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키워드 586
2022.03.24참여 콘텐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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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편지로 안부를 전해봐요 - 편지 잘 쓰는 법

봄은 참으로 변덕스럽습니다. 남쪽 어딘가에는 우윳빛 목련이 가득하고 그보다 조금 위쪽에는 노란 산수유 물결이 파도처럼 올라오는데 이곳에는 아직 추운 기운이 가득하니까요. 그래도 봄이 되었으니 집안 정리를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듭니다. 책장의 묵은 책들도 정리하고 서랍에 넣어둔 잡동사니도 정리하려고 합니다. 어디서 시작할까 하다 그래도 서랍이 가장 만만하게 여겨졌어요. 서랍에는 오래전 기종의 휴대폰과 모아둔 포장지와 엽서, 편지지가 있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폰의 전원을 켜보니 기억에서 사라진 이들과 나눈 문자와 사진이 보였어요. 예전에는 손 편지를 쓰기도 했다는 기억이 떠올랐어요. 마음에 드는 편지지과 편지봉투를 고르느라 문구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온라인 쇼핑몰을 꼼꼼하게 검색하던 시절. 그 시절의 감정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봄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고 이렇게 우연하게 뛰어나온 편지지나 문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친구들의 눈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지내는 일이 참으로 속상합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요. 아, 편지라니요. 이제는 우푯값도 잘 모르는데 말이에요. 하긴 아파트 단지에서 우체통을 찾는 일도 쉽지 않더라고요. 이참에 검색을 통해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우체통 위치도 확인해 봤어요. 수신인과 발신인의 위치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편지 쓰실 때 보내...

2022.03.24
키키 키린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할머니는 살아계실 때 잔소리가 무척 심한 분이셨다. 학교를 가기 전 단정한 옷차림에 대한 훈계를 들어야 했다. 그 기준을 정한 건 모두 할머니였다. 그때는 그 말에 담긴 애정을 몰랐다. 왜 이렇게 나를 귀찮게 하는 말을 하는지 화가 날 정도였다. 남에게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 대상은 가족, 후배, 친구로 국한된다. 일본 영화배우 키키 키린의 120가지 말을 엮은 『키키 키린』을 읽으면서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의 잔소리가 모두 옳은 말이었거나 울림을 주는 말은 아니었지만 손주 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었을 테니까. 나도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다 하다 지쳐서 요즘은 안 하는 상태가 될 정도다. 나이를 먹을수록 조바심이 커지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걱정이 늘고 있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현명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줄이지 못한다.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배우로 살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키키 키린은 그런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수긍하고 즐기며 최선을 다한 사람 같았다. 암으로 인해 고통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만난 그녀의 말은 때로 웃음을 불러오고 때로 울컥하게 만들고 때로 반복해서 생각하게 했다. 키키 키린이 결혼 초부터 영화 시사회, TV나 잡지 인터뷰를 통해 남긴 말을 들려준다. 암으로 죽기 직전까지 말...

20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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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의 편지 - 친절하고 다감한 마음

손 편지를 받는 일은 정말 기쁘다. 손 편지의 수고로움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문자, 전화, 이메일이 전할 수 없는 온기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할까. 그런데도 정작 손 편지로 답장을 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손글씨가 엉망이라는 어이없는 핑계를 대지 않더라도 말이다. 귀찮기도 하고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특정한 대상을 염두에 두고 오롯이 그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는 일. 그건 어렵고도 즐겁다. 나에게서 시작해 당신이라는 단 한 사람에게 닿은 글이라니. 그런 점에서 배우 키키 키린이 쓴 편지는 더욱 남다르다. 유명 배우가 단순한 팬에게 형식적으로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가 아닌 고민을 들어주고 그것을 함께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편지였기 때문이다. 『키키 키린의 편지』는 키키 키린이 타계 후 그녀를 추모하는 방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키키 키린이 많은 일반인에게 많은 편지를 남겼다는 걸 알고 편지를 받은 이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하면서 그녀의 편지를 모은 글이다. 유명 배우가 일반인에게 편지를 쓰게 된 과정은 무엇일까. 편지를 받은 이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암 투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노년의 배우, 그녀의 보낸 편지의 내용은 어떨까. 만약 내가 연예인에게 편지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하게 이런 점들이 궁금했다.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배우 키키 키린이 아니라 인간 ...

