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은 몇 번이나 존재할까. 일단 카타르시스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심리학적 관점에서 “자기가 직면한 고뇌(苦惱) 따위를 밖으로 표출함으로써 강박 관념을 해소시키는 일”이라고 나와 있다.깊은 생각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일을 한다. 내 고뇌의 해소 방법은 걷기이다.일부러 모르는 곳에 가서 처음 보는 풍경, 알지 못하는 골목 골목을 지나치며 걷는다. 두 시간을 넘게 쉬지 않고 걸으면 어느샌가 몸이 무거워지고, 이 이상 걸으면 다음 날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걷다 보면 쾌감과 해소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감정도 카타르시스, 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내가 기억을 할 수 있는 때부터 지금까지, 명확하게 카타르시스라고 부를 수 있는 경험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다. 그중 가장 최근의 카타르시스는 연극 ‘레드’를 보던 중에 찾아왔다. ‘레드’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의 씨그램 빌딩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연극이다. 공연에서는 가상의 조수 ‘켄’을 등장시키고, 갈등과 논쟁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다.[씨그램 빌딩 사건이란? - 1958년, 마크 로스코는 3만 5천 달러의 엄청난 계약금으로 뉴욕 씨그램 빌딩 안의 포시즌스 레스토랑 벽화를 주문 받는다. 1959년, 미켈란젤로의 벽화를 보고 레스토랑의 벽화가 속물적인 장소의 장...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았다. 대학로의 대표 뮤지컬, 빨래를 보기 위함이다. 엔데믹인 요즘 대학로엔 연인들, 친구들, 가족들과 놀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학로의 공연장이 가득 찬 것은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빨래는 2005년 초연을 시작으로 17여 년간 여러 차례 상을 받으며 창작 뮤지컬로서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2012년 일본 레플리카 진출부터 올해 중국 라이센스 수출이 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인 만큼, 설렘과 기대 가득한 맘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숨죽인 채로 무대의 조명이 켜지길 기다렸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빨래란 이 극에서는 각자의 꿈을 갖고 서울로 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가 좋아 작가의 꿈을 품고 강원도에서 서울로 홀로 찾아온 나영. 어느덧 서울살이 5년 차다. 그동안 학교를 다니고 생계를 유지하느라 꿈은 흐려져만 가고 그녀의 직업은 서점 직원이다. 서울살이 5년 차 몽골 청년 솔롱고. 무지개라는 뜻이다. 무지개처럼 꿈을 좇아 한국에 왔다. 러시아문학을 배우고 싶지만 돈이 없어 한국으로 돈을 벌러 왔다. 그러나 그는 불법 체류자에 공장 노동자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월급을 제때 받지도 못하는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둘은 가까운 옥상에서 빨래를 널다가 마주치게 된다. 어느 날 바람에 날려온 나영의 빨래 덕분에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나영은...
9월 2일 금요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밤은 아주 뜨거웠다. 프리즈(Frieze)와 키아프(Kiaf)의 공동 개최를 기념하여 갤러리들이 이례적으로 밤늦게까지 문을 열었기 때문. 이름하여 ‘삼청 나이트’. 몇몇 갤러리들은 여기에 꽤 파격적인, 갤러리의 일상적인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이벤트를 준비하기까지 했다. 국제 갤러리 한 손에는 와인을 들고, DJ가 깔아주는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며 미술품을 관람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지. 국제 갤러리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국제 갤러리는 DJ 퍼포먼스와 케이터링을 준비했다. DJ가 신나는 비트의 음악을 틀어주는 동안 관람객들은 멋지게 차려입고 갤러리 로비의 스탠딩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얼굴이 달아오른 사람들이 한 손에 와인이 담긴 컵을 쥐고 그림을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제 갤러리에서는 10월 30일까지 이승조 작가의 개인전을, 10월 2일까지 양혜규 작가의 신작 <황홀망>을 관람할 수 있다. 원앤제이 갤러리 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분식 포장마차가 열렸다. 갤러리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떡볶이, 꼬치 어묵, 닭강정, 거기에 시원한 생맥주와 강냉이 뻥튀기까지 함께 맛볼 수 있었다. 미니멀한 분위기의 전시와는 정반대의 풍경이었다. 놀라운 점은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는 점. 전시를 관람한 후 자리...
