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잘쓰는법
10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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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편지로 안부를 전해봐요 - 편지 잘 쓰는 법

봄은 참으로 변덕스럽습니다. 남쪽 어딘가에는 우윳빛 목련이 가득하고 그보다 조금 위쪽에는 노란 산수유 물결이 파도처럼 올라오는데 이곳에는 아직 추운 기운이 가득하니까요. 그래도 봄이 되었으니 집안 정리를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듭니다. 책장의 묵은 책들도 정리하고 서랍에 넣어둔 잡동사니도 정리하려고 합니다. 어디서 시작할까 하다 그래도 서랍이 가장 만만하게 여겨졌어요. 서랍에는 오래전 기종의 휴대폰과 모아둔 포장지와 엽서, 편지지가 있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폰의 전원을 켜보니 기억에서 사라진 이들과 나눈 문자와 사진이 보였어요. 예전에는 손 편지를 쓰기도 했다는 기억이 떠올랐어요. 마음에 드는 편지지과 편지봉투를 고르느라 문구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온라인 쇼핑몰을 꼼꼼하게 검색하던 시절. 그 시절의 감정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봄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고 이렇게 우연하게 뛰어나온 편지지나 문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친구들의 눈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지내는 일이 참으로 속상합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요. 아, 편지라니요. 이제는 우푯값도 잘 모르는데 말이에요. 하긴 아파트 단지에서 우체통을 찾는 일도 쉽지 않더라고요. 이참에 검색을 통해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우체통 위치도 확인해 봤어요. 수신인과 발신인의 위치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편지 쓰실 때 보내...

2022.03.24
키키 키린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할머니는 살아계실 때 잔소리가 무척 심한 분이셨다. 학교를 가기 전 단정한 옷차림에 대한 훈계를 들어야 했다. 그 기준을 정한 건 모두 할머니였다. 그때는 그 말에 담긴 애정을 몰랐다. 왜 이렇게 나를 귀찮게 하는 말을 하는지 화가 날 정도였다. 남에게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 대상은 가족, 후배, 친구로 국한된다. 일본 영화배우 키키 키린의 120가지 말을 엮은 『키키 키린』을 읽으면서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의 잔소리가 모두 옳은 말이었거나 울림을 주는 말은 아니었지만 손주 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었을 테니까. 나도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다 하다 지쳐서 요즘은 안 하는 상태가 될 정도다. 나이를 먹을수록 조바심이 커지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걱정이 늘고 있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현명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줄이지 못한다.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배우로 살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키키 키린은 그런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수긍하고 즐기며 최선을 다한 사람 같았다. 암으로 인해 고통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만난 그녀의 말은 때로 웃음을 불러오고 때로 울컥하게 만들고 때로 반복해서 생각하게 했다. 키키 키린이 결혼 초부터 영화 시사회, TV나 잡지 인터뷰를 통해 남긴 말을 들려준다. 암으로 죽기 직전까지 말...

20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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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의 편지 - 친절하고 다감한 마음

손 편지를 받는 일은 정말 기쁘다. 손 편지의 수고로움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문자, 전화, 이메일이 전할 수 없는 온기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할까. 그런데도 정작 손 편지로 답장을 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손글씨가 엉망이라는 어이없는 핑계를 대지 않더라도 말이다. 귀찮기도 하고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특정한 대상을 염두에 두고 오롯이 그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는 일. 그건 어렵고도 즐겁다. 나에게서 시작해 당신이라는 단 한 사람에게 닿은 글이라니. 그런 점에서 배우 키키 키린이 쓴 편지는 더욱 남다르다. 유명 배우가 단순한 팬에게 형식적으로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가 아닌 고민을 들어주고 그것을 함께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편지였기 때문이다. 『키키 키린의 편지』는 키키 키린이 타계 후 그녀를 추모하는 방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키키 키린이 많은 일반인에게 많은 편지를 남겼다는 걸 알고 편지를 받은 이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하면서 그녀의 편지를 모은 글이다. 유명 배우가 일반인에게 편지를 쓰게 된 과정은 무엇일까. 편지를 받은 이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암 투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노년의 배우, 그녀의 보낸 편지의 내용은 어떨까. 만약 내가 연예인에게 편지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하게 이런 점들이 궁금했다.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배우 키키 키린이 아니라 인간 ...

2021.02.04
시를 읽는 마음에 대하여

우연하게 방문한 블로그의 글을 읽고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의 글에서 나를 발견한 것이다. 거기 내가 있었다. 내가 처한 환경과 심경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듯 글은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괜찮다고, 자책하지 말라고 말이다. 나는 글이 주는 힘을 믿는다. 그리고 그 힘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다. 어떤 목적을 향한 글이 아니더라고 그저 하나의 습관에 불과한 글이라도 쓰기를 소망한다. 그러니 시인의 산문과 시를 함께 마주할 수 있는 『조각의 유통기한』을 만난 건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저자 이제야(이지혜) 시인의 시를 만난 적은 없다. 산문집 『그곳과 사귀다』를 읽었을 뿐. 하나의 시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산문이라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각의 유통기한』엔 40편의 시를 위한 40편의 산문이 있다. 하나의 시와 하나의 산문이 짝꿍이 된 것이다. 조각의 유통기한 저자 이제야 출판 이봄 발매 2018.03.06. 누군가를 기억하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거나 어떤 감정을 추스르고 달래고 어루만져 기록하거나 그대로 두는 글. 친구와 연인과의 관계, 혹은 그들과의 다툼과 이별, 그리고 여행처럼 지나간 일상들을 마주한다. 마치 내가 이별한 것처럼, 마치 내가 떠나온 것처럼 마음을 당기는 글이 있었고 지나온 내 모습의 조각을 발견하는 것 같은 글도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멍하니 앉아 천장을 바...

2019.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