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영화추천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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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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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콘텐츠 32
7
[넷플릭스 - 지옥 시즌2] 스스로 불러온 지옥, 비명은 누구의 것인가

<지옥 시즌2>(Hellbound 2, 2024) 2021년 공개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두번째 이야기, <지옥 시즌 2>를 보았습니다. 눈앞에서 인간이 지옥으로 끌려가는 충격적인 현상이 나타난 후 일어나는 대혼란 속에서 저마다의 처지에 놓인 인간들의 다양한 사투를 그렸던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서는 지옥이 더욱 내면화된 듯한 현재를 배경으로 또 다시 나타나는 대혼란과 그 속에서 더욱 다층적으로 전개되는 다툼을 그립니다. 최근 나온 국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후속 시즌이 대체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는데, <지옥 시즌 2>는 역시나 그럴 것이란 우려를 벗고 시즌 2까지 미리 대담하고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설계해 놓은 게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끝까지 보여줍니다. 이제껏 겪어 보지도, 보지도 못한 현상으로 인해 인간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 속에서 세계를 구성하는 힘과 생각, 제도와 집단의식 같은 것들에 대한 다채로운 통찰까지 돋보여 마지막까지 몰입감을 놓치지 않은 수작이었습니다. 새진리회의 의장 정진수(김성철)가 지옥행을 고지받은 일시에 '시연' 당한지 (대외적으로는 먼 여행을 떠난지) 4년. 의장 자리를 이어 받은 김정칠(이동희)이 새진리회를 더욱 탐욕스럽게 세력화한 가운데, 그의 지도력을 불신하는 '화살촉' 세력은 자기들끼리...

2024.10.26
6
[넷플릭스 - 기생수: 더 그레이] 나를 죽이려는 존재와 공존해야 살 수 있다면

<기생수: 더 그레이>(Parasyte: The Grey, 2024)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새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를 봤습니다. 일본의 이와아키 히토시가 그린 대히트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기생생물의 습격으로 한국에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죠. 연상호 감독은 기존에 영화와 시리즈를 넘나들며 '연니버스'라고도 불리는 나름의 독보적인 유니버스를 구축해 왔기에, 그가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새삼스럽게?'라는 의아함이 좀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완성된 [기생수: 더 그레이]는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따르되 독자 노선을 걷는 시리즈로서, 기술적으로 능숙한 원작 이미지의 구현과 감독 고유의 시선이 결합하여 비교적 날렵하고 힘있게 완성되었습니다. 인간의 뇌를 지배한 뒤 다른 인간을 먹으면서 생존하도록 설계된 기생생물의 포자가 전세계를 덮칩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닌데, 하필이면 대형 EDM 공연장에서 인간의 몸을 잠식한 기생생물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하고 말죠. 인간을 숙주로 삼은 기생생물들이 살인을 저지르며 차곡차곡 세력을 형성해 나가기 시작하는 가운데, 국가는 기생생물 긴급대응 특별수사팀 '더 그레이'를 가동해 기생생물들을 은밀히 소탕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어릴 때부터 내내 불우하게 살아온 수인(전소니)은 어느날 퇴근길에서 혐오와 ...

