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왜당신은죽어가는자신을방치하고있는가 #고윤 #딥앤와이드 도서협찬 #신간리뷰 부디 지친 마음을 챙기며 무너지기 전에 삶을 돌보길 바란다. 첫 생각 시리즈 3부작의 세 번째 이야기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는 제목부터 나를 한 대 치는 거 같았다. 제목을 자꾸 되뇌기만 해도 내가 어디가 잘 못 되어가는 중인지 인식이 되는 게 신기했다. 아마도 무의식의 나는 알고 있는 걸 현실의 나가 자꾸 회피했나 보다. 이 제목만으로 내 잘못을 내가 깨닫게 되는 이상한 경험 때문에 이 책이 굉장히 철학적으로 느껴졌다.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다양한 증후군으로 표현되는 증상들은 현대인이면 하나씩 혹은 서너 개쯤 지니고 있는 증상이다. 나 역시 지나왔던 길에서 겪어낸 증상들도 있었고, 앞으로 걸릴지도 모를 증상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난 게 반가웠다. 지나온 증후군은 그때의 나를 이해하는데 필요했고, 걸릴지도 모를 증후군들을 살피며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갖게 해줬다. 짧은 내용이지만 그래서 더 각인이 되는 거 같다. 좋은 얘기도 길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저 그런 얘기가 되니까. 한 꼭지의 이야기 끝에는 유명인들이 남긴 말이 담겼다. 그 챕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서너 줄로 요약한 명언들이 또다시 무릎을 치게 한다. 주목받고 싶...
잘 쓴 이혼일지 #잘쓴이혼일지 #이휘 #21세기북스 도서협찬 #신간리뷰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무례하지 말아야지'라는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처럼 굴면서도, 그 문장 뒤에는 시퍼런 칼 같은 마음도 함께 품고 있었다. 언제 서로에게 베일지 모르는 위험한 관계였다. 누군가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은 괴로울 줄 알았다. 연애부터 육아까지 이제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책을 통해서 배우는 시대다. 이 책을 받고 나서 '이제는 이혼도 책으로 배워야 하는 시대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혼일지'라는 말처럼 이 책에는 이휘 작가의 <이혼>이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모든 감정들이 담겨있다. 곳곳에서 만나는 눈물들은 그의 당찬 글과는 다른 모습이라 그 감정을 헤아려 보곤 했다. 더 이상 가정을 이루고 살았던 사람과 같이 살 수 없어서 '이혼 프로포즈'까지 했던 사람치고는 눈물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라도 그렇게 많이 울었을 거 같다는 느낌이든다. 나만의 '가정' 나만의 '가족' '내 편'이었던 사람과의 이별은 잘잘못을 떠나서 상당히 괴로운 감정일 테고, 그런 결정을 내린 건 나지만 그래서 자꾸 죄책감도 들 테고,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서럽기도 했겠고, 상대방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고, 왜 처음에 알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감도 계속 밀물처럼 밀려왔을 거 같다. 그럼에도 작가는 자기 마음을 정리하고 다독이며 나아간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감으로읽고각으로쓴다 #김미옥 #파람북 도서협찬 #신간리뷰 나는 책을 읽었지만, 문체나 가독성에 치중해서 정작 작가를 읽지 못했다. 작가가 작품에 몰입했던 것처럼 독자에게도 인내심이 필요했다. 작가가 간절하게 말하려 하는 목소리를 찾아내는 것도 독자의 몫이다. 나는 독자도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긴 지 6년째다. 요즘 들어 예전의 감각을 자꾸 잃어 가는 거 같아서 스스로 반성하는 중에 이 책을 만났다. 책을 읽고 그 책에서 느낀 것들을 잡아내어 나만의 감각으로 그것을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계속 되풀이되는 것은 매너리즘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내가 쓴 서평들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고, 이쯤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했다. 이만큼 썼으면 나만의 '무엇'이 있어야 했는데 그게 사라지고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그만해야 하나를 고심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가끔 첫 문장은 첫사랑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첫사랑이 각인되듯 첫 문장은 소설을 지배한다. 누군가에게 평생 잊히지 않는 사람도 괜찮은 생을 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김미옥은 평생 책을 읽은 분이다.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지만 누군가의 작품을 읽고 그것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신선했다. 책에 대한 언급 없이 책을 얘기하는 방식이. 책을 언급하면서 책이 아닌 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그녀가 책에서 찾아내는 낯선 감각이 내게 닿는 느낌이 좋다. 감...
