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기타정보시 다섯 편, 그 깊은 울림 속으로 함께 빠져들어 보아요.
2024.12.13콘텐츠 5

시 한 편을 읽는 일은 짧지만, 그 여운은 길다. 때로는 첫 구절에서 멈춰 서게 만들고, 어떤 날에는 끝 문장을 읽고도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보게 한다. 그래서 시는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시인과 한 마음이 되어 같은 시공간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시가 주는 이 신비로운 경험은 단순한 위로나 공감을 넘어, 스스로의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지금부터 소개할 다섯 편의 시는 오랫동안 곁에 두고 천천히 음미해도 좋을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 시들만큼은 천천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의 언어와 사색의 여운이 당신의 하루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시의 바다에 몸을 맡기고 그 깊은 울림 속으로 함께 빠져들어 보자.

01.노벨문학상 한강 시, 피 흐르는 눈 4 시 추천

피 흐르는 눈 4

한강




이 어스름한 저녁을 열고
세상의 뒤편으로 들어가 보면
모든 것이
등을 돌리고 있다





고요히 등을 돌린 뒷모습들이
차라리 나에겐 견딜 만해서
되도록 오래
여기 앉아 있고 싶은데




빛이라곤
들어와 갇힌 빛뿐




슬픔이라곤
이미 흘러나간 자국뿐





조용한 내 눈에는
찔린 자국뿐
​피의 그림자뿐




흐르는 족족




재가 되는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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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너를 두고 1 - 나태주

너를 두고 1

나태주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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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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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꽃자리 - 구상

꽃자리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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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너의 때가 온다 - 박노해

너의 때가 온다

박노해




너는 작은 솔씨 하나지만
네 안에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들어있다

​​

너는 작은 도토리알이지만
네 안에는 우람한 참나무가 들어있다



너는 작은 보리 한 줌이지만
네 안에는 푸른 보리밭이 숨 쉬고 있다

​​

너는 지금 작지만
너는 이미 크다

​​

너는 지금 모르지만
너의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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