2024.04.15
6
[넷플릭스 - 닭강정] 뇌는 빼도 심장은 지킨 안드로메다 코미디

<닭강정>(Chicken Nugget, 2024)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이 [멜로가 체질] 이후 두번째로 내놓은 드라마 시리즈인 넷플릭스의 [닭강정]을 보았습니다. 박지독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시리즈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게 실사 드라마가 된다고?' 싶을 정도의 황당무계한 설정으로 걱정을 낳는 한편, 남다른 유머감각의 소유자인 이병헌 감독의 손길이 닿은 결과물은 어떨지에 대한 기대감도 무척 컸습니다. 결과적으로 시리즈는 그러한 기대와 걱정에 함께 부응하는 결과물이 되었는데요,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지만 그 장벽만 넘는다면 전무후무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모든 기계를 연구하고 만들고 고치는 회사인 '모든기계'에는 사장 최선만(류승룡)과 인턴사원 고백중(안재홍)이 일하고 있습니다. 선만에게는 하나뿐인 딸 민아(김유정)가 있는데, 그런 민아를 짝사랑하고 있는 백중이 선만은 내심 못마땅합니다. 한편 뮤지션의 꿈을 놓지 않고 있는 백중은 출근길에도 흥얼거리며 곡을 쓰고 회사 브랜드송을 야심차게 내놓기도 하지만,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작곡과 가창 실력입니다. 어느날 회사 근처 닭강정 맛집에서 민아가 닭강정을 싸들고 아버지 선만을 찾아오고, 선만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백중과 닭강정을 먹던 민아의 눈에 띈 건 회사 한 구석에 난데없이 서 있는 정체불명의 보라색 기계입니다. 선만도...

2024.03.22
7
[보자마자 리뷰 -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넷플릭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2022)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애니메이션 감독 마크 구스타프손과 함께 연출한 첫 애니메이션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를 보았습니다. 제목에 굳이 '기예르모 델토로의'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누구나 아는 원작을 바탕으로 했음에도 그의 비전이 고스란히 투영됐기 때문입니다. 삶의 죽음, 인간과 괴물의 어두운 경계를 늘 탐험해 왔으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의 마음을 포착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은 그래서 심심찮게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리기도 했는데, 이 영화도 아마 그럴 것입니다. 다 큰 어른이 다 아는 동화를 또 보고도 눈시울을 적시는 것이 가능한 것은 뚜렷한 주관을 지닌 감독이 동화가 품은 어두운 면을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포착했기 때문에, 그럼으로 인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오래된 이야기의 변치 않는 정수를 새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1910년대 이탈리아의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목수 제페토(데이비드 브래들리)는 어린 아들 카를로와 단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 성당의 예수상까지 만들 만큼 실력을 인정받음은 물론 아들과의 단란한 모습과 모범적인 삶으로 '마스터 제페토'라고 불리며 존경받았죠.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였떤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으면서 제페토의 삶도 순식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2022.12.11
7
[보자마자 리뷰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넷플릭스)] 오직 인간만이 행하는 가장 비인간적인 일

<서부 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2022) 독일에서 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보았습니다. 1차 세계 대전 문학의 전범(典範)으로 꼽히는 독일 작가 에리히 레마르크의 동명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이 영화는 1930년작 미국 영화, 1979년작 미국 드라마에 이어 세번째로 원작의 고향인 독일에서 이루어진 영상화 작업입니다. 극장에서 볼 수 없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게 아쉬울 만큼 1차 세계 대전의 아득한 규모와 전쟁의 처참함을 적나라하게 펼쳐내는 이 영화는, 인간의 존엄을 짓이겨버리는 전쟁이란 행위의 야만성을 새삼스럽다는 생각도 들 새 없이 명명백백하게 고발합니다. 이 오래된 진리가 한 세기를 훌쩍 건너온 2022년 지금 오히려 더 절절하게 와닿음을 사무치게 느끼면서 말이죠. 1차 세계 대전 3년차에 접어든 (영화 <1917>의 시간적 배경이기도 한 바로 그) 1917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 파울(펠릭스 카머러)은 친구들과 함께 영광스런 참전 용사가 될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참전하여 1년 정도만 잘 버티면 금의환향하여 영웅으로 칭송받고 멋진 남자로 사랑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득차 있고, 학교에 찾아온 모병장교의 사탕발림 같은 독려는 그런 소년들의 환상에 불을 지피며 하루라도 빨리 참전하고 싶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입대한지 만 하루도 지나지...

