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신작
152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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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자마자 프리뷰 - 미드나이트 스카이] 조지 클루니, 우주를 건너 4년만에 돌아오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가 마스터피스 신작들을 연이어 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 다섯번째 영화가 곧 우리 곁으로 찾아옵니다. 그 주인공은 연기는 물론 제작, 연출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활약하고 있는 슈퍼스타 조지 클루니의 신작인 <미드나이트 스카이>입니다. 극장 개봉에 앞서 티저 포스터와 메인 예고편을 공개하며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원인 불명의 재앙으로 종말을 맞이한 지구. 모두가 떠난 북극 기지에 홀로 남은 과학자 오거스틴(조지 클루니)은 수수께끼의 소녀 아이리스와 함께 우주 탐사선 '이더'에 교신을 시도합니다. '이더' 호는 탐사를 마친 후 귀환하던 중 관제 센터와 연락이 끊겨 혼란에 빠져 있던 와중인데, 우주 비행사 설리(펠리시티 존스)가 지구에 있는 오거스틴과 짧은 교신에 성공하게 되고, 오거스틴은 종말이 찾아온 지구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이더' 호에 알리려 합니다. 북극과 우주라는 두 혹독한 자연 속에 있는 오거스틴과 설리는 과연 교감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끝이 예정되어 있는 두 사람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이처럼 우리에게 흥미롭지만 쉽지만은 않은 질문을 던질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릴리 브룩스돌턴의 소설로 국내에도 출간된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마지막 ...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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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리뷰 - 런] 짐작되어도 떨칠 수 없는 서스펜스

<런>(Run, 2020) 2018년 <서치>라는 걸출한 스릴러를 내놓으며 주목받은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신작 <런>을 보았습니다. <서치>가 오직 컴퓨터나 TV 등 오직 모니터 속 이미지만을 활용한 연출 기법으로 첨단 기술 속에 내재된 동시대성을 한껏 드러냈다면, <런>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갑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자연스레 나타날 법한 손쉬운 기술의 유혹을 애써 잘라낸 채, 작은 사건을 놓고도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게 하는 제약을 두며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히트한 전작의 방식을 이어가지 않고 정반대의 노선에서도 힘 있는 연출을 보여준 덕분에 믿고 볼 만한 스릴러 감독이 또 한 명 나왔음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엄마 다이앤(사라 폴슨)은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난 딸 클로이(키에라 앨런)를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다이앤은 딸로 하여금 건강을 위한 철저한 루틴을 몸에 익히게 하며 체계적인 홈 스쿨링을 진행하면서도 언제나 딸을 사랑으로 보듬었고, 클로이는 평생을 집에서만 지내면서도 똑똑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런 클로이가 이제 어느덧 대학에 입학하고 성인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중, 클로이가 엄마의 장바구니에서 한 약통을 발견하면서 행복했던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아닌 엄마 앞으로 처방된 약통에 의아해 하던 클로이는, 그 약통 속에 담긴 약을 엄마가 자신에게 먹이려 하자 불편한 ...

2020.11.22
6
[보자마자 리뷰 - 맹크 (넷플릭스)] 황금기의 그늘에서, 금기를 건드린 남자

<맹크>(Mank, 2020) 데이빗 핀처 감독의 신작인 넷플릭스 영화 <맹크>를 시사회를 통해 미리 보았습니다. 최근 메가박스는 물론 CGV와 롯데시네마 일부 상영관에서도 적극적인 극장 상영 전략을 펼치고 있는 넷플릭스가 역시 넷플릭스 독점 공개 전 2주 간 극장 상영을 하게 될 <맹크>는 데이빗 핀처 감독이 아버지 잭 핀처의 각본을 바탕으로 20여년 전부터 영화화를 꿈꿨던 프로젝트입니다. 세계 영화사의 걸작 <시민 케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당대 할리우드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영화는 데이빗 핀처다운 날카롭고 빠른 연출력과 데이빗 핀처답지 않은 애상이 함께 깃든 작품입니다. <시민 케인>은 영화사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25세의 천재 오슨 웰스가 연출과 각본, 주연을 겸하며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친 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의 각본을 가장 먼저 완성한 사람은 사실 따로 있으니 각본가 허먼 J. '맹크' 맹키위츠(게리 올드만)입니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당대의 대형 영화사 RKO는 고육지책으로 유망주 오슨 웰스(톰 버크)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웰스는 맹크에게 자기 영화의 각본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것이 <시민 케인>의 시작이었죠.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맹크는 속에 없는 말을 하면 못 살 것만 같은, 그래서 수시로 업계를 긴장시키며 할리우드를 휘젓던 인물이지만 글 실력만은 확실히 인정받아...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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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내돈내본 넷플릭스 리뷰 - 래치드 시즌 1] 자비의 천사이가 냉혹한 악마인가

