새끼 펭귄들을 맞이하고 무리 짓기에 들어가는 펭귄들을 살피고 성장해서 바다로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그린다. 똑같아 보이는 펭귄의 특성을 알아보고 구분하게 되는 과정 암컷과 수컷을 알아보고, 털갈이를 하는 성체와 털갈이를 마치고 바다로 돌아가는 성체를 알아보게 된다. 펭귄을 그저 남극의 동물...

2023.11.19
4
낱말의 장면들 - 가을과 어울리는 책

알쭌한 글들이 마음에 담긴 시간. #낱말의장면들 #민바람 #서사원 도서협찬 #신간리뷰 은결든 시간이 오래 묵어 만들어진 알심은 단순한 알심이 아니라 꽃심. 귀하고 품격 있는 향기를 풍기는 마음이 된다. 요즘 나는 노루잠과 눈썹시름을 하는 나날이다. 불면증이라는 말보다 훨씬 괜찮은 상태라는 느낌을 주는 말이다. 처음 들어 보는 말인데도 왠지 그 뜻을 가늠할 수 있다. <낱말의 장면들>에서 만나는 낯선 낱말들은 내가 아는 낱말들 보다 더 분위기 있다. 그런데 나는 왜 여태껏 들어보지 못했을까? 글솜씨 좋은 작가를 만났을 때는 마음이 해낙낙해진다. 나를 깨단하게 한다. 처음 읽는 작가님의 글에 마음이 누그러워지고,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나 역시 풀쳐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다 때가 있다는 말은 다른 의미로 쓰였어야 했다. 미래를 상상하며 정신 차리라는 뜻이 아니라, 과거나 미래에 시선을 뺏기지 말고 현재 속에 흠뻑 젖어 있으라는 뜻으로. 나 자신과 함께 생각을 하고, 반성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세상을 점차 이해하게 된다. 누군가의 좋은 말과 글을 읽어도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과 함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낱말의 장면들>을 읽으며 나와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글 곳곳에서 슬며시 나를 건드려 주는 문장들을 만났다. 낯선 낱말을 앞에 두고 내가 써왔던 단어들과 대체할 연습을 한다. 알쭌한 문장들 앞에서 ...

2023.11.09
방랑기 -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글로 보는 느낌의 감성 에세이

방랑기 꾸며낸 이야기들 속에서 헤엄치다 누군가의 고스란한 일상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소설들 사이 마주치는 에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 그래서 잠시 낯선 이의 나날들을 몰래 들여다본 기분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글로 보는 느낌이랄까? 가끔 읽는 남 작가들의 에세이에는 허세가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허세를 감추기 위해 애쓰는 글들이 와닿지 않았는데 처음 만난 최형준 작가의 글은 그냥 그대로의 느낌이 난다. 조심스러운 느낌 한 스푼 찌질한 본성 한 스푼 느리게 걷는 이미지 한 스푼 고심하고 누르는 찰칵거림 한 움큼 말랑하게 피워대는 담배 연기 한 움큼 수줍은 속내 한 가닥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협하지 않는 자기반성 한 가닥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버려 두는 본성 한 바가지 방랑기를 읽으며 느낀 감정들이다. 분 단위로 적어간 글들에선 열망이 커피숍 방랑기는 괜시리 성실했고 흑백 필름으로 찍어야 하는 이유는 쓰라렸다. 감성만으로는 살 수 없고 돈이 없어서 불편하지만 내 스타일을 바꾸고 싶지 않고 나는 나라는 명제 앞에서 불안한 현실들이 눈에 보인다. 누구나 그런 방랑기를 거치거나, 거쳤거나, 거칠 예정이다. 최형준 작가의 방랑기가 특별한지는 모르겠다. 다만 다른 점은 그걸 직시하는 자신의 시선이다. 미화하지 않고 그냥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으니까... 내 방랑은 늘 스스로와 타협하고, 포장하고, 미화한다...

