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월모일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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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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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에세이,모월모일,박연준

오래전 엄마가 아직 곁에 계셨을 때, 엄마의 나이를 지금의 내 나이로 대입해 계산해 보곤 하는데 아마 지금의 내 나이보다 한두 살쯤 더 아니. 대여섯 살쯤 더 많으셨던 것 같다. 툭하면 엄마는 저거, 이거, 저쪽, 이쪽, 그것도 아니면 저 저 저. 뭐더라. 그 뭐꼬? 하는 통에 얘길 하다 보면 답답해서 팔짝 팔짝 뛰게 만들곤 하셨다. 내가 왜 이럴꼬... 혼잣말을 하시던 순간에 한 번도 엄마가 왜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을 찿아 헤매시는지.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난감해 하시는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드리고 그때 엄마가 끝내는 찾지 못한 단어를 알아차리고 천천히 말해줄 걸 지금 와서 후회하고 있다. 엄마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찾고 그 말을 하기까지 기다리는 건 인내심이 필요했다. 보통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엄마를 배려하는 일이라고 착각을 하면서 여러 가지 말을 대신하거나 지레 짐작을 해서 내 마음대로 결론까지 지어버린다. 그러면 엄마는 엄마대로 답답해져서는 그게 아니라.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 하다가 어떤 때는 하고 싶은 말을 포기하셨던 것도 같다.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말의 중간에 불쑥 끼어들게 되고 중간까지 듣다가는 들으나마다 뻔한 이야기네 하면서 뒤를 돌아 가버린다. 이야기의 상대가 상처받은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는 경우에는 더욱 세심하게 들어줘야 한...

202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