2021.02.04
시를 읽는 마음에 대하여

우연하게 방문한 블로그의 글을 읽고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의 글에서 나를 발견한 것이다. 거기 내가 있었다. 내가 처한 환경과 심경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듯 글은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괜찮다고, 자책하지 말라고 말이다. 나는 글이 주는 힘을 믿는다. 그리고 그 힘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다. 어떤 목적을 향한 글이 아니더라고 그저 하나의 습관에 불과한 글이라도 쓰기를 소망한다. 그러니 시인의 산문과 시를 함께 마주할 수 있는 『조각의 유통기한』을 만난 건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저자 이제야(이지혜) 시인의 시를 만난 적은 없다. 산문집 『그곳과 사귀다』를 읽었을 뿐. 하나의 시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산문이라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각의 유통기한』엔 40편의 시를 위한 40편의 산문이 있다. 하나의 시와 하나의 산문이 짝꿍이 된 것이다. 조각의 유통기한 저자 이제야 출판 이봄 발매 2018.03.06. 누군가를 기억하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거나 어떤 감정을 추스르고 달래고 어루만져 기록하거나 그대로 두는 글. 친구와 연인과의 관계, 혹은 그들과의 다툼과 이별, 그리고 여행처럼 지나간 일상들을 마주한다. 마치 내가 이별한 것처럼, 마치 내가 떠나온 것처럼 마음을 당기는 글이 있었고 지나온 내 모습의 조각을 발견하는 것 같은 글도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멍하니 앉아 천장을 바...

2019.05.15
2021.01.14참여 콘텐츠 1
구의 증명 - 최진영

기억이 나의 미래. 기억은 너. 너는 나의 미래. (64쪽)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에 사랑은 아름다웠고 존엄하다. 세상의 무엇도 사랑을 이길 수 없다고 여겼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측정할 수 없는 ∞이거나 그 모든 것을 아무것도 아닌 0으로 존재하거나. 이토록 위대한 힘을 지닌 사랑을 증명하려는 건 부질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때로 내 사랑의 크기를 직접 측량하고 싶어진다.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네가 사라진 후에도 너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깊고 넓고 그로 인해 내가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구와 담의 사랑이 그랬다. 구는 담이었고 담은 구였다. 그러니 하나가 사라졌다 해도 그들에게 사랑은 끝이 아니었고 이별은 시작된 게 아니었다. 죽은 구를 끌어앉고 그를 지키며 그를 먹으며 그와 하나가 되려는 담의 일상은 엽기적이라기 보다 당연한 일이다. 구를 어디로도 보낼 수 없었다. 구는 영원히 담과 함께여야만 했다. 최진영이 그려낸 사랑과 애도는 처절하고 처절하다. 여덟 살에 처음 만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에서 연인으로 성장한 구와 담에게 사랑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켜켜이 쌓인 삶의 궤적과도 같았다. 서로의 시간이 흐르는 것을 꿰뚫어 본 사랑이 어쩌다 구의 죽음으로 멈춰진 것일까. 한때 모두가 그랬든 구의 시간도 평범했다. 그저 아빠가 되는 꿈을 꾸는 소년이었고 청년이었다. 그...

2020.11.20
2022.03.25참여 콘텐츠 1
한국소설 추천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멸망은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일이 아니다. 우리가 멸망하지 않으리라 여겼던 굳센 믿음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지구는 아픈 신호를 낸 지 오래다. 지구 어딘가에서 스스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 스스로의 자생 능력은 가능할까. 어쩌면 인류가 없다는 가정이라면 가능성이 충분할지도 모른다. 현재의 우리는 살아가는데 그저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먼 미래의 인류는 김초엽의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속 나오미와 아마라처럼 목숨을 걸고 어딘지도 모르는 도피처를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2050년의 지구는 치명적인 ‘더스트’로 모든 생물이 죽어갔다. 더스트를 막을 수 있는 돔을 만들지만 모두가 그곳에서 지낼 수는 없다. 자원의 한계는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 돔시티를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그들만의 공동체를 구성한다. 나오미와 아마라가 그토록 찾던 ‘프롬 빌리지’도 그 중 하나다. 『지구 끝의 온실』 이란 제목이 말해주듯 프롬 빌리지가 그곳이다. 프롬 빌리지에서 사람들은 더스트를 피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멸망 후 재건한 지구는 그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2129년 더스트생테연구센터에 근무하는 아영은 폐허 도시 해월에서 덩굴식물 ‘모스바나’에 대한 피해 소식을 듣고 조사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 잠시 해월에 살았던 아영은 모스바나를 보고 기억 속 이희수 할머니의 정원을 생각한다. 그곳에서...

