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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마이블로그 리포트] 한 눈에 보는 올해 내 블로그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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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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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이 아주 많이 쌓였다-

읽었거나 읽고 있는 책이 아주 많이 쌓여서 어디부터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와 원없이 읽는 책들 사이에서 세 달째 매주 북레터를 마감하고 있다. 오늘은 오전에 북레터 '보내기예약'을 걸어놓고 더 편안하게 독서를 즐기고 있다. 아이가 커갈수록 확실히 편해지는 것들이 있어 생각도 전처럼 많이 하고 일기도 진득하게 쓸 수 있다.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았던 미국 생활을 접고, 돈만 있으면 편리한 한국에서 살림하며 어느 정도 집밥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앞으로도 반은 내가 하고 반은 돈으로 해결할 생각이다. 운전을 못해서 겪는 고통도 적어 얼마든지 산책을 나갈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기에, 남편과의 사이도 좋아졌다. 항상 불안했고 더없이 예민했던 남편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아이가 있음에도 전보다 여유로워진 기분이 든다. (그는 결국 모교의 교수가 되었다) 경상북도에서 경기도로 도를 이동하는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도 한번 정리된 짐에서 걱정보다 셀렘의 냄새를 맡는다. 잠시 머둔 구미는 거친 운전자들 빼고는(정말 골목길에서 다들 심하게 속도를 낸다) 묘하게 따뜻한 도시다. 여름이가 잘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을 옮겨야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완전히 정착하러 가는 '우리집'이 기다리고 있으니 또 감수해야 할 일이다. 오랫동안 손을 놓고 지낸 블로그에 남기는 읽고 좋았던 책의 타래- 재택 HACKS 저자 고야마 류스케 출...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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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레터 서비스] 책이 있어 괜찮은 하루

📚10월 북레터 구독은 마감되었어요. [에고이즘 북클럽] 북레터를 준비하며, 수많은 구독 서비스를 찾아보았다. 화려한 경력의 작가들, 필진 그룹의 에세이 배송 서비스, 매일 쏟아지는 브런치 연재글, 리디셀렉트 칼럼, 최근에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일간 이슬아’까지... 9년차 작가인 내가 끼어들 틈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쓰던 글도 놓칠 뻔했다. 편집하고 있는 책의 마감도 다 내년이라 시간이 남는데도 내 글을 제대로 못쓰고 있다. 너무 많은 책과 칼럼들이 서로 나에게 읽고 배우라고 말하고 있다. 잠시 눈과 귀를 닫고 처음 첫 책을 쓰던 때로 돌아가보았다. 인세 9프로에도 행복해서 잠 못 이루던 그때 그 시절로 말이다... 세상엔 수많은 경쟁이 있다. 누구나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고 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작가’란 직업은 참 흔해빠진 이름이 되어버렸다. 글쓰기 에세이라고 표방했지만, 여름이가 신생아에서 돌 아기가 될 때까지의 기록을 모은 <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는 글쓰기 시장에서도 에세이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시장을 못 읽어낸 탓이 클 것이다. 이 책은 기획도 내가, 집필도 물론 내가 하고 편집은 편집자가 했다. 쓰는 내내 편집자의 피드백을 받은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채찍질하며 쓴 책이다. 이 책은 사실 내가 아니라 ‘이 책을 읽은 소수의 독자들이 이어서 써내려가야 하는 책’이다. 이렇...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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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이즘북클럽] 부캐 계정이 생겼습니다

* 이 글은 계속 수정될 예정입니다. :-) 저의 두번째 인스타그램 @ego2sm_bookclub 계정에는 숨어있는 책,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 갑자기 꽂힌 책들 등등 매일 새로운 책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올린 미국인 저자가 프랑스 여자와 미국 여자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미국 문화를 비판하는 책인 <프렌치 시크>는 제가 만들었던 책이지만, 텍스트가 재미있어서 가끔 펴서 읽고 추억을 되새기는 책이고...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인문서인데 얼마나 저자가 천재인지 읽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되는 책입니다. <소망 없는 불행>은 노벨문학상 수상작 중 제가 유일하게 필사한 책(정확히 말하면 컴퓨터에 타이핑한 책)이라 아직도 문장들이 친구처럼 반갑고 몸에 체화된 것처럼 익숙한 작품입니다. 이런 식으로 주로 숨어 있는 책을 소개하는 계정이 되겠지만, 종이책의 대부분을 시댁에 두고 가야하기 때문에 다음달부터는 주로 전자책 커버로 업데이트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셔서 ‘에고이즘 북클럽’ 개업을 축하해주세요 ^_^ 아마도, 제가 독립서점을 열게 된다면 이 책들로 책장을 채울 거예요. 우리 주변에서는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데 반해 프랑스 여자들은 관능적이고 발랄했다. (...)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권태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듯했다. (...) 그들의 불가사의한 세련미는 ‘행복해야 한다’는 강...