2022.11.07
7
[보자마자 리뷰 - 그 남자, 좋은 간호사 (넷플릭스)] 진짜 '좋은 간호사'의 얼굴을 확인하다

<그 남자, 좋은 간호사>(The Good Nurse, 2022) 에디 레드메인,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를 보았습니다. 비공식적으로 400여명의 환자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간호사 연쇄 살인범 '찰스 컬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연쇄 살인범이 주인공인 영화이지만 서스펜스에 주력하는 범죄 스릴러라기보다 스릴러를 가미한 드라마처럼 다가옵니다. 물론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 덕에 긴장감을 절로 자아내긴 합니다만, 그보다 더 짙게 영화에 드리워져 있는 것은 '좋은 간호사'의 얼굴을 한 악마의 얼굴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곁에 엄연히 존재하는 진짜 '좋은 간호사'의 얼굴입니다. 싱글맘 간호사 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는 삶이 버겁습니다. 심장병을 앓고 있지만 어디 얘기했다간 두 딸을 키우게 할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에 어디 말도 못한 채 어려운 집중치료실 야간 근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일정 기간을 채워야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그걸로 자기 병도 치료할 수 있기에 더더욱 감내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생계를 위해 아픔을 감내하는 와중에도 아이러니하게도 그로 인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점점 부족해지죠. 환자들 앞에서는 늘 따뜻하고 사려깊은 모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점점 한계에 다다르려는 그녀에게 야간 근무를 함께 할 새 동료 간호사 찰리(에디 ...

2022.11.03
7
[보자마자 리뷰 - 돈 룩 업 (넷플릭스)] 관종들의 세상을 향한 웃음 회초리

<돈 룩 업>(Don't Look Up, 2021)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은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을 넷플릭스 공개 전 극장 상영을 통해 보았습니다. <빅 쇼트>와 <바이스>로 할리우드 풍자 코미디의 새로운 강자가 된 애덤 맥케이 감독의 신작으로 '혜성 충돌'을 소재로 하는 이 영화는, 같은 소재라도 창작자의 작품관에 따라 조명하는 곳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재난 영화의 주요 사건으로 익숙하게(?) 접해 온 이 소재를 가지고, 지난 영화에서 미국의 자본과 정치를 후드려 팼던 감독은 미국 사회가 피할 수 없는 대재앙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현재까지의 경험적 데이터에 기반하여 아주 가관인 모습으로 그립니다.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면면을 이루는 그 가관을 지켜보고 있자면, 웃기기 이를 데 없고 동시에 두렵기 이를 데 없습니다. 미시간 주립대 천문학과의 대학원생 케이트(제니퍼 로렌스)는 어느날 천체 관측을 하던 중 새로운 혜성을 발견합니다. 통상 새로운 행성이 발견되면 발견자의 이름을 따 행성의 이름을 짓기 때문에 대학원 일동은 당연히 경사스런 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케이트의 지도 교수인 랜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혜성의 궤도를 예측 계산하던 중 충격에 휩싸입니다. 정확히 6개월 14일 후 이 혜성은 지구와 정면 충돌하며, 혜성의 크기로 볼 때 이 충돌로 지구가 절멸할 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

2021.12.12
7
[보자마자 리뷰 - 파워 오브 도그 (넷플릭스)] 정복의 시대, 힘은 여러 얼굴을 하고 있다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 2021)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를 보았습니다. 지난 베니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어 감독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이 12년만에 내놓은 장편 영화로, 공개된 후에는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다수 부문 후보작으로 예상되고 있고 특히 남우주연상, 감독상 부문 강력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역시 여성 감독인 켈리 라이카트의 <퍼스트 카우>에 이어서 서부극을 새롭게 정의하는 또 다른 작품으로 등장한 이 영화는, 일상이 지배하는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처음 느끼는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서부극을 휘두르던 남성성의 신화를 철저히 깨부숩니다. 1925년 미국 몬태나에는 목장 경영으로 성공한 두 형제 필(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조지(제시 플레먼스)가 있습니다. 형 필은 권위적인 카리스마로 휘하의 카우보이들을 이끄는 군기대장 스타일이라면, 동생은 서글서글한 비즈니스맨 스타일이죠. 어느날 소떼 몰이를 하다 찾은 식당에서 형제는 식당 주인 로즈(키얼스틴 던스트)와 아들 피터(코디 스밋-맥피)를 만납니다. 필은 예쁘장한 피터의 서빙에 훈계질을 하고 테이블에 장식된 종이꽃으로 담뱃불을 붙이며 모욕을 주고, 피터의 엄마인 로즈는 이에 눈물을 흘리는데 조지가 이를 대신 사과하며 위로해주고 그 과정에서 로즈와 사랑에 빠집니다. 조지는 형이 모르는 사이에 ...