친애하는 슐츠 씨 #친애하는슐츠씨 #박상현 #어크로스 도서협찬 #신간리뷰 2017년 <버즈피드>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 참가한 남성 네 명의 옷에 달린 주머니를 꿰매어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일상생활을 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본 남자들은 여자가 현대 사회에서 주머니 없이 사는 건 전기가 발명된 세상에서 어둠 속에 사는 거나 다름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친애하는 슐츠 씨>를 읽는 동안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있었다. 마치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의 심정이랄까? 남들 다 그러고 사니까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고 살아온 느낌 어딘가에 꾹꾹 박아 눌러 놓았던 부당함에 대한 감정들이 샘처럼 솟아났다. 이런 글들을 왜 자주 접하지 못한 걸까? 나는 그렇게 몇 년간 책을 읽었으면서도 어째서 <오토레터>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을까? "사회 변화에 동의하고 그 과정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빨리 변할 수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지 않은 세력들 때문에 이런 글들이 사람들에게 자주 띄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양한 관점을 어릴 때부터 읽고, 듣고, 보고 자라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점점 새로운 "앎"이 쏙쏙 채워지는 느낌이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기여는 제한적이라는 사고방식, 여자를 전통적인 위치에 묶어두려는 태도가 여자의 옷을...
나는 암스테르담으로 출근합니다 #나는암스테르담으로출근합니다 #신수정 #미다스북스 #신간리뷰 네덜란드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풍차의 나라라는 것과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명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더 친근감을 찾아보자면 작년에 암스테르담에 다녀온 동생이 사다 준 냉장고 자석과 '진주 귀걸이 소녀' 엽서 정도. 신수정 작가님에게 선물 받은 책 <나는 암스테르담으로 출근합니다>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팬데믹 이후 한국으로 여행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류의 열풍도 있지만 이미 한국은 첨단의 도시로 알려져서 미래 도시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분명 우리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최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그 내면과 우리의 관습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그들은 관심이 없으면 아예 말하지 않으며, 만약 말한다면 그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진심 어린 의견이라고 말한다. 바다 보다 낮은 땅을 억척스레 일구며 살아낸 그들은 척박한 환경과 맞서 싸우느라 절박한 상황을 자주 겪는 동안 그들만의 직설화법으로 이야기하게 되었다. 격식 따위 던져버리고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고 가감 없이 내비치는 문화가 예의범절 따지는 우리에게는 무척 무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거침없는 속내 표현은 예의범절 따지느라 뭔 말인지 알쏭달쏭 한 우리네와는 결이 다르다. 직선적이지...
한국 요약 금지 #한국요약금지 #콜린마샬 #어크로스 도서협찬 #신간소개 나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한국 전문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대신 프랑스어 단어를 빌려 한국 코노셔connoisseur라고 부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K"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이고 많은 것들이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 그런 시점에 적절하게 나와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10년간 한국에 직접 살면서 감정가, 감식가 정도로 번역되는 코노셔라는 단어를 쓰며 한국을 이야기하는 콜린 마샬. 그가 본 한국은 어떤 것일까? 나는 두 동생이 외국에 살고 있다. 이제는 한국에서 산 시간보다 외국에서 산 시간이 더 많은 아이들이라 가끔 만나서 얘기해 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한국 사람으로서 으례껏 '그래도 되었던 것'이 동생들에게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한국 사람의 정 보다 서양의 공정함(?)이 더 많이 거론될 때 내가 아는 한국과 그 아이들이 밖에서 보는 한국의 온도차를 느낄 때 내 동생들이지만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앞에 한 외국 유튜버의 영상을 가져왔다.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라는 말에 나는 그 우울한 나라가 우리나라를 지칭하는지 몰랐었다. 보면서 그 광고가 떠올랐다. 신구 선생님의 한 마디로 떡상했던 그 광고. "니들이 게 맛을 알아?" 되돌려 주고 싶었다. "너님이 정말 한국을 알아?" 이런 심정으로...
