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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몰랐던, 쇠라의 사생활점묘법의 대가로 그 명성에 비해 적은 기록을 남기고 서른둘에 요절한 화가, 조르주 쇠라(1859-91)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친구 샤를 모랭이 그린 쇠라의 초상화, 1885-90흔히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이전 쇠라의 초상화를 그린 샤를 모랭은 반성직자주의였고, 위 초상을 그린 어니스트 로랑은 수도원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아시시에서의 영적 체험에 휩싸여 작품에 담아낸 사람. 쇠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친구들을 두었다.130년 만에 드러난 쇠라의 자화상으로 비밀스러운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까.왼쪽 배경의 화병이 담긴 거울은 원래 쇠라가 자화상을 그려 넣은 자리.근래 들어서야 더 발전된 정밀한 과학적 검사로 화병 자리에는 쇠라의 최초이자 유일한 자화상이 담겨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쇠라와 여인이 마주 보고 있는 오리지널 작품을 본 친구의 놀림 같은 평가에 자신의 얼굴을 화병으로 지워버렸다.애인이자 모델인 마를렌을 바라보며 작업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쇠라. 그는 작업도 비밀스러웠지만 특히 사생활을 은밀히 유지했는데, 자신의 아이를 둘이나 가진 동거녀를 절명 직전에야 부모님께 공개했다. 아들은 잃었지만 손자를 얻은 쇠라의 부모님은 얼마든지 아이를 지원할 수 있을 만큼 부유했지만...쇠라 사망한 후 두 달 만에 같은 병으로 어린 아들이 아버지를 따랐고, 태중에 있던 둘째 ...
인기여배우와 결혼한 화가, 조지 프레데릭 왓츠오바마 대통령이 영감과 용기를 얻었다는 그림Hope, 1886 @Tate19세기 말, 영국 상징주의를 이끈 조지 프레데릭 왓츠의 작품이다. 라파엘 전파와 피카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만 사후 서서히 존재감이 사라져 버린 영국 화가. Love and Life, 1884 @Tate인생을 통달한 것처럼 인간의 감정을 화폭에 옮겼던 왓츠는 일찍이 초상화가로 명성을 쌓았는데, 그에게 초상화를 의뢰해 걸작의 주인공이 된 엘렌 테리와는 결혼으로까지 이어진다. Ellen Terry (Choosing), 1864 @National Portrait Gallery, London무향의 화려한 동백꽃과 수수하지만 은은한 향기를 지닌 제비꽃 중에서 선택을 망설이는 엘렌.겨우 열여섯의 그녀였지만 아역 때부터 유명 배우로 활약 중이었다. 엘렌은 왓츠의 예술적 기량과 교양 있는 라이프 스타일에 매료되어 결혼을 결심한다. 열일곱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마흔여섯 살의 왓츠와 결혼이라니... 둘 다 첫 결혼이었다. 마흔여섯의 와츠 자화상, 1864 @Tate, London결혼은 일 년도 채 안되어 끝났다. Love and Death c.1885–7 @Tate열일곱 왓츠의 자화상과 열여섯 엘렌의 초상화, 이렇게 또래로 만났다면 결혼은 성공했을까.오늘날의 잣대로 150년 전 그들의 결혼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짧은 결혼생활 중 엘렌...
거스름돈으로 치뤄진 마네의 아스파라거스마네(1832-1883) <풀밭 위의 점심 식사, 1863>로 살롱전에서 비난 받으며 낙선하지만 덕분에 유명세는 톡톡히 치른 에두아르 마네. 아버지의 반대는 있었지만 법관의 아들로 경제적 압박 없이 화가로 활동할 수 있었고, 주변에는 부유한 친구들이 많았다.특히 마네의 친구 중 샤를 에프루시(Charles Ephrussi, 1849-1905)는 금융업으로 부유한 가문 출신으로, 당대 중요한 미술잡지를 발행한 미술사학자이자 비평가로 파리 미술 시장의 주요 아트 컬렉터이기도 했다. <마네의 친구이기도 한 Léon Bonnat가 그린 에프루시, 1906>여러 지병에 시달리던 말년의 마네는 주로 작은 크기의 정물화를 그렸는데, 이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다발을 에프루시가 800프랑에 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에프루시가 마네에게 보낸 돈은 1000프랑이었고, 이에 재치 넘치는 마네는 그림으로 거스름돈을 치르게 되는데... <A Bundle of Asparagus, 1880>다발에서 아스파라거스 한줄기가 빠졌어!200프랑짜리 아스파라거스 한줄기, 마네의 말대로 다발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버린냥 원작과 같은 마블 탁자 위에 놓여있다. 평소 마네는 유머러스한 메세지가 담긴 그림을 선물하는 익살스런 사람이었고, 에프루시가 추가로 지불한 200프랑도 결코 작은 돈은 아니었으니, 해...
