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손가락 #히가시노게이고 #현대문학 #가가형사시리즈 아키오는 고개를 저었다. 방금 떠오른 생각을 떨쳐내려고 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일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끔찍하고, 그런 생각을 해낸 스스로를 혐오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그 생각은 사악한 것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일곱 번째 이야기 붉은 손가락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뿐 아니라 자식을 위해 부모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응석받이로 키운 아이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일의 책임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모습과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의 고달픔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없이 그저 회피만 하는 어른에게 벌어지는 일은 결국 모두를 지옥으로 끌고 가는 지름길이라는 걸 아주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키오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홀로되신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표면상은 그러하나 결국은 부모님 집을 물려받기 위해) 아내, 아들과 함께 부모님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고부간의 갈등은 멈추지 않고, 결국 어머니는 치매에 걸렸다. 하루하루 집에 가는 시간을 늦추기 위해 회사에서 머뭇거리던 어느 날 아내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이상 기운을 감지한 아키오는 집에 도착하고 마당에서 어린 소녀의 시체를 발견한다. 도대체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아키오에겐 아들이 하나 있다. 중학생인 아들 나오미는 초등학교...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가가 형사의 담담한 말투에 문득 공기가 농밀해지는 것 같았다. 미치요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가 형사 시리즈 6 번째 이야기는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5개의 에피소드가 담긴 단편집이다. 짧지만 임팩트 넘치는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가가 형사의 교묘함이 느껴져서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보통 거짓말은 범인들이 많이 하는데 그 범인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거짓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가가의 거짓말은 가가 시리즈 중에 최고의 장면만을 담아 놓은 느낌이 든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발레리나였던 히로코가 베란다에서 추락사한다. 얼핏 보면 추락사지만 살인의 냄새를 맡은 가가는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범인의 발목을 잡고 만다. 가가가 누군가? 부지런히 범인을 찾아다니며 꼬치꼬치 물어 본 걸 또 물어보며 얘기 도중에 쉴 새 없이 구멍을 뚫어 놓는다. 생각 없이 가가에게 대답하던 사람들은 나중에야 본인들의 대답에 허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깨달으면 너무 늦는다는 것! 발레리나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예전에 썸 타던 발레리나와의 후속담이 나올까 기대했었는데 아니었다. 가가 형사의 특별한 점은 초반에는 가가에 대한 것들을 알려주더니 중반부터 아예 사적인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가의 연애 이야기가 궁금하고, 졸업 후 흩어진 친구들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그저 부지...
내가 그를 죽였다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나는 해치웠다. 내가 그를 죽였다ㅡㅡㅡ. 가가 형사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 내가 그를 죽였다. 제목처럼 내가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범인이 많아서 머리를 최대한 돌리고 돌려야 했던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또! 범인의 이름을 말해주지 않아서 부록을 뒤지게 만든 이야기였다. 진실됨도 없고, 작가로서의 실력도 점점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호다카. 한때 베스트셀러 작가였지만 이제는 빚만 지고 있는 호다카. 그가 떠오르는 샛별 시인 마와코와의 결혼식에서 급사를 하고 만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주변인들은 모두 자신이 그를 죽였다고 혼자 생각한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미와코를 담당하던 편집자이자 호다카를 잠시 담당하면서 그와 연인 관계였던 유키자사 가오리는 호다카와 미와코를 소개해 준 사람이다. 호다카와 동창이고, 그의 사무실을 책임지며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을 봐주는 스루가 나오유키. 한 아파트에 살던 마코토를 흠모했지만 결국 호다카에게 빼앗긴다. 미와코의 친오빠이자 그녀와 맺어서는 안되는 관계를 맺었던 간바야시 다카히로는 호다카에게 여동생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형사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날카롭고, 그리고 깊이가 있는 눈매였다. 내면에 그 자신이 만들어 낸 확고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그 눈은 말해주고 있었다. 그 세계로 빨아들이려는 강력한 힘이 그의 온몸에서 오라처럼 분출되고 ...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내가 죽으면 아마 가장 좋을 거 같아." 독신 직장여성만을 노린 범죄가 성행하는 도쿄. 소노코는 오빠 야스마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요즘 힘들다고 말한다. 토요일에 집으로 내려가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후 그녀로부터의 소식이 끊긴다. 경찰인 야스마사는 근무를 끝내고 동생을 찾아간다. 하지만 동생 소노코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직장에서도 친한 사람이 별로 없었고, 친구도 거의 없는 소노코. 경찰은 자살로 결정 내린다. 소노코의 장례를 치른 후 야스마사는 단독으로 소노코의 죽음을 조사한다. 그는 이미 현장을 단독으로 정리해서 자살처럼 보이게 만들고 증거를 빼돌려 하나뿐인 혈육의 죽음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당신이 틀림없이 그런 마음을 접어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만일 어떻게도 할 수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복수만은 저지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현장에는 가가 형사가 있었으니 야스마사가 아무리 말끔하게 현장 정리를 했다 해도 가가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야스마사에게 넌즈시, 직접적으로 복수를 하지 말라고 말하는 가가 형사를 따돌리고 야스마사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따로 잡아 복수할 수 있을까? 참. 이 가가 형사 시리즈를 읽으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화법에 자꾸 말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안 걸려들어야지 하지만...