보통 이하의 것들 #보통이하의것들 #조르주페렉 #녹색광선 #신간리뷰 어떻게 '평범한 것들'에 대해 말하고, 어떻게 그것들을 더 잘 추적하고 수풀에서 끌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그것들을 끈끈하게 감싸고 있는 외피에서 떼어내고, 그것들에 하나의 의미, 하나의 언어를 부여할 수 있을까. 마침내 그 평범한 것들이 자신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 <사물들>이 아니라 <보통 이하의 것들>로 페렉을 만난 것도 인연인 거 같다. 이 책이 페렉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잘 보여주는 거 같으니까. 에세이라고 하기에도 안 어울리고 그저 끄적임 정도? 그 끄적임도 페렉이기에 책이 되는 것이지. 인상적인 대목은 빌랭 거리와 엽서들이었다. 빌랭 거리를 읽으며 영화 <스모크>가 생각났다. 하비 케이틀이 매일 하루도 빼지 않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찍는 사진 한 장. 인물만 다르게 찍힌 이 사진이 어떤 걸 뜻할지 아무도 몰랐다. 모아 보기 전에는. 그 사진 자체가 하나의 역사가 된다는 사실이 짜릿했다. 페렉에게 빌랭 거리가 있었다면 내게는 대학로가 있다. 빌랭 거리는 페렉이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고 그곳엔 어머니가 하셨던 미장원이 남아 있었다. 사람은 사라지고 장소만 남은 거리 빌랭... 그러나 그는 그곳을 쉬이 찾아갈 수 없었다. 그러다 빌랭 거리의 철거가 결정되고 그는 그곳이 사라질 때까지 그곳에 대한 기록을 한다. '장소들'은 그...
조르주 페렉은 <사물들>의 입소문으로 알게 되었다. 이름만 알고 있는 작가였는데 이번에 녹색광선 출판사에서 조르주 페렉의 책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사물들과 함께 주문했다. 모처럼 <아직 독립 못한 책방>에서 구매. 그 이유는 <보통 이하의 것들> 특별 에디션 때문. #보통이하의것들 #조르주페렉 #녹색광선 #책에대한끄적임 #신간소개 아연실색 에디션 블랙 버전을 놓칠 수 없지. 녹색광선의 전매특허 같은 패브릭 소재 표지와 블랙의 위용을 자랑하는 에디션은 책쟁이들에겐 놓쳐서는 안 되는 그런 특별함이 있다. 제목처럼 보통 이하의 것들 그래서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페렉의 단상들. 그의 글을 접해보지 못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보통의 것들에서 그 이상을 찾아내는 자각의 심미안이 궁금하다. 조르주 페렉 - 보통 이하의 것들 저자 조르주 페렉 출판 녹색광선 발매 2023.12.31. #사물들 #펭귄클래식코리아 많은 분들이 좋다고 칭찬이 자자했던 <사물들> 그래서 궁금했었다. 1960년대 프랑스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보고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 당시의 사회를 잘 표현한 소설이다. 우리가 프랑스 보다 좀 늦으니까 어쩜 <사물들>은 지금 우리의 MZ 세대와 비슷하지 않을까? 감각적인 글쓰기. 이 문장들을 많이 본 거 같다. 어떤 글일지 궁금했기에 빠르게 읽어 볼 예정. 사물들 저자 조르주 페렉 출판 펭귄...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한동일의라틴어인생문장 #한동일 #이야기장수 #독파챌린지 #사놓고못읽은책읽기 <라틴어 수업>으로 라틴어에 대한 거리감을 좁혔다면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문장>을 통해서는 살아감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놓고 못 읽고 있었는데 이번 독파챌린지에서 이 책이 올라왔기에 올해를 넘기지 않으려 독파에 참여했다. 깊은 문장들과 그 문장들에 기대어 현재의 우리 모습을 투영하는 글들이 짧지만 강하게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을 읽는 시간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았던 시간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늠해 보는 시간이었다. Duc in altum. 두크 인 알툼 깊은 데로 가라. "깊은 데로 가라" 내가 뽑은 최고의 문장이다. 이 말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타인의 의견을 들으며 스스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앞으로의 삶을 깊은 데로 가라.는 가르침을 염두에 두고 나아가야겠다. 어린 세대에게 생각하고 꿈꾸게 만들 명분을 만들어주는 길이 앞선 세대의 의무라는 말이 가슴에 닿는다. 지금 나는 어른 세대에 속해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의 고통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들에게 먹먹한 이 사회는 결국 누가 만들어놨는지를 생각하니 왠지 죄지은 기분이다. 라떼는~을 들먹이며 요즘 애들은~ 을 접두사로 붙인 말들을 얼마나 생각 없이 내뱉고 살았을까.. 그들에게 ...
