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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사진, 회화, 영상, 설치를 넘나들며 극사실주의와 추상 화법을 동시에 구사하고 고유의 이미지를 구축한 마릴린 민터의 작품들은 화면의 왜곡이 돋보입니다. 특히 유리를 통한 왜곡은 작가가 다른 사실주의 화가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고안한 고유한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로 그리고자 하는 작품 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나죠. 여성의 얼굴, 입, 입술, 치아, 노출된 네크라인을 클로즈업으로 묘사한 이번 작품들은 관능적인 입술, 드리워진 입김, 흩어지고 흐르는 물방울, 세월의 흔적을 담은 주름까지 모두 화려하고 아름답게 담아냅니다. 자신이 묘사한 대상들을 '하나의 통로이자 동시에 우리의 존재 방식'으로 정의한 마릴린 민터. 여성 표현에 관한 담론과 매력 그리고 아름다움의 개념에 꾸준히 천착해 온 작가의 대담한 실험을 통해 시각문화 속 여성 이미지를 다시금 사유해 보는 기회의 장을 경험해 보세요.

"예술가로서 나의 임무는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로
그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형상을
매우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합니다.
비록 그것이 한줄기의 침이나
땀 혹은 때일지라도 말이죠.
화려하고 멋지게
그려낼 것입니다." -마릴린 민터

MIE OLISE KJAERGAARD : GAME CHANGER
작가의 신작들은 생동감 넘치는 붓질과 역동적인 구도를 토대로 당당하며 진취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묘사해 여성의 주체성과 자유를 강조하고, 공동체의 순기능과 역할에 집중케 합니다. 특히 화면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듯이 인물의 표정과 움직임부터 배경까지 크고 작은 디테일들이 균형과 연대 의식이라는 주제로 귀결되죠. 더불어, 이 요소들은 오랫동안 여성을 억압해 온 사회적 구조와 뿌리 깊게 박힌 고착개념에 균열을 내며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는 사회적 인식으로부터 통제권과 거부권을 획득합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문화권이 특정되지 않은 점도 감상의 묘미 중 하나로 작용하는데, 이 지점에서 화면 속 인물들의 경쾌하면서도 거침없는 움직임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더욱 강조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새로운 여성상을 마주하며 관람자 각자의 가치관을 비추어 보세요.

'촉각적 경험을 통한 개인적이고 내밀한 위안'과 '인간관계의 복잡한 상호작용 및 개인의 긍정적 태도'를 주제로 삼는 이번 전시는 부드러운 벨벳 소재로 전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설치 작업을 직접 만지고 기대며 체험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치유와 회복의 기회를 선사합니다. 소재와 형태 만큼이나 부드러운 감촉은 복잡다단한 여러 관계에서 생겨난 크고 작은 상처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며 이내 무방비 상태의 편안한 마음 상태로 이끌어요. 온몸을 이용해 생산하고, 수정하고, 다듬어 가는 과정에서 작가가 사회로부터 받은 상처를 해소하는 자기 치유와 억압된 자아를 재정립하는 회복의 시간이 녹아든 작품들이 기꺼이 내어주는 포근한 곁과 품을 통해 치유의 기회와 함께 뭉근한 위로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