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241202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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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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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독서4] 잠깐 어디에 살았다는 기억

미국은 나에게 양가적 감정을 준다. 아주 좋았거나 아주 나빴거나. 처음엔 무한한 자유가 좋았고 나중엔 끝도없는 자유가 싫었다. 그곳에서의 시간을 견딘 남편은 교수가 되었고, 똑같이 그 시간을 보낸 나는 과연 무엇이 되었을까. 나는 한글 자막이 아예 안 나오는 미드나 영드를 보면서 기계 냄새가 나는 빵을 먹었다. 홀푸즈와 한국 마트(오리엔탈 마트)가 집에서 오분 거리에 있었지만 한번도 걸어서 그곳에 가질 못했다. (횡단 보도가 없는 8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건 정신 나간 사람들만 하는 짓이었다) 양식 특유의 향신료 향과 고기 비린내에 헛구역질하는 남편의 괴로움이 괴로웠다. 거기서도 혼자였고 지금도 혼자 있다. 적어도 아이와 남편이 돌아오기 전까진. 하지만 여기선 언제든 나가 버스를 잡아 타고 시내로 나갈 수 있다. 걸어 나가 미팅을 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에 편의점도 마트도, 파리 바게트와 미용실이 있다. 택시를 잡아타면 (멀지만) 엄마와 언니에게 갈 수 있다. 미드를 봐도 반드시 알아듣고 싶다는 피로감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다. 그러니 이건 가짜 외로움에 가깝다. 가짜 외로움이란 말을 적어놓고 보니 지금부터 내가 쓰려는 책은 그곳에서 쓰던 책과 전혀 다른 색깔을 띄게 될 것 같다. 김괜저의 <연애와 술>에는 유리잔을 사 모았던 뉴욕 유학생의 숱한 실수가 적혀 있다. 예전에 난 그의 블로그 열성 독자였다. 이제 그의 글이 멀어진 ...

2021.03.11
[커피독서3]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질투는 평범한 인간 본성이 가진 여러 가지 특징 중에서 가장 불행한 것이다. 질투가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안기고 싶어하고, 또 처벌을 받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을 때는 반드시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질투하는 자신 역시 불행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대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괴로워한다. <행복의 정복> 중에서 나를 파워블로거(?)로 만들어준 책 중에 하나다. 이번에 책장을 재정비하면서 다시 내 책장 가운데에 자리하게 된 내 마음 속의 고전 <행복의 정복>. 전반부에서는 불행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후반부에선 행복한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현대 세계에서 행복을 더 이상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색을 하고, 외국을 여행하고, 정원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생각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거의 모든 쳅터가 명언 모음집인데 내가 십 년 전에 밑줄 그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그 당시 남친이자 지금은 남편인 그는 공대생에서 공대 교수가 되었다) 오늘날 사회에서 상당한 학식을 갖춘 사람들 중 가장 행복하게 살고 있는 이들은 바로 과학자들이다. (...) 예술가들이나 문학가들은 자신의 결혼 생활이 불행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과학자들은 옛날식의 가정적 기쁨을 누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과학자들은 고도의 지능을 과학 연구에 몽땅 쏟아붓고,...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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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독서2] 태양과 물을 머금은 집

가끔 이렇게 인스타그램 캡쳐로 #커피독서 포스팅을 대신할 것 같다. 태양, 공간, 푸르름, 균형과 어긋남이 공존하는 르코르뷔지에의 <작은 집>은 소장용으로 갖고 시집처럼 읽고 보면 좋은 책이다. 언젠간 꼭 물이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은 나의 욕망에 작은 불씨처럼 남겨둘 책이다.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여름이가 독립해서 나가면 우리는 단독주택으로 이사갈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아파트에 사는 건 조금 슬픈 일이니까... 멋진 번역과 멋진 사진과 멋스러운 스케치는 보너스이다. 조안나 씀

2021.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