어느 작가의 오후 #어느작가의오후 #f스콧피츠제럴드 #인플루엔셜 도서협찬 #신간리뷰 그 시절은 짧고도 소중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몇 주 후, 또는 몇 달 후에 안개가 걷히고 나면 우리는 최고의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피츠제럴드. 그가 발굴하고 번역한 글들을 모은 책 <어느 작가의 오후>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꽤 쓸쓸해졌다... 어느 작가의 오후 소설에서도 에세이에서도 씁쓸한 고뇌가 느껴졌다. 그가 지금 자신의 글들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파장을 주었는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책 제목인 <어느 작가의 오후>의 시간이 피츠제럴드의 한때였다고 생각하니 뭉클하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원고를 두고 오랜만에 집을 나선 작가의 모습. 집으로 돌아와서 잘 다녀왔냐는 하녀의 말에 그날 하루를 설명하는 거짓말. 그 모습이 너무 슬프다.. 자신의 삶이 점점 더 세상에서 멀어지고, 이미 충분히 캐 먹은 과거에서 뭔가를 새롭게 캐낼 필요성이 증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다. 그의 삶은 새로운 식림(植林)을 필요로 했고, 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삶의 토양이 그 숲의 성장을 다시 한번 지탱할 수 있기를 그는 바랐다. 그의 토양은 최고의 토양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왜냐하면 그는 귀 기우이고 관찰하는 대신 과시하는 약점을 일찍부터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에세이가 좋았다. 그의 어...
처음 식물 #처음식물 #아피스토 #미디어샘 #신간리뷰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식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한편에서는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려동물에 이어 반려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식물을 곁에 두고 넘치는 생명력과 함께 은은한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임과 동시에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무릇 무언가에 심취한다는 건 언제나 자연 그대로가 아닌 인위적인 멋이 첨가되기 마련이니까... 우리 엄마는 누군가 죽어서 버린 화분을 가져와 살려 놓는 신공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식물>을 읽다 보니 작가의 사무실 공간으로 무한 확장하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대목에서 예전 우리 집이 떠올랐다. 이름은 모르지만 그 당시 집집마다 하나는 있을 정도로 흔한 화분이 하나 있었다. 우리 집 한구석에서 조용히 자라더니 엄마가 끈으로 이어 놓은 길을 따라 거실 천장을 향해 자라더니 결국에는 천장을 가로질러 맞은편 벽까지 타고 내려가는 신공을 보여주었다. 사방으로 뻗치는 그 식물의 줄기가 징그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면서 대단한 생명력에 주눅 들기도 했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오고 나서 나는 틈바구니에서 자라는 민들레와 이름 모를 풀들을 자주 보게 되었다. 사소한 틈만 있으면 그곳에서 푸르게 푸르게 자라나는 식물들의 대단한 생명...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펭귄들의세상은내가사는세상이다 #나이라데그라시아 #푸른숲 도서협찬 #신간리뷰 남극에서 펭귄들의 생태를 조사하며 그들과 함께 성장해간 젊은 생물학자의 성찰기. 남극의 신사라는 별칭으로 친근하게 다가온 펭귄. 뒤뚱뒤뚱 거리는 걸음걸이와 두 발로 서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당당하기도 한 동물 펭귄. 최근 들어 펭수 때문에 한층 더 친근해진 펭귄의 서식지 남극에서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생태를 조사했던 생물학자의 이야기가 이토록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내가 느낀 재미는 겉핥기 식으로만 알고 있던 펭귄 조직(?)