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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그리기란 애초에 물질을 어딘가에 두는 행위로 작용하고, 이로 인해 전시장 내부에 그림과 함께 놓인 사물들 역시 붓질과 같은 위치의 동등함을 획득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공간 곳곳에 위치한 거울이 작품뿐만 아니라 관람자의 모습까지 함께 비추어 담아내는 점인데, 이는 그의 화면 안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다양한 형상들의 연속성을 직접 경험케 한다. 작품명으로 작가가 붓질을 멈춘, 그러니까 작업을 완료한 시간을 기록한 짧은 타임코드들을 삼을 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정지된 타임 코드가 전시장에서 각기 다른 관람자들의 시간을 만나 다시 움직인다는 점이 강한 인상과 더불어 감상의 묘미를 더한다.

삶에서 느낀 감정의 변화를 고스란히 작품에 투영하며 이를 공유하는 LEE.K, 개인의 생활 경험을 탐구하며 이것이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이중적 이미지를 만드는 Kong Huidong, 고독에 익숙해지면 상상력이 지배되어 캔버스와 나아가 인생까지 통제하게 된다는 Ji Yiwei의 평온함과 안정감이 깃든 작품들을 통해 작가 3인의 내밀한 사유의 과정으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