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소막성당
20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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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용소막 성당, 저녁 무렵 나무와 나누는 대화 그리고 불빛

늦은 시간 원주 신림면에 있는 용소막 성당을 들렀다.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성당 건물을 둘러싼 느티나무는 제대로 노랗게 물들지 않았다. 어느 깊어가는 가을이었다. 나는 성당보다 성당 옆 이 나무들이 좋다. 나무 아래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나무가 말을 거는 것 같다. 나무는 이파리를 내게 보내 말을 건다. 이파리는 나무의 언어다. 나무가 깊은 가을임에도 저렇게 잎을 가득 달고 있는 건 아직 말을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무는 외로웠고, 말을 걸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내가 성당 얘기를 들려줄게, 하며 나무는 할 말이 많은데. 100년이 넘은 성당도 그런 나무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듯하다. 성당 건물과 나무 사이에 무수한 언어들이 떨어져 있다. 소박한 시골 성당에도 꽤 많은 전설과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알려준다. 나무 그늘을 빠져나오면 성당은 늘 그렇듯 뾰족하게 서 있다. 하늘에 더 가까이 가려는 듯 드높은 첨탑. 나무와 키를 겨루려는 듯, 하느님 말씀을 더 많이 전하려는 듯 높다. 이윽고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하늘에는 영광이 왔는데, 땅에는 어둠이 오는구나. 카톨릭 신자인 루시가 성모님께 기도를 하고 있다. 나는 나무와 대화를 했는데, 루시는 성모님과 대화를 하고 있다. 나와 나무의 대화는 시답잖은데, 루시의 대화는 자못 진지하게 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미사 시간 외에는 성당문이 닫혀 있다. 고딕은 높은 종탑은...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