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나는 이렇게 살았다'입니다. 사실 전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정도의 거장이라면 이제 말년에 접어들어 이 정도 자전적 작품이 하나쯤 있어도 크게 이상할 건 없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감독의 실제 경험담은 아닙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죠. 그러나 영화 속에 상징적인 사건이나 인물들이 감독의 마음속에 새겨진 성장기의 기억들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영화가 많이 난해하다는 평인데... 제가 단순한 사람이라 그런지 저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봤어요. 아니, 모든 것이 너무나 명료하게 읽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소년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습니다. 갑자기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속에 살게 된 주인공 소년의 심상을 표현했다고 할까요? 거기에 전형적인 성장물 스토리와 일본 특유의 괴담이 뒤섞인 모험담입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감독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과거 일본의 불안한 역사적 현실이 작품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기묘하게 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철저하게 주인공 소년의 시점만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쓰려면 흔히 말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좋습니다. 다시 말하면 ...
처음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CG는 어설퍼 보이고, 내용도 빈약할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보긴 볼 것 같다... 실제로 공개된 본작을 보니 딱 그대로였습니다. 한치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은 결과물입니다. 사실 '기동전사 건담'은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그동안 별의별 작품이 다 나왔죠. 게다가 만화와 게임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우주 세기로 한정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콘셉트는 지온군 시점에서 그려진 에피소드라는 건데 그 또한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아이디어입니다. 길게 말할 건 없는 작품 같습니다. 장점과 단점이 정확히 구분이 돼요. 먼저 단점부터 얘기하면 앞서 말한 것들 외에도 지적할 게 더러 있습니다. 우선 제일 큰 문제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전형적이라는 겁니다. 모두 어디서 본듯한 인물들을 여기저기서 데려다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입부 스토리는 비교적 괜찮은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늘어진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는 후다닥 끝내버린 느낌이 듭니다. 차라리 중반부를 좀 줄이고 후반부를 강조했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싶어요. 하나 더 지적하면 연출이 안일한 부분이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위기 상황을 돌발적인 사건으로 해결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누군가 궁지에 몰리면 갑자기 적이 기습하거나 폭발이 일어나 그전의 갈등 상황이 흐지부지되는...
'넷플릭스'를 통해 '단다단' 1회를 봤습니다. 와!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네요. 오래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소녀혁명 우테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1회를 봤을 때의 흥분과 쾌감이었습니다. 사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이거 뭔가 심상치 않겠다는 예감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스토리는 전형적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입니다. 일본인이 아주 좋아하는 설정 중 하나죠. 청춘 로맨스 멜로를 기본으로 하는데... 당연히 여기에 온갖 장르의 요소들을 섞었습니다. SF, 오컬트, 호러, 액션, 그리고 코미디까지... 더불어 현대인들의 우울한 정서도 살짝 가미했습니다. 세련된 캐릭터 디자인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과감한 액션 연출이 충격적으로 훌륭합니다. 또한 진행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마치 1.5배속으로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1회에서는 메인 캐릭터 두 명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데... 유령은 믿지만 UFO는 믿지 않는 소녀. UFO는 믿지만 유령은 믿지 않는 소년. 이렇게 정반대의 두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이 둘이 반대의 상황에서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데요. 설정부터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아시다시피 원작 만화가 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연재 중인 작품이라 ...
최근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입니다. 저는 '넷플릭스'를 통해 보고 있습니다만... 이 작품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타이틀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일본 현지에서 먼저 공중파나 케이블 채널을 통해 TV로 방영된 뒤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는 거죠. 재밌는 건 소개하려는 세 작품 모두 제작사가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장송의 프리렌 (매드하우스)', '던전 밥 (트리거)', '괴수 8호 (프로덕션 IG)'.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회사에서 총력을 다 해 만든 작품들이네요. 그래서 일단 공통적으로 작화 퀄리티는 나무랄 데가 없군요. 그럼 하나씩 간단히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장송의 프리렌 원작 만화가 있는데 저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애니메이션으로 접한 셈이죠. 그래서 처음 1화를 보면서 크게 당황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용사 일행의 모험이 끝나고 이어서 빠른 속도로 시간이 흐릅니다. 결국 마왕을 퇴치한 용사와 성직자는 늙어서 죽고 인간보다 노화가 느린 엘프와 드워프만 남습니다. 그 후 주인공 엘프 '프리렌'이 혼자서 새로운 여정을 떠나며 본편이 시작됩니다. 이게 뭔가 싶었죠. 보편적인 판타지 어드벤처의 전개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전 판타지 소설 중에 이런 류의 작품이 없는 건 아닙니다. 노쇠한 영웅이 과거를 회상하는 구성 방식은 종종 있었죠. 그런데 이런 걸 애니메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악마군'입니다. 일본의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미즈키 시게루'는 우리나라에 그다지 많이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데즈카 오사무'와 쌍벽을 이루는 초창기 망가의 대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게게게의 키타로'라는 장편 호러물이 있죠. 엄밀히 말하면 '게게게의 키타로'는 호러물이라기보다는 요괴물이라고 말하는 게 옳습니다. 일본의 만화를 보면 유난히 전통 민담에 등장하는 요괴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 데요. 사실상 이 분의 작품이 그 시조라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니까 오늘날 일본의 요괴 망가에 기틀을 닦은 셈이죠. 그림체도 독특해서 축축하고 끈적한 느낌의 요괴물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하나 더 얘기하면... 이 분은 젊은 시절 태평양 전쟁에 징집되어 한 팔을 잃은 분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평생 한 팔로 그림을 그린 건데요. 누구보다 전쟁의 참혹함을 잘 알기에 아주 철저한 반전사상을 지닌 분이기도 했습니다. '악마군'은 '미즈키 시게루' 선생의 대표작 '게게게의 키타로' 만큼 인지도가 높은 작품은 아닙니다. 실은 저도 만화는 본 적이 없고, 과거 일본의 이런저런 책자에서 제목과 이미지 몇 장만 봤을 뿐입니다. 알고 보니 일본 현지에서는 특촬물 드라마로 만들어진 적도 있고, 애니메이션도 제작된 바 있더군요. 그런데 저...
원제는 '스콧 필그림 테이크 오프'입니다. 가끔 그런 걸 물어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미국 만화는 'DC'와 '마블' 밖에 없냐는 질문이죠.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미국 코믹스는 두 회사의 작품이 거의 대부분이니까요. 하지만 답은 'NO'입니다. 미국 코믹스 시장에는 우리에게 소개된 유명 타이틀 외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물론 흥행이나 영향력이 미미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간혹 그중에서 폭발적인 인기와 판매를 기록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요. '스콧 필그림'은 바로 그런 만화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04년에 연재가 시작되어 2010년에 완결된 작품인데요. 군소 출판사 중 하나인 '오니 코믹스'라는 데에서 나왔습니다. 초판은 컬러링도 하지 않은 흑백 만화였어요. 그림체도 그라피티 느낌의 전형적인 인디 코믹스 계열의 작화죠. 그럼 이 작품의 무엇이 그렇게 특별했을까요? 그리고 만화를 소비하는 계층 중에서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이유는 뭘까요? 그건 바로 이 만화가 당시 10대 청년들이 즐기는 서브컬처의 모음집이었기 때문입니다. 펑크 계열의 록 음악을 비롯해서 컬트 무비, 아니메, 시트콤, 비디오 게임 등등 온갖 마이너 한 잡동사니 문화를 섞어놓은 겁니다. 당연히 슈퍼 히어로 코믹스도 포함되고요. 여기에 그 나이 또래 청춘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이성+연애+섹스가 전체적인 이야...