2022.03.25
2021.12.16참여 콘텐츠 1
한국소설 추천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어둠에 익숙해지면 빛의 소중함을 잊는다. 어둠이 전부였던 걸로 착각하고 살아간다. 그 어둠을 걷어낼 수 있는 이는 누구일까. 희미한 빛이 시작일 것이다. 꺼질 듯 희미한 빛, 설사 꺼졌다 하더라도 빛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면 충분하다. 빛을 기억해 낼 수 있으니까. 김호연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그런 빛 같은 소설이다. 밝고 환한 온기를 전하는 작은 빛 말이다. 거기 빛이 있으니 어둠은 사라지고 빛을 향해 나갈 수 있다. 엉뚱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다. 소설은 제목처럼 편의점을 배경으로 그곳의 사람들 이야기다. 편의점 사장, 편의점 알바, 편의점 손님이 모두 주인공이며 화자가 되어 그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 ‘ALWAYS’에서 벌어지는 크리마스의 기적 같은 이야기라고 할까.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던 ‘독고’ 씨는 사장 염 여사의 지갑을 찾아준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술에 찌든 그에게 염 여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게 해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아르바이트생 시현은 사장의 지시가 맘에 들지 않지만 매일 저녁 8시에 찾아오는 독고를 상대한다. 이상한 건 독고가 조금 늦으면 걱정되고 신경이 쓰인다. 도시락을 먹고 주변 청소를 해준 탓일까. 그런 독고가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는 습득력이 빨랐다. 물건 파악도 잘 하고 한 번 알려주면 모두 잘 따라 ...

2021.12.16
2021.09.28참여 콘텐츠 2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모두가 좋다고 하는 소설을 읽고 정말 좋구나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때로 어떤 분위기에 휩싸여 책을 구매하거나 읽는 경우가 있다. 공감에 동참하고 싶거나 정말 좋은가 직접 확인을 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에 대한 마음도 그러했다. 얼마나 좋길래, 진짜 괜찮은 소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소설에 놓는다. 명랑하면서도 예리하고 무거우면서도 발랄하다. 그러니까 어떤 균형이 잘 잡힌 소설이라고 할까. 가까운 미래,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많이 인간을 닮은 로봇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기대했던 미래지만 아직 경험하지 않았기에 그 삶에 대한 걱정도 크다. 모두가 그 편리한 기술을 다 접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도 그런 로봇이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경주마 투데이와 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일, 그게 콜리의 삶이었다.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콜리는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콜리는 한눈에 알아본 이가 있었다. 로봇에 대해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고등학생 연재였다. 연재에게 콜리는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재기할 수 있는 상대였다. 그리하여 콜리는 C-27이 아닌 콜리가 되었다. 폐기 직전의 콜리를 엄마 보경이 운영하는 식당 2층으로 몰래 데려온다. 아무도 몰라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엄마 보경과 장애를 가진 연재의 언니 은혜에게 곧 발각되고 만...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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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이로 숨다

길목마다 꽃들이 한창이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미세먼지로 뿌연 날들이지만 봄은 봄이니까. 주말에 내린 비로 이미 활짝 핀 꽃들은 꽃잎을 떨구고 봉오리만 보였던 꽃들은 만세를 부르듯 꽃잎을 펼친다. 어렸을 적에는 개나리를 찾는 게 무척 쉬웠는데 요즘에는 개나리를 보기가 어렵다. 어제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에 노란 개나리를 보았다. 그런데 어제 개나리를 보면서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걸 발견했다. 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나만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개나리꽃이 종 같았다. 줄기 쪽으로 고개를 숙인 노란 개나리꽃이 작은 종 같았다. 그 안에서 맑고 조용한 종소리가 날 것 같았다. 예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본 개나리꽃 모양은 확실히 종과 닮았다. 예전에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긴 꽃보다 더 좋은 것들이 많았고 꽃이 핀다는 사실도 신비롭지 않았다. 이제는 모든 꽃들이 아름답고 그 꽃들이 핀다는 사실에 경이롭다. 꽃이 질 때도 다시 핀다는 약속을 하고 사라지는 것 같다. 다시 올 거라는 확신, 다시 괜찮아질 거라는 다독임, 꽃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마음이 든다. 그래서 꽃이 좋고 나무가 좋다. 연두가 품은 노란빛, 프리지아는 그렇게 노랗게 얼굴을 내밀었다. 식탁에 놓인 프리지아의 모양은 종은 아니었다. 하지만 프리지아도 어떤 소리를 품고 있을 것 같았다. 선명한 노랑, 노랑은 어떤 소리와 닮았을까. 시를 읽은 소리라...

