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요리만드는법
3420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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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7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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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Pizza가 아니라 Pazza, 아쿠아 파짜

손님 대접할 일이 있어서 지난번의 버섯 리소토와 함께 아쿠아 파짜를 만들기로 합니다. 그냥 요리 두 접시만 덩그러니 놓으면 좀 썰렁하니 반찬삼아 먹을 수 있는 빠스톤치니 디 카로타 마리나티Pastoncini di Carota Marinati입니다. 빠스톤치니는 이탈리아어로 막대기를 뜻하니, 해석하자면 당근스틱 절임이라고나 할까요. 막대기 모양을 썰어놓은 당근을 올리브유, 와인 식초, 마늘, 허브와 함께 잘 버무려서 하루 정도 절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피클입니다. 반면, 아쿠아 파짜는 아무래도 손이 좀 더 가는 요리입니다. 일단 육수부터 끓여줘야 하니까요. 생선뼈와 미르포아(양파와 당근, 샐러리를 각각 2:1:1로 섞은 모듬채소), 화이트 와인, 허브를 물에 넣고 끓여서 만드는 육수입니다. 가능하면 버섯 손질하고 남은 줄기를 따로 모아뒀다가 쓰면 더 좋구요. 닭 뼈 육수는 치킨스탁, 소 뼈는 비프스탁, 채소는 베지스탁인데 왜 생선뼈는 굳이 피쉬푸메Fish Fume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지간한 요리에는 다 육수(Stock)를 쓰지만 그 중에서도 생선육수(Fumet)는 고급스러운 프랑스 요리에만 사용되기 때문일까요. 이탈리아식 해물찜이지만 또 하나의 특징은 구운 생선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팬에 껍질이 바삭해질때까지 구운 생선은 나중에 찌더라도 일반적인 생선찜보다는 좀 더 단단하고 진한 맛을 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럭 아쿠아파...

2020.11.27
7
역대급 인생 레시피, 리소토 아이 풍기 (버섯 리소토)

CIA에서 공부하면서 이래저래 얻게 되는 레시피의 수는 상당히 많습니다. 수업 교재나 책에 실려있는 레시피가 아니라 직접 만들거나 먹어 본 음식의 레시피로 한정짓는다고 해도 그렇지요. 그리고 그 중에서도 내 입맛에 꼭 맞는 역대급 인생 레시피라고 할만한 것들도 꽤 있습니다. 치느님을 능가하는 매력으로 최고의 가금류가 되어버린 "속을 채운 메추라기 요리" 라거나, 입학 전에도 여러 번 만들어 먹었지만 제대로 만들었을 때의 위력을 새삼 깨닫게 된 "홀랜다이즈 소스를 곁들인 연어 요리", 손은 많이 가지만 그만큼 맛있는 냉육 요리 끝판왕 "파테 엉 크루트"까지. 요리 자체만 놓고 본다면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예술의 경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정에서도 시도할 수 있을법한 수준의 요리를, 몇 가지 추가적인 작업을 통해 전문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는 인생 레시피라고 할만합니다. 그 중 하나가 이번에 만드는 리소토 아이 풍기risotto ai funghi. 흔히들 풍기 리소토라고도 부르는, 이탈리아식 버섯 리소토입니다. 준비물은 그닥 많지 않은데, 그 중에서 주변에서 찾기엔 좀 곤란한 물건이 두 가지 있으니 아르보리오 쌀과 말린 포치니 버섯입니다. 아르보리오 쌀은 예전에 트러플 리소토 만들면서도 강조한 바 있지만(https://blog.naver.com/40075km/220904858108), 리소토 만들 때 없어서는 안되는...

2020.11.24
11
미국 요리학교 CIA: 카트리나 드 메디치 (2/2)

카트리나 드 메디치 레스토랑의 주 출입구. 건물의 정면으로 들어가면 지하층으로 들어가는지라 뒷면으로 돌아 들어가야 합니다. 카트리나 드 메디치라는 간판은 조그맣게 걸려있는 데 반해, 이탈리아의 올리브 오일 회사인 콜라비타의 이름은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습니다. 이건 미국 대학교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최대한 많은 사람과 회사에서 기부금을 받으려다보니 교실마다, 건물마다 기부자의 이름을 붙여놓곤 합니다. 이 경우엔 카트리나 드 메디치라는 레스토랑이 콜라비타 센터라는 건물 안에 있는 셈이죠. 심한 경우에는 건물 하나에 이름 서너개가 붙기도 합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이렇게 예쁜 유리 샹들리에도 붙이고 하는 거지요. 레스토랑 안의 장식품들을 보면 '야, 예쁘다'싶은데 막상 가격을 들어보면 후덜덜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등록금이 워낙 비싼 학교다보니 '뭐, 비싸긴 한데 그래봤자 학생 두 명만 더 받으면 되겠네'라는 식으로, 한 학기 등록금을 단위삼아 가격을 보게 되더군요. 이번에는 버섯과 대파로 속을 채운 타르트로 식사를 시작합니다. 살짝 짭조름하면서도 입맛을 돋구는 게, 코스의 시작으로 딱 좋네요. CIA 들어와서 생긴 변화 중 하나가 메추라기 요리를 참 좋아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닭이나 오리야 여러번 먹어봤지만 메추라기는 메추리알 정도나 자주 먹었는데, 몇 번 먹어보니 이 조그만 새가 갖는 독특한 매력에 푹 빠졌달까요. ...

