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2는 정말로 남극에서도 작동이 될까? 지금도 인기 있는 모델이지만 필름 카메라 전성기였던 1980~1990년대에도 니콘 FM2는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의 독보적인 제품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리고 ‘남극에서도 촬영할 수 있는 유일한 카메라’ 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남극의 평균 기온은 영하 23도.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 이하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극한의 환경이겠네요. 잠깐, 다른 카메라들은 남극에서 못 쓴다는 말인가요? 네, 당시에 한동안은 그랬을 거예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셔터막의 소재’ 입니다. 당시 다른 제조사들이 천으로 셔터막(cloth shutter curtain)을 만들 때 FM2는 티타늄(후기 버전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셔터를 만들었습니다. 한 겨울에 베란다나 실외에 널어 놓은 빨래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추위에 뻣뻣하고 딱딱하게 굳어 있는 빨래 말이에요. 천 셔터막도 마찬가지입니다. 셔터막이 뻣뻣하게 굳어서 제 속도로 작동을 하지 않아 노출 과다를 일으키거나 아예 작동이 안 되는 것입니다. 이건 남극까지 가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겨울 추운 날에 천 셔터막을 쓰는 카메라들은 같은 증상을 보입니다. 두 번째는 ‘배터리’ 입니다. 추울 땐 평소와 달리 배터리가 금방 방전됩니다. 필름 카메라에서 배터리의 역할은 노출계와 전자식...
*호기심과 질문이 많았던 이 수강 신청자를 ‘Y’로 칭하겠습니다. *니콘 FM2 한글 설명서(PDF 파일)가 첨부되어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세요. 1day 필카 클래스 Y님과 원데이 필카 클래스 약속이 잡혀 있던 날. 집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을 취소하고 참가비를 환불해드리려고 연락을 했는데 Y님이 비가와도 상관없으니 그냥 하자고 했습니다. Y님은 필름 카메라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고, 잘 모르니 적당한 카메라를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FE2 카메라를 권해드렸고요. 카페에서 한 시간 정도 카메라 사용 방법과 기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수업을 했습니다.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촬영장소는 Y님의 의견으로 인사동에서 삼청동, 북촌을 거쳐 가회동까지 이어졌습니다. “비오는 날엔 우산 쓴 사람들 모습만 찍어도 예뻐요. 아무거나 찍어보세요.” 처음엔 초점과 노출을 맞추는 게 서툴렀지만 금방 익숙해진 듯 보였습니다. 열심히 찍으시더군요. 매 순간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별 문제없이 금세 한 롤을 다 찍었습니다. Y님은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냐며 걱정을 했습니다. “뭐라도 나오겠죠^^” 그날 Y님이 찍은 사진들 중 일부입니다. (Y님께 사진 게시 동의를 얻었습니다) (니콘 FE2, 코닥 프로이미지 100, 동대문 중앙칼라, 노리츠 스캐너) 동대문 중앙칼라에 필름을 맡겼는데 당일에...
원데이 필카 클래스때 빌려드리는 카메라는 모두 니콘 SLR(Single Lens Reflex, 일안 반사식) 카메라입니다. 모두 니콘 제품인 이유는 이미 출시된지 40년 이상 된 낡은 카메라들 중 가장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 니콘 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러 제조사의 카메라들 중에 F마운트 카메라를 제일 신뢰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SLR 카메라의 장점이라면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실상을 보고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구조상 크기와 부피가 크다는 것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신청자들의 공통점은 '어떤 카메라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으니 적당한 것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죠. 필름 카메라를 써본적도 없고, 어떤 카메라가 내게 맞는 것인지 모두 써보지 않고선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여용 카메라 5종 EM, FG, FE2, FM2, F3HP의 특징과 장단점을 간단하게 비교해봤습니다. 카메라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일 쓰기 쉬운 카메라 <니콘 EM> 발매년도 1979년 / 크기 135 x 86 x 54 mm / 무게 460g 니콘의 SLR 카메라들 중 가장 작고 가벼운 제품입니다. 여성을 타겟으로 출시한 제품입니다. 그래서 별명이 Lady's Nikon 입니다. 장점: 작고 가볍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노출의 개념에 대해 몰라도 초점만 잘 맞추고 셔터만 꾹 누르면 멋진 사진이 만...