2021.12.09
6
[보자마자 리뷰 - 뉴스 오브 더 월드 (넷플릭스)] 진실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 2020)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톰 행크스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를 보았습니다. 폴렛 자일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으로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남북전쟁 참전용사가 우연히 만난 고아 소녀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여정을 통해 19세기 미국의 단면을 담담하면서도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시대적 배경이나 분위기는 영락없는 서부극이지만 그곳을 휘젓는 무법자가 아닌 휩쓸리는 소시민의 시선을 견지하는 영화에서는 개척의 역사 뒤에 숨어 있는 미국의 어두운 이면과 그 진실을 발견하고 변화를 도모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큰 대비를 이룹니다. 남북전쟁이 끝난지 5년이 지난 19세기 후반의 미국. 인쇄공이었다가 남부군 장교로 참전했던 제퍼슨 카일 키드 대위(톰 행크스)는 전쟁이 끝난 후 생계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소식을 마을 사람들에게 읽어주는 일을 하며 유랑 생활 중입니다. 서부 개척 시대를 거치며 세상은 눈깜짝할 사이에 변하고 있건만 사람들은 그 변화를 일일이 감지할 겨를이 없기에, 키드 같은 사람이 전국의 신문을 탐독한 후 인당 10센트 정도의 사례비를 받고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소식을 읽어주는 것이죠. 그렇게 유랑을 계속하던 어느날, 키드는 외딴 곳에서 홀로 길을 잃은 고아 소녀 조해나(헬레나 젱겔)를 만납니다. 원주민인 카이오와 ...

2021.02.12
6
[보자마자 리뷰 - 승리호 (넷플릭스)] 도전의 결과는 배부른 첫술 같았다

<승리호>(SPACE SWEEPERS, 2020)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된 <승리호>를 보았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한국 최초의 SF 블록버스터'라는 타이틀과 화려한 출연진, 구수한(?) 제목 등 좀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조합으로 전에 없던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자아냈던 영화는 꽤 놀라웠습니다. 감독의 정서적 뚝심과 믿기 힘든 비주얼들의 연속, 이물감 없이 녹아든 이야기는 일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첫술에 배부르랴'는 위로 섞인 소감은 안나오게 해 주었습니다. '배부른 첫술'이었달까요. 서기 2092년, 극심한 오염으로 지구는 더 이상 인류가 멀쩡히 살아가기 힘든 곳이 되었습니다. 천재적인 과학자가 세운 거대기업이 새로운 인류의 피난처를 만들어 우주 위성궤도에 생태계를 조성했지만 철저히 자본으로 돌아가는 이 생태계에 가진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이 들어선다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그렇게 선택 받은 '시민'들만을 보호하는 세계의 바깥에는 선택 받지 못한 '비시민'들의 무법천지가 있는데, 태호(송중기), 장 선장(김태리), 타이거 박(진선규), 로봇 업동이(유해진)도 그 중 일부입니다. '승리호'라는 청소선을 타고 우주에 떠 다니는 온갖 쓰레기들을 그러모아 돈을 버는 그들은 같은 우주 쓰레기 청소부들 중에서도 워낙 막무가내라 기피대상 1호로 꼽히는 자들입니다. 그러나 일을 할수록 늘어나는 빚에 허덕이던...

