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기원
182021.01.22
인플루언서 
자목련
4,835도서 전문블로거
참여 콘텐츠 1
종의 기원 - 정유정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한쪽 눈을 감아줄 때도 있겠지만 그건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불시에 형을 집행하듯, 운명이 내게 자객을 보낸 것이었다. 그것도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139쪽) 26살의 청년, 로스쿨 합격을 기다리는 성실한 학생. 낮의 ‘한유진’은 그랬다. 지극히 평범한 학생. 그러나 그 안에는 괴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한유진의 끝은 무엇일까. 읽는 내내 궁금했다. 그래서 너무도 친절하게 묘사한 살인의 현장을 덮을 수 없었다. 표정 없는 얼굴, 두려움이나 공포를 망각이란 이름으로 가두고 어머니와 이모를 죽이고도 아무렇게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유진이 어떤 결말을 맺을까. 한유진은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진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종의 기원, 혹은 악의 기원을 나는 찾을 수 없었다.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살고 있다면 나는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내가 아프면 타인도 아프다. 그것이 내가 느끼는 감정과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상상할 수 있다. 보통의 사람이 그러하다. 그러나 유진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유진 곁에 의사인 이모가 없었다면 열 살 때 아버지와 형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유...

2021.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