위, 한, 오 삼국이 분립하고 황금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난무한 한나라 말엽. 유비,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로 형제의 의를 맺고 권좌를 차지한 조조에 대항할 계략을 찾기 위해 제갈공명을 찾아가 삼고초려 한다. 한편 오나라 주유는 조조를 멸하게 할 화공(火攻)을 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데, 때마침 그를 찾아온 책사 공명이 놀랍게도 동남풍을 불어오게 한다. 이를 빌어 주유는 화공으로 조조군에 맹공을 퍼붓고, 조조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적벽에서 크게 패하고 만다. 백만군을 잃고 도망가는 조조를 가로막는 것은... ⓒ옥상훈 국립정동극장(대표이사 김희철)은 2022년 국립정동극장 대표 레퍼토리 [적벽](연출 정호붕/안무 김봉순)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올린다. [적벽]은 지난 2017년 국립정동극장에서 첫선 이후, 2020년까지 4년 연속 공연되며 국립정동극장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올해 2022년에는 260석 규모의 정동극장에서 5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로 공연장을 넓혀 외연의 확장을 시도한다. [적벽]은 판소리와 현대무용의 만남으로 전통예술의 신(新)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공연을 무관중 생중계 공연으로 진행하여 시청자 수가 2만 6천명을 돌파하였으며 2020년 하반기 진행된 K-performance on air 영상 송출 사업에서는 무려 32만 명이 시청하는...
전통음악 기반 창작자 Shi-ne의 단독공연 [HOLE]이 다음 달 5일 김희수아트센터 SPACE1에서 열린다. [HOLE]은 '결핍'을 각자가 갖고 있는 '구멍'으로 상징화하여 이를 긍정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구멍은 피리 같은 관악기와 그 사이를 오가는 숨으로 은유된다. 전자음악의 기법과 악기의 질감을 강조하는 연주를 통해 새로운 창작국악의 방식을 제시하는 공연이다. Shi-ne는 전통음악 기반의 창작자로서 연희집단 갱, POTT, 브라스밴드 시도 등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해왔다. 연주자로서 국립국악원 등에서 보여준 완성도 높은 연주와 별개로 그는, 음악가로서 소리의 질감을 강조하고 자기 서사를 드러내는 음악을 통해 예술 세계를 만들어왔다. 본 공연은 그의 첫 독주회로 창작자로서 Shi-ne의 예술세계를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의 시작이 Shi-ne의 음악이라면, 이를 무대에서 완성시키는 것은 성연준 감독의 영상이다. 단편영화 [유영]을 비롯해 블루프린트, 김선율, 학표 등의 뮤지션과 협업해온 성연준 감독은 영화적이고 시적인 영상으로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그의 영상은 때로는 연주자의 배경으로서 기능하고, 때로는 연주자를 대신해서 보여지며, 음악의 여백을 함께 채워간다. 이는 무대언어와 영상언어가 조응하는 새로운 다원예술 공연으로서 [HOLE]이 주목받는 이유가 될 것이다. Shi...
