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올해 읽은 책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읽은책 중 가장 인상깊었던 도서 best 5를 뽑았습니다.
올해는 유독 책 고르는게 힘드네요. 좋은 책들이 많아서일까요. 아마 다른 날 골랐으면 다른 책을 골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저의 짧은 생각만으로 고른 책들이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며..
한가지 더! 저는 신간 위주로 읽지 않고 남들보다 한박자 늦은 독서를 주로 합니다. 출간일을 상관하지 않고 골랐다는 점 또한 말씀드립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로 나를 데려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영조와 사도세자, 사건의 중심에는 '권력'이 있었다 <권력과 인간>
아들 키우는 엄마들의 필독서 <아들의 뇌>
모녀관계 그리고 여성의 돌봄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 <어머니의 유산>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미약함, 그리고 나의 좁은 시선을 깨우쳐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 지금까지 하루키를 읽지 않았을까?
올해 출간된 이 소설을 읽고 하루키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받아봤을 때는 두께에 헉~ 했고.. 책장을 몇장 넘겼을 때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다 읽고 났을 때는 이게 하루키구나 했던소설..
판타지와 미스터리적인 요소들이 담겨있으나 생각보다 덤덤하고도 무심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하지만 그 안에서 전혀 지루하지 않으며 두께에 비해 가독성이 매우 높은 소설입니다.
이 책은 역사를 사랑하는 제가 좋아할수밖에 없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그동안 워낙 매체에서 많이 다루어졌기 때문에 모르는 분들이 없을 텐데요~
이 책에서는 '권력'이라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사도세자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조는 아버지로서 사도세자를 대한 것이 아니라 임금의 눈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아무리 아들이라도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정병설 교수는 <한중록>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등 여러 사료들을 통해 사도세자 주변 인물들간의 관계를 다각도로 분석하였는데요, 이 책을 읽고나면 사도세자 사건의 진실에 한발짝 더 다가간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책인가 전기인가?
책의 앞부분에서는 저자 룰루 밀러가 우연히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그는 19세기에 실존했던 유명 생물학자로 지진으로 애써 모은 물고기 표본이 엉망이 되자 역경에 굴하지 않고 다시 표본을 만들었다는 일화를 통해 룰루 밀러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반전이 펼쳐집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사실 잘못된 확신을 가진 열혈 우생학자였으며 그가 일하던 스탠퍼드 대학의 설립자인 제인 스탠퍼드의 죽음에 관련됐다는 의혹도 가지고 있다는 것!
그가 평생 그렇게 집착했던 물고기, 즉 어류 역시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이 책은 우리의 통념을 깨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