추석 연휴는 긴데, 안전을 위해 고향이나 여행 방문은 자제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그래서 때마침 집에서도 편안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콘텐츠 리뷰를 연속으로 올릴까 합니다. 내 돈 주고 내가 본 '내돈내본 넷플릭스 리뷰'로 시리즈 이름을 붙여 보았는데요, 첫번째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래치드> 시즌 1입니다. <글리>,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등 다수의 인기 미드를 제작한 라이언 머피의 신작으로, 영화에도 등장한 동명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가 되겠습니다. 드라마의 타이틀롤인 '밀드러드 래치드'(사라 폴슨)는 1975년작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 등장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캐릭터로, 미국 영화 연구소가 선정한 '영화 사상 최고의 악당' 5위에 들기도 한 인물입니다. '정신병원의 간호사'라는 인물이 어째서 이토록 전설적인 악역 캐릭터로 언급이 되는지 궁금하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래치드>는 그 인물이 어떻게 사회에 스며들어 자신의 역할을 갖게 되었고 그 역할 안에서 자신만의 악마적인 발자취를 남기게 되었는지 그 기원을 들여다 보는 듯 해 흥미로웠습니다. <래치드>(Ratched, 2020) 이야기는 래치드가 '루시아 주립 정신병원'에 취직하면서 시작됩니다. 취직 과정부터가 범상치 않은 래치드의 취직 시점은 공교롭게도 장안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 시점과 겹치는데...

2020.09.30
6
[보자마자 리뷰 -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피 흘려도 피로 보이지 않는 붉은 세상

<사냥의 시간>(Time To Hunt, 2020)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에서 넷플릭스 공개로 선회한 영화 <사냥의 시간>을 보았습니다. <파수꾼>으로 놀라운 데뷔전을 치른 윤성현 감독이 10년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또한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등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동년배 배우들을 모은 영화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이 영화는 그런 화제성과 대비되게 꽤 매니악한 실체를 보여줍니다. 만약 예정대로 극장 개봉을 했다면 극심한 호불호 논쟁에 휩싸였을 것 같아 넷플릭스 공개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보면서 느낀 시청각적 자극에 계속 '극장에서 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함께 든 묘한 영화였습니다. 준석(이제훈),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는 성인이지만 몸만 그런 것 같습니다. 여느 불량 청소년들처럼 육두문자를 추임새처럼 내뱉고 실없는 대화를 곧잘 이어가는 그들은 소년과 청년 사이에 있는 듯 한데, 그런 그들이 지금의 지옥 같은 삶을 벗어나고자 대담한 범죄를 계획합니다. 그러나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그들은 불행히도 미숙하고 성급하고 또 낙천적입니다. 그들은 계획대로 범죄에 성공하는 듯 하나 그것은 순전히 운 때문이었고, 의문의 추격자(박해수)로 쫓기기 시작하면서 그 운은 즉시 바닥을 드러냅니다. 추격자는 거의 인간을 초월한 것 같은 수준으로 무자비하고 잔혹한데, 네 친구들은 그에 비해 너무나 서툽니다...

2020.04.24
7
[보자마자 리뷰 - 로마 (넷플릭스)] 하늘보다 더 큰 땅 위의 이야기

<로마>(Roma, 2018) <그래비티>, <칠드런 오브 맨>을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로마>를 보았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로 12월 14일 넷플릭스에 공개될 예정이지만 그 전에 일부 극장에서도 개봉하게 되어 극장에서 먼저 보았는데, 이런 영화를 넷플릭스를 통해 휴대전화든 컴퓨터든 TV든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때에 볼 수 있다는 건 영광이거니와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또한 축복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인간의 삶을 예찬할 수 있는 가장 눈부신 형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작 <그래비티>를 통해 극도로 드라마틱한 컨셉 안에서 휴머니즘을 이야기했던 감독은 이번 <로마>에서는 그와 정반대로 극도로 내밀한 이야기 안에서 휴머니즘을 이야기합니다.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970년대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는 한 중산층 가족의 젊은 가정부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의 시선을 따라 그녀와 그녀가 몸담고 있는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는 일종의 '홈 드라마'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이 가족의 풍경과 가족 구성원들이 처한 각각의 상황을 잔잔하고 진득하게 관찰하던 영화는 주인공들에게 닥치는 뜻밖의 개인적 사건과 그들이 처한 시대의 큰 사건을 차례로 제시하면서 평범한 가정 속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인물들에...