2021.02.06
6
[보자마자 리뷰 - 차인표 (넷플릭스)] 참을 수 없는 이미지의 무거움

<차인표>(What Happened To Mr. Cha?, 2019) - 스포일러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2021년 첫번째 영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차인표>를 보았습니다. 차인표 배우가 본인 차인표를 연기한 이 '차인표'라는 제목의 영화는 매우 드물게도 실존하는 배우의 전형성을 소재로 한 픽션을 당사자 배우가 직접 연기한 사례입니다. 차인표라는 배우의 이미지와 활동 이력을 아는 분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이 영화는 어디까지가 실제고 어디부터가 가공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마구 널뛰며 오가는, 주성치식 감성을 연상시키는 코미디 영화이면서 동시에 개성 있는 캐릭터 연구물이기도 합니다. 배우 차인표(차인표)에게는 현재의 그를 만들어 준 철옹성 같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25년 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혜성처럼 떠오르며 부여된 자기관리 철저한 신사의 이미지와 세월이 흐르면서 작품 외적인 활동을 통해 부여된 선함과 진정성의 이미지가 그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미지가 배우로서도 플러스가 됐는지는 의문입니다. 그의 인기는 객관적으로 정점을 한참 지났고, 그런 와중에도 그에게 부여된 선하고 진정성 있는 신사의 이미지는 위태롭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광고 촬영 등의 일정으로 그 이미지 속에서의 행보를 고뇌하던 차인표는 모델 활동 중인 의류 시착을 겸해 인근 산행을 하던 중 실수로 흙탕물을 ...

2021.01.10
6
[넷플릭스 - 스위트홈] 세상이 망하니 깨닫는 이웃의 참된 의미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보았습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의 히트작을 내놓은 이응복 PD의 연출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이 10부작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제작한다는 게 특히 잘 어울리는 케이스인데, 회당 30억원에 달하는 거대 자본을 들였으면서도 지상파는커녕 케이블도 수용하기 힘든 수위의 비주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다음 시즌까지 내다볼 긴 호흡의 드라마이다 보니 아쉬운 만큼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점이 일부 있으면서도, 흔히 괴수물, 신체변형물이라 부르는 장르의 드라마가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에 의해 한국어 대사로 이 정도 규모와 퀄리티를 갖추어 나온다는 게 격세지감으로 느껴지기도 해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고등학생 소년 차현수(송강)는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은 후 '그린홈'이라는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 왔습니다. 학교에서도 폭력적인 따돌림에 시달리며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 온 현수는 살 의욕을 애저녁에 포기하고 죽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세상이 먼저 망하고 맙니다. 정체불명의 감염자들이 속출하며 세상이 혼란이 빠지고 국가는 무정부 상태에 접어든 것입니다. 갑자기 봉쇄된 아파트는 그 덕에 아직 살아있는 주민들이 있지만 그 어떤 전염과 감염 경로도 알 수 없이 욕망 자체가 만들어내는 바이러스는 불시에 아파트 주민들을 엄습하고, 주민들은 힘을 ...

