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루키의 성실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하루키 소설의 매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이다. 요리나 옷차림, 외모나 섹스 등 무엇을 묘사하든 최선을 다해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읽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묘사를 이렇게 성실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최대의 장점인 것 같다. 아무리 평범한 것에 대한 묘사라도 하루키가 하면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읽다보면 생각보다 줄거리를 기억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고 가독성이 좋다. 아. 이 문장이 여기서 나왔구나 싶은 것도 많다. 예를 들면,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남자라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나 "봄날의 곰만큼 좋아",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 줄래?" 같은 말들은 예전에 읽었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에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담론보다는 개인적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199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겪은 누군가를 잃거나 떠나간 사람에 대한 추억은 근원적인 상실감과 아픔을 간직하게 한다.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근원적 상실과 존재의 의미를 찾아떠나는 내적 여행"이라는 핵심적인 모티브는 당시를 살아가는 ...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 시기가 도래하면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 하루키를 지금의 위치로 자리매김한 책은 단연 <상실의 시대> 입니다. 원제가 <노르웨이의 숲>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상실의 시대>로 번역 출간되었죠. 나중에 다시 원제인 <노르웨이의 숲>으로 출간되었지만 인기가 덜해 다시 <상실의 시대> 라는 제목으로 바꿔 달고 나왔습니다. 아마 당시에 하루키 열풍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의 책이 훨씬 더 친숙할 것입니다.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어보면 <상실의 시대>를 쓸 무렵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이 소설의 메인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은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나와 있는데요. 이를 장편으로 확대해 <상실의 시대>에는 좀 더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등장을 합니다. 아마 당시에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담론보다는 개인적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199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겠죠. 1996년 연세대 한총련 사태를 끝으로 학생운동도 마지막이 되어가는 시기였으니까요. "근원적 상실과 존재의 의미를 찾아떠나는 재생의 여행"이라는 핵심 모티브가 그 당시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크게 어필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상실의 시대>는 일본에서도 6백만 부의 판매 기록을 세웠고, 우리나라에서도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주인공의 회상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