2018.12.13
5
[보자마자 리뷰 - 7월 22일 (넷플릭스)] 증오가 낳은 절망, 유대가 낳은 희망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 <7월 22일>을 보았습니다. <본 얼티메이텀>, <캡틴 필립스>, <플라이트 93> 등의 영화를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신작으로 2011년 여름에 일어나 전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노르웨이 연쇄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사건 당시 충격파가 워낙 컸고 일어난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사건이기에 그리기에 조심스러웠겠지만, 영화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 특유의 사실적이고 침착한 연출, 휴머니즘적 기조를 결합하여 정서적으로 보기에 쉽진 않더라도 관객에게 암울한 충격 대신 의연한 희망을 남기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사건이 발생한 2011년 7월 22일 전날부터 시간 순서대로 사건의 전말을 건조하게 서술합니다. 범인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테러를 준비하는 한편 이후 사건이 벌어지는 우퇴위아 섬에서는 청소년들이 즐겁게 캠프를 즐기고 있던 2011년 7월 21일에서 출발한 영화는 범인이 오슬로 정부청사 폭탄테러와 우퇴위아 섬 총기난사 테러를 감행한 2011년 7월 22일을 거쳐, 테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힘겹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재판장에 나서서 범인 앞에서 자신들의 뜻을 피력하기까지의 과정까지를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짚어갑니다. <7월 22일>(22 july, 2018) 감독이 워낙 사실성에 입각한 연출로 유명한 만큼 사건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우퇴위아 섬 총기난사 테러를 어떻게...

201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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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투어 후기 (4) -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 '호그와트' 에서 '스프링필드' 까지 Part 1

이번에 LA-할리우드 여행을 가서 찾은 마지막 영화 스튜디오/테마파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였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세계 각국에 분포한 만큼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들이 어우러져 있었는데, 두 편에 걸쳐 그 후기를 올립니다. LA 도심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자리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는 방문하기도 한결 수월했습니다. 유니버설 시티 지하철 역에 도착하면 이렇게 스튜디오로 가는 셔틀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 도착했습니다. 스튜디오 정문 앞에는 이처럼 유니버설의 상징인 지구본 형상의 로고 상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유니버설 픽처스의 발원지인 만큼 고전적인 로고 상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반대편 거리로는 쇼핑몰과 영화관, 레스토랑 등이 있는 '시티워크' 상점가가 있습니다. (이 상점가에서 <다크 나이트> 개봉 10주년 70mm 아이맥스를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오픈 시간 전에 먼저 도착해 오픈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이 당시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넉넉하진 않지만, 테마파크 규모를 고려하면 적당한 시간 같았습니다. 문이 열리고 본격적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 들어섰습니다. 붐마이크와 카메라를 들고 손으로 프레임을 짜 보는 영화인들의 모습이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도 이렇게 티켓을 소지하고 있으면 자유롭게 어트랙션과 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저...

201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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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네 존재의 값, 내 사랑의 무게

옥자 감독 봉준호 출연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안서현 개봉 2017 대한민국, 미국 상세보기 <옥자>(Okja, 2017) [스포일러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것만으로 충분히 화제가 되었을 영화 <옥자>는 최근 생각지 못했던 이슈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넷플릭스가 투자 및 제작을 맡게 됨으로 인해 당연히 넷플릭스를 통해 대중에 선보이기로 결정되면서 이와 동시에 극장 개봉을 한다는 데 대해 국내 3대 멀티플렉스가 일제히 반기를 든 것이다. (국내 극장 개봉도 실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가 넷플릭스의 특단 조치에 따라 차후에 결정된 것인데 말이다.) 멀티플렉스들은 극장에서 상영되어야 할 영화가 최소한의 홀드백도 없이 VOD/스트리밍 서비스에 동시 공개되는 것은 국내 영화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온다는 등의 이유로 상영을 거절하였고, 그 결과 <옥자>는 국내에서 네임 밸류만으로 천만 관객 가능성이 거론되는 몇 안되는 감독의 신작임에도 전국의 모든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옥자>를 보고 나니 영화가 바깥으로 처한 이런 상황이 실은 영화 안에서 전하는 이야기와도 연결될지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옥자>를 둘러싸고 멀티플렉스와 대중의 주장이 서로 상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영화에 대한 양측의 서로 다른 가치 판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