2023.03.30
거기 눈을 심어라 - 과연 우리는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거기눈을심어라 #m리오나고댕 #반비 #신간리뷰 여기에서 잠깐 눈멂을 암흑 또는 검은색과 동일시하는 해묵은 경향은 대체로 시각장애인의 경험과는 같지 않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거기 눈을 심어라>를 쓴 작가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아니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명으로 시각을 잃기 시작했다. 보이는 눈에서 보이지 않는 눈을 갖게 된 저자는 해박한 문학적 견해로 눈멂이란 어떤 것이가에서부터 비시각장애인들의 세상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거기 눈을 심어라>는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안다고 생각하는 시각장애에 대한 풍부한 문학적 예를 들며 그 알 수 없는 세계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비시각장애인들의 고정관념들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의 생각마저도 비시각장애인들에게 맞춰야 하는 현실에 대한 것을 읽고 나니 내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어떤 것'이 정말 제대로 된 '어떤 것'이 맞는지를 곱씹어 보게 된다. 시작장애는 선천적 장애와 후천적 장애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사람들의 세계는 다르다. 정확하게 어떻게 다른지 모르지만 그 차이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광학 유리'가 없다면 인간이 볼 수 없는 세계를, 신은 무슨 목적으로 창조했단 말인가? 태초 이래 인가의 시각이 신의 창조물 중에 일부만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그 많은 여분의...

2023.02.14
배우처럼 말하고 주인공처럼 산다

#배우처럼말하고주인공처럼산다 #오정훈 #가디언 #신간소개 #책에대한끄적임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간대에 살고 있는 거 같습니다. 조리 있게 말하는 방법, 명확한 발음, 내 생각을 군더더기 없이 전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런 이유로 읽고 싶어졌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속 대사들로 배우는 말 하는 법. 말하기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터라 이 책으로 공부해 보려 합니다. 단계별로 따라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라 생각됩니다. 호흡, 목소리, 발음, 화술까지 배울 수 있는 책. 책으로 말하기를 배운다는 게 어쩜 틀린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책에 적힌 내용을 무한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으니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처럼 말하고 주인공처럼 산다 저자 오정훈 출판 가디언 발매 2022.12.22.

2022.12.28
야만의 꿈들 1부 먼지, 미래를 지우다.

#야만의꿈들 #리베카솔닛 #반비 #책에대한끄적임 #중간리뷰 우리가 체포 이상의 더 가혹한 대우를 받지 않은 이유는 돈 그리고 땅과 연관되어 있었다. 나에게 네바다의 이미지는 시체 저장소다. 해리 보슈에서 네바다는 연쇄살인마 '시인'의 시체 저장소였다. 사막의 건조함, 끝도 없이 넓은 광활함, 아무도 찾지 않는 곳. 그곳은 살인마들에게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런 네바다는 '눈처럼 새하얀'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미국과 영국은 네바다에서 핵실험을 했다. 40년간 한 달에 하나씩 핵폭탄 실험을 했다. 그러기 위해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의 땅을 빼앗았다. 그리고 민간인의 출입을 불허했다. 핵폭탄이 터지고, 버섯구름이 솟구치고, 땅은 신음했고, 구름이 퍼져 내려앉은 낙진은 바람 따라 날아갔다. 사람이 덜 사는 곳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폭탄을 터뜨렸다고 하니 아주 계산적이고 치밀한 은폐였다. 리베카 솔닛의 글이 사람들에게 자꾸 읽히는 이유는 자료들을 쌓아두고 방구석에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것들을 가지고 살아있는 글을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글은 우리를 한곳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네바다 핵 실험장을 이야기하면서도 솔닛은 그에 걸쳐진 수많은 가지들을 언급한다. 핵실험을 리허설로 표현한 것은 솔닛의 글이 어떻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게 되는지를 잘 표현한 말이다. '안보...

2022.12.19
2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23인의 작가가 말하는 소설이란?

