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
9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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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그 많던 싱아는.. 두 번째 이야기

도서관 책 목록을 살펴보다 다시 꺼내 읽은 박완서 작가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곧장 두 번째 이야기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이어 읽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고 나니 차라리 작가의 유년 시절부터 10대를 지나는 성장기가 그려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책이 오히려 더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일제 치하와 전쟁을 겪으며 모진 수모를 겪은 시기도 있었건만, 그래도 2부보다는 더 견딜 수 있는 시절이었다. 아마 어린 시절 박적골에서 자라며 받은 할아버지의 사랑과, 힘든 서울살이에서 든든한 오빠와 함께 했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추억이 옛 기억 곳곳에 묻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20살이 갓 넘은, 한창 꽃피울 나이의 그 찬란해야 할 시절은 너무나도 쓰리고 아프다. 책은 6.25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폐해진 서울살이의 모습을 그대로 전해 주었고,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뼈아픈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 그래, 우리 집안은 빨갱이다. 우리 둘째 작은아버지도 빨갱이로 몰려 사형까지 당했다. 국민들을 인민군 치하에다 팽개쳐두고 즈네들만 도망갔다 와 가지고 인민군 밥해 준 것도 죄라고 사형시키는 이딴 나라에서 나도 살고 싶지 않아. 죽여라, 죽여. 작은아버지는 인민군에게 소주를 과 먹였으니 죽어 싸지. 재강 얻어먹고 취해서 ...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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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줄거리 / 박완서

박완서 작가님의 유년 시절을 이야기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줄거리입니다. 박적골엔 이렇게 두 양반집과, 열여섯인가 열일곱 호의 양반 아닌 집이 있었지만 지주와 소작인으로 나누어져 있진 않았다. 바위라고는 하나도 없이 능선이 부드럽고 밋밋한 동산이 두 팔을 벌려 얼싸안은 듯한 동네는 앞이 탁 트이고 벌이 넓었다. 넓은 벌 한가운데를 개울이 흐르고 정지용의 시 말마따나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은 아무데나 있었다. 일제 치하 내가 살던 박적골은 모두 농사를 지었고 먹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자녀가 없는 두 숙부네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나를 다들 귀히 여기며 애지중지했고 특히 할아버지의 사랑은 유별났다. 가족의 관심과 사랑속에 나는 아무 걱정 없이 들로 산으로 쏘아 다니면서 자연을 놀잇감 삼아 동무들과 뛰놀았다. 공부하러 서울로 간 오빠가 중학생으로 진급하자 엄마는 오빠 공부 뒷바라지를 한다고 서울로 갔고, 이후 나 역시 신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엄마의 성화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로 가게 되었다. "여기가 서울이야?" 나의 항의 섞인 물음에 엄마는 뜻밖에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여기는 서울의 문밖이란다. 느이 오래비가 이담에 취직해서 돈 많이 벌면 우리도 그때 가선 버젓이 문안에서 살아 보자꾸나." 엄마가 이렇게 좋은 말로 달랬다....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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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아주 오래전에 꿈을 꾼 적이 있다. 어릴 적, 그러니깐 국민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엄마 손을 잡고 서울 친척 집에 놀러 갔는데, 오랜만에 만난 어른들은 재미난 이야기로 꽃을 피웠지만 내 또래 하나 없는 그곳에서 나는 마냥 심심해했고 그래서 엄마 옆에서 그 심심함을 표현하기 위해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나 때문에 대화가 어려워진 엄마는 돈을 쥐여주며 가게에서 군것질거리를 사오라 하셨고 신이 난 나는 친적 집 근처 구멍가게에 가서 먹고 싶은 과자를 골랐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도무지 친척 집이 어딘지 찾을 수가 없었다. 서울의 집들은 내 눈엔 다 똑같아 보였다. 비슷한 집들이 비슷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으니 지방에서 올라온 어린 나는 친척 집을 찾기 쉽지 않았고 결국 비슷하게 생긴 어느 집 마당에 들어가 쪼그려 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쯤의 시간이 지났는지 잘 모르는 그때쯤 엄마가 대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그때의 그 반가움과 환희란. 그 기쁨을 꿈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국민학생 때였는지 중학생 때였는지 그 시점은 알 수 없으나 엄마에게 간밤에 어릴 적 길을 잃은 꿈을 꾸었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꾼 꿈이 사실이라는 거다. 과자를 사러 나간 아이가 한참 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아 걱정돼서 나가봤는데 주변을 다 찾아봐도 보이질 않아 점점 애가 타들어 갈 때쯤 옆집 옥상에서 어떤 처자가 자기네 집 마당에 ...

2022.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