2020.09.01
8
주방에서 세계여행 - 이탈리아편

스페인 요리 수업이 끝나고 이탈리아로 넘어옵니다. 프랑스 요리와 함께 서양 요리의 양대산맥으로 여겨지는 이탈리아 요리. 하지만 촉박한 일정 관계로 며칠 겉핥기만 할 뿐입니다. 그 대신 본격적으로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커리큘럼 맨 마지막의 레스토랑 실습 수업 장소를 카트리나 드 메디치(https://blog.naver.com/40075km/222065247342)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망의 첫번째 이탈리아 음식은, 당연히 피자! 00(더블 오)밀가루로 반죽하고 세몰리나 밀가루에 굴려서 도우부터 만듭니다. 밀가루, 이스트, 물, 소금 약간, 그리고 올리브유 약간이 재료의 전부입니다. 토핑을 얹고 피자 오븐에 구워냅니다. 안그래도 더운 여름날인데 400도를 넘어 거의 500도에 육박하는 화덕 앞에서 피자를 굽자니 죽을 맛입니다. 게다가 도우 두께를 얇게 밀어서 굽는거라 바닥에 세몰리나 밀가루를 뿌렸는데도 자칫 방심하면 들러붙을 수 있습니다. 도우가 화덕 바닥에 들러붙어서 찢어지면 토핑도 다 들러붙고, 소스는 부글부글 끓고 치즈는 홀라당 타고... 안그래도 바쁜 서비스 타임에 총체적 난국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었을 때의 결과물은 기대 이상입니다. 오레가노가 들어간 토마토 소스에 치즈와 바질을 얹은 단순한 피자인데도 너무나 맛있습니다. 몇 번 집에서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이 맛이 안 나는건 역시 오븐 화력 차이인 듯 ...

2020.11.16
6
이탈리아식 옥수수죽, 폴렌타

폴렌타 (Polenta) 4~5컵 분량 (4인분) / 매우 쉬움 / 30분 치킨스탁 4컵, 콘밀 (옥수수가루) 1컵, 버터 25그램, 파마산 치즈 1컵, 닭다리 한 개, 소금, 후추 예전에 가난한 서양 사람들의 식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양을 불리기 위해 주구장창 수프만 끓여먹었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이는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는 양을 늘려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빵을 만드는 비용이 너무나도 비쌌다는 점이지요. 흔히들 "귀족들은 하얗고 부드러운 밀빵을, 농민들은 검고 딱딱한 호밀빵을" 먹었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그 호밀빵조차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호밀을 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곡식으로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큰 산을 두 개나 넘어야 했거든요. 우선 곡식을 곱게 빻아야 했는데, 당시 모든 방앗간은 영주의 소유였기 때문에 비싼 세금을 물어가며 곡식을 빻아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방앗간지기들은 따로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중간중간 훔쳐내기가 일수였고, 그래서 "모든 물레방앗간 주변에는 모래 언덕이 있다 (모래를 섞어넣어서 눈속임을 한다는 뜻)"는 오래된 속담도 있을 정도였지요. 이렇게 얻은 곡물 가루를 빵으로 구워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물레방아를 돌리는 강이 영주의 소유였듯이, 땔나무를 하는 숲도 영주의 소유였기 때문에 장작 가격이 비쌌거든요. 게다가 ...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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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요리학교 CIA: 카트리나 드 메디치 (1/2)

CIA를 대표하는 부설 레스토랑 세 곳 중 이탈리아 음식을 담당하는 곳, 카트리나 드 메디치입니다. 아메리칸 레스토랑인 아메리칸 바운티와 프렌치 레스토랑인 보쿠스가 학교 메인 건물에 위치한 반면, 카트리나는 독립된 별도의 건물에 있습니다. 이탈리아 느낌 물씬 풍기는 건물인데다 사진에서는 관목에 가려서 안 보이지만 정원에는 요리에 쓰이는 허브가 가득합니다.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라면 프랑스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의 요리부심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단순히 요리 기술에 대한 것 뿐 아니라 향토색을 띄는 재료가 갖는 정통성에도 무시무시하게 집착하다보니 어찌 보면 프랑스보다 한 술 더 뜨기도 하지요. (자세한 내용은 부카티니 편을 참조 https://blog.naver.com/40075km/220949627572) 그도 그럴 것이 서양 요리의 원조라고 하면 고대 로마를 빼놓을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요리책인 아피키우스가 집필될 때만 해도 프랑스 야만인들은 모닥불에 고기나 구워먹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는 카트리나 드 메디치가 프랑스로 시집가면서 요리사를 데려가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프랑스 요리는 없었을 거라는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때까지도 포크 쓰는 법을 몰라서 손으로 고기 뜯어먹는 사람들을 계몽시켜놨더니 이제는 서양 요리의 종주국이라고 으스대는 걸 보면 왠지 심통이 날만도 합니다. 프로슈토 디 팔마. 스페인에는 하...

2020.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