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증명
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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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 최진영

기억이 나의 미래. 기억은 너. 너는 나의 미래. (64쪽)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에 사랑은 아름다웠고 존엄하다. 세상의 무엇도 사랑을 이길 수 없다고 여겼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측정할 수 없는 ∞이거나 그 모든 것을 아무것도 아닌 0으로 존재하거나. 이토록 위대한 힘을 지닌 사랑을 증명하려는 건 부질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때로 내 사랑의 크기를 직접 측량하고 싶어진다.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네가 사라진 후에도 너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깊고 넓고 그로 인해 내가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구와 담의 사랑이 그랬다. 구는 담이었고 담은 구였다. 그러니 하나가 사라졌다 해도 그들에게 사랑은 끝이 아니었고 이별은 시작된 게 아니었다. 죽은 구를 끌어앉고 그를 지키며 그를 먹으며 그와 하나가 되려는 담의 일상은 엽기적이라기 보다 당연한 일이다. 구를 어디로도 보낼 수 없었다. 구는 영원히 담과 함께여야만 했다. 최진영이 그려낸 사랑과 애도는 처절하고 처절하다. 여덟 살에 처음 만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에서 연인으로 성장한 구와 담에게 사랑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켜켜이 쌓인 삶의 궤적과도 같았다. 서로의 시간이 흐르는 것을 꿰뚫어 본 사랑이 어쩌다 구의 죽음으로 멈춰진 것일까. 한때 모두가 그랬든 구의 시간도 평범했다. 그저 아빠가 되는 꿈을 꾸는 소년이었고 청년이었다. 그...

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