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읽다.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아마도 대학교 이삼학년 때쯤부터 읽어봐야겠다 마음 먹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읽자고 책을 사둔 게 1998년, 이제야 결국 읽었다. (읽어야지 하고 삼십 년. 세월 참.) 그땐 중고서점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았으니 새 책을 샀을 텐데, 책장에서 헌 책이 되어버렸다. 책꽂이에 고이 모셔두고, 이사만 몇 번쯤 했을까. 열 번? 초보자를 위한, 미술 이야기였어. 중간에 몇 번쯤 꺼내들긴 한 것 같은데, 막상 뛰어들지 못했다. 원제는 The Story of Art인데, 서양 미술사라 하지 말고 그냥 '미술 이야기' 정도로 제목을 달아주었으면 어땠을까. 왜냐면, 읽어보니 이게 그리 딱딱한 책도 아니고, 그리 어려운 책도 아니고, 미술의 역사를 썼다기보단 미술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풀어놓고 있는 책이다. 연대기에 따라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쭉 훑었으니 미술의 역사를 알 수 있고, 서양 미술사라는 제목이 잘못된 것도 아니긴 하지만. 이 딱딱한 제목으로 난 쉽게 뛰어들지 못했던 것 같다. 다 이해 못해도 그 시도를 구경해보자. 완전 전문서적은 아니라 널리 읽히는 책이라고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극초보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쓰려 노력한 (젊은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건 몰랐다. 서문을 읽으며 기대감이 더 커지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읽을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유럽 여행 가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