에 대해 남극의 자연에 대해 그 안에서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그리고 열정 가득한 젊은 생물학자의 성찰에 대한 것이다. 쉽게 읽히는 글이 일기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해서 그가 들려주는 남극에서의 6개월이 내게는 마치 입동 준비 중에 하나 같았다. 겨울맞이 겨울 이야기랄까.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이야기는 총 4부로 나뉜다. 펭귄이 알을 낳고, 그 알을 깨고 나온 새끼 펭귄들을 맞이하고 무리 짓기에 들어가는 펭귄들을 살피고 성장해서 바다로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그린다. 똑같아 보이는 펭귄의 특성을 알아보고 구분하게 되는 과정 암컷과 수컷을 알아보고, 털갈이를 하는 성체와 털갈이를 마치고 바다로 돌아가는 성체를 알아보게 된다. 펭귄을 그저 남극의 동물...
알쭌한 글들이 마음에 담긴 시간. #낱말의장면들 #민바람 #서사원 도서협찬 #신간리뷰 은결든 시간이 오래 묵어 만들어진 알심은 단순한 알심이 아니라 꽃심. 귀하고 품격 있는 향기를 풍기는 마음이 된다. 요즘 나는 노루잠과 눈썹시름을 하는 나날이다. 불면증이라는 말보다 훨씬 괜찮은 상태라는 느낌을 주는 말이다. 처음 들어 보는 말인데도 왠지 그 뜻을 가늠할 수 있다. <낱말의 장면들>에서 만나는 낯선 낱말들은 내가 아는 낱말들 보다 더 분위기 있다. 그런데 나는 왜 여태껏 들어보지 못했을까? 글솜씨 좋은 작가를 만났을 때는 마음이 해낙낙해진다. 나를 깨단하게 한다. 처음 읽는 작가님의 글에 마음이 누그러워지고,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나 역시 풀쳐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다 때가 있다는 말은 다른 의미로 쓰였어야 했다. 미래를 상상하며 정신 차리라는 뜻이 아니라, 과거나 미래에 시선을 뺏기지 말고 현재 속에 흠뻑 젖어 있으라는 뜻으로. 나 자신과 함께 생각을 하고, 반성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세상을 점차 이해하게 된다. 누군가의 좋은 말과 글을 읽어도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과 함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낱말의 장면들>을 읽으며 나와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글 곳곳에서 슬며시 나를 건드려 주는 문장들을 만났다. 낯선 낱말을 앞에 두고 내가 써왔던 단어들과 대체할 연습을 한다. 알쭌한 문장들 앞에서 ...
삶이라는 고통 #삶이라는고통 #한대수 #북하우스 도서협찬 #신간리뷰 네게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 반려자가 되었다. 상업 사진 스튜디오 사진가, 아니면 암실 기술자, 아니면 사진 세일즈맨으로. 나의 곡이 전부 금지곡이 되어 음악으로 한 푼도 벌 수 없을 때, 사진은 나를 먹여 살렸다. 1부 내 인생의 봄 : 1960년대 뉴욕, 서울 나에게 한대수는 오래전의 가수로만 기억되었다. 그의 대표곡 <행복의 나라>를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부른 버전으로 듣고 그 곡 역시 다른 사람의 곡으로 알고 있었다. 원곡 가수가 한대수라는 걸 꽤 늦게 알았다. 이름은 알지만 본 적은 없는 가수. 그가 사진으로 글로 전혀 다른 면으로 살아왔음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1969년 뉴욕 1969년 서울, 경기도 <삶이라는 고통>에는 75세의 음악가이자 사진작가가 그가 한창 젊은 나이였을 때 찍은 필름 사진들과 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았다. 지난 사진들에 담긴 사람들도 배경도 공간도 모두 쓸쓸해 보인다. 필름 사진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뭉클해진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 세상의 모습, 그 세상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느껴진다. 뉴욕에서 수의대를 다니다 중퇴하고 사진의 길로 들어선 그에게 사진은 평생의 밥벌이가 되었다. 장발의 그가 거친 음색으로 부르는 노래는 고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자유로운 영혼이 부르...
