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파랑
32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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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천선란

모두가 좋다고 하는 소설을 읽고 정말 좋구나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때로 어떤 분위기에 휩싸여 책을 구매하거나 읽는 경우가 있다. 공감에 동참하고 싶거나 정말 좋은가 직접 확인을 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에 대한 마음도 그러했다. 얼마나 좋길래, 진짜 괜찮은 소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소설에 놓는다. 명랑하면서도 예리하고 무거우면서도 발랄하다. 그러니까 어떤 균형이 잘 잡힌 소설이라고 할까. 가까운 미래,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많이 인간을 닮은 로봇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기대했던 미래지만 아직 경험하지 않았기에 그 삶에 대한 걱정도 크다. 모두가 그 편리한 기술을 다 접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도 그런 로봇이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경주마 투데이와 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일, 그게 콜리의 삶이었다.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콜리는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콜리는 한눈에 알아본 이가 있었다. 로봇에 대해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고등학생 연재였다. 연재에게 콜리는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재기할 수 있는 상대였다. 그리하여 콜리는 C-27이 아닌 콜리가 되었다. 폐기 직전의 콜리를 엄마 보경이 운영하는 식당 2층으로 몰래 데려온다. 아무도 몰라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엄마 보경과 장애를 가진 연재의 언니 은혜에게 곧 발각되고 만...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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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이로 숨다

길목마다 꽃들이 한창이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미세먼지로 뿌연 날들이지만 봄은 봄이니까. 주말에 내린 비로 이미 활짝 핀 꽃들은 꽃잎을 떨구고 봉오리만 보였던 꽃들은 만세를 부르듯 꽃잎을 펼친다. 어렸을 적에는 개나리를 찾는 게 무척 쉬웠는데 요즘에는 개나리를 보기가 어렵다. 어제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에 노란 개나리를 보았다. 그런데 어제 개나리를 보면서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걸 발견했다. 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나만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개나리꽃이 종 같았다. 줄기 쪽으로 고개를 숙인 노란 개나리꽃이 작은 종 같았다. 그 안에서 맑고 조용한 종소리가 날 것 같았다. 예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본 개나리꽃 모양은 확실히 종과 닮았다. 예전에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긴 꽃보다 더 좋은 것들이 많았고 꽃이 핀다는 사실도 신비롭지 않았다. 이제는 모든 꽃들이 아름답고 그 꽃들이 핀다는 사실에 경이롭다. 꽃이 질 때도 다시 핀다는 약속을 하고 사라지는 것 같다. 다시 올 거라는 확신, 다시 괜찮아질 거라는 다독임, 꽃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마음이 든다. 그래서 꽃이 좋고 나무가 좋다. 연두가 품은 노란빛, 프리지아는 그렇게 노랗게 얼굴을 내밀었다. 식탁에 놓인 프리지아의 모양은 종은 아니었다. 하지만 프리지아도 어떤 소리를 품고 있을 것 같았다. 선명한 노랑, 노랑은 어떤 소리와 닮았을까. 시를 읽은 소리라...

2021.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