5년 전 아날로그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나는 불현듯 턴테이블을 구매했다. 집에 바이닐도 하나 없는데 당장 갖고 싶다는 마음에 덜컥 사버린 것이다. 틀을 바이닐 하나 없는 집에서 턴테이블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배송되기 전에 LP를 사고 싶었다. 새로운 음반보다는 세월의 흔적이 담긴 옛 LP로 첫 턴테이블 음감회를 열고 싶었지만, 마땅한 음반을 고르지 못했던 나는 고민 끝에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옛날에 좋아하던 가수 있어?”“응 있지. 진섭 오빠.” 진섭 오빠. 변진섭. 우리 엄마는 변진섭을 좋아했다. 동갑이라면서 꼭 오빠를 붙여 말하는 엄마가 웃겼지만, 마음 깊이 공감했다. 원래 좋아하면 다 오빠니까. 다만 엄마에게도 ‘오빠’가 있는 줄은 몰랐다. 그 존재를 알게 되어 기뻤다. 그 길로 중고 사이트를 뒤져 변진섭 1집 <홀로된다는 것>을 찾았다. 리메이크되어 조금 익숙한 몇 개의 노래 빼고는 전부 처음 보는 노래였다. 직거래를 한 날, 난생처음 쥐어 보는 커다란 엘피를 들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에 본 엄마의 표정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변진섭 노래를 듣는 엄마는 벅참과 행복, 지난날에 대한 회상, 알 수 없는 슬픔이 한 데 섞여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단언컨대 난생처음 보는 엄마의 표정이었다. 그 순간 내 방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
연극 <니나=빛나, 마이유니버스>는 202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유진희 배우가 무대를 이끌어 가는 1인 스토리텔링 극이다. 오는 7월 26일(화)부터 7월 31일(일)까지 평일 19:30, 주말 15:00 한성대입구역 공간222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니나=빛나, 마이유니버스>는 '재난을 겪으며 터득한 개인의 삶, 변화된 환경, 새로운 세계에서 개인은 자신의 삶과 역사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체홉의 <갈매기>에서 영감을 얻어 연극배우가 되기 위해 배우와 알바(생업+부업)을 통해 직접 부딪혀가며 배운 숨겨진 10성(成)을 찾아 자신의 삶과 배우의 삶을 진솔하게 풀어낸 자전적인 스토리가 담긴 1인 스토리텔링 극이다. 갈매기의 니나처럼 유명한 배우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연극계에서의 깜짝 등장을 기대했던 빛나.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10년 동안 배우가 되기 위해 무대크루, 각종 아르바이트, 오디션 낙방 등이 계속되며 1년에 겨우 한 작품을 하는 배우가 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줄 것이라 굳게 믿지만, 갑작스런 전세계적인 펜데믹 현상을 겪으며 빛나는 현실을 바로 본다. 이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무대는 점차 사라지고...
훌륭한 어른이란 무엇일까? 연극팀 정:지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을 그린 연극, '가별이를 찾아서'를 무대에 올린다. 오는 12일 프레스콜을 시작으로 7월 24일까지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개막하는 이 작품은 정:지 팀이 다섯 번째로 올리는 연극이자 움직임과 라이브 연주가 더해진 융합 극이다. 주인공 가별이는 여느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입시와 취직을 목표로 삼아 열심히 공부해온 소녀이다. 좋은 대학에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만이 '훌륭한 어른'이 될 방법이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따라 그렇게 살아왔지만, 정작 그 모든 걸 이루고 나니 가별이는 단 한 번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반면 가별이의 첫사랑, 경준이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원하던 삶을 살고 있지만 계속해서 가별이를 그리워하고 돌연 사라져 버린 가별이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여행을 시작한 가별과 경준은 처음으로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해 각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간다. 가별이와 경준이의 여행을 중심으로 가별의 친구 혜나, 가별의 부모님, 탐정 등 다채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스토리를 좀 더 풍성하게 꾸민다. 가별 역에 문소연, 경준 역에 한상길, 혜나 역에 정인정, 가별의 엄마 역에 장경숙, 가별의 아빠 역에 최규호가 출연한다. 또한 &#...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권력의 두 얼굴 아멜리아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대테러 전쟁을 이끌기 위해 멀리 떨어져 있는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불안에 떨던 그녀는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해보게 한다.어느 날 은퇴한 기자인 리처드가 찾아와서 장군이 여전히 살아있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전한다. 뒤이어 도착한 장관은 젊고 아름다운 아프리카 소녀 레일라와 그녀의 남동생을 데리고 와서 그들이 장군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생존자라고 소개한다. 얼떨결에 아멜리아는 그들을 집으로 받아들인다.그로부터 한 달 뒤, 장군은 육신이 완전히 망가진 채로 집에 돌아오는데... <기획 노트> 소포클레스의 비극<트라키스 여인들>을위선적인 정치와 감정의 테러에 시달리는현대사회로 옮겨놓다 극단 코끼리만보의 연극 '잔인하게, 부드럽게'(작 마틴 크림프, 연출 손원정)가 오는 7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공연은 배리어프리 공연(barrier free)으로 진행되어 색다른 감각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잔인하게, 부드럽게>는 소포클레스 원작의 <트라키스 여인들>을 현대적으로 가져와 대테러 전쟁 중 작전에 투입된 영국의 장군과 그를 기다리는 아내의 이야기로 치환...