슈퍼 히어로 물 팬을 위한 진수성찬 같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한상 가득 차려져 있지만 아쉽게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되어 있어요. 일단 '마블' 영화만 보신 분들은 음식의 반 정도를 먹을 수 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의 '로키' 같은 드라마 시리즈를 봤다면 몇 가지 더 먹을 수 있고요. 과거 '폭스'의 '엑스멘' 시리즈나 기타 히어로 영화까지 봤다면 가짓수가 늘어납니다. 여기에 원작 코믹스를 잘 아는 분이라면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가 훨씬 더 많아집니다. 그렇다고 상에 차려진 모든 걸 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러려면 미국의 대중문화와 유머 코드, 하물며 영화를 둘러싼 제작 과정이나 배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 알아야 합니다. 좀 힘든 영화죠. 한국인들에게 장벽이 높다고 하는데 제 생각엔 정작 미국인이나 서구 사람들도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그냥 영화 속에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요란한 음악과 자극적인 농담에 흥분하고 박수 칠 뿐이죠. 그들 역시 원작 코믹스나 세계관 정보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조금 더 아는.정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생각없이 축제처럼 즐기느냐, 영화를 분석하며 보느냐의 성향 차이라고 봅니다. 앞서 말했듯이 미리 입력된 정보의 양만큼 즐길 수 있는 영화예요. 저도 웬만한 히어로 물 영화는 거의 다 봤고, 원작 코믹스도 제법 안다고 자부하지만 대략 짐작건대 영화의 70% 정도 이해하지 않았을까 ...
'박찬욱' 감독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서 이번 작품은 자신의 다른 영화에 비해 폭력이나 성적 표현의 수위가 매우 낮은 정통 멜로물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극장에 가면서도 끝까지 그 말을 완전히 믿지 않았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진짜였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보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아파지는 쓸쓸한 멜로 영화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믿음과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물론 소재 자체가 평범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에요. 오랫동안 일선에서 강력사건을 담당하면서도 원칙과 품위를 지켜온 형사. 그리고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받는 중국인 여자.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형사와 피의자. 비록 최악의 상황에서 만났지만 수사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가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잘 맞는 상대를 '마침내' 만났지만... 그들의 사랑을 발전시키기엔 장벽이 너무 많았던 거죠. 결국 남자는 여자의 모든 걸 덮어주고 떠납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인생의 모든 게 '붕괴'된 상태죠. 안타깝게도 여자의 진짜 사랑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나의 사랑은 시작됐다. 정말 슬픈 고백입니다. 그러고 나서 영화는 다소 충격적인 후반부가 이어지는데... 마지막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슬픔이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옵니다. 엔딩까...
'디즈니 플러스' 채널을 통해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봤습니다. 재밌네요. 전체적으로 설정도 괜찮고 구성이나 흐름도 나쁘지 않습니다. 좀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코믹스 기반의 영화가 그렇죠, 뭐. 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니 영화가 만화 같은 건 당연한 일입니다. 개봉 당시에 평이 상당히 안 좋았죠. 유머가 과하고 영화가 가볍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저는 그 이유가 전작 '라그나로크'의 대성공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작진이 성공에 취해서 별생각 없이 전작과 그대로, 아니 조금 더 오버를 한 게 문제였다고 봅니다. 사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이미 전작에서 한계가 노출된 감독이에요. '토르' 1,2편의 무거운 분위기를 완전히 털어버리고 영화 전체를 가볍게 만들어서 3편을 크게 성공시켰는데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이 사람 능력의 최대치는 거기까지라는 게 이미 눈에 보였어요. 그걸 반복하면 후속작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제작진에서 일찌감치 알아차렸어야 합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타이카 와이티티'라는 사람은 평상시 행동도 지나치게 가벼워요. 흔한 말로 '까불이'입니다. 학교 다닐 때 그런 녀석들이 있죠. 재밌는 오락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이 '자, 이제는 공부하자' 했는데도 계속 자기 혼자 들떠서 농담 짓거리를 멈추지 못하는 녀석이요. 이런 녀석들은 결국 급우들의 눈총을 사거나 아니면 선생님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듣게 됩니다. 여하튼...
'디즈니 플러스'에서 서비스 중인 '버즈 라이트이어'를 봤습니다. 이 영화는 올해 제가 가장 기대했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저 뿐 아니라 '토이스토리'를 좋아했던 팬이라면 아마 대부분 그랬을 겁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버즈'는 최고 인기 캐릭터였으니까요. 영화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걸작은 아니지만 졸작도 아니에요. 그냥 전형적인 스페이스 어드벤처물로서 볼만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게 문제예요. '토이스토리'의 인기 캐릭터 '버즈'의 이야기인 만큼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 건 당연하고... 따라서 이거보다는 조금 더, 아니 훨씬 더 잘 만들어졌어야 합니다. 자신이 없었다면 차라리 손대지 말거나요. 일단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 '버즈'의 성격입니다.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사건은 주인공 '버즈'에서 비롯된 게 맞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버즈'의 행동인데요. '버즈'는 죄책감을 이상한 집착으로 변명하려고 합니다. 이건 의지나 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옹고집이에요. 주인공이 꼴사납다고 느껴진다면 캐릭터 설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겁니다. 제작진은 이걸 왜 느끼지 못한 걸까요? 여러 가지 설정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작 1,200명의 사람들이 그렇게 빨리 외계 행성에 정착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얼마나 굉장한 과학기술력을 지니고 있으면 불과 수십 년 사이에 그 엄청난 시설들을 만들어낸 걸까요? 어린이용 애...
이 드라마의 장점은 진행이 매우 빠르고 리드미컬하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편집을 매우 잘했다는 의미죠.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볍고 경쾌한 건 좋습니다. 원작을 어떻게 해석하건 그거야 제작진의 자유니까요. (물론 고집스러운 원작 팬들의 비난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고요) 한데 그렇게 흐름이 빠르다 보니 놓치고 지나가는 부분들이 드문드문 있습니다. 가령 주인공의 친구이자 법률 보조로 등장하는 캐릭터 말인데요. 지난 1화의 마지막에서 어떻게 할까 갈등하는 주인공에게 변신을 하도록 종용한 건 바로 그녀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옆구리를 쿡쿡 찌른 거죠. 결과적으로 주인공은 직업을 잃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그 친구의 대사에 적어도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 미안해' 정도의 짤막한 멘트는 넣어줬어야 합니다. 물론 주인공은 자신의 선택이었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대답해야겠죠. 불필요한 사족 같지만 이런 장면이 있어야 캐릭터가 미움을 받지 않는 겁니다. 그 친구가 아예 그렇게 밉상 캐릭터로 설정된 거라면 상관없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마블' 작품들은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들을 아끼거나 감싸지 않습니다. 그냥 소모해버리는 느낌이에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 거슬리는 부분은 주인공이 '쉬헐크'가 된 것을 가족들이 너무 별거 아닌 일로 여긴다는 겁니다. 딸이 방사능 녹색 괴물이 됐는데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요? 온 세...
'디즈니 플러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변호사 쉬헐크' 1화를 봤습니다. 1화가 38분이라고 하는데 앞뒤 이것저것 빼고 나면 본편 분량은 30분 조금 넘는 정도가 될 것 같군요. 아직 1화만 공개된 상태에서 함부로 평가하기는 어렵고요. 개인적인 느낌은 인생에서 30분을 의미없이 흘려보낸 기분입니다. 차라리 몇 화 더 공개된 뒤에 몰아서 볼 걸 그랬어요. 1화는 '쉬헐크'의 기원을 다루고 있는데... 별 내용도 없는 걸 굳이 한 회 분량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어요. 압축하면 10분으로도 가능해 보입니다. 전체 9화로 구성되어 있다는데 그렇다면 1화를 줄여서 8화 분량으로 만들었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게 한 번에 몰아서 보는 영화도 아니고... 매주 한편씩 방영되는 드라마라면 각 화마다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습니다. 물 흐르듯 시간만 흘려보내요. 차라리 1편에서 눈을 사로잡을 만한 사건 하나를 보여주고 주인공의 기원이나 적응, 훈련 과정 같은 건 다음 회차에 넣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드라마 분위기를 밝게 만든 것 같은데 그거야 기획자들의 의도가 그렇다면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고요. 한데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능력부터 성격까지 어느 하나 결함이 없다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약점이나 하자가 없는 능력자 이야기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1화만 봤을 때는 이게 정말 할리우드의 프로페셔널들이 만든 작품...