2017.07.02
8
[보자마자 리뷰 - 옥자] 너는 나에게 얼마짜리 존재였을까

<옥자>(Okja, 2017)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출품된 영화 <옥자>를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미리 보았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영화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 안서현,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다니엘 헨셜, 변희봉, 최우식,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무대인사가 있어 매우 반가웠습니다. <옥자>는 지금까지의 봉준호 감독 영화 중 대다수 관객들에게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울 영화입니다. 그의 영화 중 가장 사랑스럽지만, 조용히 드리우는 비애감은 전작들 못지 않았습니다. <옥자>에는 봉준호 감독의 지난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안에 품은 색깔이 눈에 띄게 다양합니다.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의 '슈퍼돼지 프로젝트' 설명회로 시작되는 만화 같은 오프닝 뒤에 이어지는 미자(안서현)와 옥자의 일상은 몹시 차분하고 초연하며, 그 다음에 펼쳐지는 도심 추격전은 또 스릴감을 있는 힘껏 가동합니다. 그 템포와 완급을 바꾸는 솜씨가 역시나 탁월해서, 매 장면마다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듯한 몰입감을 자랑합니다. 특히 미란도 한국지사의 출입문을 기점으로 조용하던 옥자의 세계가 순식간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아찔함으로 들어차게 되는 순간의 페이스 전환 기술은, <설국열차> 속에서 꼬리칸 사람들이 처음 반란을 일으킬 때만큼이나 박진감 있습니다. <옥자>(Okja, 2017) 그만큼 <옥자>는 극명하게 ...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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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스위트홈] 세상이 망하니 깨닫는 이웃의 참된 의미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보았습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의 히트작을 내놓은 이응복 PD의 연출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이 10부작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제작한다는 게 특히 잘 어울리는 케이스인데, 회당 30억원에 달하는 거대 자본을 들였으면서도 지상파는커녕 케이블도 수용하기 힘든 수위의 비주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다음 시즌까지 내다볼 긴 호흡의 드라마이다 보니 아쉬운 만큼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점이 일부 있으면서도, 흔히 괴수물, 신체변형물이라 부르는 장르의 드라마가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에 의해 한국어 대사로 이 정도 규모와 퀄리티를 갖추어 나온다는 게 격세지감으로 느껴지기도 해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고등학생 소년 차현수(송강)는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은 후 '그린홈'이라는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 왔습니다. 학교에서도 폭력적인 따돌림에 시달리며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 온 현수는 살 의욕을 애저녁에 포기하고 죽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세상이 먼저 망하고 맙니다. 정체불명의 감염자들이 속출하며 세상이 혼란이 빠지고 국가는 무정부 상태에 접어든 것입니다. 갑자기 봉쇄된 아파트는 그 덕에 아직 살아있는 주민들이 있지만 그 어떤 전염과 감염 경로도 알 수 없이 욕망 자체가 만들어내는 바이러스는 불시에 아파트 주민들을 엄습하고, 주민들은 힘을 ...

2020.12.28
6
[보자마자 리뷰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넷플릭스)] 몇 분짜리 노래에 담긴 몇십 년의 세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Ma Rainey's Black Bottom, 2020) 비올라 데이비스, 채드윅 보스먼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를 보았습니다. 덴젤 워싱턴이 영화로도 만들었던 <펜스> 등 흑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다수의 희곡을 쓴 극작가인 오거스트 윌슨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1920년대 미국에서 초기 블루스 음악을 널리 알리며 '블루스의 어머니'라고 불린 실존 가수 '마 레이니'와 그 밴드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입니다. 희곡이 원작임을 감안해도 영화는 지극히 연극적인데,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뿜어내는 말과 음악의 뜨거운 에너지와 그 속에 담긴 강렬한 메시지가 90분 남짓 짧은 러닝타임으로도 긴 여운을 남깁니다. 때는 1927년 미국 시카고의 여름날. 한 녹음 스튜디오에 일련의 흑인 뮤지션들이 음반 녹음을 위해 모입니다. 메인 가수인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는 연락도 없이 1시간 씩이나 늦는 가운데, 먼저 모인 밴드 멤버들이 밴드 연습실에서 합을 맞추는 데 이마저도 레비(채드윅 보스먼)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밴드를 결성해 자기가 쓴 노래를 연주하는 꿈에 부푼 레비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고, '우리는 마의 음악을 연주하러 왔다'는 밴드 멤버들의 당부에도 아랑곳 없이 자기 스타일의 음악을 주장합니다. 이윽고 마 레이니까지 도착해 녹음이 시작되지만, 자신이 원하는 ...