일회용 카메라는 작고 가벼워서 갖고 다니기 좋고, 가격도 싸서 부담 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고정된 설정에 따른 제약으로 사용 환경의 제한, 표현의 한계 등을 꼽을 수 있겠죠. 이런 저런 이유로 일회용 카메라에 들어있는 필름을 꺼내어 일반 카메라에 넣어서 쓰기도 합니다. 동네 당근에 ILFORD XP2가 쇼핑몰 판매가의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올라왔길래 사왔습니다. 일포드 XP2 필름을 좋아합니다. 이유는 일반 흑백 필름에 비해 현상 비용이 싸고, 현상할 수 있는 곳도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 흑백필름의 경우 필름 프로파일 별로, 소량을, 사람이 직접 현상하다 보니 비용이 컬러 필름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쌉니다. 그런데 이 XP2는 흑백 필름이지만 컬러 네가티브 필름과 똑같이 C41 현상이 가능합니다. 케이스에 빨간 동그라미의 C41 보이죠? 이 카메라의 사양은 30mm F9.5 렌즈, 셔터 스피드 1/100sec, 최소 초점거리 1m, 내장 플래시 등입니다. 이 값들은 항상 고정되어 있으며 사용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사양으로만 보면 적당히 넓은 화각에 전체적으로 선명하게 상이 맺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겠네요. 그냥 써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더 좋은 카메라가 있으니 필름을 꺼내서 쓰기로 했습니다. 1회용 카메라의 필름은 일반 필름과 감겨있는 구조가 다릅니다. 일반 필름은 필름이 모두 매거진 안에 돌돌 말려있다가 촬영할...
니콘 필름 카메라 셔터 소리를 동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이크가 후진건지 실제 소리와는 약간 다르게 들립니다.
일요일이 입동이었고, 월요일엔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집에서부터 쓰고 나왔던 헤드폰을 벗으니 빗소리가 들렸다. 올려다보니 비가림막 위에 빗방울과 낙엽이 쌓이고 있었다. 이맘때 내리는 비는 확고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가을은 여기 까지야 라는. 다시 헤드폰을 썼다. '차가운 11월의 빗속에선 누구나 누군가 필요해' 일포드 일회용 카메라, 후지 이터나 500T 필름
세상에 없는 카메라 만들기 영화용 필름은 실제로 영화를 촬영할 때 쓰는 필름을 말합니다. 보통 왼쪽의 이미지처럼 100피트 단위로 깡통에 담아서 판매 되는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이 필름을 사서 필름 로더기 등을 이용해 36컷 분량(160cm 정도)을 빈 매거진에 감아서 일반 필름처럼 씁니다. 영화용 필름은 촬영에 사용되는 광원(조명)에 따라 일광용(Daylight), 실내 조명용(Tungsten)으로 나뉩니다. 일반 필름과 다른 점은 영화 촬영시 초당 24장 이상의 고속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로 인해 필름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렘젯(Rem-jet)' 이라는 탄소 코팅막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네가티브 필름(C41)과는 다른 프로세스(ECN-2)로 현상합니다. 일반 필름과는 다른 독특한 발색의 매력이 있어 저도 자주 사용합니다. 잠수종과 나비(2007), 라비앙로즈(2007), 킹스 스피치(2010), 나잇 앤 데이(2010), 쉐임(2011), 인터처블 (2011), 제인 에어(2011), 헝거게임(2012) 등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들과 그 외의 많은 영화들이 위의 후지 이터나 필름으로 촬영되었습니다. 이 카메라 기억하시나요? 얼마 전에 당근 마켓에서 싸게 사서 필름을 꺼냈던 일포드 XP2 400 일회용 흑백 카메라입니다. 지난번 글에서 일회용 카메라의 장점으로 '작고 가벼워서 갖고 다니기에 좋고,...