최근 '디즈니 플러스'가 예전 '넷플릭스'에서 제작했던 '마블 드라마 시리즈'들을 다시 업데이트했더군요. 그와 동시에 새로운 홍보 포스터를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등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들은 대부분 뉴욕의 뒷골목, 이른바 '헬스 키친'이라 불리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히어로들입니다. 흔히 '스트리트 히어로'라고도 불립니다. 이후 이 캐릭터들을 하나로 묶어서 '디펜더스'라는 시리즈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마블'에서는 이 시리즈들 전체를 '디펜더스 사가'라고 부르더군요. 한편 '디펜더스 사가'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퍼니셔'도 이번에 함께 공개됐습니다. 기존에 이 시리즈들을 '넷플릭스'에서 보지 못한 분들은 이제 '디즈니 플러스' 채널을 통해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마블'이 이 시리즈들을 정식으로 MCU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데어데블', '킹 핀' 등 일부 캐릭터가 MCU 영화나 드라마에 카메오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배우와 캐릭터만 같을 뿐 드라마 시리즈의 인물과 동일인인지도 부정확하고요. 따라서 그 부분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포스터가 멋있어서 소개드립니다. 마블 디펜더스 '넷플릭스'가 오는 2017년 8월에 '디펜더스'라는 8부작 미니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시다시... blo...
'듄 파트 2'를 봤습니다. 며칠 전에 봤는데 이제야 후기를 올리네요. 1편에 비해서 훨씬 더 역동적이고 과감하며 볼거리가 많은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대형 화면으로 느낄 수 있는 영상미와 온몸을 진동시키는 음향이 정말 최고입니다. 아마도 지금 현재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구경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촬영, CG, 미술, 의상 등등 할리우드의 기술력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특히 '티모시 샬라메', '오스틴 버틀러', '플로렌스 퓨' 등 미국 영화계 젊은 배우들이 총집결해서 불꽃튀는 연기 대결을 펼친다는 점 또한 이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그밖에 연기파 중견 배우들의 탄탄한 서포트도 훌륭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젠데이아'라는 여배우를 다시 한번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전에도 매력 있고 장점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저는 이번 작품에서 그녀의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거칠어진 피부만큼이나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전사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후반부에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엔딩 씬도 대단했고요. 서사가 완벽한 영화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어요. 중간에 뭔가가 생략되어 듬성듬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도 후반부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거침없이 내닫는 구간이라 많은 부분이 편집된 것 같은데요. 어느 정도 상상으로 메꿀 수 있기에 그...
'듄'을 이제야 봤습니다. 아이의 중간고사 기간에 개봉을 해서 미뤄뒀다가 뒤늦게 본 겁니다. 이 영화는 꼭 아이와 함께 보고 싶었거든요. '드니 빌뇌브' 감독은 저를 단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네요. 마치 미국의 영화 산업 전성기 시절에 등장했던 작품들처럼 스토리텔링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에요. 특히 이 분의 영화는 들뜨지 않고 차분한 느낌이 참 좋습니다. 아무리 영화판이 시끄러운 시장 바닥같이 변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몇몇 분들은 여전히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어주고 있는 게 고맙습니다. 예상을 하고 봤지만... '듄'이 이제야 제대로 된 영화판이 나왔다는 건 정말 아쉬워요. 이미 복제품들을 다 보고 난 뒤에 너무 늦게 도착한 원본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혹시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은 아닐까 걱정을 조금 했습니다만... 그건 기우였습니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오리지널의 품격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저는 원작 소설을 읽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번역본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시도는 했지만 매번 1권의 앞부분만 읽다가 책을 덮었죠. 그러니까 저는 이 영화로 '듄'의 세계를 처음 접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스타워즈'는 저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구나,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아이디어는 저기서 온 거였구나... 그런 거 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이 영화는 원작만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과 ...
제목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나는 이렇게 살았다'입니다. 사실 전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정도의 거장이라면 이제 말년에 접어들어 이 정도 자전적 작품이 하나쯤 있어도 크게 이상할 건 없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감독의 실제 경험담은 아닙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죠. 그러나 영화 속에 상징적인 사건이나 인물들이 감독의 마음속에 새겨진 성장기의 기억들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영화가 많이 난해하다는 평인데... 제가 단순한 사람이라 그런지 저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봤어요. 아니, 모든 것이 너무나 명료하게 읽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소년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습니다. 갑자기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속에 살게 된 주인공 소년의 심상을 표현했다고 할까요? 거기에 전형적인 성장물 스토리와 일본 특유의 괴담이 뒤섞인 모험담입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감독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과거 일본의 불안한 역사적 현실이 작품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기묘하게 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철저하게 주인공 소년의 시점만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쓰려면 흔히 말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좋습니다. 다시 말하면 ...
천재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명한 과학자가 한 말이죠. 아마 과학 분야에서는 이 말이 맞을 겁니다. 과학자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거나 증명해서 학계로부터 인정 받으면 그것으로 결말에 도달한 셈이니까요. 하지만 창작 분야에 이 말을 적용시키면 뭔가 부족한 게 있습니다. 창작이란 결과물을 만들어서 혼자만 즐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알려져서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내야만 훌륭한 창작품으로 인정을 받게 되니까요. 즉, 창작자에겐 1%의 재능과 99%의 노력,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그걸 알아주는 (혹은 좋아해 주는) 누군가의 응원이 꼭 필요한 겁니다. '후지노'는 밤을 새워서 학보에 실릴 4단 만화를 그립니다. 학급 친구들이 그걸 보며 감탄하면 별거 아니란 듯 허세를 부리죠. 친구들이 자기 작품을 알아봐 주는 순간의 희열, 그게 바로 또다시 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겁니다. 영화 속에서 '후지노'는 더 이상 만화를 그리지 않겠다는 결심을 '두 번' 합니다. 첫 번째는 자기보다 뛰어난 실력자 '쿄모토'가 등장했을 때죠. 친구들의 관심이 '쿄모토'에게 쏠리고 노력만으론 재능을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후지노'는 단박에 모든 걸 포기해버립니다. 두 번째는 '쿄모토'가 죽었을 때입니다. 진심으로 자기 만화를 바라봐 주는 친구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일본 거대 괴수물의 대표작인 '고지라'가 처음으로 발표된 건 1954년이라고 합니다. 이후 수십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며 '울트라맨', '가면라이더'와 함께 일본식 특촬물의 상징적인 캐릭터 중 하나로 자리 잡았죠. 이번 2023년 신작에 '마이너스 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는 패전 직후 일본에 괴수의 습격까지 겹쳐 '제로보다 더한 마이너스 상태'가 됐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럴듯하죠. 이 영화가 기존 '고지라'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점은 괴수물과 역사물을 결합시켰다는 겁니다. 아이디어가 훌륭하고 설정도 좋습니다. 시나리오도 괜찮은 편이고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문제가 있는데 그건 뒤에서 다시 얘기하죠.) 당연히 일본에서 높은 흥행 실적을 기록했고 미국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더군요.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전후 폐허가 된 도시에 살아남은 일본인들의 비극적인 현실도 그럴듯했고요. '카미카제 특공대'의 일원으로 출격했다가 도망치듯 살아서 돌아온 파일럿이 패배감에서 벗어나 일본을 구한다는 기본 줄거리도 제법 감동적입니다. 특히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의지하며 결국엔 가족을 이룬다는 결말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칭찬을 받을 부분은 특수 효과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기술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만든 건 아닐 겁니다. 초...