2020.08.28
밤은 언제나 나에게 후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나는 평소처럼 급하게 잠을 청하지 않고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나와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던 나의 고양이가 이제 내 곁에 없다. 고양이가 온 집안을 돌아다니던 생활로 돌아가지 못해, 한 사람에겐 영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계속 작은방에서 혼자 지내게 하는 게 마음에 걸려 다른 집으로 보냈다. 그렇게 가족 하나가 사라졌지만, 육아라는 빡센 일정때문에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하루가 간다. (물론 계속 두루의 울음 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이렇게 새벽에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도 아주 큰 일처럼 느껴진다. 새로 들어온 소설 원고를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교정보며 틈틈이 책도 읽고, 달리기도 하고, 사람들도 만난다. 아이가 커가면서 플레이데이트의 소중함을 알기에 바닥났던 사교성을 끌어모아 밖을 나간다. 씩씩하게 너무나 재빠른 준비과정을 거쳐. 작년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라 더 감회가 새롭다. 누가 육아가 임신출산보다 힘들다고 했던가. 힘듦의 종류가 다르지만, 눈앞에서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지금의 시간을 더더 사랑한다.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by 조안나 독서 에세이 <월요일의 문장들>, <책장의 위로> 등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공감을 받았던 조안나 작가가 이번에는 글과는 또 다른 내밀한 위로가 담긴 그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www.aladin.co.kr 새 책이 나온 지 한...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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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육아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을까

우울할 것인가. 발전할 것인가. 선택하시라.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게다가 우리는 너무 젊다. 딱 좋다. 변화를 꾀하기. 아이를 키우는 ‘오늘’이 짜릿해야 ‘내일’도 짜릿할 수 있다. 회사에서 일하는 ‘오늘 낮’이 짜릿하면 퇴근 후 아이와 같이 있는 ‘오늘 저녁’도 짜릿하다. 나도 그랬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 중에서 코로나19의 수도권 재확산으로 아이가 어린이집에 못 나가고 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은 미국에서 돌아와 자가격리 중이다. 온전히 나의 몫이 된 육아와 일. 글쓰기는 당연히 아이가 낮잠을 잘 때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처럼 우울하다거나 지치지 않는다. 아이가 코감기에 걸려서 잠도 잘 못자고 평소보다 밥을 잘 못먹는데도 말이다. 이유가 뭘까? 내가 그동안 무시하고 ‘자기계발서’같다고 치부했던 육아서들 덕분이다. 아주 많은 육아서를 참고 삼아 읽고, 형광펜 칠하고, 덮고, 새로 찾아 읽기를 반복하고 있다. 어찌나 다들 부지런하고 정보력이 빠른지 앉아서 다 받아먹기에 미안할 정도이다. 이렇게 나눔이 가득한 엄마들이 있는 한 세상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 중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는 제목처럼 영어공부에 대한 팁도 얻을 수 있고, 육아에 대한 가치관도 변화시켜주는 책이다. 나의 딸은, 미국에서 태어나 1년이 넘는 시간을 미국에서 컸다. 하지만 생후 1년은 ...

2020.08.25
사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산 책-

알기 쉽게 쓰면 안 되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의문이, 어려워야만 문학적인 것일까, 하는 종류의 분개가 되어 에너지를 주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에쿠니 가오리,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사지 않으려고 세 번이나 망설였지만 결국 어제 산 책이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산문집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제목이 언제나 기가 막히게 좋은 에쿠니 가오리의 책답게 이번 책도 제목이 딱 ‘코로나 시대’에 맞는 말인 것 같아서 낯간지러워서(?) 사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림책의 힘이라든지, 어린 아이의 말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서 미련없이 그 자리에서 계산하고 터벅터벅 들고 집에 왔다. 어제는 일상이 바쁘고(남편은 계속 교원 임용 인터뷰를 보고 있다. 나는 밤마다 원인 모를 알레르기 때문에 간지럽다) 아이의 에너지는 넘쳐나서 한 장도 읽지 못했다. 동네 내과에 가서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고 조금 걷고 들어와 이 책을 읽는다. 두 시간의 목욕, 빵, 과일, 파리와 뉴욕 이야기, 그리고 비오는 날 머무는 집 이야기는 어김없이 나온다. ‘지켜주고 싶어지는 타입’을 동경하는 그녀는 그림책을 읽으며 자꾸 내면적으로 튼튼해져서 걱정이라고 말한다. 또 그녀는 ‘언어를 다루는 힘’을 동경한다. 나는 그녀처럼 “그림책은 그림으로 구성된다는 단순한 사실과, 문장은 언어로 구성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좋...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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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바람”의 세대를 위해-