삼각관계로 끝나버린 예술 그룹, CoBrA1948년에 결성된 전위예술그룹 코브라(CoBrA)는 창립 초기 멤버들 출신 국가의 수도, 코펜하겐(Co), 브뤼셀(Br), 암스테르담(A)를 조합한 말이다. 이성적 아카데미즘에 대항해 즉흥적 행위와 격정적 표현으로 순진한 어린아이의 그림과 원시적 이미지를 차용했던 코브라 그룹의 작품들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만 3년 만에 단명하고 마는데, 과연 시대 탓만 할 수 있을까?파이프를 물고 있는 자화상 속, 욘(Asger Jorn, 1914-1973)은 덴마크 출신으로 코브라 그룹을 결성하는데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 단순한 화가라기보다 시대를 표현하는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였던 욘은 북구의 푸른 눈, 바이킹적인 건장한 체격, 재치 있고 지적인 카리스마를 가졌다.코브라 그룹 내에서도 욘과 절친으로 통했던 네덜란드 화가, 콘스탄트 (Constant Nieuwenhuys, 1920-2005) 역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화폭에 옮길 줄 아는 예술가였다. 창작에 앞서 격렬히 토론하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했던 이들은 곧 어색해지고 마는데,문제는 콘스탄트와 아이 셋을 낳고 잘 살던 부인, 마티가 욘과 사랑에 빠져버린 것!1946년 콘스탄트가 그린 마티의 초상화, 1949년 욘의 집에서 콘스탄트와 마티 가족욘이 그린 마티의 초상화(1953), 결국 1950년 마티와 욘은 각자의 가정을 떠나 재혼하고,...
1898년 미국 뉴욕 생 페기 구겐하임, 광물 재벌가 아들인 아버지와 은행가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다. 하지만 그 시대의 정략결혼이 그랬듯 부모의 결혼생활은 일찍 파탄에 이르렀고, 가정불화로 인해 의지할 곳 없이 성장했다. 페기가 열네 살 때 타이타닉 침몰로 아버지가 사망했기에 스물한 살에 유산을 물려받게 되었다. 일반인 기준에서는 큰돈이었지만 아버지가 일찍 집안 사업에서 손을 떼는 바람에 페기가 상속받은 재산은 구겐하임 가문 후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소소한 액수?였다. Entrance Gates to the Palazzo, 1961, Claire Falkenstein(1908, Coos Bay, US — 1997, Venice, US) 유산을 받아 페기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민주주의와 여성평등 같은 당시로서 꽤나 급진적인 사회문제에 눈뜨게 해준 스승에게 일부를 내어주는 것이었다. 그 돈으로 여선생님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사회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두고두고 화근이 되는 코 성형수술이다. 전혀 다른 이 두 행보는 매우 모순적이면서도 페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Landscape with Red Spots, No.2, 1913, Vasily Kandinsky (1866-1944) Untitled, ca. 1919-20, El Lissitzky (1890-1941) & Unt...