방구석 오페라 #방구석오페라 #이서희 #리텍콘텐츠 도서협찬 #신간리뷰 오페라. 아름다운 선율을 간직한 단어이지만 이 오페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거리가 있는 공연이죠. 오페라의 '오'자를 몰라도 다들 들어 본 오페라 곡들은 많을 겁니다. 클래식 음악으로 치부되는 오페라 곡들. 귀에 익숙한 곡들은 많지만 전체 내용은 알 지 못하는 오페라. 저자 이서희는 <방구석 뮤지컬> 이후로 <방구석 오페라>를 내놓았습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처음으로 오페라를 접하고 오페라가 뭔지 공부한 것을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방구석 오페라>에는 오페라 25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대표곡의 번역본과 음원으로 들을 수 있는 QR코가 담겼습니다. 그리고 오페라 용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대략적인 오페라의 스토리와 배경이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대부분의 오페라가 외국어로 불리기 때문에 그 뜻을 다 이해하기가 어렵죠. 이 책의 유용함이 여기에 있습니다. 5개의 파트로 25편의 오페라를 나누었습니다. 그 무엇보다 용감한 아리아의 시작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구원하는 내용의 오페라가 순수한 사랑은 지고 남은 것에서는 복잡한 애정 관계를 그린 오페라를 악을 처단하라에서는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 한 줄기 빛이 되는 오페라를 선이 악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텐데에서는 사랑과 비극은 하나라는 테마의 오페라를 소신과 가치를 지켜내며에서는 다양...
잊지 않음 #잊지않음 #박민정 #작가정신 도서협찬 #책에대한끄적임 무엇을 잊지 않음일까? 단순하게 생각했던 책의 내용은 단순함을 넘어서는 거 같다. 박민정 작가의 글은 처음인데 소설이 아닌 산문으로 만나게 되었다. 2021년 출간작이라 살펴보니 평들이 좋다. 뜨거운 날들에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버겁지만 평소 무심히 흘러가는 일상의 조각들에서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글줄기를 만난 느낌이다. 주위 사람들의 무심한 행동들을 보고 생각하기 싫은 기억들을 소환하고 아직도 익숙지 않은 호칭들 앞에서 잊지 않기 위해 적어내린 글들.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진짜의 이야기로 만나는 <잊지 않음> 한 조각씩 읽어 볼 예정. 잊지않음: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저자 박민정 출판 작가정신 발매 2021.08.10.
이적의 단어들 가수 이적의 아포리즘 #이적의단어들 #이적 #김영사 도서협찬 #신간소개 #책에대한끄적임 가수 이적은 노래도 좋지만 글도 잘 쓰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전작 <지문 사냥꾼>은 못 읽어 봤지만 늘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적의 단어들>로 그의 글을 만나게 되네요^^ 출처 : 예스24 인스타에 올라오는 그의 피드를 보며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바람이 통했나 봅니다^^ 짤막한 글로 단어를 이야기하는데 그 상황이나 성격이 가슴에 팍 꽂힐 때가 많았습니다.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선물용으로 좋을 거 같아요. 한동안 바쁠 예정인데 들고 다니면서 짬짬이 읽어 보려 합니다. 이적의 단어들 저자 이적 출판 김영사 발매 2023.05.25.