악의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왜 마음에 들지 않았느냐고 다시 물어봤는데, 딱히 이유는 없다는 거예요.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그 말만 자꾸 하더군요. 가가 형사 시리즈 3번째 이야기는 악의다. 두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번갈아 이어지면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이야기가 뒤집어지는 묘미를 이 한 권에서 만끽했다. 게이고의 솜씨를 이제야 제대로 '맛' 본 기분이다. 노노구치의 수기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단순해 보인다. 히다카라는 유명 작가의 친구 노노구치는 히다카 덕분에 동화책을 낸 작가이다. 히다카가 캐나다로 떠나기 전 잠시 만나러 온 노노구치는 히다카의 냉혈한 모습을 본다. 자신의 마당을 어지럽히는 옆집 고양이에게 농약 경단을 먹여서 죽였다는 히다카의 말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각인시킨다. 그리고 그날 저녁 히다카는 시체로 발견된다. 노노구치와 가가는 예전 중학교에서 같이 교편을 잡았었다. 히다카의 살인 사건을 담당한 가가는 그곳에서 노노구치를 만난다. 언제나 사소한 것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가가답게 이 이야기에서도 남다른 트릭으로 모두를 속아 넘긴 범인의 수법에 유일하게 속지 않는다. 유명한 작가의 뒤에 고스트라이터가 있다. 친구의 아내와 불륜의 상대가 되어 친구를 죽이려고 한다. 그러다 도리어 친구에게 발목 잡혀서 그의 영원한 그림자가 된다. 노노구치가 그랬다. 히가타의 악랄함이 그를 ...
잠자는 숲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아무래도 우연이 아닌 거 같은데요." "이봐, 불길한 소리 좀 하지 마." 다카야나기 발레단 사무실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사무실에 무단 침입한 남자를 꽃병으로 머리를 쳐서 숨지게 한 발레리나 하루코. 그녀의 룸메이트이자 친구인 미오는 연락을 받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젊은 경찰의 안내를 받는다. 1년 전 가가는 선을 본 여자와 함게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을 감상했다. 그리고 흑조로 변신해 춤을 추던 미오를 보고 감동을 받는다. 그렇게 미오와 가가는 살인사건을 통해 실제적 만남을 갖는다. 신원 파악이 힘든 강도는 왜 발레 사무실에 침입했을까? 신원 파악에 애를 먹던 침입자의 애인에게 연락이 오고 경찰은 그가 사건이 나기 전에 이미 뉴욕으로 가려고 비행기 표와 여행 준비를 끝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죽은 남자와 뉴욕과 발레단은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좋아했다기보다 그게 세련된 육체의 상징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여성 본래의 곡선을 가진 통통한 몸은 그에게는 게으름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었어요. 가느다란 몸이 좀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이론도 신봉했던 것 같고. 발레를 하기 위해서, 아름다운 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감독이 원하는 몸매를 만들어 내기 위해 수없이 굶고, 다이어트를 해야 했던 무용수들. 변변치 않은 수입에도 오로지 춤을 위한 열정만으로 젊음을 불사르는 영혼들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소수...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졸업이란 이런 것이구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인 가가 형사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는 졸업이다. 하나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다른 과정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길. 졸업.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함께 한 7명의 친구들은 각자의 진로를 계획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 졸업반이다. 도도와 쇼코, 와코와 하나에, 가가와 사토코, 그리고 나미카 세명이 커플을 이루고 나미카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가가가 사토코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졸업은 끝맺음과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쇼코의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 친구들은 서로를 향해있던 보이지 않는 벽을 체감한다. 모든 비밀을 서로 공유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보았고 알고 싶은 것만 알았던 것이다. 고교 3년 대학 4년의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은 서로에 대해 잘 알았지만 그 잘 알았던 만큼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쇼코의 죽음으로 서로의 돈독함에 균열이 생기지만 그래도 그들은 일상을 이어나간다. 쇼코의 죽음은 자살처럼 보이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고, 그게 내내 걸린 가가는 추리를 하지만 밀실 살인 사건에서 단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토코 역시 쇼코의 일기장을 중심으로 뭔가 추리를 해보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고교 은사인 미나미사와 선생집에서 모여서 설월화 게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