#소설엔마진이얼마나남을까 #작가정신 도서지원 김사과 / 김엄지 / 김이설 / 박민정 / 박솔뫼 / 백민석 / 손보미 / 오한기 / 임 현 / 전성태 / 정소현 / 정용준 / 정지돈 / 조경란 / 천희란 / 최수철 / 최정나 / 최진영 / 하성란 / 한유주 / 한은형 / 한정현 / 함정임 #신간리뷰 현존하는 23인의 작가들이 '소설'에 대해서 에세이 한 편씩을 내놓았다. 작가정신 출판사 35주년 기념 에세이 집으로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는 작가 오한기의 에세이 제목과 같다. 일단 다시 쓸 수 있게 된 점. 오늘도 썼다는 사실, 오늘도 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하다는 사실. 그 뜻깊은 기록이어서 의미 깊은 작업 일지가 되는 것이다. '소설'을 쓰는 작가들에겐 화수분 같은 이야기의 원천이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매일 같이 쓰고 또 써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들이 그들에게서 넘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책을 읽고 그 느낌을 남기려고 리뷰를 쓰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소설가'라는 직업. 그러나 이 에세이 속의 작가들은 누구라도 전혀 쉽지 않았다. 한 줄 써놓고 멍 때리고, 쓰긴 쓰는데 뭔 소린지 모르겠고, 써야 하는데, 써야지, 쓸 거야를 외치지만 고요한 키보드 세상. 쥐어짜듯이 글을 짜내는 작업자로서의 '소설' 소설가란 타이틀을 땄지만 그것은 어떻게든 이어가야만 하는 무게로서 어깨를 쳐지게 하는 힘을 가졌다. 때론 남들에게 했던...

2022.12.06
2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결국뉴요커는되지못했지만 #곽아람 #아트북스 나는 1년간 죽 나와 함께 있었다. 내가 짊어지고 있는 내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종종 버겁기도 했지만, 그리하여 나는 나를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데리고 다닌 1년이었다. 1년간 회사에 나가지 않고 해외에서 살아보는 꿈은 누구나 생각해 보는 꿈일 것이다. 나는 가끔 나를 아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아 보고 싶었다.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내가 아닌 '나'로 살아 보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을 읽으며 그것이 나의 꿈으로 끝난 것에 일종의 안도감이 들었다. 어쩜 내가 그만큼 도전을 두려워하는 나이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1년간 뉴욕으로 연수를 떠난 곽아람 기자의 뉴욕 생활은 낭만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는 뉴욕이라서 모든 게 가능하고, 뉴욕이라서 모든 것이 불편한 곳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뉴욕의 풍경이 세련되고, 자유로워 보였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안전과는 거리가 먼 곳이라는 것도 안다. 곽아람 기자의 글에서 느껴지는 뉴욕은 어떨 땐 새롭고, 어떨 땐 두렵고, 어떨 땐 생각지 못한 변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미술'이 담겨 있다. 풍경, 그림, 배경, 자연, 건물, 사람, 공간 등에서 느끼고 깨달은 마흔을 앞둔 뉴욕의 이방인의 모습은 그만큼 쓸쓸하면서도 그만큼 당차 보인다. 저자의 ...

2022.11.30
3
코펜하겐 삼부작 3 의존 - 나는 돈과 권력과 명성을 원해요.

#의존 #코펜하겐삼부작 #토베디틀레우센 #을유문화사 #도서협찬 #신간리뷰 나는 겨우 스무 살밖에 안 됐지만 나의 매일은 먼지처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내 위에 내려앉는다. 어느 하루는 다른 모든 날들과 닮아 있다. 비고 F와 결혼한 스무 살의 토베. 녹색으로 꾸며진 집에서의 생활은 안정적이면서도 불안정하다. 어머니 보다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한 토베에겐 성생활이 없었고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맺을 결실을 기다리는 토베는 점점 결혼한 걸 후회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젊은 예술가 클럽'을 만들고 또래들과 교류하면서 토베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토베의 남자 보는 눈은 어찌나 없는지... 이혼을 요구하는 피에트는 결코 토베를 책임지려하지 않고, 결국 토베를 떠나고 만다. 그가 토베에게 남긴 건 토베의 자유(?) 정도랄까. 이혼녀가 된 토베는 대학생인 에베를 만나고 아이를 갖게 된다. 그리고 첫 소설로 데뷔를 하고 이름있는 작가가 되어간다. "왜 정상적인 보통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당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데." 토베의 글을 읽다 보면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가 자신을 너무 몰랐던 게 아닌가 싶다. 어쩜 에베의 저 말처럼 토베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보통 사람으로 생각했겠지만. '나는 돈과 권력과 명성을 원해요.' 토베를 취재한 신문 기사의 제목이기도 한 저 말이 진짜 토베를 말하는 게 아니었을까...