인스타그램 #슬픔은쓸수록작아진다 태그로 검색하면 이런저런 리뷰들이 올라온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이 유행하면서 나도 자주 내 책을 태그로 검색해본다. 요즘은 이렇게 소셜미디어 리뷰에 공을 들이고 좋아요, 공감, 조회수로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면 ‘판매지수’라는 걸 볼 수 있어 숫자로도 알 수 있다. 초반에 올라오는 리뷰들은 출판사들이 제공하거나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올려지는 리뷰들이 대부분이다. 출판사를 다닐 때 신간이 나오면 언론사 릴리즈와 함께 영향력 있는 리뷰어들에게 책을 보낸다. 유튜브라는 강력한 매체가 등장해서 이제 북튜버나 구독자수가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책을 보내고, 책을 소개하거나 언급만 하는 것으로 광고비를 준다고 한다. 사실 <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는 온라인 바이럴하기엔 애매한 책이다. <90년생이 온다> 책에 의하면 ‘짤방’(온라인상에 올리는 모든 이미지를 뜻하는 말)을 통한 소통이 익숙한 세대에게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는 콘텐츠는 외면당하기 쉽다. 인스타그램에서 ‘소행성책방’이란 계정에 들어가면 “독서는 재미로 감상은 맘대로”라는 슬로건 아래에 이미지와 책 내용을 짧게 요약해서 보여주는 콘텐츠가 쭉 이어진다. 예를 들면, 최근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인간관계 좋은 사람들은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이라는 제목을 시작으로 “우리는 조...

2020.06.29
매일 읽어도 곱게 슬픈 시가 있어-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 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샷쯔가 어두운 그림자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ㅡ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나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글자들이 지나간다 ㅡ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

2020.07.01
구석진 곳에서 책을 들고

나는 온 세계에서 휴식을 찾았으나, 한 권의 책과 더불어 구석진 곳이 아닌 어디에서도 휴식을 발견하지 못했다. <은밀한 생> 중에서 잊고 지냈던 두꺼운 책 한 권을 읽으며 지나간 나의 메모를 읽는 일. 책이 나오고 더 이상 책을 쓰기 싫어진 것처럼 방황하고 있는데, 자꾸 좋은 책만 눈에 들어온다. “한 권의 책을 펼치면, 갑자기 목소리라는 질료 없이도, 침묵하는 기록만으로도 일거에 책에서부터, 침묵에서부터, 책의 침묵 곁으로, 영혼 안으로 강렬한 한 세계가 솟아올랐다.” 한 세계가 솟아올랐다 꺼졌다는 반복한다. 언어에 중독되어 있던 나는 사람(타인, 가족, 지인)에 의해 중독될 수도 있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 보면,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나는 너무 혼자였나보다. 한동안... 동료가 너무 그립다. 이번 주말이 지나고 나면, 나의 거취가 결정된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거나(조금 두렵다) 한국에 다시 정착하게 되거나 둘 중 하나다. 그곳이 어디든 나는 책과 함께 살아갈 것이고, 조금 쉽게 눈으로 그림을 보고, 과거를 타고 흐르는 음악을 들을 것이다. 일년의 반이 넘게 집을 떠나 생활하는 나는 글을 쓰는 순간에만 정착했다고 느낀다. 대대로 언어학자와 음악가들을 배출한 집안에서 자라나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파스칼 키냐르. 그는 말한다. “삶에서 최상은 태어남과 새벽뿐이다.”라고. 태어나느라 고생했을 나의 딸과 새벽에도 자주...