2020.12.28
6
[보자마자 리뷰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넷플릭스)] 몇 분짜리 노래에 담긴 몇십 년의 세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Ma Rainey's Black Bottom, 2020) 비올라 데이비스, 채드윅 보스먼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를 보았습니다. 덴젤 워싱턴이 영화로도 만들었던 <펜스> 등 흑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다수의 희곡을 쓴 극작가인 오거스트 윌슨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1920년대 미국에서 초기 블루스 음악을 널리 알리며 '블루스의 어머니'라고 불린 실존 가수 '마 레이니'와 그 밴드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입니다. 희곡이 원작임을 감안해도 영화는 지극히 연극적인데,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뿜어내는 말과 음악의 뜨거운 에너지와 그 속에 담긴 강렬한 메시지가 90분 남짓 짧은 러닝타임으로도 긴 여운을 남깁니다. 때는 1927년 미국 시카고의 여름날. 한 녹음 스튜디오에 일련의 흑인 뮤지션들이 음반 녹음을 위해 모입니다. 메인 가수인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는 연락도 없이 1시간 씩이나 늦는 가운데, 먼저 모인 밴드 멤버들이 밴드 연습실에서 합을 맞추는 데 이마저도 레비(채드윅 보스먼)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밴드를 결성해 자기가 쓴 노래를 연주하는 꿈에 부푼 레비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고, '우리는 마의 음악을 연주하러 왔다'는 밴드 멤버들의 당부에도 아랑곳 없이 자기 스타일의 음악을 주장합니다. 이윽고 마 레이니까지 도착해 녹음이 시작되지만, 자신이 원하는 ...

2020.12.20
6
[보자마자 리뷰 - 미드나이트 스카이 (넷플릭스)] 당신과 나 사이의 머나먼 우주

<미드나이트 스카이>(The Midnight Sky, 2020) 조지 클루니가 주연과 연출을 겸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를 12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전 극장 상영을 통해 미리 보았습니다. 릴리 브룩스돌턴의 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원작으로 한 이 SF 영화는 종말 무렵의 지구를 다루는 흔히 말하는 '아포칼립스물'에 속하지만 상당히 정적이고 조용한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이 느낌은 영화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과는 별개로 얻게 되는 영화에 대한 인상입니다.) 그 느낌이 영화적으로 충분히 매력적으로 구현되었는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 느낌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감흥은 충분히 마음을 움직입니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할 정도로 말이죠. 의문의 재앙이 전세계를 휩쓴 이후 이제는 종말을 기다리게 된 서기 2049년의 지구. 굳이 종말이 아니더라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과학자 어거스틴(조지 클루니)은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극 기지에 홀로 남아 수 주에 걸쳐 고독에 싸인 일상을 살아갑니다. 지구를 대신해 살아갈 곳을 찾아 떠난 탐사선들 중 연락이 닿는 곳이 있을지 습관적으로 찾아보던 어느 날, '에테르'라는 이름의 탐사선이 아직 살아있는 걸 확인하고 연락하려 하지만 좀처럼 닿지 않습니다. 어거스틴은 어딘가에서 불쑥 나타난 미지의 소녀 아이리스와 함께 에테르 호에 연락할 수 있는 더 좋...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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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리뷰 - 더 프롬 (넷플릭스)] 용기를 실현하는 모든 이들에게 축하를

<더 프롬>(The Prom, 2020)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극장에서 먼저 선보이게 된 영화 <더 프롬>을 보았습니다. <글리>,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래치드> 등 인기 드라마들을 제작한 라이언 머피가 연출을 맡은 영화로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오랜 역사에 걸쳐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하고 갈등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져 온 뮤지컬의 역사를 이으며 성소수자라는 테마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는 물론 저마다의 이유로 자신에게 솔직하기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활기찬 음악과 춤의 한마당으로 연말에 극장에서든 집에서든 즐기기 안성맞춤인 엔터테인먼트물이 되었습니다. 토니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브로드웨이 스타 디디 앨런(메릴 스트립)과 후배 배우 배리 글리크먼(제임스 코든)은 영부인이자 사회 운동가였던 엘리너 루즈벨트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을 야심차게 준비했다가 '사회 운동가인 척만 열심히 하는 나르시시즘'이라는 평단의 혹평 세례와 함께 이제 막 말아먹은 참입니다. 평단의 반응에 반발하는 의미로 진짜 사회 운동을 해보자며 끼어들 이슈를 찾던 중 한 소녀의 사례를 발견하는 그들. 인디애나 주 교외에 사는 에마(조 엘렌 펠먼)라는 소녀가 커밍아웃 후 여자친구와 함께 프롬(졸업 무도회)에 참가하려고 하자, 보수적인 학부모회가 프롬 개최를 아예 취소했다는 것입니다. 20년 코러스 경력...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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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리뷰 - 콜 (넷플릭스)] 이 영화를 집에서 본다는 아쉬움 혹은 행운

