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비운의 시대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얼마나 될까. 역사는 조국과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과, 자신의 이득을 위해 무엇이든 팔아넘긴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소설의 시선은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이름들을 향한다. 양반들이 이 나라를 일본에 넘겼다고 한탄하면서도 "가족을 지켜라. 자기 배를 채워라. 정신 바짝 차리고, 지도자들을 믿지 마라."라고 되뇌며 그저 먹고살기 위해 하루하루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사람들. 역사의 소용돌이가 삶의 터전을 뒤흔들고 파괴해도, 옳은 것에 대한 자신만의 신념을 간직한 채 오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사람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고 선언하는 사람들을. 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많은 작가들이 첫 문장을 고심할 거다. 어떻게든 독자를 자신의 블랙홀로 빨아들이기 위해서. 첫문장 중에서 차마 옮겨적을 수 없지만 유명한 것이 '마션'이 아닐까. 아마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잊을 수 없는 첫문장이다. 파친코의 첫문장도 그렇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 이렇게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 '파친코'라는 제목을 보고는 '도박'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도박하다 패가망신하는 이야기인가, 하고.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이 '근대사 이야기'라는 말고 상당히 페이지가 빨리 넘어간다는 말에 당장 책을 구매했다. 절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