2022.10.13
5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 숲에 가고 싶어지는 책

#우리는모두꽃그저다른꽃 #최정순 #황소걸음 #신간리뷰 나비나 벌도 날개가 있지만, 훌쩍 왔다가 훌쩍 떠나는 새가 유독 자유로워 보이는 건, 그놈의 '훌쩍'과 '멀리'라는 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올해는 숲에 가보지 못했다. 작년까지는 아무 때라도 답답하거나 걷고 싶을 때면 동네 산을 올랐다. 사람 소리 없고, 차 소리 없는 숲에서 걷는 느낌은 온전한 나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늘 다니는 길보다는 매번 새로운 길을 선호하는 편이다. 길은 언제나 길로 이어져 있기에 어디로 들어서던 늘 되돌아올 여지가 있었다. 숲은 다르다는 걸 몰랐다. 숲에서는 한 발자국만 다르게 걸어도 길을 잃기 십상이다. 숲에서 길을 잃었다. 샛길 하나를 다르게 갔을 뿐이었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나를 인도했다. 겁이 나고 무서웠지만 되돌아갈 생각을 못 했다. 이미 길을 잃은 상태라 어디로 되돌아가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 지나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그 길이 그 길 같았던 그때. 앞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걸어오셨다. 얼마나 구세주 같던지... 숲해설가이자 산림치유 지도사의 숲 이야기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이야기 하나와 마음 치유 알음앓이, 그리고 숲 사진들이 책 한 권으로 마치 숲으로 여행을 온 느낌이 든다. 올해 숲에 가지 못한 것을 책으로 대신하라는 뜻일까? 커다란 일본목련 잎을 양손에 한 장씩 잡고 날갯짓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2022.10.13
2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 내가 알고 있는 치매에 대한 상식을 바꿔 준 책

#치매의거의모든기록 #웬디미첼 #문예춘추사 #신간리뷰 사람들이 치매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치매가 우리의 먹는 방법은 물론 먹는 음식까지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저자는 영국국민의료보험에서 비임상팀 팀장으로 근무하다 58세에 조기 발병 치매를 진단받았다. 이 책은 그가 자신에게 찾아온 현상들에 대해 기록한 것이다. 치매라는 병에 대해서 아는 이들이 정말 없다는 생각을 한 그가 자신의 경험을 적음으로써 이 병에 대한 자료와 자신처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 쓴 책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치매에 대한 지식이 겨우 '기억을 잃어가는 것' 밖에는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외에는 치매가 어떤 병이고,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고, 치매 환자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 앞에서 당황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치매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나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주는 걸까? 사람마다 다르게 진행되고 그 경중이 다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환자가 경험하게 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나 자신이나 내 주변에서 이 병을 가진 사람이 생긴다면 그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당할 수 있는 불이익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의 눈은 예전처럼 음식을 갈망하지도 않는다. 음식과 접시의 색깔 대조가 뚜렷해야 접시에 음식이 ...