저는 영화 리뷰를 쓸 때 제목 옆에 부제나 이것저것 부연 설명을 붙이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2024'라는 숫자를 안 붙일 수가 없네요. '호조 츠카사'의 원작 만화 '시티 헌터'는 1980년대 중반에 연재가 시작된 작품입니다. 일본 만화의 핵심이자 최대 격전장이라 할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되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히트를 한 작품이죠. '근육맨', '북두의 권', '세인트 세이야', '드래곤 볼', '슬램덩크' 등과 함께 일본 만화의 최고 부흥기를 이끌었던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여러 차례에 걸쳐 TV 시리즈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건 당연하고요. 하물며 홍콩, 프랑스 등에서 실사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 시리즈가 만들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하튼 이렇게 '시티 헌터'라는 제목의 영상물이 많다 보니 작품들을 구분하기 위해서 제목 뒤에 추가 표기를 해야 하는 건 필수입니다. 그래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작품은 2024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에 해당됩니다. 서두가 길었는데요. 감상평은 길게 할 말이 없어요. 그냥 재밌습니다. 한가할 때 시간 보내기 좋고, 보고 나서도 괜히 봤다고 후회가 되는 작품은 아닙니다.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욕심부리지 않고 깔끔하게 만들었어요. 구성도 제법 탄탄하고요. 스토리에 큰 허점이나 오류도...
요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 혹은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인물의 시각에서 반복해서 보여주는 방식인데요. 20세기 후반부 포스트모더니즘이 새로운 문학 사조로 부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이야기 구성 방식의 하나입니다. 이 방식이 이후 영상물에도 도입되어 많은 작품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 영화 '괴물'도 이런 전개 방식을 따릅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두 소년의 이야기를 세 개, 혹은 네 개의 시각에서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게 좀 특이한 게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단순하게 여러 시선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시선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점점 이야기가 쌓이며 깊이를 더해갑니다. 즉, 각각의 이야기들이 병렬로 놓여 있는 게 아니라, 마치 하나의 시간선 위에서 흐르는 것처럼 기승전결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아주 기묘하고 흥미로운 구성 방식입니다. 각본가와 연출가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테크닉이 최상급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영화의 내용을 얘기해 볼까요?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 . . . . 저는 가족들과 영화를 봤는데 극장을 나설 때 딸아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그래서 괴물은 누군데?' 이 질문은 영화의 홍보에 쓰인 헤드 카피이기도 합니다. 근데 이런 흔한 얘기가...
'보통의 가족'은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닙니다. 제작진도 큰 욕심을 낸 것 같지 않고요. 하지만 근래 개봉된 우리나라 영화 중에서는 가장 내실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스릴러+드라마인데요.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시나리오입니다. 대사 자체는 평이합니다. (물론 일부러 인상적으로 보이려고 멋을 부리는 대사보다는 이게 훨씬 더 좋습니다만) 그런데 전체적인 구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쓸데없이 감상적인 장면이 하나도 없고 정확히 필요한 씬만 있어요. 한 장면도 버릴 게 없고 모든 씬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서 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마치 퍼즐을 다 맞추고 나면 남아도는 조각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시나리오라고 할까요. 때문에 결과물이 다소 건조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영화 자체가 아주 타이트한 느낌을 줍니다. 한데 이런 구성 방식은 주로 서구의 범죄 수사물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건데요. 알고 보니 원작이 있더군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영화화되기도 했고요. 원작에서 얼마나 각색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 영향이 있는 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아마 우리나라 원작이었다면 중간중간 감상적인 장면들이 포함됐을 겁니다. 영화 자체가 자식 때문에 부모들이 갈등을 빚는 내용이니 그런 씬을 집어넣기 딱 좋은 소재거든요. 여하튼 그런 감상적인 씬들을 배제한 것이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합...
사실 이 영화는 한참 전에 보았는데 이제야 감상기를 남깁니다. 늦어진 이유는 좀 정성을 들여 잘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족한 글 솜씨 때문에 생각만큼 제대로 된 리뷰를 쓴다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고... 그래서 이렇게 평소처럼 간단한 소견을 남기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정성 들여 잘 쓰고 싶었던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영화가 정성 들여 잘 만들어졌어요. 결과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정성을 들인 작품을 한두 줄의 평가로 가볍게 말하는 건 왠지 예의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연출, 연기 모든 게 정성이 들어갔어요. 하지만 가장 칭찬해 주고 싶은 건 시나리오입니다. 영화를 보면 시나리오에 아주 많은 공이 들어간 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세심하게 글을 다듬은 것 같아요. 아니면 작가와 연출자 두 사람이 굉장히 여러 번에 걸쳐서 수정을 반복한 것 같습니다. 글을 써 본 경험에서 말씀드리면... 수정을 반복해서 결과물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초고보다 나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까지 설명하면 이야기가 길어지고요. 여하튼 이 영화는 반복된 퇴고로 글이 좋아진 케이스일 겁니다. 그 결과물로 일단 대사가 깔끔합니다. 불필요한 군더더기 대사가 하나도 없어요. 모든 인물들이 딱 할 말만 합니다. 다듬고 다듬어서 스토리 진행에 꼭 필요한 대사만 정제된 상태죠. ...
처음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CG는 어설퍼 보이고, 내용도 빈약할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보긴 볼 것 같다... 실제로 공개된 본작을 보니 딱 그대로였습니다. 한치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은 결과물입니다. 사실 '기동전사 건담'은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그동안 별의별 작품이 다 나왔죠. 게다가 만화와 게임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우주 세기로 한정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콘셉트는 지온군 시점에서 그려진 에피소드라는 건데 그 또한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아이디어입니다. 길게 말할 건 없는 작품 같습니다. 장점과 단점이 정확히 구분이 돼요. 먼저 단점부터 얘기하면 앞서 말한 것들 외에도 지적할 게 더러 있습니다. 우선 제일 큰 문제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전형적이라는 겁니다. 모두 어디서 본듯한 인물들을 여기저기서 데려다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입부 스토리는 비교적 괜찮은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늘어진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는 후다닥 끝내버린 느낌이 듭니다. 차라리 중반부를 좀 줄이고 후반부를 강조했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싶어요. 하나 더 지적하면 연출이 안일한 부분이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위기 상황을 돌발적인 사건으로 해결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누군가 궁지에 몰리면 갑자기 적이 기습하거나 폭발이 일어나 그전의 갈등 상황이 흐지부지되는...
저는 영화 리뷰를 쓸 때 제목 옆에 부제나 이것저것 부연 설명을 붙이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2024'라는 숫자를 안 붙일 수가 없네요. '호조 츠카사'의 원작 만화 '시티 헌터'는 1980년대 중반에 연재가 시작된 작품입니다. 일본 만화의 핵심이자 최대 격전장이라 할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되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히트를 한 작품이죠. '근육맨', '북두의 권', '세인트 세이야', '드래곤 볼', '슬램덩크' 등과 함께 일본 만화의 최고 부흥기를 이끌었던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여러 차례에 걸쳐 TV 시리즈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건 당연하고요. 하물며 홍콩, 프랑스 등에서 실사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 시리즈가 만들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하튼 이렇게 '시티 헌터'라는 제목의 영상물이 많다 보니 작품들을 구분하기 위해서 제목 뒤에 추가 표기를 해야 하는 건 필수입니다. 그래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작품은 2024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에 해당됩니다. 서두가 길었는데요. 감상평은 길게 할 말이 없어요. 그냥 재밌습니다. 한가할 때 시간 보내기 좋고, 보고 나서도 괜히 봤다고 후회가 되는 작품은 아닙니다.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욕심부리지 않고 깔끔하게 만들었어요. 구성도 제법 탄탄하고요. 스토리에 큰 허점이나 오류도...