방랑기 꾸며낸 이야기들 속에서 헤엄치다 누군가의 고스란한 일상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소설들 사이 마주치는 에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 그래서 잠시 낯선 이의 나날들을 몰래 들여다본 기분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글로 보는 느낌이랄까? 가끔 읽는 남 작가들의 에세이에는 허세가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허세를 감추기 위해 애쓰는 글들이 와닿지 않았는데 처음 만난 최형준 작가의 글은 그냥 그대로의 느낌이 난다. 조심스러운 느낌 한 스푼 찌질한 본성 한 스푼 느리게 걷는 이미지 한 스푼 고심하고 누르는 찰칵거림 한 움큼 말랑하게 피워대는 담배 연기 한 움큼 수줍은 속내 한 가닥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협하지 않는 자기반성 한 가닥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버려 두는 본성 한 바가지 방랑기를 읽으며 느낀 감정들이다. 분 단위로 적어간 글들에선 열망이 커피숍 방랑기는 괜시리 성실했고 흑백 필름으로 찍어야 하는 이유는 쓰라렸다. 감성만으로는 살 수 없고 돈이 없어서 불편하지만 내 스타일을 바꾸고 싶지 않고 나는 나라는 명제 앞에서 불안한 현실들이 눈에 보인다. 누구나 그런 방랑기를 거치거나, 거쳤거나, 거칠 예정이다. 최형준 작가의 방랑기가 특별한지는 모르겠다. 다만 다른 점은 그걸 직시하는 자신의 시선이다. 미화하지 않고 그냥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으니까... 내 방랑은 늘 스스로와 타협하고, 포장하고, 미화한다...
망각 일기 - 세라 망구소 #망각일기 #세라망구소 #필로우 #신간리뷰 실패의 악취 - 그게 나를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세라 망구소가 25년간 써온 일기 중에서 뽑아낸 글들을 읽고 있자니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흔적이 보인다. 자기 자신에게 굉장히 치열했던 사람. 글쓰기에 대한 강박을 느낄 정도로 쓰고 또 썼던 사람. 일기에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은 거 같은 글이 도처에서 반짝인다. 가감 없이 솔직한 글들이 날카롭게 빛난다. 나는 일기를 쓰면서도 나다운 적이 없었는데.. 항상 누가 볼까 봐 내 마음인데도 다 펼쳐 보이지 못했는데.. 이 망각 일기엔 모든 게 다 들어있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솔직해지고 싶어진다. 내가 본격적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매 순간이 너무나 감당하기 벅차다고 느끼기 시작했을 때다. 자신을, 자신의 감정을 덜어내고 덜어낸 흔적들을 따라 내 마음도 덜어내 본다. 솔직하지 못했던 나 자신과 너무 솔직해서 가끔 거부감이 드는 글들을 비교해 본다.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조차도 다 까발리지 못하는 나는 무엇을 감추고 살고 있는 걸까?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머리를 쥐어뜯으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이유는. 망구소는 가끔 자기 일기를 읽는다. 그리고 고쳐 쓴다. 노트북에 폴더 이름을 수학과 관련된 이름으로 짓는다. 누군가 들여다볼 일 없을 거 같은 폴더를 가끔 들여다보는 이들이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솔직하다. 그리고...
#거기눈을심어라 #m리오나고댕 #반비 #신간리뷰 여기에서 잠깐 눈멂을 암흑 또는 검은색과 동일시하는 해묵은 경향은 대체로 시각장애인의 경험과는 같지 않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거기 눈을 심어라>를 쓴 작가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아니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명으로 시각을 잃기 시작했다. 보이는 눈에서 보이지 않는 눈을 갖게 된 저자는 해박한 문학적 견해로 눈멂이란 어떤 것이가에서부터 비시각장애인들의 세상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거기 눈을 심어라>는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안다고 생각하는 시각장애에 대한 풍부한 문학적 예를 들며 그 알 수 없는 세계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비시각장애인들의 고정관념들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의 생각마저도 비시각장애인들에게 맞춰야 하는 현실에 대한 것을 읽고 나니 내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어떤 것'이 정말 제대로 된 '어떤 것'이 맞는지를 곱씹어 보게 된다. 시작장애는 선천적 장애와 후천적 장애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사람들의 세계는 다르다. 정확하게 어떻게 다른지 모르지만 그 차이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광학 유리'가 없다면 인간이 볼 수 없는 세계를, 신은 무슨 목적으로 창조했단 말인가? 태초 이래 인가의 시각이 신의 창조물 중에 일부만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그 많은 여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