2022.10.09
코펜하겐 삼부작 3 - 의존

#의존 #토베디틀레우센 #을유문화사 #도서협찬 #코펜하겐삼부작3 #신간소개 #책에대한끄적임 토베 디틀레우센의 코펜하겐 삼부작 세 번째 이야기 <의존> 제목에서 많은 것이 느껴지는지라 토베의 인생이 다른 차원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삶은 아닐 거 같아서 기대와 동시에 답답해진다. 앞의 두 권에 비해 충격적이면서 이 시리즈의 정수를 담은 작품이라고 하니 스무 살부터의 토베의 인생이 순탄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이름으로 시집을 낸 시인 토베. "여자는 시인이 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낸 토베. 자신이 시집을 내게 도와주었던 남자 비고 F와 결혼한 토베. 거실에 있는 모든 것은 녹색이다. 이 이야기는 저 문장으로 시작한다. 저 녹색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와는 상관없이 토베에게는 또 다른 숨막힘이 될 거 같다. 새장에 갇힌 토베가 훨훨~ 날 수 있을까? 코펜하겐 삼부작 3: 의존 저자 토베 디틀레우센 출판 을유문화사 발매 2022.08.20.

2022.10.03
2
코펜하겐 삼부작 2 청춘 - 포기하지 않은 소녀의 꿈.

#청춘 #코펜하겐삼부작 #토베디틀레우센 #을유문화사 #도서협찬 #신간리뷰 행복은 내가 향하는 곳이 아니라 발뷔 바케의 건너편 어딘가에 깃들어 있었다. 어두운 복도에서는 두려움의 냄새가 났고, 나는 마치 내가 그 냄새를 가져오기라도 한 것처럼, 올페르트센 부인이 그것을 알아차릴까 봐 걱정이 됐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학교 대신 일선으로 뛰어들어야 했던 토베. 첫 근무지에서 도망친 토베. 그 뒤 어느 하숙집에서 하루 종일 잡일을 하고 기진맥진되는 토베.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토베. 너무 단조롭고 피곤한 일상이 스멀스멀 토베에게 들러붙어서 토베의 감정을 삼켜버리는 시간들... 2년 뒤에 원고를 가지고 오라고 했던 편집장의 부고를 신문에서 읽는 토베. 그를 만난 이후로 자신이 한 줄도 쓰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토베. 이제 그의 글을 읽어 줄 사람도 없고, 삶의 무게에 잡아먹힌 토베의 감정은 단 한 줄도 길어올리지 못한다. 한창 꿈꿀 나이에 생활과 일상에 발목 잡힌 토베에게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던 '낙'이 사라져갈 무렵 루트를 통해 알게 된 크로그씨에게 책을 빌릴 수 있게 되면서 토베에게는 일상에 작은 기쁨이 생겼다. 나는 크로그 씨가 내 편집자처럼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겁에 질린다. 나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아프고 나이 많은 남자들로만 구성된 듯한 어떤 세계에 내가 가닿을 수 있기를 온 마음으로 바란다. 나라는 존...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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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우리는모두꽃그저다른꽃 #최정순 #황소걸음 #신간소개 #책에대한끄적임 숲을 거니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숲 해설가의 글과 사진들이 가을과 잘 어울립니다. 마음이 무겁거나 답답할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저자 최정순 출판 황소걸음 발매 2022.08.19. #글쎄개가보기엔말이야 #톰디스브룩 심리 치료사의 반려견 야콥의 시선으로 보는 행복은 어떤 걸까요? 너희 종은 정말이지 행복에는 재능이 형편없어. 야콥의 말을 인정하게 되네요. 이 가을 야콥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한 수 배워보겠습니다~ 가을스러운 책 두 권입니다. 사색의 계절에 맘껏 사유 거리를 던져주네요. 깊어가는 가을처럼 제 생각도 행복으로 잘 물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쎄, 개가 보기엔 말이야 저자 톰 디즈브로크,야콥 출판 황소걸음 발매 2020.06.05.