2020.12.20
6
[보자마자 리뷰 - 미드나이트 스카이 (넷플릭스)] 당신과 나 사이의 머나먼 우주

<미드나이트 스카이>(The Midnight Sky, 2020) 조지 클루니가 주연과 연출을 겸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를 12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전 극장 상영을 통해 미리 보았습니다. 릴리 브룩스돌턴의 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원작으로 한 이 SF 영화는 종말 무렵의 지구를 다루는 흔히 말하는 '아포칼립스물'에 속하지만 상당히 정적이고 조용한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이 느낌은 영화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과는 별개로 얻게 되는 영화에 대한 인상입니다.) 그 느낌이 영화적으로 충분히 매력적으로 구현되었는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 느낌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감흥은 충분히 마음을 움직입니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할 정도로 말이죠. 의문의 재앙이 전세계를 휩쓴 이후 이제는 종말을 기다리게 된 서기 2049년의 지구. 굳이 종말이 아니더라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과학자 어거스틴(조지 클루니)은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극 기지에 홀로 남아 수 주에 걸쳐 고독에 싸인 일상을 살아갑니다. 지구를 대신해 살아갈 곳을 찾아 떠난 탐사선들 중 연락이 닿는 곳이 있을지 습관적으로 찾아보던 어느 날, '에테르'라는 이름의 탐사선이 아직 살아있는 걸 확인하고 연락하려 하지만 좀처럼 닿지 않습니다. 어거스틴은 어딘가에서 불쑥 나타난 미지의 소녀 아이리스와 함께 에테르 호에 연락할 수 있는 더 좋...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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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리뷰 - 더 프롬 (넷플릭스)] 용기를 실현하는 모든 이들에게 축하를

<더 프롬>(The Prom, 2020)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극장에서 먼저 선보이게 된 영화 <더 프롬>을 보았습니다. <글리>,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래치드> 등 인기 드라마들을 제작한 라이언 머피가 연출을 맡은 영화로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오랜 역사에 걸쳐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하고 갈등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져 온 뮤지컬의 역사를 이으며 성소수자라는 테마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는 물론 저마다의 이유로 자신에게 솔직하기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활기찬 음악과 춤의 한마당으로 연말에 극장에서든 집에서든 즐기기 안성맞춤인 엔터테인먼트물이 되었습니다. 토니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브로드웨이 스타 디디 앨런(메릴 스트립)과 후배 배우 배리 글리크먼(제임스 코든)은 영부인이자 사회 운동가였던 엘리너 루즈벨트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을 야심차게 준비했다가 '사회 운동가인 척만 열심히 하는 나르시시즘'이라는 평단의 혹평 세례와 함께 이제 막 말아먹은 참입니다. 평단의 반응에 반발하는 의미로 진짜 사회 운동을 해보자며 끼어들 이슈를 찾던 중 한 소녀의 사례를 발견하는 그들. 인디애나 주 교외에 사는 에마(조 엘렌 펠먼)라는 소녀가 커밍아웃 후 여자친구와 함께 프롬(졸업 무도회)에 참가하려고 하자, 보수적인 학부모회가 프롬 개최를 아예 취소했다는 것입니다. 20년 코러스 경력...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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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리뷰 - 콜 (넷플릭스)] 이 영화를 집에서 본다는 아쉬움 혹은 행운

<콜>(The Call, 2020) 박신혜, 전종서 배우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콜>을 보았습니다. 올 상반기 NEW의 배급을 통해 극장 개봉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정이 미뤄지다 넷플릭스로 독점 공개된 영화로, 극장 개봉 예정이었던 한국영화가 넷플릭스 공개로 전환된 두번째 사례입니다. 첫번째 사례였던 <사냥의 시간>의 경우 영화의 개성이 워낙 뚜렷했기에 만일 예정대로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과연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을까 싶었기에 넷플릭스 공개로 돌아선 게 오히려 다행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콜>은 그 반대의 경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입소문 제대로 탔을텐데 말이죠. 올해 본 가장 재미있는 한국영화를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만났다는 게 다만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어머니(김성령)를 병원에 두고 서연(박신혜)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집에 있던 오래된 전화기를 연결해 쓰려던 차에 영숙(전종서)이라는 낯선 여자와 통화를 하게 되는데, 서연은 놀랍게도 영숙이 20년 전 같은 집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20년의 시차를 두었지만 각자 시점을 기준으로 동갑인 두 사람은 전화를 통해 교감하게 되고, 그러던 중 어릴 적 아버지(박호산)를 잃은 서연과 폭력적인 어머니(이엘)로 인해 불안한 미래를 앞둔 영숙은 전화를 통해 어쩌면 서로의 인...

2020.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