<콜>(The Call, 2020) 박신혜, 전종서 배우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콜>을 보았습니다. 올 상반기 NEW의 배급을 통해 극장 개봉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정이 미뤄지다 넷플릭스로 독점 공개된 영화로, 극장 개봉 예정이었던 한국영화가 넷플릭스 공개로 전환된 두번째 사례입니다. 첫번째 사례였던 <사냥의 시간>의 경우 영화의 개성이 워낙 뚜렷했기에 만일 예정대로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과연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을까 싶었기에 넷플릭스 공개로 돌아선 게 오히려 다행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콜>은 그 반대의 경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입소문 제대로 탔을텐데 말이죠. 올해 본 가장 재미있는 한국영화를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만났다는 게 다만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어머니(김성령)를 병원에 두고 서연(박신혜)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집에 있던 오래된 전화기를 연결해 쓰려던 차에 영숙(전종서)이라는 낯선 여자와 통화를 하게 되는데, 서연은 놀랍게도 영숙이 20년 전 같은 집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20년의 시차를 두었지만 각자 시점을 기준으로 동갑인 두 사람은 전화를 통해 교감하게 되고, 그러던 중 어릴 적 아버지(박호산)를 잃은 서연과 폭력적인 어머니(이엘)로 인해 불안한 미래를 앞둔 영숙은 전화를 통해 어쩌면 서로의 인...

20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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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리뷰 - 맹크 (넷플릭스)] 황금기의 그늘에서, 금기를 건드린 남자

<맹크>(Mank, 2020) 데이빗 핀처 감독의 신작인 넷플릭스 영화 <맹크>를 시사회를 통해 미리 보았습니다. 최근 메가박스는 물론 CGV와 롯데시네마 일부 상영관에서도 적극적인 극장 상영 전략을 펼치고 있는 넷플릭스가 역시 넷플릭스 독점 공개 전 2주 간 극장 상영을 하게 될 <맹크>는 데이빗 핀처 감독이 아버지 잭 핀처의 각본을 바탕으로 20여년 전부터 영화화를 꿈꿨던 프로젝트입니다. 세계 영화사의 걸작 <시민 케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당대 할리우드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영화는 데이빗 핀처다운 날카롭고 빠른 연출력과 데이빗 핀처답지 않은 애상이 함께 깃든 작품입니다. <시민 케인>은 영화사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25세의 천재 오슨 웰스가 연출과 각본, 주연을 겸하며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친 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의 각본을 가장 먼저 완성한 사람은 사실 따로 있으니 각본가 허먼 J. '맹크' 맹키위츠(게리 올드만)입니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당대의 대형 영화사 RKO는 고육지책으로 유망주 오슨 웰스(톰 버크)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웰스는 맹크에게 자기 영화의 각본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것이 <시민 케인>의 시작이었죠.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맹크는 속에 없는 말을 하면 못 살 것만 같은, 그래서 수시로 업계를 긴장시키며 할리우드를 휘젓던 인물이지만 글 실력만은 확실히 인정받아...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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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리뷰 - 힐빌리의 노래 (넷플릭스)] 머물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곳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 2020) 일부 극장에서도 상영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힐빌리의 노래>를 시사회로 미리 보았습니다. J.D. 밴스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회고록을 바탕으로 다수의 대표작을 보유한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예일 법대생이 새로운 인생의 단계로 들어서기 직전에 몹시 가난했던 자신의 고향과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겪는 고뇌와 성장을, 그가 살아 온 미국의 빈곤 사회를 동시에 훑으며 드라마틱하게 보여줍니다. 논픽션인 원작이 워낙 미국에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탓인지, 가족 드라마로 완성된 영화 <힐빌리의 노래>에 대해 현지 평단의 혹평이 생각보다 거세서 좀 당황스럽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지리멸렬하고도 안쓰러울 수 밖에 없는 가족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은 그간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감흥이기도 해 분명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예일 법대에 들어간 J.D.(가브리엘 바쏘)는 이제 대형 로펌으로의 입사를 준비합니다. 로펌 거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면접 기회를 한창 만들어 보던 중 고향으로부터 호출이 옵니다. 고향에 있는 누나 린지(헤일리 베넷)는 엄마 베브(에이미 아담스)가 또 약에 손을 댔다고 합니다. 중요한 기회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J.D.는 가족의 부름에 어쩔 수 없이 먼길을 떠나 고향으로 향합니다. 미국 중부 애팔래치아 산맥 아...