<기획 노트>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그리스 비극,일곱 코러스의 향연 연극의 확장을 추구하는 예술단체 "즉각반응"의 현대시리즈 1탄 [육쌍둥이](작·연출 하수민)가 오는 7월 1일(금)부터 7월 17일(일)까지 대학로의 소극장 알과핵에서 공연된다. 연극 [육쌍둥이]는 용산 망루 철거 사건을 모티브로 2014년 초연된 창작극이다. 즉각반응 창단 10주년 기념작으로 8년 만에 변화된 모습으로 다시금 관객을 만난다. 2022년, 서울의 한 재개발 빌딩에서 불이 타오른다. 물을 아무리 부어도 꺼지지 않던 그 불은 고물을 줍는 사내에게 옮겨 붙는다. 며칠 후, 사내는 몸이 붉게 달아오른 채 죽음을 맞이하고, 10년 전에 가출했던 육쌍둥이가 고물상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악과 선이 공존하는 연극 [육쌍둥이]는 불에 주목함으로써 초고속 성장을 추구했던 한국의 현대사 속 물질만능주의 원초적 불씨와 잉여적 불씨를 이야기한다. 극은 불의 속성에 주목함으로써 '생존'을 위한 욕심 외에도 인정을 위한 인간의 욕심을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지금 동시대에서 긍정하고 과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육쌍둥이]는 그리스 비극의 구성 방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극에 맞게 구성하였다. 극에서 여인은 코러스 장으로, 육쌍둥이는 코러스로 등장하여, 사건을 겪는 개개인이 아닌 노래와 춤을 담당하는 '무리'로써 등장한다. 작은 불씨에서 커다란 화염으...
2015년 제36회 서울연극제 '우수상'과 '연출상', 2017년에는 영화로 개봉해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 <돌아온다>가 2022년 5월 7일(토)부터 6월 5일(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사장 유인택)과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대표 김상중)의 공동주최로 개최될 예정이며, 대학로 소극장에서 주로 공연되었던 무대를 1,000석 규모의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로 확장시켜 더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연극 <돌아온다>는 허름하고 작은 '돌아온다'라는 식당을 배경으로 욕쟁이 할머니,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교사,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 작은 절의 주지 스님 등의 사연을 통해 가족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향수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지난 2019년 한국/캐나다 문화교류재단의 초청을 받아 공연한 캐나다 공연을 통해 교민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하며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연극 <돌아온다>에는 초연 당시 참여했던 배우들과 함께, 탄탄한 연기력과 개성 넘치는 매력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기대를 더한다. 재연부터 식당 주인으로 작품을 이끌었던 강성진과 청년 역을 맡은 김수로를 필두로, 이번 공연에는 박정철, 홍은희, 이아현...
<시놉시스> 미국 북동부 원룸 아파트. 화상흉터를 가진 쌍둥이 러신과 아나이아는 죽은 줄만 알았던 엄마의 편지를 받는다. 쌍둥이가 찾아간 곳에서 엄마는 꺼져가는 숨을 붙들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남자를 잔인하게 죽여달라는 부탁을 한다. 쌍둥이는 당황하지만 이내 엄마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두 사람은 남자를 찾아가는 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기획 노트> 2021년 장일수 연출과 극단 백수광부의 초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Is God Is]가 앵콜공연을 올린다. 초연 당시 파격적인 희곡과 감각적인 연출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극찬받은 [Is God Is]는 앵콜 공연을 통해 더 많은 관객을 만나려 한다. [Is God Is]는 미국의 신진 극작가인 앨리샤 해리스(Aleshea Harris)가 집필한 희곡으로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남부에서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쌍둥이 자매의 복수극이다. 작가는 고대 비극, 현대극,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 아프로펑크(Afro-punk) 등 여러 장르의 요소를 영리하게 차용하여 동시대의 흑인계 미국인 사회의 계층 간, 가족 내 분열과 내재된 폭력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다시 무대에 올리는 [Is God Is]는 바다 건너 쌍둥이 흑인 자매의 이야기를 독특한 템포감과 리듬으로 선보일 것이다. [Is God Is]의 이야기는 일견 공감할 수 없...