202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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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삼부작 1 어린 시절 - 새로운 풍미로 가득한 글

#어린시절 #토베디틀레우센 #을유문화사 #신간리뷰 #코펜하겐삼부작 #도서협찬 언젠가 나는 내 안에 흘러 다니는 모든 말들을 글로 쓸 것이다. 언젠가 다른 사람들은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온 그 말들을 읽을 테고, 결국 여자가 시인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덴마크 작가의 글을 몇 권 읽었는데 모두 장르소설 분야였다. 건조함에 살짝 가미된 유머와 그 안에 버무려진 사회성 짙은 이야기에 묘한 매력을 느꼈었다. 덴마크 에세이는 처음인데 작가 사후 50년이 지나서야 독자들의 눈길을 받은 글들이다. <코펜하겐 삼부작> 중 <어린 시절>은 작가의 어린 시절이 담긴 글이다. 토베의 글을 읽으며 박완서 선생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었던 때가 떠올랐다. 박완서 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엔 그분의 어린 시절이 담겼는데 도대체 어떻게 어린 시절을 그렇게 세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 그때의 감정을 어떻게 놓치지 않고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는지가 감탄스러웠다. 토베의 글이 가진 감수성은 담백하면서도 날카로워서 아주 작은 소녀의 모습 위로 굳건한 어른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어린 시절은 관(棺)처럼 좁고 길어서,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거기서 나갈 수 없다. 그것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모두가 그것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시인이 되고 싶다는 소녀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바보 같은 소리! 여자는 시인이 될...

202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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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더라 남에게 건넸던 말을 나에게 건네면 - 아파트에 사신다면 꼭 읽어보세요...

#위로가되더라남에게건넸던말을나에게건네면 #김완석 #라곰 #신간리뷰 경비원으로 일하면 마음이 긁히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산타 할머니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위로가 되어준 것들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다. 작은 배려나 사소한 언어에서 시작됐다. 스물아홉. 희귀성 난치병인 섬유근육통을 앓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직업(아파트 경비원)을 가지고 있는 김완석 작가의 글들이 가을비처럼 촉촉하게 마음을 적신다. 아파트가 뭐라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뭐라고. 세상에 없는 갑질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곳. 아파트 공화국에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품격을 어디로 말아 드셨는지 알 수 없다. 고급 아파트일수록 더 무참한 인격 모독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곳에서 경비 일을 하며 스물아홉의 청년은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우리가 듣고도 믿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글 곳곳에 묻혀있다. 그렇다고 불평불만이 가득한 글이 아니다. 그래서 이 담담하게 쓰인 글들이 자꾸 마음을 적셨다. 음식물 쓰레기통은 숨만 잠깐 참으면 금방 잘도 비워지던데, 사람에게 쌓인 감정 쓰레기는 어디에 비워야 하는 걸까? 나의 감정에만 치우친 말은 상대의 언어도 시들게 만든다. 나는 상대방에게 따뜻한 말을 듣기 원하면서, 정작 나의 언어는 차가웠다. 글 어디에서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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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이어령 유고집

#작별 #이어령 #성안당 #신간리뷰 #도서협찬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어릴 때 많이 듣고 불렀던 노래. 그냥 어린아이들이 부르는 놀이용 노래로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노래에 담긴 뜻을 여지껏 모르고 살았다는 게 부끄러워진다. <작별>은 이어령 선생님이 미래세대에게 남기는 말이다. 이어령 선생님의 책들을 몇 권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그분의 박식함에 놀라고, 구슬처럼 꿰어내는 이야기의 연결에 놀라게 된다. <작별>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이 노랫말 가사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일일 것이다. 나도 지금에야 알게 되었으니까... 원숭이 엉덩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 그리고 백두산. 이 키워드로 설명되는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꼬부랑길은 정말 읽으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4000년 동안 그 많은 외압과 그 많은 외래문화 속에서도 우리를 지켜온, 한국 사람들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오늘 우리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핵심적인 원동력이에요. 사랑과 증오, 존경과 멸시, 배우면서도 비하하고. 이런 복합 감정이 원숭이 엉덩이고, 그 빨간 것이 맛있는 사과로 이어진 거죠. 배만 먹던 사람들이, 감만 먹던 사람들이 사과를 먹었을 때의...

2022.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