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정확히는 봄이, 깊어가고 있다. 한국 남쪽 끝에 위치한 제주는 봄이 그 어느 지역보다도 제일 빨리 오는 곳이라 수많은 사람들이 봄을 맞이하러 내려온다. 제주살이를 하며 가장 신나는 계절도 봄이 아닐까 싶다. 단정지을 수 없는 까닭은 이제 막 제주 1년살기를 마치고 2년차에 접어 들어가는 초짜라서. 어느새 벚꽃 계절 어딘가에 '살았다' 라고 얘기하려면 2년은 살아봐야 하는 듯하다. 최소한 사계절을 모두 겪고 한 바퀴 돌아 같지만 새로운 계절을 맞이했을 때, 그때야 비로소 경험치가 쌓인다. 제주에 와서야 동백의 여러 종류를 깨달았고 체감했다. 관광지에 쭉 심겨진 동백이 아닌 시기마다 다르게 동네를 물들이는 붉거나 분홍인 동백. 지금은 동네 벚꽃길을 기다리고 있다. 햇살이 무르익으면 그때 그 담벼락을 지나며 치자꽃 향을 기다리겠지. 작년 그자리에 다시 떨어진 동백 이 무렵 동네를 채우는, 그림 같은 외래종 동백들 모두가 추측하듯, 제주살이는 힐링이다. 물론 삶은 사람 수만큼 제각각 다른 법이고, 제주 안에서도 지역마다 다르기에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제주 1년살기를 마쳤다면, 아무리 제주시 한가운데 살고 있더라도 조금은 느긋해졌지 않을까. 동네 댕댕이나 냥이와 눈마주치고 바다와 숲길과 친해지면서. 어디에서나 보이는 고냥 주기적으로 간식을 챙겨주는 동네 멍멍이 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끼어 지극히 밀착되어 있을 때...
제주살이 10개월차, 어느새 제주도 1년살기도 한 바퀴 돌아 처음과 같은 계절을 맞이했다. "제주도 일년살기 중인데 진짜 좋아요. 일 년은 너무 짧아서 더 살고 싶어요~" "흠...아직 겨울은 안 겪어보셨죠?" "네. 겨울에 왔지만 오자마자 봄이 됐으니..." "겨울까지 나보세요." "???" 겨울은 원래 눈이 백미. 12월이 되고 여기저기서 설경 사진이 쏟아지고 한파니 폭설이니 할 때도 제주에 눈이 올리가...싶었다. 동쪽에서 눈 소식이 들려와도 서귀포는 아닐 거야...했다. 그런데 문득, 설국이 찾아왔다. 엊그제까지 스케줄이 휘몰아쳐서 녹진녹진해진 몸으로 길을 나섰다. 아이들과 함께 약속했던 중문관광단지에 가서 전시를 즐기고, 체험을 하고, 밥을 먹었다. 눈이 와서 좋은데.. 뽀득뽀득 참 좋은데... 밥을 먹는 짧은 순간에도 눈보라가 휘몰아치다가 함박눈이 펑펑 내리다가 눈이 옆으로 내리다가 우박이 내리다가 해가 나는 게 딱- 제주스러워. 음~ 아주 제주스럽지. 제주도 1년살기를 결심하기 전, 그러니까 지난 겨울 에어서울 민트패스로 11월, 12월, 1월 연달아 제주 여행을 떠났을 때도 겨울이었다. 그리고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제주도 일년살기를 단행한 것도 2월. 1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너무 빠르고, 짧았다. 어느새 겨울이 다시 돌아오다니. 제주살이의 즐거움 중 하나는 짚앞만 나가도 그림 같다는 것. 조금만 걸어도 여행지...
제주살이 4개월차의 제주에 관한 이야기. ㅡ 제주도 1년살기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정보와 경험담에 목말라 있겠다. 내가 그랬으니까. 2-3개월간 많은 카페에 가입하고 끝없이 검색해댔으며 경험담, 수기에서 화자의 삶에서 나를 넣었다 뺐다 하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보려 했다. 사실 지금도 살고 있는 중이기에 많은 팁을 안겨줄 수는 없고, 나 역시 내가 알아봤던 정보와 경험담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고 한다. 오늘 마주친 고양이 ㅡ 우선 간략한 정보부터. 네이버 카페를 검색해 보면 제주도 1달 살기, 제주도 1년 살기, 제주살이 를 다루는 카페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페는 상업적인 부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숙소'에 대한 부분이 많다. 즉, 한달 살기에 대한 홍보, 광고, 정보는 많은데 1년 살기에 대한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전부 노출시키기 어렵고, 1달은 여행이기 때문에 펜션이나 작은 호텔들이 방이 있다고 하지만 1년은 삶이라 '연세'의 개념으로 부동산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우선 거주할 곳을 알아보고 싶다면 제주오일장과 교차로를 설치하자. 카페에 나와 있는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며, 차라리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게 낫지만 현실적인 집은 이 두 곳에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직접 제주에서 알아보기. 나 역시 눈이 빠지도록 검색하고, 알아보고, 정보를 조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