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따뜻한 시 속에서 먹먹함이 자꾸 눈에 띈다. 어느 날 갑자기 바뀐 내 삶을 부정적으로 들여다 보게 되는 내 마음 때문일까. 수술 후 2년이 지났고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전과 같지 않은 몸뚱이는 나만 알고 있다. 전에는 내가 집까지 달고 다니는 씩씩한 달팽이인 줄 알았는데 이젠 집을 짊어질 힘이 없는 민달팽이 같다. 아빠랑 둘이 사는 아이가 가족이 없다는 말에 아내이자 엄마를 잃고 살아가는 아들과 손자를 걱정하는 시인의 마음에 울컥했다. 내가 살고 싶은 이유는 내 자신이 무병장수를 누리고 싶은 게 아니라 엄마로서 좀 더 살아야겠다는 이유였다. 젊었을 때 시간은 시계처럼 원을 돌며 앞으로 나가지만 나이드니 시간은 나모르게 끝시간이 맞춰져 있고 남은 시간이 표시되는 타이머 같다. 우리의 삶이 영속성이 없어 빛나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 끝은 두렵다. 그 두려움을 몰라도 되는 나이, 외면해도 되는 나이를 지나 서서히 직면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가는데 잠깐 멈추어서 ‘시’를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전에는 시집은 참 헐렁헐렁한 책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참 촘촘하게 쓰여진 책같다. 헐렁한 글을 촘촘하게 읽게된 걸까. 더 늦기 전에 한번 만나고 싶은 나태주 시인님 ❤️❤️❤️ p.s: 그 후 나태주 시인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넘 감동적이었어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저자 나태주 출판 열림원 발매 2022.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