베니스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시간, aperitivo 식전주를 뜻하지만 저녁 식사 전에 가지는 시간 그 자체가 중요한 하루의 의식으로, 와인이나 칵테일에 한 입 거리 간식을 곁들인다. 아페리티보 문화는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있지만 베니스에서는 술도 음식도 조금 다르다. '셀렉트'라는 서른 가지 허브 베이스 리큐어에 프로세코와 소다를 섞은 칵테일은 베니스 대표 스프리츠라 다른 지역에서 찾기 어렵고, '치케티'라 부르는 안주용 간식에는 바다를 낀 도시답게 해산물이 많다. 사진 속 붉은 오렌지 소스를 바른 참치 회가 베니스에서 먹은 가장 비싼 치케티였다. 빵 위에 올려지는 재료에 따라 보통 1-4유로 하기 때문에 서너 개 먹으면 가성비 좋은 저녁식사로도 충분하다. 돌아보니 스프리츠 한 모금과 치케티 한 입을 반복하는 그 시간이 가장 휴가다웠다. 아침식사부터 점심, 저녁, 야식으로까지 먹을 수 있는 치케티는 베니스 전역에서 찾을 수 있다. 하루 종일 비엔날레 전시를 보고 저녁에는 야간 개장하는 미술관 관람에 마음이 바빴던 날,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앞 운하에 앉아 간편하게 치케티로 저녁을 먹었다. 이런 문장을 쓸 일이 살면서 몇 번이나 있을까,,, 그만큼 이국적인 경험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약주라 할만한 베이스 리큐어에 따라 스프리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단맛을 선호한다면 아페롤, 쌉쌀한 맛에 더 끌린다면 셀렉트를 선택하면 되는데, 어느 ...
여름 해가 훤한 이른 저녁, 캐주얼한 정장 차림의 파트너 팔짱을 낀 여성들은 모두 드레스 차림이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급히 검색했더니, 하지와 가까운 토요일에 베니스 미술관 대부분이 무료로 오픈하는 Art Night! 관광객들보다 TPO에 맞춰 차려입은 이탈리아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바와 식당의 인파는 이유 있는 현상이었다. 덕분에 계획에 없던 미술관을 두 군데나 더 방문할 수 있었다. June, 2024 2021년에 문을 연 파리의 피노 컬렉션만큼 공간이 주는 아우라가 대단한 베니스 Palazzo Grassi, 피노 컬렉션. 새로 깐 바닥에 화이트 가벽을 세운 채 오리지널 장식이 남은 천장만 오픈한 전시 공간은 작품보다 더 눈길을 끌었다. 머무는 시선에 따라 시간을 교차하며 걷는 기분이 들었으니... 밤 열한시가 다 된 시간이라 관람객들이 대폭 줄어든 한산함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부추겼다. 아르테미스 그룹을 이끄는 피노 회장은 목재 사업을 시작으로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와인과 패션 등 럭셔리 아이템 회사를 인수하면서 출판, 스포츠, 아트 비즈니스까지 사업을 확장한 프랑스 기업가다. 게다가 경매 회사 크리스티스의 주투자자로 본인이 만점 이상의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파리에 한 곳, 베니스에는 두 곳의 미술관이 피노 컬렉션으로 운영되고 있다. 피노 회장이 1972년에 처음 구입한 그림은 세뤼지에(Paul Sérusier) 작...
런던 경매장 전시회에서는 때때로 개인 소장자의 작품이 한꺼번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회화와 조각 등 소장자의 취향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으로 경매전 전시회가 꾸려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단 한 명의 작가에 대한 전시회를 열 수 있을만한 작품량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래서 매우 특별했던 전시, Dubuffet : Mary & George Bloch Collection 아동이나 정신병자의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적나라한 형태와 색감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장르, Art Brut 선구자격이라 할 수 있는 장 뒤뷔페의 작업 후반기라 할 수 있는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회화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 작품들을 컬렉팅한 메리와 조지 블로흐 부부는 뒤뷔페 외에도 당대 유럽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작가들을 높이 샀다. 1920년 비엔나에서 태어난 조지는 오스트리아 산업 부호, 블로흐 가문의 일원이다. 나치 광풍 속에서 유대인 가족들이 일찍이 중국 상하이에 정착했고, 조지는 영국에서 학업을 마친 후 중국에서 사업을 이어갔다. 40년을 함께한 아내, 메리는 중국으로 이민한 러시아 부모 아래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전시 기간도 짧고 열일곱 점의 작품이 걸리는 작은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 바닥 카펫까지 뒤뷔페! 미술관 전시회가 교육적이라면 경매장 전시회는 판매가 목적이기 때문에 라이팅도 좋고 공간도 드라마틱 하게 꾸민다. 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