너무나 살고 싶어지는 이 순간 뮤지컬 <스메르쟈코프>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와 세계관을 나란히 하는 스핀오프 뮤지컬이다. 마치 거대한 교향곡과도 같은 까라마조프 세계의 1악장을 마치고, 새로운 2악장으로 넘어가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버지라 여겨지는 표도르를 살해한 후, 며칠간의 긴 발작을 시작한 스메르쟈코프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 속에서 긴 여행을 시작한다. 표도르의 제안으로 시작한 모스크바 요리학교부터 학비를 벌기 위해 일하던 공동묘지까지. 산자를 자백하게 만드는 고문기술자부터 죽은자의 고백을 들어주는 조시마 장로까지. 수많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꿈인지 사실인지 모를 만남을 이어나간다. 그 만남 속에서 그는 하나씩 깨달음을 얻어나간다. 자신의 이름, 태어난 의미, 그리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까지.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최후의 작품이자 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로 일컬어지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원작에서 찾기 힘든 스메르쟈코프의 러시아 유학에서부터 아버지의 죽음 직전 모스크바로 돌아온 후까지의 시간을 통해 스메르쟈코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뮤지컬 <스메르쟈코프>는 한 인물의 탄생기에 초점을 맞춰 간결하고 더욱 강렬하게 달려가는 에너지를 보여준다.세 명의 스메르와 조시마, 쌍둥이 형제 그리고 광기와 환상을 첨가하여 만들어진 이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
십 대 소녀 로리는 어느 날,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를 떠나보낸다. 로리는 북극 탐험가가 꿈이었던 아빠를 대신해그의 유골함을 가지고 홀로북극 여행을 떠난다. 앞서 세상을 떠난수염쟁이 탐험가들의발자취를 따라 길을 나서는로리의 성장 스토리. 유주혜, 송상은 / 제공 ㈜엠피엔컴퍼니 연극 [눈을 뜻하는 수백 가지 단어들]은 여성 1인극(모노드라마)으로 2018년 볼트 오리진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작 작품상 수상, 헤러틱 모노극 어워드에서 우승과 함께 '로리의 이야기를 통해 호소력 있고 젊은 에너지로 우리를 안내한다.', '작은 디테일들이 눈처럼 쌓이고, 너무 무거워져 견딜 수 없게 된다.', '생각, 감정, 이미지, 두려움이 촘촘히 엮인 거미줄처럼 꽃을 피운다.', '암울한 이슈들을 이야기할 때도 헤네시의 글에는 유머가 가득하다. 짧은 작품이지만 서사시적인 도달점이 있고, 비판적인 냉랭함도 녹일 수 있는 따뜻함이 담겨있다.' 등의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십 대 소녀 '로리'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를 떠나보낸다. '로리'는 지리학 교사였지만 북극 탐험가가 꿈이었던 아빠를 대신해 그의 유골함을 가지고 홀로 북극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빠의 일기장과 탐험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길을 나서는 '로리'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죽음과 상실, 그리고 성장이라는 삶의 알 수 없는 변주와 북극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선망은 극 ...
