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죽녹원 가봤어?' 물으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끄덕인다. 담양 죽녹원은 그만큼 유명하다. ' 가보니 어때?' 물으면 '대밭 아주 넓고 좋아' 그래서 또 물었다. ' 담양 죽녹원은 뭐가 좋아?' ' ................. ' 죽녹원엔 '쉼'이 있다. 죽녹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셀프 최면 죽녹원은 들어가기 전 반드시 셀프 최면을 걸어야 한다. " 편안하자. 편안해지자." 죽녹원 뭐지? 이렇게 생각하면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살짝 지겨워질 수도 있다. 그렇게 만나는 죽녹원은 그냥 드넓은 대밭일 뿐이라서... 색. 성. 향. 미. 촉(色聲香味觸) 오감(오感)의 파동이 뇌를 춤추게 하는 그곳! 담양 죽녹원에 다녀왔다. 죽녹원을 찾은 시간은 뉘엿뉘엿 지는 해가 대나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늦은 오후였다. 애초에는 오직 대나무 사진 찍을 생각만 하고 갔다. 그런데 막상 그곳에 도착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유도 목적도 없이 그냥 그곳을 걷고 싶었다. 죽녹원의 새로운 면모에 완전히 반했다. 죽녹원 향기의 발원지는 막 땅을 뚫고 나오는 죽순이었다. 향香, 여름 대나무밭 특유의 상큼함 죽녹원에 발을 딛는 순간, 죽순이 땅을 뚫고 막 올라오면서 뿜어내는 특유의 향기가 온몸을 전율케 했다. 상큼하면서도 비릿한 그 내음은 의식의 해저 아래 가라앉아 있던 유년기의 기억들을 봇물처럼 토해 냈다. 그 향기가 막 감은 머리에서 창포 향기를 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