저는 '삼체'라는 소설을 읽지도 않았고, 중국판 드라마 시리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원작이 얼마나 훌륭한지도 모르고, 비교도 불가능합니다. 즉, 이 글은 단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한 작품에 대한 감상이라는 걸 먼저 말해두겠습니다. 그럼 시작하죠. 별로 기대했던 작품은 아닙니다. 썩 재밌지도 않았어요. 왜 이 작품이 그렇게 화제가 됐는지 이유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정통 SF물이라고 말하던데... 정통 SF물과 판타지 SF물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합니다. 물론 SF물에 포함되는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스타워즈' 같은 건 아예 모든 설정이 가상의 허구로 이루어져 있고... '마션'이나 '그래비티' 같은 작품은 지금 시점에서 있을 법한 과학 기술을 소재로 한다는 차이가 있죠. 그러나 꼼꼼히 따져보면 결국 거기서 거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좀 다른 이야기로 예를 들면 일본 거대 로봇물을 분류할 때 리얼 로봇과 슈퍼 로봇으로 나누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것 역시 실현 가능성이 분류의 기준 잣대인데 알고 보면 그다지 큰 차이가 없죠. 여하튼 그래서 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정통 SF물이라는 건 홍보용 헤드카피 이상의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그럼 '삼체'라는 작품이 정통 SF물을 표방할 만큼 현실성이 높은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글쎄요'라고 답하겠습니다. 물론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악마군'입니다. 일본의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미즈키 시게루'는 우리나라에 그다지 많이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데즈카 오사무'와 쌍벽을 이루는 초창기 망가의 대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게게게의 키타로'라는 장편 호러물이 있죠. 엄밀히 말하면 '게게게의 키타로'는 호러물이라기보다는 요괴물이라고 말하는 게 옳습니다. 일본의 만화를 보면 유난히 전통 민담에 등장하는 요괴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 데요. 사실상 이 분의 작품이 그 시조라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니까 오늘날 일본의 요괴 망가에 기틀을 닦은 셈이죠. 그림체도 독특해서 축축하고 끈적한 느낌의 요괴물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하나 더 얘기하면... 이 분은 젊은 시절 태평양 전쟁에 징집되어 한 팔을 잃은 분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평생 한 팔로 그림을 그린 건데요. 누구보다 전쟁의 참혹함을 잘 알기에 아주 철저한 반전사상을 지닌 분이기도 했습니다. '악마군'은 '미즈키 시게루' 선생의 대표작 '게게게의 키타로' 만큼 인지도가 높은 작품은 아닙니다. 실은 저도 만화는 본 적이 없고, 과거 일본의 이런저런 책자에서 제목과 이미지 몇 장만 봤을 뿐입니다. 알고 보니 일본 현지에서는 특촬물 드라마로 만들어진 적도 있고, 애니메이션도 제작된 바 있더군요. 그런데 저...
원제는 '스콧 필그림 테이크 오프'입니다. 가끔 그런 걸 물어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미국 만화는 'DC'와 '마블' 밖에 없냐는 질문이죠.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미국 코믹스는 두 회사의 작품이 거의 대부분이니까요. 하지만 답은 'NO'입니다. 미국 코믹스 시장에는 우리에게 소개된 유명 타이틀 외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물론 흥행이나 영향력이 미미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간혹 그중에서 폭발적인 인기와 판매를 기록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요. '스콧 필그림'은 바로 그런 만화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04년에 연재가 시작되어 2010년에 완결된 작품인데요. 군소 출판사 중 하나인 '오니 코믹스'라는 데에서 나왔습니다. 초판은 컬러링도 하지 않은 흑백 만화였어요. 그림체도 그라피티 느낌의 전형적인 인디 코믹스 계열의 작화죠. 그럼 이 작품의 무엇이 그렇게 특별했을까요? 그리고 만화를 소비하는 계층 중에서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이유는 뭘까요? 그건 바로 이 만화가 당시 10대 청년들이 즐기는 서브컬처의 모음집이었기 때문입니다. 펑크 계열의 록 음악을 비롯해서 컬트 무비, 아니메, 시트콤, 비디오 게임 등등 온갖 마이너 한 잡동사니 문화를 섞어놓은 겁니다. 당연히 슈퍼 히어로 코믹스도 포함되고요. 여기에 그 나이 또래 청춘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이성+연애+섹스가 전체적인 이야...
극장 개봉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시기에 조금 늦게 봤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었습니다만. 아이가 기말고사 기간이었거든요. 이 영화만은 아이와 꼭 같이 보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물론 저는 대만족, 아이도 만족, 히어로물을 즐기는 아내도 재밌게 봤답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특별히 할 말이 없습니다. 이건 그냥 명작입니다. 캐릭터, 구성, 스토리, 유머, 액션, 작화, 연출, 어느 하나 꼬집어 지적할 게 없습니다. 말 그래도 퍼펙트합니다. 특히 슈퍼 히어로물의 팬이라면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갈 영화입니다. '그래, 바로 이런 걸 보고 싶었어'라고 탄성을 터뜨릴만한 영화죠. 1편도 훌륭했습니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깔끔한 작품이었어요. 제가 1편을 보고 나서 걱정한 것은 소포모어 징크스였습니다. 과연 1편의 그 상큼함을 2편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눈을 즐겁게 해주는 현란한 연출이 2편에서도 계속 통할지 걱정이었죠. 그러나 그런 걱정을 말끔히 씻어내는 2편이 나와버렸습니다. 마치 '1편은 그냥 연습이었어'라고 잘난 척하는 얄미운 천재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결과물이 좋으니 아무리 거들먹거려도 '그래, 너 잘났다' 하고 인정을 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는 이 영화의 감독은 아니지만 사실상 1편부터 이 시리즈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팀이죠....
수년 전 지인과 카페에 앉아 노닥거리면서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영화에 나온 스파이더맨 세 명이 한꺼번에 다 같이 등장하면 볼만할 거야, 그치?"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셋이서 거미줄만 타고 날아다녀도 재밌을걸?" "그러다가 거미줄이 꼬여서 자기들끼리 뒤엉키면 정말 재밌겠다." 뭐 대충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거미줄이 꼬여서 서로 뒤엉키는 우스운 장면은 없었지만... 재밌습니다. 세계 최고의 인기 캐릭터 '스파이더맨'이 무려 세 명이나 한 화면에 나오는데 그만한 '볼거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최근 '마블' 영화를 두고 '시네마'니 '테마파크'니 말들이 많은데... 사실 영화의 본질은 '볼거리'가 맞습니다. 최초의 영사기는 연속으로 찍은 말 사진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동영상처럼 보이게 만든 기계 장치였고...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로 극장에서 상영한 찔막한 영상 중에는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다고 하죠. 애초에 사람들은 신기한 볼거리에 끌려 극장에 가기 시작한 겁니다. 즉, 영화는 기술의 산물입니다. 영화의 스토리가 어떻고 미장센이 어떻고, 영화 속의 철학이니 사상이니 하는 건 그 뒤에 예술가들이 살을 붙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많겠지만.) 그러니까 고작 '스파이더맨' 세 명이 나오는 영화 따위가 전 세계 극장가에서 코로나 시대 최고의 ...
요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 혹은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인물의 시각에서 반복해서 보여주는 방식인데요. 20세기 후반부 포스트모더니즘이 새로운 문학 사조로 부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이야기 구성 방식의 하나입니다. 이 방식이 이후 영상물에도 도입되어 많은 작품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 영화 '괴물'도 이런 전개 방식을 따릅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두 소년의 이야기를 세 개, 혹은 네 개의 시각에서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게 좀 특이한 게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단순하게 여러 시선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시선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점점 이야기가 쌓이며 깊이를 더해갑니다. 즉, 각각의 이야기들이 병렬로 놓여 있는 게 아니라, 마치 하나의 시간선 위에서 흐르는 것처럼 기승전결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아주 기묘하고 흥미로운 구성 방식입니다. 각본가와 연출가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테크닉이 최상급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영화의 내용을 얘기해 볼까요?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 . . . . 저는 가족들과 영화를 봤는데 극장을 나설 때 딸아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그래서 괴물은 누군데?' 이 질문은 영화의 홍보에 쓰인 헤드 카피이기도 합니다. 근데 이런 흔한 얘기가...
처음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CG는 어설퍼 보이고, 내용도 빈약할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보긴 볼 것 같다... 실제로 공개된 본작을 보니 딱 그대로였습니다. 한치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은 결과물입니다. 사실 '기동전사 건담'은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그동안 별의별 작품이 다 나왔죠. 게다가 만화와 게임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우주 세기로 한정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콘셉트는 지온군 시점에서 그려진 에피소드라는 건데 그 또한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아이디어입니다. 길게 말할 건 없는 작품 같습니다. 장점과 단점이 정확히 구분이 돼요. 먼저 단점부터 얘기하면 앞서 말한 것들 외에도 지적할 게 더러 있습니다. 우선 제일 큰 문제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전형적이라는 겁니다. 모두 어디서 본듯한 인물들을 여기저기서 데려다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입부 스토리는 비교적 괜찮은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늘어진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는 후다닥 끝내버린 느낌이 듭니다. 차라리 중반부를 좀 줄이고 후반부를 강조했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싶어요. 하나 더 지적하면 연출이 안일한 부분이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위기 상황을 돌발적인 사건으로 해결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누군가 궁지에 몰리면 갑자기 적이 기습하거나 폭발이 일어나 그전의 갈등 상황이 흐지부지되는...