<시놉시스> 준호는 입시경쟁의 불안과 초조함을 여성용 레오타드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독특한 취향으로 심적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과외 모임 엄마들의 과도한 통제와 친구들의 선입견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비밀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레오타드를 입은 준호의 사진이 얼굴이 모자이크 된 채로 올라오고 준호는 그것을 올린 사람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희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체육 수행평가에서 짝을 구하지 못했던 희주가 준호의 사진을 빌미로 체육 수행평가 과제를 함께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준호와 희주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주변 친구들로부터 의심과 의혹을 받게 된다. <기획 노트> 아파트 단지에서 커온 준호라는 아파트 키즈가 비밀스러운 취향을 갖게 된 계기를 통해서, 과도한 경쟁 속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불안함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독특한 취향을 갖고 있는 준호를 이해해주는 희주를 통해, 계층 간의 갈등과 출발점이 다른 불평등한 경쟁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모든 충돌이 '아파트 단지內'에 있는 학교라는 공간이라면 잘 보이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학교가 스스로 판단하고 존재할수록 도와주는 공간이 아니라, 부모의 언어에 세팅되어 온 아이들이 그 가치관을 더욱 공고히 하고 낙오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그렸습니다. 단일한 성공의 기준과 루트들, 그 표준에 안착하기...
경계에 선 자화상을 그린 서울괴담 신작 <기획 노트> 나는 누구인가?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극단 서울괴담이 서경식 작가의 에세이 [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김혜신 옮김, 돌베개, 2006)에 기반한 연극 <디아스포라 기행>를 선보인다. '서울탈춤 프로젝트'를 통해 거대도시 속 다양한 주변인들의 존재에 주목해 온 극단 서울괴담은 디아스포라 연구자 이종찬과의 만남을 통해 재일조선인 2세 서경식의 에세이에 매료되었다. 이후 서울괴담은 그 동안 함께 작업해 온 아티스트들이 합류, 오랜 시간 공동의 리서치와 스터디 과정을 거쳐 이를 공연으로 창작하기에 이르렀다. <디아스포라 기행>은 인생의 여러 국면에서 끊임없이 이 물음과 마주해야 했던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의 안내를 통해 현대의 디아스포라적 삶의 유래와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언제나 이방인이며 소수자로 살아가는 망명자들의 자화상을 마주하면서 어제의 폭력의 기억을 되새기고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어디인지,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 되묻는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영상, 사운드, 오브제 등의 다양한 매개 장치들을 작품 속에 적극 활용하여 디아스포라의 실존적 감각들을 연극의 언어로 구현해낼 예정이다. <디아스포라 기행>은 경계의 안과 밖 어느 한쪽이 아닌 사이 공간(in-between space)의 ...
얼마 전 아트인사이트 조예음 에디터의 ‘영화 덕후용 50문 50답’을 읽었다. 문답을 읽으며 타인의 속내를 영화라는 렌즈로 들여다보는 과정이 재밌었고, 질문에 답하며 잊고 있던 영화 취향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보았던 영화들은 어느새 나의 일부가 되었고, 나의 앞날을 꾸릴 수 있는 양분이 되어주었다. 영화 덕후용 문답을 읽고 나서, 나 또한 문화예술 애호가이자 연극인으로서 ‘연극 · 뮤지컬 덕후용 50문 50답’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연에 대한 나의 관심과 애정을 담은 문답을 만들어 보았다. 이 문답을 통해 연극과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혹은 자신의 관극 생활을 찬찬히 돌이켜보는 데 활용해도 좋다. 편의에 따라 질문만 추릴 수 있게끔 글의 마지막에 모든 질문을 모아두었으니 유용하게 즐기기를 바란다. 연극 · 뮤지컬 덕후용 50문 50답 1. 처음으로 극장에 간 것은 언제였나? 무슨 공연을 보았는가? 미취학 아동이었을 때. 어머니와 함께 목동 홈플러스에 있는 소극장에 가서 연극 <파랑새>를 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설픈 연극이었지만, 당시에는 암전과 명전을 번갈아 가며 무대 위의 세상을 순식간에 바꾸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이때부터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의 세계에 매력을 느꼈다. 2. 지금 바로 떠오르는 공연 속 장면 하나를 고르자면?...