202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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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무대는 들려주지 않을 성장의 기록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를 보았습니다. 제목처럼 우리나라의 걸그룹 '블랙핑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로, 넷플릭스가 여성 뮤지션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것은 레이디 가가,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에 이어 블랙핑크가 네 번째입니다. 4년 전에 데뷔한 후 지금은 (모 매거진의 표현을 빌리면) '세계 최대의 걸 그룹'이 된 블랙핑크에 대해 영화는 화려한 성공과 그로 인해 누리는 스타로서의 삶보다는 그 뒤에 감춘 평범한 사람,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고 그로 인해 '그룹'을 넘어서 끈끈한 유대를 갖게 된 네 여성의 삶을 보여주려 합니다. 영화는 2016년 블랙핑크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던 데뷔 쇼케이스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데뷔를 앞두고 그룹명, 구성 멤버 등 무수한 소문에 둘러싸였던 블랙핑크를 철저히 비밀에 부친 끝에 세상에 내놓았고, 그들은 데뷔하자마자 음악 차트 1위를 휩쓸며 스타덤에 오릅니다. 대중이 목격한 것은 '결과물'로서의 '블랙핑크'였지만, 영화는 그 결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블랙핑크'라는 하나의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지수, 제니, 로제, 리사 4명의 개인을 조명합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지수, 어린 시절 뉴질랜드로 유학을 가 케이팝을 접한 후 한국에 오디션을 보러 온 제니, 뉴질랜드 출신으로 호주로 이민 가...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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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물러서지 않는 시민이 역사를 만든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The Trial of the Chicago 7, 2020)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을 보았습니다. 넷플릭스에는 10월 16일 공개될 예정이지만, 그에 앞서 지난 10월 7일 메가박스를 비롯한 일부 극장에서 개봉되어 다행히 극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는 넷플릭스 영화였네요. 미드 <웨스트윙>과 <뉴스룸>, 영화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스티브 잡스> 등의 각본가로 잘 알려진 에런 소킨이 <몰리스 게임>에 이어 내놓은 두번째 각본 겸 연출작입니다. 1968년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시카고 7'에 대한 악명높은 재판을 소재로 한 영화는 에런 소킨 특유의 밀도 높은 대사들을 통해 법정 영화의 서스펜스를 충실히 구현하면서도, 속도감과 유머, 감동이 어우러진 전개로 흥미진진한 이야기 끝에 웅장한 감동을 남깁니다. 1968년 미국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당했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는 젊은이들의 수는 나날이 늘며 희생되는 목숨 또한 늘어갔습니다. 흑인 인권 운동이 불붙으려던 때에 그들의 표현권을 제한하려는 목적의 '랩 브라운 법'도 통과되었습니다. 바야흐로 혁명이 절실한 시점이었던 때에 전국 단위의 학생운동가 조직인 민주사회학생회(SDS), 신좌파 성향의 청년국제당, 반전운동가 연합인 '베트남전 종식을...

2020.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