'넷플릭스'를 통해 '단다단' 1회를 봤습니다. 와!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네요. 오래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소녀혁명 우테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1회를 봤을 때의 흥분과 쾌감이었습니다. 사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이거 뭔가 심상치 않겠다는 예감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스토리는 전형적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입니다. 일본인이 아주 좋아하는 설정 중 하나죠. 청춘 로맨스 멜로를 기본으로 하는데... 당연히 여기에 온갖 장르의 요소들을 섞었습니다. SF, 오컬트, 호러, 액션, 그리고 코미디까지... 더불어 현대인들의 우울한 정서도 살짝 가미했습니다. 세련된 캐릭터 디자인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과감한 액션 연출이 충격적으로 훌륭합니다. 또한 진행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마치 1.5배속으로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1회에서는 메인 캐릭터 두 명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데... 유령은 믿지만 UFO는 믿지 않는 소녀. UFO는 믿지만 유령은 믿지 않는 소년. 이렇게 정반대의 두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이 둘이 반대의 상황에서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데요. 설정부터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아시다시피 원작 만화가 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연재 중인 작품이라 ...
제목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나는 이렇게 살았다'입니다. 사실 전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정도의 거장이라면 이제 말년에 접어들어 이 정도 자전적 작품이 하나쯤 있어도 크게 이상할 건 없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감독의 실제 경험담은 아닙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죠. 그러나 영화 속에 상징적인 사건이나 인물들이 감독의 마음속에 새겨진 성장기의 기억들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영화가 많이 난해하다는 평인데... 제가 단순한 사람이라 그런지 저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봤어요. 아니, 모든 것이 너무나 명료하게 읽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소년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습니다. 갑자기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속에 살게 된 주인공 소년의 심상을 표현했다고 할까요? 거기에 전형적인 성장물 스토리와 일본 특유의 괴담이 뒤섞인 모험담입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감독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과거 일본의 불안한 역사적 현실이 작품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기묘하게 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철저하게 주인공 소년의 시점만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쓰려면 흔히 말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좋습니다. 다시 말하면 ...
'아는 맛이 무섭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평범한 우리나라 사람은 먹어본 적 없는 고급 프랑스 요리보다 익숙한 라면이나 삼겹살이 더 끌린다는 뜻이죠. 이 영화가 바로 그렇습니다. '아는 맛'의 영화입니다. 막역한 사이의 두 친구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철천지원수가 되는 이야기... 만화나 영화에서 너무 자주 봐왔던 흔한 얘기죠.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베르세르크'의 '가츠'와 '그리피스', '엑스멘'의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 등 한 둘이 아닙니다. 아마 고대 그리스 시대의 비극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에 셀 수 없이 반복된 레퍼토리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런데 이게 재밌습니다. 봐도 봐도 재밌기 때문에 자꾸 자꾸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 영화의 제작진은 그런 흔하지만 재밌는 소재를 가져와서 또하나의 완성도 높은 서사 한 편을 만들어 놨습니다. 사실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숙적 관계라는 건 익히 알려진 설정이지만... 이 둘 사이를 이토록 끈끈하게 만들어 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의 전체적인 서사 구조도 좋습니다. 두 주인공은 '사이버트론' 행성의 광부로 등장합니다.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하는 거죠. 둘은 극단적으로 성격이 다르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단짝입니다. 바로 그 '누구보다 잘 안다'라는 게 이후 벌어지는 갈등의 불씨가 됩니다. ...
천재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명한 과학자가 한 말이죠. 아마 과학 분야에서는 이 말이 맞을 겁니다. 과학자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거나 증명해서 학계로부터 인정 받으면 그것으로 결말에 도달한 셈이니까요. 하지만 창작 분야에 이 말을 적용시키면 뭔가 부족한 게 있습니다. 창작이란 결과물을 만들어서 혼자만 즐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알려져서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내야만 훌륭한 창작품으로 인정을 받게 되니까요. 즉, 창작자에겐 1%의 재능과 99%의 노력,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그걸 알아주는 (혹은 좋아해 주는) 누군가의 응원이 꼭 필요한 겁니다. '후지노'는 밤을 새워서 학보에 실릴 4단 만화를 그립니다. 학급 친구들이 그걸 보며 감탄하면 별거 아니란 듯 허세를 부리죠. 친구들이 자기 작품을 알아봐 주는 순간의 희열, 그게 바로 또다시 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겁니다. 영화 속에서 '후지노'는 더 이상 만화를 그리지 않겠다는 결심을 '두 번' 합니다. 첫 번째는 자기보다 뛰어난 실력자 '쿄모토'가 등장했을 때죠. 친구들의 관심이 '쿄모토'에게 쏠리고 노력만으론 재능을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후지노'는 단박에 모든 걸 포기해버립니다. 두 번째는 '쿄모토'가 죽었을 때입니다. 진심으로 자기 만화를 바라봐 주는 친구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처음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CG는 어설퍼 보이고, 내용도 빈약할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보긴 볼 것 같다... 실제로 공개된 본작을 보니 딱 그대로였습니다. 한치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은 결과물입니다. 사실 '기동전사 건담'은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그동안 별의별 작품이 다 나왔죠. 게다가 만화와 게임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우주 세기로 한정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콘셉트는 지온군 시점에서 그려진 에피소드라는 건데 그 또한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아이디어입니다. 길게 말할 건 없는 작품 같습니다. 장점과 단점이 정확히 구분이 돼요. 먼저 단점부터 얘기하면 앞서 말한 것들 외에도 지적할 게 더러 있습니다. 우선 제일 큰 문제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전형적이라는 겁니다. 모두 어디서 본듯한 인물들을 여기저기서 데려다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입부 스토리는 비교적 괜찮은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늘어진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는 후다닥 끝내버린 느낌이 듭니다. 차라리 중반부를 좀 줄이고 후반부를 강조했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싶어요. 하나 더 지적하면 연출이 안일한 부분이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위기 상황을 돌발적인 사건으로 해결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누군가 궁지에 몰리면 갑자기 적이 기습하거나 폭발이 일어나 그전의 갈등 상황이 흐지부지되는...
'넷플릭스'를 통해 '단다단' 1회를 봤습니다. 와!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네요. 오래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소녀혁명 우테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1회를 봤을 때의 흥분과 쾌감이었습니다. 사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이거 뭔가 심상치 않겠다는 예감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스토리는 전형적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입니다. 일본인이 아주 좋아하는 설정 중 하나죠. 청춘 로맨스 멜로를 기본으로 하는데... 당연히 여기에 온갖 장르의 요소들을 섞었습니다. SF, 오컬트, 호러, 액션, 그리고 코미디까지... 더불어 현대인들의 우울한 정서도 살짝 가미했습니다. 세련된 캐릭터 디자인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과감한 액션 연출이 충격적으로 훌륭합니다. 또한 진행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마치 1.5배속으로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1회에서는 메인 캐릭터 두 명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데... 유령은 믿지만 UFO는 믿지 않는 소녀. UFO는 믿지만 유령은 믿지 않는 소년. 이렇게 정반대의 두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이 둘이 반대의 상황에서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데요. 설정부터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아시다시피 원작 만화가 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연재 중인 작품이라 ...
