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화법으로 별거 아닌 이야기를 특별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연출력. 홍콩영화를 만들던 시절의 왕가위는 정말 천재였던거 같습니다. 예전 그의 작품들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하나씩 보는 중인데, 그 세련된 화법과 감각적인 영상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감탄의 대상입니다. 당시 그의 천재성을 새삼스레 실감하고 있습니다. +____+
보스에게 배신당한 금발녀와 애인에게 버림받은 사복경찰 223의 썸 / 애인에게 버림받은 순창경찰 633과 그를 짝사랑하기 시작한 스토킹녀의 요상한 사랑. 2개의 이야기기 옴니버스 형태로 소개되는데, 텍스트만 놓고보먼 병맛 찐따같은 이야기인데 영상 속에서는 감각적이고 운명처럼 보여진다.
바람둥이 아비가 소극적인 성격의 소려진을 꼬시며 선물한 영원한 1분. 상처받고 이별한 후에도 그녀는 그 1분을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 사랑의 순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표현되었다. 소심한 여자와 소육이 강한 여자는 같은 이별 후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한계를 느끼고 은퇴를 준비하는 킬러 황지명, 어느새 그를 사랑하게 된 미녀 파트너 / 미친놈 하지무와 실연당해 그보다 더 미친년이 되어버린 찰리. 서로에 대한 수줍은 미련과 애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돌려서 표현하는, 그들의 안타깝고 미묘한 심정을 영상에 담았다.
사막에 은거해 주막을 운영하는 구양봉. 그의 객잔에 황약사, 모용연, 맹무살수, 홍칠 등의 고수가 방문하며, 원망과 사랑과 협의에 얽매인 과거와 현재의 갈등이 빚어진다. 왕가위 감독이 김용의 영웅문 1부 대사조영웅전 주요인물들의 과거를 창작한, 일종의 프리퀄이다. 무협이되, 칼질보다 인물들의 심리가 강조된다. 영웅문을 안다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누군가의 남편, 다른이의 아내가 불륜관계에 빠진다. 그들의 배우자는 서로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낀다.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다가, 어느덧 그들을 배신한 이들처럼 서로에게 흔들린다. 두 주인공은 서로를 갈망하지만, 저들처럼 되고싶지 않다는 이율배반적인 자기검열에 괴로워한다. 우리나라는 유교적 도덕관념에 지배되는 사회라, 더 끌리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