2020.07.03
사실, 엄마는 슬퍼할 시간도 없어-

세상의 모든 소설은 ‘슬픔’없이 쓰일 수 없다. 작가 은유는 “슬픈 책을 읽고 슬픈 일을 꺼내 슬픈 글로 쓰면 슬픈 채로 산다. 살아갈 수 있다. 왜 슬픈 책을 읽느냐는 항의는, 나는 슬프다는 인정이고, 슬픈 사람을 할 말이 많게 마련이며, 거기서부터 글쓰기는 시작된다.”고 말했다. 위대한 시인 메리 올리버는 이렇게 말했다. “젊었을 때는 나는 슬픔에 매료되었다. 슬픔이 흥미로워 보였다.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 줄 에너지 같았다. 이제 나이가 든 나는 슬픔이 싫다. 나는 슬픔이 자체의 에너지가 없이 내 에너지를 은밀히 사용한다는 걸 안다. 슬픔이 납처럼 무겁고, 숨 막히며, 반복적이고, 해결책이 없다는 걸 안다.” 전자의 말도 후자의 말도 모두 공감간다. 슬픔없이 글을 쓰지도 못하지만, 해결책도 없이 슬퍼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슬픔은 그대로 두면 번식력이 너무 강해서 무한대로 커진다. 더군다나 나는 낮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걸 거의 증오하는 사람이고,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아이에게 밝음을 팍팍 주고 싶은 욕심 많은 엄마다. 우리의 하루가 24시간 동안 슬프기만 한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글쓰기는 그저 슬픈 순간을 자신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도구이다. 슬픔과 우울을 무기처럼 사용하던 20대와 달리 활기와 핑크빛 기운을 사랑하는 30대에는 이 도구를 다양한 주제에 쓰고 싶다....

2020.06.22
[오늘의전자책] 쉽게 읽히는 책

예전에는 쉽게 읽히는 책을 싫어했다. 왠지 나의 온 ‘지성’을 활용해서 힘겹게 읽어야 책 좀 읽은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일부러 한국말로 쓰여있는데도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되는 철학책을 찾아 읽었다. 그때는 체력도 시간도 많고 지적 욕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때라 가능했다.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이 된 다음부터는 쉽게 읽히는 책이 얼마나 쓰기 힘든 책인지 알게 되었다. ‘아,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싶을 정도로 쓰기 쉬워 보이는 책도 사실 매일 글을 쓰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내공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모르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지금까지 미처 손을 대지 못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책을 반찬으로, 세상사를 짧고 분명한 언어로 정리해주는 책을 메인 밥으로 먹으면서 ‘쉽게 읽히는 책’을 쓰자고 매일 다짐한다. 최근에 다시 매일 글을 쓰는 사람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태어나고 내가 사라졌다’라고 말하는 수백권의 육아서를 뒤로 하고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 읽었던 벽돌책을 차분히 읽으며 내 문장을 점검한다. 오늘은 미루고 미뤄왔던 <인간 본성의 법칙>을 다운받았다. 가장 매력적인 꼭지 “두려운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나의 실수다” 부분을 발췌해본다. 페리클레스는 절대 순간적인 감정에 반응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켰다. 강력한 감정의 영향을 받고 있을 때는 결코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으려 했다. 그 대신 그는 자신의 느낌을 ...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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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아름다운 그림만 보고 사는 건 백야가 계속되는 북부의 어느 외딴 곳에 갇혀 지내는 것과 같다. 만약 어두운 밤이 없다면 우리는 환한 낮을 견딜 수 있을까? 불행에 중독되는 것도 큰 문제지만, 행복을 가장한 무신경함에 익숙해져 감정의 변화 없이 살아가다 보면 삶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뭉크의 이 절규, 저 절규들이 저마다 친구하자고 달려들었던 불면의 밤에 가장 많은 문장을 만들어냈다. 그림을 그리며 고독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냈을 뭉크는 빨간색과 검은색, 갈색에서 어쩌면 따뜻한 바다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그의 아픈 그림을 보고 추운 겨울의 희망을 보듯이 말이다. 내 안에 있는 아픈 아이의 손을 잡고 싶어진다. 괜찮아, 나를 이해해주는 이는 이렇게 많단다. 그러니, 오늘은 좀 아파해도 돼. 자신을 갖고 마침표를 찍어도 돼. _<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중에서 2년 만에 새 책이 (드디디디디어) 나온다.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란 부제를 달고서. 힘들거나 기쁘거나 울적하거나 신날 때 내 곁에 머물렀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십대 때 했던 전시장 스태프 알바의 경험을 살려, 여행지마다 다녔던 미술관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 한 권의 그림에세이를 완성하기까지... 아름답게 좌절하고 외롭게 분주했던 원고들이라 퇴고하고 나서도 한참동안 아무 글도 쓰지 못했다. 책이 아닌 그림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

201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