일회용 카메라는 작고 가벼워서 갖고 다니기 좋고, 가격도 싸서 부담 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고정된 설정에 따른 제약으로 사용 환경의 제한, 표현의 한계 등을 꼽을 수 있겠죠. 이런 저런 이유로 일회용 카메라에 들어있는 필름을 꺼내어 일반 카메라에 넣어서 쓰기도 합니다. 동네 당근에 ILFORD XP2가 쇼핑몰 판매가의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올라왔길래 사왔습니다. 일포드 XP2 필름을 좋아합니다. 이유는 일반 흑백 필름에 비해 현상 비용이 싸고, 현상할 수 있는 곳도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 흑백필름의 경우 필름 프로파일 별로, 소량을, 사람이 직접 현상하다 보니 비용이 컬러 필름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쌉니다. 그런데 이 XP2는 흑백 필름이지만 컬러 네가티브 필름과 똑같이 C41 현상이 가능합니다. 케이스에 빨간 동그라미의 C41 보이죠? 이 카메라의 사양은 30mm F9.5 렌즈, 셔터 스피드 1/100sec, 최소 초점거리 1m, 내장 플래시 등입니다. 이 값들은 항상 고정되어 있으며 사용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사양으로만 보면 적당히 넓은 화각에 전체적으로 선명하게 상이 맺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겠네요. 그냥 써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더 좋은 카메라가 있으니 필름을 꺼내서 쓰기로 했습니다. 1회용 카메라의 필름은 일반 필름과 감겨있는 구조가 다릅니다. 일반 필름은 필름이 모두 매거진 안에 돌돌 말려있다가 촬영할...
연말의 명동 풍경을 담고 싶어서 흑백 필름 두 롤을 챙겨 거리로 나갔습니다. 촬영을 마친 후 충무로에 있는 사진관에 현상을 맡겼습니다. 흑백 필름은 컬러 네가티브 필름에 비해 현상 비용도 비싸고,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1롤에 8천원씩 16,000원을 계산하고, 2박 3일 후에 스캔된 파일들을 받았습니다. 제가 받은 파일들 중 몇 장을 보여드릴게요. 코닥 Tmax 400 필름의 스캔파일 이고, 현상소에서 보내준 것을 크기만 줄인 것입니다. sample #1 현상소 스캔 sample #2 현상소 스캔 sample #3 현상소 스캔 sample #4 현상소 스캔 이게 뭐지? 파일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계조는 무너졌고, 암부는 완전히 죽었습니다. 밤이건 낮이건 모든 사진이 이랬습니다. 뭐 이렇게 누아르적이야? 이상한데요? 이 사진들을 포토샵 ACR(Adobe Camera Raw)에서 열어봤습니다. 색정보가 없는 암부는 파란색으로 표시됩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그냥 순수한 검정색이라는 뜻입니다. 이건 밝기를 조절하거나, 쉐도우를 끌어 올리는 등 무슨 짓을 해도 못 살립니다. 정보가 없으니까요. 만약에 당신이 이런 결과물을 받았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 카메라에 문제가 생겼을까? - 필름에 문제가 있었을까? - 사진을 잘 못 찍은 걸까? - 현상이 잘못된 걸까? - 스캔이 잘못된 걸까? 며칠 뒤에 현상소에 들러서 그 필...
