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추천
183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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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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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이 아주 많이 쌓였다-

읽었거나 읽고 있는 책이 아주 많이 쌓여서 어디부터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와 원없이 읽는 책들 사이에서 세 달째 매주 북레터를 마감하고 있다. 오늘은 오전에 북레터 '보내기예약'을 걸어놓고 더 편안하게 독서를 즐기고 있다. 아이가 커갈수록 확실히 편해지는 것들이 있어 생각도 전처럼 많이 하고 일기도 진득하게 쓸 수 있다.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았던 미국 생활을 접고, 돈만 있으면 편리한 한국에서 살림하며 어느 정도 집밥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앞으로도 반은 내가 하고 반은 돈으로 해결할 생각이다. 운전을 못해서 겪는 고통도 적어 얼마든지 산책을 나갈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기에, 남편과의 사이도 좋아졌다. 항상 불안했고 더없이 예민했던 남편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아이가 있음에도 전보다 여유로워진 기분이 든다. (그는 결국 모교의 교수가 되었다) 경상북도에서 경기도로 도를 이동하는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도 한번 정리된 짐에서 걱정보다 셀렘의 냄새를 맡는다. 잠시 머둔 구미는 거친 운전자들 빼고는(정말 골목길에서 다들 심하게 속도를 낸다) 묘하게 따뜻한 도시다. 여름이가 잘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을 옮겨야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완전히 정착하러 가는 '우리집'이 기다리고 있으니 또 감수해야 할 일이다. 오랫동안 손을 놓고 지낸 블로그에 남기는 읽고 좋았던 책의 타래- 재택 HACKS 저자 고야마 류스케 출...

2020.12.09
충분하지 못한 건 가난한 삶이지-

이사를 일주일 앞두고 정리를 미뤄두었던 작은방 베란다를 정리했다. 미국에서 온 짐을 버리고 버려도 또 버릴 것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 아직도 내가 그곳에서 살 때 '정리하지 않는 값'을 치루고 있는 듯하다. 반성을 그만 할 때도 됐는데 정리할 때마다 반성 모드가 되니, 다음 집에선 '수납과 정리'에 목숨 걸 듯하다. 메리 올리버의 시집을 읽는다. 읽는다는 것은 곧 괜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나에겐. 오전 시간을 짐 정리로 보내버렸지만, 이내 정리된 책상에서 다시 시집과 내 일기장을 모조리 꺼내 '정리'하니 비로소 제 자리를 찾은 것 같다. 바닐라 플랫와이트를 픽업해오고(오늘은 왠지 내가 내려 마시기 싫어서...) 다가올 마감의 '보도자료' 초안을 '정리'한다. 직업이 에디터인 나에게 '정리'는 필수 덕목이자 의무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집은 정리하지 않고 살았을까. 아침의 끝자락이 되면, 그는 떠나고, 그가 밤을 보낸 나무엔 정적만이 감돌지. 그리고 난 그걸 만족스럽게 여겨. 충분하지 못한 건 가난한 삶이지. 하지만 지나친 건, 글쎄, 지나치지. <천 개의 아침> 중에서 지나쳤던 것이다. 뭐든 지나친 건 정말 좋지 않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매번 천천히 노래하고 싶다고 말만 하고 아주 빠르게 말하고 노래했다. 항상 남보다 여유롭다고 생각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많은 물건을 방치하고 사들이고 쌓아...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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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벌을 항상 준비하는 사람이에요-

글을 썼다 멈췄다, 썼다 멈췄다를 반복. 이제 이 포스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발행하고 자겠다는 각오로 앉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얼마 전에 유투브에서 발견한 HAUSER(무슨 첼리스트가 영화배우 저리가라임... 음성만 듣다가 자꾸 영상을 쳐다보게 만드는 비쥬얼...)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며 요즘 달게 읽고 있는 책들을 돌아본다. 새로 장만해야하는 냉장고, 세탁기, 패밀리침대, 책장(5년만에 내 책장을 맞췄다), 주방장, 아이 장난감 정리대까지... 알아보고 주문하고 예약배송을 걸어놓기를 반복하다 보니, 오랜 집콕 생활이 그나마 빨리 흘러간 기분이 든다. 나의 키터리지 부인을 매일 만나고 있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속편 <다시, 올리브>를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왠지 고향으로 돌아온 것처럼 편안하고 저절로 글자에 눈을 감고 오랫동안 그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진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키터리지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연작 소설 형식으로 이어진다. 키터리지의 아들, 크리스토퍼만 등장하면 화가 나지만 키터리지가 그렇게 키웠으니 할 말이 없다. (그녀는 고백한다. 아, 아들은 엄마와 비슷한 여자와 결혼했다고...) 병이 들기 전에 신디는 지역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다. 그녀는 책을 사랑했다. 오, 정말로 책을 사랑했다. 책의 촉감을, 책의 냄새를 사랑했다. 마냥 조용한 것도, 조용하지 않은 것도 아닌 도서관의 분위기를 사랑했...

2021.01.10
느리게 더 느리게 가자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 내가 느끼는 시각적 즐거움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엄마됨'이라는 상태로 인해 더 생겼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겉도는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왜 나누고 싶은지가 명확해졌다. 나는 내가 나이고 싶기 때문에 작업을 하는 것이다. 예술가로서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는 있겠지만, 엄마이기에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로서 나는 작업을 할 때가 가장 자신 있고, 우아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자아, 예술가, 엄마> 중에서, 추미림 내 친한 친구는 영어유치원 교사이다. 말이 '유치원'이지 그냥 영어 '학원'이다. 한창 뛰어놀아야 하는 아이들이 화장실에서도 달달 영어문장을 외운다고 한다. 돈이 없어서도 못 보내지만, 있어도 자기 자식은 보내고 싶지 않은 곳. 그곳에 보내질 못해 안달인 부모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아이들의 부모가 과정도 중요하지만(매순간 사진을 찍어 키즈노트에 올려야 하는 것이 선생님들의 주요 과제다) 결과물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영어권 아이들처럼 읽고 이야기할 줄 알아야 성공적인 유치원 생활이 완성된다. <자아, 예술가, 엄마>에서 아이들과의 워크숍을 언급하는 추미림 작가의 에피소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아이들에게 그리드를 주면 다 무시하고 아래, 위, 옆을 의식하지 않는다. 하나같이 대가의 그림 같다. 놀라울 정도라 예술가로서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

202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