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SPACE SWEEPERS, 2020)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된 <승리호>를 보았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한국 최초의 SF 블록버스터'라는 타이틀과 화려한 출연진, 구수한(?) 제목 등 좀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조합으로 전에 없던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자아냈던 영화는 꽤 놀라웠습니다. 감독의 정서적 뚝심과 믿기 힘든 비주얼들의 연속, 이물감 없이 녹아든 이야기는 일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첫술에 배부르랴'는 위로 섞인 소감은 안나오게 해 주었습니다. '배부른 첫술'이었달까요. 서기 2092년, 극심한 오염으로 지구는 더 이상 인류가 멀쩡히 살아가기 힘든 곳이 되었습니다. 천재적인 과학자가 세운 거대기업이 새로운 인류의 피난처를 만들어 우주 위성궤도에 생태계를 조성했지만 철저히 자본으로 돌아가는 이 생태계에 가진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이 들어선다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그렇게 선택 받은 '시민'들만을 보호하는 세계의 바깥에는 선택 받지 못한 '비시민'들의 무법천지가 있는데, 태호(송중기), 장 선장(김태리), 타이거 박(진선규), 로봇 업동이(유해진)도 그 중 일부입니다. '승리호'라는 청소선을 타고 우주에 떠 다니는 온갖 쓰레기들을 그러모아 돈을 버는 그들은 같은 우주 쓰레기 청소부들 중에서도 워낙 막무가내라 기피대상 1호로 꼽히는 자들입니다. 그러나 일을 할수록 늘어나는 빚에 허덕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