인생은 한 편의 문학 작품이라 생각했다. 삶의 모든 일에는 복선이 존재한다. 어떤 맥락을 안고 갈지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다만 내 인생은 내가 해석하고 싶었다. 복선을 발견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었다. 삶은 무수히 많은 기승전결의 집합체라 생각했고, 그 역시 내가 발견해야 한다고 믿었다.잘 짜인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맥락이 매끄럽고, 서사가 감동적이며, 기분 좋은 반전이 있다면, 그 자체로 훌륭하다고 믿었다. 삶도 그렇게 정확한 계획과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면 잘 짜인 문학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그래서 더 맥락에 집착했다.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복선을 찾았다.나는 잘 짜인 이야기를 가졌다. 경험자산에 값을 매길 수 있다면 적어도 중산층 이상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내 인생도 좋은 이야기가 될 거란 환상이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미래는 알 수 없고 삶은 무궁무진의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내가 망각한 것은, 인생은 소설이 아닌 희곡이라는 점이었다. 삶은 상상 속이 아닌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좋은 희곡이 좋은 연극이 되지는 않는 것처럼, 인생에 필요한 것은 해석뿐 아닌 연출이었다. 희곡을 어떻게 무대 위로 올릴 것인지, 그 방법에 대해서 생각했어야 했다. 무대는 위험하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대사를 잊을 수도, 동선이 꼬일 수도, 극장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나는 이 가능...
우리는 일평생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진출하여 좋은 가정과 좋은 노후를 누리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발전한다. 좋은 삶으로 흔히 생각되는 인생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결을 끊임없이 절충하고 타협한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의 삶이 건강하고 순조롭게 지속될 것을 전제한다. 2년 전 모두가 당연한 일상에 제동을 걸고 질병과 죽음의 광경을 매일 맞닥뜨리게 되기 전까지 나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삶이 당연하지 않음을 안다. 하루하루가 투쟁과 협력 속에서 힘겹게 쟁취되는 과정을 목격한다. 우리는 언제든 병에 걸리고 죽음을 맞이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정형화된 ‘좋은 삶’에 대한 압박이 강한 우리 사회는 여전히 건강하지 않은 개인에 관한 상상이 미진하다. 이제는 마스크 없는 얼굴이 어색할 정도로 바이러스는 일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감염자는 질병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에 고통스러워한다. 혐오와 차별 속에 있는 약자들이 바이러스에 더 쉽게 노출되고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전염병이 기존의 불평등을 그대로 표면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질병과 죽음이 아무리 보편적인 모양새로 드러나도 존재를 실감하지 못하고 예방보다는 배제를 택하며 일상에서 간편히 분리하려는 관성이 곳곳에서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 19가 가져오는 공포는 사실 질병과 죽음 그 자체보...
<시놉시스> 남만주 철도가 대련으로 이어져 조선 국경을 통해 경성까지 이어지던 드넓은 벌판. 그 먼지서린 만주엔 방직공장 신신방이 있다. 때는 1945년. 거대한 세계 대전의 축이 일본의 패전으로 기울 무렵, 일본 군복을 만들어 납품하는 신신방에도 점점 위기가 찾아온다. 돈과 성공을 쫓아 기꺼이 군납공장에 몸을 내던진 그들은 이제 조선인도 일본인도 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쌓여가는 군복과 빚더미를 청산해야만 한다. <기획 노트> 2021 창작산실 / ⓒ 유경오 2021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인 연극 <신신방>이 오는 2월 12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해당 공연은, 지난해 <왕서개 이야기>, <붉은 낙엽>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김도영과 특유의 위트 있는 연출로 많은 주목을 받아온 <국물 있사옵니다>, <발가락 육상천재>의 연출가 서충식이 함께한, 극단 실한의 신작이다. 1945년, 대전의 축은 일본의 패전으로 기우는 때. 만추리아 드림을 품고 만주로 향한 공장과 자본가들은 서서히 줄도산의 처지로 내몰리고, 일본 군복을 만들어 납품하던 군납공장 신신방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는 상황에 처한다. 전쟁 한 철 보고 하는 장사, 전쟁을 통해 큰 이득을 얻고, 떼돈을 가져다 줄 것만 같던 전쟁이 끝나가며, 그들이 꿈꾸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