제목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나는 이렇게 살았다'입니다. 사실 전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정도의 거장이라면 이제 말년에 접어들어 이 정도 자전적 작품이 하나쯤 있어도 크게 이상할 건 없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감독의 실제 경험담은 아닙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죠. 그러나 영화 속에 상징적인 사건이나 인물들이 감독의 마음속에 새겨진 성장기의 기억들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영화가 많이 난해하다는 평인데... 제가 단순한 사람이라 그런지 저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봤어요. 아니, 모든 것이 너무나 명료하게 읽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소년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습니다. 갑자기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속에 살게 된 주인공 소년의 심상을 표현했다고 할까요? 거기에 전형적인 성장물 스토리와 일본 특유의 괴담이 뒤섞인 모험담입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감독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과거 일본의 불안한 역사적 현실이 작품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기묘하게 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철저하게 주인공 소년의 시점만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쓰려면 흔히 말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좋습니다. 다시 말하면 ...
천재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명한 과학자가 한 말이죠. 아마 과학 분야에서는 이 말이 맞을 겁니다. 과학자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거나 증명해서 학계로부터 인정 받으면 그것으로 결말에 도달한 셈이니까요. 하지만 창작 분야에 이 말을 적용시키면 뭔가 부족한 게 있습니다. 창작이란 결과물을 만들어서 혼자만 즐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알려져서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내야만 훌륭한 창작품으로 인정을 받게 되니까요. 즉, 창작자에겐 1%의 재능과 99%의 노력,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그걸 알아주는 (혹은 좋아해 주는) 누군가의 응원이 꼭 필요한 겁니다. '후지노'는 밤을 새워서 학보에 실릴 4단 만화를 그립니다. 학급 친구들이 그걸 보며 감탄하면 별거 아니란 듯 허세를 부리죠. 친구들이 자기 작품을 알아봐 주는 순간의 희열, 그게 바로 또다시 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겁니다. 영화 속에서 '후지노'는 더 이상 만화를 그리지 않겠다는 결심을 '두 번' 합니다. 첫 번째는 자기보다 뛰어난 실력자 '쿄모토'가 등장했을 때죠. 친구들의 관심이 '쿄모토'에게 쏠리고 노력만으론 재능을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후지노'는 단박에 모든 걸 포기해버립니다. 두 번째는 '쿄모토'가 죽었을 때입니다. 진심으로 자기 만화를 바라봐 주는 친구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최근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입니다. 저는 '넷플릭스'를 통해 보고 있습니다만... 이 작품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타이틀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일본 현지에서 먼저 공중파나 케이블 채널을 통해 TV로 방영된 뒤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는 거죠. 재밌는 건 소개하려는 세 작품 모두 제작사가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장송의 프리렌 (매드하우스)', '던전 밥 (트리거)', '괴수 8호 (프로덕션 IG)'.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회사에서 총력을 다 해 만든 작품들이네요. 그래서 일단 공통적으로 작화 퀄리티는 나무랄 데가 없군요. 그럼 하나씩 간단히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장송의 프리렌 원작 만화가 있는데 저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애니메이션으로 접한 셈이죠. 그래서 처음 1화를 보면서 크게 당황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용사 일행의 모험이 끝나고 이어서 빠른 속도로 시간이 흐릅니다. 결국 마왕을 퇴치한 용사와 성직자는 늙어서 죽고 인간보다 노화가 느린 엘프와 드워프만 남습니다. 그 후 주인공 엘프 '프리렌'이 혼자서 새로운 여정을 떠나며 본편이 시작됩니다. 이게 뭔가 싶었죠. 보편적인 판타지 어드벤처의 전개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전 판타지 소설 중에 이런 류의 작품이 없는 건 아닙니다. 노쇠한 영웅이 과거를 회상하는 구성 방식은 종종 있었죠. 그런데 이런 걸 애니메이...
뒤늦게 '마담 웹'을 봤습니다. '베놈', '모비우스' 등과 함께 소위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에 속한 작품이죠. ('스파이더맨'이 없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이 영화는 흥행과 비평 모두 낙제점을 받은 실패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평가가 완료된 작품이니 오히려 아무런 기대 없이 볼 수 있더군요. 그래서일까요? 의외로 그럭저럭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문제는 이걸 극장에서 볼 가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죠. 그냥 TV 시리즈의 초반 1,2회 정도를 붙여놓은 것 같다고 할까요? 만약 제값을 주고 영화 티켓을 사서 봤다면 저 역시 극장을 나서며 입에서 험한 말이 나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나름대로 기본적인 뼈대는 갖추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스토리는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데려다 놓고 구상을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수준이에요. 전문 작가가 돈을 받고 이런 시나리오를 썼다는 건 일종의 사기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뻔한 설정, 뻔한 캐릭터, 뻔한 전개, 막판의 뻔한 결말까지 어느 하나 새로운 게 없습니다. 영화가 뭔가를 해보려는 의욕도 없어요. 사실 '다크나이트'나 '아이언맨' 같은 영화가 나오기 전에도 수많은 졸작 슈퍼 히어로 물이 제작됐는데요. 그 당시에 만들어진 (그중에서도) 망작 수준입니다. 약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마담 웹'이라는 ...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닙니다. 그런데 아주 꼼꼼하고 내실이 꽉 찬 영화예요. 시작부터 끝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알뜰한 영화입니다. 대개 영화감독들이 이런 유명한 시리즈물의 신작을 맡게 되면 자신의 개성이나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겠다는 강박에 빠지곤 하죠. 그래서 간혹 전편과 다른 색다르고 획기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괴이한 졸작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소재가 고갈된 할리우드는 최근 들어 과거에 히트한 시리즈의 신작들을 새롭게 선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다 전작의 명성을 갉아먹는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만들어지지 않는 게 나았을 작품들이 쏟아져 나와 영화 팬들을 실망에 빠뜨렸죠. 그래서 이 영화가 기획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습니다. 게다가 제작사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된 뒤라 불안감은 더욱 컸죠. 가족주의를 선호하는 '디즈니' 산하에서 폭력과 성적 상징으로 가득 찬 '에이리언'이 제작된다는 게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예상을 깨고 아주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모든 공은 연출을 맡은 '페데 알바레즈' 감독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은 자신의 세계관이나 철학을 담으려고 하기보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영화를 만들기로 한 것 같습니다. 아주 잘한 결정이에요. 놀랍게도 이 영...
재밌습니다. 굳이 '그런대로'라거나 '기대했던 것보다'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도 충분히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전작에 이어서 이번 2편도 플롯이 단순합니다. 적이 있고, 숨겨진 왕국이 등장하고, 주인공은 주변에 조력자들과 함께 시련을 극복한다는 내용입니다. 전형적인 기승전결 구조의 영웅담이죠. 다만 이야기에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봉인된 왕국 '로스트 킹덤'의 존재감이 너무 약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뭐였지?' 하고 잠시 생각을 해야 할 정도예요. 라이벌 악당 '블랙 만타'의 복수전을 다룬 것도 괜찮았지만 역시 '아쿠아맨'의 상대로는 좀 약해 보였어요. 하긴 워낙 활력 넘치는 '제이슨 모모아' 라는 배우 때문에 웬만한 배우는 누가 상대역을 맡았어도 강하게 부각시키기 어려웠을 겁니다. 전작의 적이었던 인물 '옴'과 힘을 합친다는 아이디어는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갈등이 해소되는 장면이 너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지나갑니다. 날카롭게 대립하는 장면을 좀 더 넣어주는 게 좋았을 것 같아요. 이처럼 여러 가지 작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만하면 평범한 히어로 물로서 평균 이상은 보여준 작품입니다. 호러 영화의 대가 '제임스 완' 감독의 특기를 살려 곳곳에 예상 못 한 공포스러운 씬들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사실 DCEU에서 '아쿠아맨'은 배우 '제이슨 모모아'의 실제 성격...