세상은 온통 안갯속이었다. 몇 걸음만 멀어져도 흐릿해지다 이내 주위에 묻히듯 사라지는 형태들. 그건 꿈속 같기도 했다. 그 안개 속에서 나는 왠지 마음이 편하고 안전하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마치 포식자를 피해 어딘가로 숨어든 작은 들짐승처럼. 해마저 구름에 가려져 하늘도 어둡고 흐렸다. 이상한 날씨였다. 멀리 보이는 여의도의 높은 건물들은 부옇게 형태만 보여 얼핏 고대의 유적처럼 보였고, 한강 철교위를 지나가는 기차와 그 소리는 몇 번을 반복해도 질리지 않았다. 흑백 필름을 넣었다. 컬러 필름으로 찍어도 흑백사진이 나올 것 같은 풍경들이었다. 노들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 사진을 찍었다. 육지와 이어져 있지만 겨울 안개 때문에 그날의 노들섬은 진짜 섬이었다. #01 #02 #03 #04 #05 #06 #07 #08 필름 카메라 니콘 FE2, 흑백필름 코닥 Tmax100, ⓒ잠든자유
섬에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혼자 노들섬에 갔었습니다. 육지와 이어져 있으면 그게 무슨 섬이람! 평소라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자욱한 안개 덕분에 완벽하게 육지와 단절된 것 같았습니다. 답답하고 먹먹한 몽환의 섬이었습니다. 그동안 섬을 여행하며 결론 내린 것은 섬의 본질은 고립이라는 것입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곳이 섬입니다. (글|사진 잠든자유)
명동 2021.12 연말이 되면 명동을 찾게 됩니다. 겨울에 그곳에서 좋은 추억들이 많았거든요. 예전에는 이맘때면 거리 풍경이 온통 화려하고, 북적이고, 캐롤송이 들렸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며칠전에 혼자 걸었던 그 거리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흑백필름에 담았습니다.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15 며칠 뒤 저녁에 다시 명동에 갔습니다. 꽤 추운 날이었습니다. 해가지자 거리 곳곳에 불이 켜지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명동극장 앞 크리스마스 트리와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사진 한 장 부탁 드려도 될까요?" 하며 다가온 사람들이 내민 건 모두 스마트폰이었습니다. 저도 앞으로는 작고 가볍고 사진도 잘 나오는 스마트폰을 쓸까봐요. 이놈의 쇳덩이들은 무겁고 손시려워죽겠네.. #16 #17 #18 #19
나는 종교도 없는데 연말에 명동 성당을 찾게 되는건 왜일까..
입문용으로 수동 SLR 필름 카메라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선택지는 몇 가지 제품으로 좁혀져 있습니다. 소위 엔트리급이라고 하는 캐논 AE-1, 펜탁스 MX, 미놀타 X-700, 미놀타 X-300, 올림푸스 OM 시리즈 등입니다. 이 카메라들의 공통점은 생산된 지 40년 이상 됐고, 디자인과 기능이 비슷하고,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필름 카메라 커뮤니티에 가입한 신입회원이 '미놀타 X-700 입문용으로 어때요?' 하고 질문을 올리면 '좋은 카메라입니다'라는 댓글이 여러 개 달리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댓글들을 볼때마다 되묻고 싶어집니다. '정말로 좋은 카메라입니까?' 카메라의 핵심 부품이라고도 할수있는 셔터막을 천(cloth)으로 만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개발자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뭐, 얼마나 오래 쓰겠어, 찢어지거나, 해어지면 교체해주면 되지' 라던가 아니면, 단지 '원가절감! 싸게 만들어 많이 팔면 그만!' 이었을까요? 천 셔터막은 습도와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습한 여름엔 셔터스피드가 정확하지 않은 또는 일정하지 않은 셔터 늘어짐이 있고 추운 겨울엔 셔터막이 얼어서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내구성도 약하죠. 40년 지난 옷이 낡아서 해어지고 늘어나고 하는 것처럼 천셔터막도 마찬가지입니다. 필름 카메라 동호회 게시판에서 고장증상 문의나 수리비용 문의 게시물을 검색해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