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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13년간 열심히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퇴사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이 회사를 떠나면 내가 맡았던 일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었다. 회사에서 내가 맡아서 하고 있던 일들이 제법 많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가 퇴사를 한다고 하면 팀원들이 힘들어지진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컸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고민할수록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오랜 친구 앞이라 그런지, 그동안 쌓인 고민이 절로 터져 나왔다. "나 없으면 우리팀이 진짜 힘들어질 것 같아서 걱정이야. 내가 맡아온 일들도 많은데 갑자기 내가 빠지면 다들 힘들어 하고 당황해 하지 않을까... 내가 나가도 될까?" 친구는 내 말을 조용히 듣더니, 술 한잔을 털어 넣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우리는 새우젓 통에 한 마리 새우일 뿐이야. 새우젓 통에서 새우 한 마리가 빠진다고 새우젓의 맛이 달라지냐. 회사도 마찬가지야. 네가 빠진다고 회사가 흔들릴 것 같아? 오히려 더 잘 돌아갈 껄."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빠지면 혹시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회사는 나라는 사람 하나 없어도 잘 돌아갈 것이고, 조직은 빈자리를 금방 채울 것이다. 나는 회사를 위해 애쓰며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회사...
며칠 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홍시와 함께 옷장을 정리했다. 그동안 바빠서 미뤄왔는데, 입학 준비도 할 겸 오래된 옷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시에게 "이제 초등학생 되니까 입학 전에 정리 한번 해볼까?"라고 묻자, 신이 나서 옷장을 열었다. 하지만 신난 것도 잠시, 하나씩 꺼내 입어보던 홍시는 연신 웃으며 "어? 이거 왜 이렇게 작아졌지?"라고 말했다. 몇 달 전만 해도 잘 맞던 옷이 이제는 팔이 끼고 바지가 짧아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시가 태어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예전에 입던 옷들을 하나씩 입어보며 "이건 조카 주자!", "이건 아직 좀 맞는 것 같은데?" 하면서 정리를 해나갔다. 홍시도 스스로 자기가 자랐다는 걸 실감했는지, 한껏 의젓한 표정으로 옷들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작아진 옷들은 깨끗이 세탁해서 조카에게 물려주고,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것들은 정리했다. 옷장을 정리하면서, 새 학기를 위해 새롭게 채워 넣을 옷들도 생각해 봤다. 홍시와 함께 쇼핑 리스트를 만들어보는데, 벌써부터 운동화, 필통, 가방 등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준비 과정도 하나의 추억이 되겠지 싶어 마음이 흐뭇해졌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다 보면 금방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할 날도 오겠지. 매년 키를 ...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다가 홍시가 이야기 했다. "아빠... 나 영어 가르쳐 주세요." 내가 지금 잘 못 들은게 아니겠지? 분명히 홍시가 스스로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아니, 내가 시킨 적도 없는데 먼저 영어를 배우겠다니 너무 기특해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사실 영어는 한글을 다 떼고 천천히 배워도 된다는 마인드였는데, 너가 원한다면 엄마, 아빠가 말릴 이유는 없지. 사실 홍시가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최근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는 '레고 닌자고' 영어 책 때문이다. 최근에 홍시가 레고의 닌자고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아마존에서 닌자고 백과사전을 직구로 사준적이 있었다. 홍시는 당연히 무슨말인지 모르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에 영어로 된 닌자고 책을 혼자 들여다보곤 했다. 뜻은 모르지만 자기 나름대로 사진을 보면서 스토리를 만들면서 읽어내려갔다. 그래서 며칠전에는 그런 모습을 보고 내가 "책에 있는 큰 제목만이라도 다 읽을 수 있게 되면, 새로운 닌자고 책을 한권 더 사줄게!"라고 약속했다. 그냥 던진 말이었는데, 이게 아이에게 꽤 동기부여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유치원 방과 후 영어 수업이었다. 하루는 저녁을 먹다가 홍시가 울 것 같은 얼굴로 "아빠, 유치원에서 친구들은 다 영어수업 시간에 잘 따라 하는데, 나만 영어를 몰라서 아무것도 못하고 속상해."라고 했다. 순간, 마음...
한국에서 출발하고 14시간이 지나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은 다음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손목을 쳐다봤지만 애플 워치는 이미 방전된 상태였다. 평소같이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찾았는데 주머니에 있어야 할 핸드폰이 없었다. 아 맞다. 소매치기 걱정에 가방에 핸드폰을 넣어 놨었지.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그새 소매치기를 당한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어깨에 메고 있는 크로스백의 지퍼를 열고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내서 봤다. 어느새 밤 8시였다. 스페인은 밤이 긴 나라다. 저녁밥을 보통 밤 9시에 먹기 시작한다니 밤이 짧을 수가 없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대충 정리하니 거의 9시였다. 한국에서의 밤 9시는 이미 저녁을 먹고 씻고 나와서 책을 읽다가 이미 침대에 누웠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스페인에 와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9시에 저녁밥을 먹을 의무(?)가 있지 않을까. 솔직히 피곤했다. 이코노미 좌석에서의 14시간은 저녁밥을 포기할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시차 적응을 위해서라도 첫날은 최대한 늦게 자는 게 좋다는 걸 알기에, 숙소에서 간단히 짐을 풀고 마드리드의 밤하늘을 보러 나왔다. 12월 말의 마드리드 밤공기는 제법 차가웠다. 분명 인터넷 누군가가 스페인은 겨울도 따뜻하다고 했었는데. 다시 숙소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올까 고민했지만, 피곤함과 귀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