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보리밭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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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학원농장, 보리밭 사잇길에서 보릿고개 그 시절을 회상하며

[ 아주 짤막한 소설] 보릿고개 나종화 (2019년 5월 29일) 아침밥을 짓느라 부산을 떨던 서창댁이 돌연 손을 멈추고 담벼락 감나무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 그리고 꽁지발까지 들더니 손을 눈썹 위에 얹고, 연두색 감잎 사이로 보이는 신작로를 유심히 살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로 들어오는 사람은 분명 못자리에 물을 댄다며 좀 전에 들로 나갔던 남편 창수였다. ‘별일이네.’ 서창댁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돌아갔다. 아궁이에서는 불꽃이 볏짚을 태우며 날름거리고, 솥뚜껑 사이에선 하얀 밥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잠시 후 창수가 집에 들어오자, 서창댁은 부지깽이를 들고 부엌문에 기대고 서서 남편 자전거부터 훑어보았다. " 단디 좀 챙겨 가시지 또 뭣을 두고 갔다요? “ 창수는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 고것이 아니고잉, 푸대 자루에다가 쌀하고 보리쌀 섞어서 몇 댓박 싸게 담아보소잉“ 창수의 뜬금없는 주문에 서창댁은 짐작 가는데 가 있어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뭔 자다가 봉창 뜯는 야그라요. 쌀하고 보리는 뭣 하게라우. “ 서창댁의 그런 반응에 창수는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귀찮다는 듯 짜증 섞인 어투로 웅얼거렸다. “ 들에 가다가 기분이 좀 뭣해서 성님네를 슬쩍 들여다봤더니, 때껄이가 없는지 으짠지, 사람 기척은 있는디 밥을 허는 기척이 없드라고, 간난애기는 울어싸고. 으쩌것어. 성님이야...

2019.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