'보통의 가족'은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닙니다. 제작진도 큰 욕심을 낸 것 같지 않고요. 하지만 근래 개봉된 우리나라 영화 중에서는 가장 내실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스릴러+드라마인데요.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시나리오입니다. 대사 자체는 평이합니다. (물론 일부러 인상적으로 보이려고 멋을 부리는 대사보다는 이게 훨씬 더 좋습니다만) 그런데 전체적인 구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쓸데없이 감상적인 장면이 하나도 없고 정확히 필요한 씬만 있어요. 한 장면도 버릴 게 없고 모든 씬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서 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마치 퍼즐을 다 맞추고 나면 남아도는 조각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시나리오라고 할까요. 때문에 결과물이 다소 건조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영화 자체가 아주 타이트한 느낌을 줍니다. 한데 이런 구성 방식은 주로 서구의 범죄 수사물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건데요. 알고 보니 원작이 있더군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영화화되기도 했고요. 원작에서 얼마나 각색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 영향이 있는 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아마 우리나라 원작이었다면 중간중간 감상적인 장면들이 포함됐을 겁니다. 영화 자체가 자식 때문에 부모들이 갈등을 빚는 내용이니 그런 씬을 집어넣기 딱 좋은 소재거든요. 여하튼 그런 감상적인 씬들을 배제한 것이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합...
'류승완' 감독은 명실공히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이죠. 작품 수도 많고 장르도 다양합니다. 하물며 아주 부지런해서 꾸준히 1,2년마다 한 작품씩 발표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째서인지 이 분의 작품을 일일이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때그때 호기심이 가는 작품 몇 개만 봤는데요. 이번 '베테랑 2'를 본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정해인' 배우가 나오기 때문이죠. 알다시피 이 배우는 말랑말랑한 연애물 드라마로 유명해진 분입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DP'부터였어요. 물론 'DP'에서는 악역이 아닌 주인공 선역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가끔씩 그의 얼굴에서 보이는 서늘한 구석이 인상적이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어, 이 배우 사이코패스 같은 악역을 하면 꽤 어울리겠는데'라고 말이죠. 그런데 바로 이번 영화에서 제가 생각했던 캐릭터로 나온다는 겁니다. 그러니 안 볼 수가 없죠. 아마 '류승완' 감독도 이 배우의 얼굴에서 제가 본 것과 같은 것을 봤나 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에요. 우리나라 범죄물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대개 피 칠갑을 한 난폭한 인물이나 아니면 기괴한 웃음을 흘리는 불쾌한 살인마로 그려지곤 하죠. 하지만 이번에 '정해인' 배우가 연기한 사이코패스는 많이 다릅니다. 인형처럼 무표정한 얼굴에 모든 게 치밀하고 계획적입니다. 평소엔 선량해 보이고요. 저는 사이코패스는 이쪽이 맞다고 생...
'파묘'는 아주 재밌게 잘 만든 상업 영화입니다. '곡성'과 비교를 하는 경우가 많은 데 두 영화는 가는 길이 완전히 다릅니다. 굳이 따진다면 이 영화는 '극한직업'이나 '범죄도시', '엑시트' 같은 웰메이드 오락 영화의 계보에 들어갈 작품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민간신앙이나 무속을 소재로 재밌는 작품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해왔어요. 물론 만화에서는 이미 꽤 여러 히트작이 나왔고, 얼마 전부터는 드라마도 종종 눈에 띄더군요. 그런데 드디어 영화에도 이를 적용한 좋은 사례가 나왔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제작된다는 뉴스만 들었을 때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아니더군요. 감독은 애초에 그런 작가주의 성향의 호러물을 만들 생각이 없었어요. 말 그대로 오컬트 액션 무비가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과분할 정도로 훌륭해요. 어쩌면 이건 한국 영화의 강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예술 영화이냐, 오락 영화이냐에 따라 어느 정도 캐스팅도 달라집니다. 하물며 같은 배우라 해도 출연하는 영화의 성향에 따라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더군요. 그러나 우리나라 배우들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정말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연기를 잘하거나 못 할 수는 있지만 상업 영화라고 해서 설렁설렁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
김성수 감독은 1990년대 중반에 데뷔하여 지금까지 약 8편 정도의 영화를 연출한 분입니다. 이 분이 만든 영화들 중에 아주 큰 히트작은 없지만 어느 정도 화제가 된 작품도 있고, 또 기대와 달리 크게 실패한 작품도 있더군요. 저는 이 분의 작품을 전부 다 보지는 못했고 그중 몇 편 정도를 봤는데요. 매번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영화가 한 가지의 성취는 해냈다는 거죠. 어떤 영화는 아이디어가 신선했고, 어떤 영화는 괜찮은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또 어떤 영화는 비주얼이 매우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분야건 크리에이터에게 이건 매우 중요한 겁니다. 망해도 뭐 한 가지는 남긴다는 건데요.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거죠. 이를 통해 창작자는 한 걸음씩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겁니다. 이번 '서울의 봄'은 감독이 그간 여러 영화를 통해 스스로 체득한 장점들을 하나로 집결시킨 느낌입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폭발적인 흥행으로 이어진 거죠. 사실 이 영화의 소재는 건조한 다큐멘터리로 그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또 단순한 선악 논리로 풀어나갔다면 지루한 교훈만 담긴 영화가 될 수도 있었죠. 그런데 그런 함정들을 아주 잘 피해서 훌륭한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감독의 그간 쌓인 내공이 제대로 발휘된 겁니다. 감독의 연출도 좋았지만 저는 특히 이 영화의 편집자가 누군지 궁금합니...
김성수 감독은 1990년대 중반에 데뷔하여 지금까지 약 8편 정도의 영화를 연출한 분입니다. 이 분이 만든 영화들 중에 아주 큰 히트작은 없지만 어느 정도 화제가 된 작품도 있고, 또 기대와 달리 크게 실패한 작품도 있더군요. 저는 이 분의 작품을 전부 다 보지는 못했고 그중 몇 편 정도를 봤는데요. 매번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영화가 한 가지의 성취는 해냈다는 거죠. 어떤 영화는 아이디어가 신선했고, 어떤 영화는 괜찮은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또 어떤 영화는 비주얼이 매우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분야건 크리에이터에게 이건 매우 중요한 겁니다. 망해도 뭐 한 가지는 남긴다는 건데요.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거죠. 이를 통해 창작자는 한 걸음씩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겁니다. 이번 '서울의 봄'은 감독이 그간 여러 영화를 통해 스스로 체득한 장점들을 하나로 집결시킨 느낌입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폭발적인 흥행으로 이어진 거죠. 사실 이 영화의 소재는 건조한 다큐멘터리로 그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또 단순한 선악 논리로 풀어나갔다면 지루한 교훈만 담긴 영화가 될 수도 있었죠. 그런데 그런 함정들을 아주 잘 피해서 훌륭한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감독의 그간 쌓인 내공이 제대로 발휘된 겁니다. 감독의 연출도 좋았지만 저는 특히 이 영화의 편집자가 누군지 궁금합니...
'디즈니 플러스' 채널을 통해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봤습니다. 재밌네요. 전체적으로 설정도 괜찮고 구성이나 흐름도 나쁘지 않습니다. 좀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코믹스 기반의 영화가 그렇죠, 뭐. 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니 영화가 만화 같은 건 당연한 일입니다. 개봉 당시에 평이 상당히 안 좋았죠. 유머가 과하고 영화가 가볍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저는 그 이유가 전작 '라그나로크'의 대성공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작진이 성공에 취해서 별생각 없이 전작과 그대로, 아니 조금 더 오버를 한 게 문제였다고 봅니다. 사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이미 전작에서 한계가 노출된 감독이에요. '토르' 1,2편의 무거운 분위기를 완전히 털어버리고 영화 전체를 가볍게 만들어서 3편을 크게 성공시켰는데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이 사람 능력의 최대치는 거기까지라는 게 이미 눈에 보였어요. 그걸 반복하면 후속작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제작진에서 일찌감치 알아차렸어야 합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타이카 와이티티'라는 사람은 평상시 행동도 지나치게 가벼워요. 흔한 말로 '까불이'입니다. 학교 다닐 때 그런 녀석들이 있죠. 재밌는 오락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이 '자, 이제는 공부하자' 했는데도 계속 자기 혼자 들떠서 농담 짓거리를 멈추지 못하는 녀석이요. 이런 녀석들은 결국 급우들의 눈총을 사거나 아니면 선생님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듣게 됩니다. 여하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