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한국영화
602024.11.03
인플루언서 
tomstrong
964영화 전문블로거
참여 콘텐츠 4
보통의 가족

'보통의 가족'은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닙니다. 제작진도 큰 욕심을 낸 것 같지 않고요. 하지만 근래 개봉된 우리나라 영화 중에서는 가장 내실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스릴러+드라마인데요.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시나리오입니다. 대사 자체는 평이합니다. (물론 일부러 인상적으로 보이려고 멋을 부리는 대사보다는 이게 훨씬 더 좋습니다만) 그런데 전체적인 구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쓸데없이 감상적인 장면이 하나도 없고 정확히 필요한 씬만 있어요. 한 장면도 버릴 게 없고 모든 씬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서 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마치 퍼즐을 다 맞추고 나면 남아도는 조각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시나리오라고 할까요. 때문에 결과물이 다소 건조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영화 자체가 아주 타이트한 느낌을 줍니다. 한데 이런 구성 방식은 주로 서구의 범죄 수사물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건데요. 알고 보니 원작이 있더군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영화화되기도 했고요. 원작에서 얼마나 각색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 영향이 있는 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아마 우리나라 원작이었다면 중간중간 감상적인 장면들이 포함됐을 겁니다. 영화 자체가 자식 때문에 부모들이 갈등을 빚는 내용이니 그런 씬을 집어넣기 딱 좋은 소재거든요. 여하튼 그런 감상적인 씬들을 배제한 것이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합...

2024.11.02
베테랑 2

'류승완' 감독은 명실공히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이죠. 작품 수도 많고 장르도 다양합니다. 하물며 아주 부지런해서 꾸준히 1,2년마다 한 작품씩 발표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째서인지 이 분의 작품을 일일이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때그때 호기심이 가는 작품 몇 개만 봤는데요. 이번 '베테랑 2'를 본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정해인' 배우가 나오기 때문이죠. 알다시피 이 배우는 말랑말랑한 연애물 드라마로 유명해진 분입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DP'부터였어요. 물론 'DP'에서는 악역이 아닌 주인공 선역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가끔씩 그의 얼굴에서 보이는 서늘한 구석이 인상적이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어, 이 배우 사이코패스 같은 악역을 하면 꽤 어울리겠는데'라고 말이죠. 그런데 바로 이번 영화에서 제가 생각했던 캐릭터로 나온다는 겁니다. 그러니 안 볼 수가 없죠. 아마 '류승완' 감독도 이 배우의 얼굴에서 제가 본 것과 같은 것을 봤나 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에요. 우리나라 범죄물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대개 피 칠갑을 한 난폭한 인물이나 아니면 기괴한 웃음을 흘리는 불쾌한 살인마로 그려지곤 하죠. 하지만 이번에 '정해인' 배우가 연기한 사이코패스는 많이 다릅니다. 인형처럼 무표정한 얼굴에 모든 게 치밀하고 계획적입니다. 평소엔 선량해 보이고요. 저는 사이코패스는 이쪽이 맞다고 생...

2024.09.26
2
파묘

'파묘'는 아주 재밌게 잘 만든 상업 영화입니다. '곡성'과 비교를 하는 경우가 많은 데 두 영화는 가는 길이 완전히 다릅니다. 굳이 따진다면 이 영화는 '극한직업'이나 '범죄도시', '엑시트' 같은 웰메이드 오락 영화의 계보에 들어갈 작품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민간신앙이나 무속을 소재로 재밌는 작품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해왔어요. 물론 만화에서는 이미 꽤 여러 히트작이 나왔고, 얼마 전부터는 드라마도 종종 눈에 띄더군요. 그런데 드디어 영화에도 이를 적용한 좋은 사례가 나왔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제작된다는 뉴스만 들었을 때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아니더군요. 감독은 애초에 그런 작가주의 성향의 호러물을 만들 생각이 없었어요. 말 그대로 오컬트 액션 무비가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과분할 정도로 훌륭해요. 어쩌면 이건 한국 영화의 강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예술 영화이냐, 오락 영화이냐에 따라 어느 정도 캐스팅도 달라집니다. 하물며 같은 배우라 해도 출연하는 영화의 성향에 따라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더군요. 그러나 우리나라 배우들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정말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연기를 잘하거나 못 할 수는 있지만 상업 영화라고 해서 설렁설렁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

2024.02.26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1990년대 중반에 데뷔하여 지금까지 약 8편 정도의 영화를 연출한 분입니다. 이 분이 만든 영화들 중에 아주 큰 히트작은 없지만 어느 정도 화제가 된 작품도 있고, 또 기대와 달리 크게 실패한 작품도 있더군요. 저는 이 분의 작품을 전부 다 보지는 못했고 그중 몇 편 정도를 봤는데요. 매번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영화가 한 가지의 성취는 해냈다는 거죠. 어떤 영화는 아이디어가 신선했고, 어떤 영화는 괜찮은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또 어떤 영화는 비주얼이 매우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분야건 크리에이터에게 이건 매우 중요한 겁니다. 망해도 뭐 한 가지는 남긴다는 건데요.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거죠. 이를 통해 창작자는 한 걸음씩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겁니다. 이번 '서울의 봄'은 감독이 그간 여러 영화를 통해 스스로 체득한 장점들을 하나로 집결시킨 느낌입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폭발적인 흥행으로 이어진 거죠. 사실 이 영화의 소재는 건조한 다큐멘터리로 그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또 단순한 선악 논리로 풀어나갔다면 지루한 교훈만 담긴 영화가 될 수도 있었죠. 그런데 그런 함정들을 아주 잘 피해서 훌륭한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감독의 그간 쌓인 내공이 제대로 발휘된 겁니다. 감독의 연출도 좋았지만 저는 특히 이 영화의 편집자가 누군지 궁금합니...

202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