2021.03.29
2022.11.15참여 콘텐츠 2
4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2』 - 히로시마 레이코

돌아보니 덩치가 큰 아주머니가 서 있다. 자주색 바탕에 옛날 동전 무늬가 있는 기모노를 입고 머리에는 알록달록한 유리구슬이 달린 비녀를 꽂고 있다. 머리칼은 눈처럼 새하얀데 얼굴에는 주름 하나 없고 새빨간 립스틱을 입술에 바른 모습이 아주 요염하다. (64쪽)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2』를 읽으면서 전천장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1권에서는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은 탓이다. 전천장은 ‘하늘이 내려준 동전을 받는 가게’다. 전천당의 주인은 여전히 기묘한 아주머니 베니코다. 행운의 손님에게는 반드시 동전만 받고 과자를 판다. 2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손님이 우연하게 과자 가게를 찾는다.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2 저자 히로시마 레이코 출판 길벗스쿨 발매 2019.07.05. 남의 물건을 훔쳐저 경찰관에게 쫓기다 전천당에 들어온 도둑은 <괴도 롤빵>을 먹고 아무에게도 잡히지 않는 전하 제일의 도둑이 되지만 끝내 잡히고 마는 이야기부터 알약을 먹으면 아픈 게 사라지는 <닥터 주스 세트>, 앞날을 예측하는 힘을 얻게 되는 <여우 전병>, 연습 하나 없이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는 <뮤직 스낵>, 복수하고 싶은 이들에게 복수를 하는 <복수 딱지>, 누군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손님 초대 홍차>까지 여섯 개의 사연에 빠져든다. 중요한 건 역시나 과자의 사용 설명서를 잘 읽고 지켜야 한다는 것. <괴도 롤빵>를 먹고 도둑...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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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 - 히로시마 레이코

“어서 오십시오, 여기는 전천당입니다. 행운을 바라시는 분들만 찾아낼 수 있는 과자 가게지요. 행운의 손님께서 원하시는 소원을 이 베니코가 반드시 이루어 드립니다.” (14쪽) 흰머리를 굵게 말아올리고 주름 없는 얼굴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유리알 비녀를 잔뜩 꽂은 베니코, 바로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의 주인이다. 할머니처럼 보이지만 할머니는 아닌 듯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주인이다.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은 누구에게나 보이는 그런 과자 가게자가 아니다. 그러니까 뭔가 간절한 소원 같은 게 있는 이들에게만 보이는 곳이다. 그렇다고 또 과자 가게에 들어온 이들에게 과자를 다 파는 것도 아니다. 주인 베니코의 맘이라고 할까. 베니코가 정한 행운의 동전이 있어야만 과자를 살 수 있다. 이를테면 <인어 젤리>는 1967년 발행한 10엔 동전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천당엔 어떤 손님들이 왔을까? 처음 과자 가게에 온 손님은 열두 살의 마유미다. 마유미는 물이 무서워서 체육 시간에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는 게 정말 싫다. 그런 걱정을 하는 마유미 앞에 나타난 전천당. 그곳에서 <인어 젤리>를 샀다. 인어 모양에 틀에 부어 젤리를 만들어 먹는 과자다. 주의사항을 반드시 읽으라고 했지만 대충 읽고 만들어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놀라운 건 체육 시간에 물이 하나도 무섭지 않고 멋지게 수영까지 할 수 있었다. 세상에나, 정말 신기한 젤리의 능력...

2021.11.05
2022.03.15참여 콘텐츠 1
8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좋아하시나요?

춥고 삭막했던 겨울이 가고 꽃들의 계절 봄이 되었습니다. 봄이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뭔가 감정적인 글을 끄적이고 찾게 됩니다. 써보지 않았던 손 편지를 써 볼까 하는 마음도 생기고, SNS에 본 글귀를 따라 써보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이 닿는 곳에 시가 있습니다. 봄에 맞는 시를 찾고 지인이나 친구가 추천한 시를 만납니다. 시를 좋아하고 시를 읽다 보면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시를 따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시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막연하게 희마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 모두에게 꾸준하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시집,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위로가 되고 울림을 남기는 시, 너무 어려운 걸까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전문) 나태주의 풀꽃을 읽으면 시가 무척 쉽고 간단한 것 같습니다. 그럼 혹시 나도 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맴돕니다. 그렇다면 시는 어떻게 쓰는 걸까요? 시 쓰기는 일상의 기록이나 산문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다른 형식의 글보다 짧은 글인데도 말이에요. 짧은 시를 찾아보고 비슷하게 써보려 해도 잘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를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방법을 찾아본다면 가까운 곳에 함께 시를 향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지 않을까요. 혼자만 써왔던 글이 시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곳,...

2022.03.15
2023.12.20참여 콘텐츠 6
8
웹소설은 어떻게 쓰나? - 네이버 웹소설 연재 작가에게 배워보자!

꾸준한 성장세의 웹소설 시장 최근 열심히 시청하는 드라마가 있는데요.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입니다. 로맨스 코미디, 가상 역사극으로 정말 재미있거든요. 처음부터 예고편까지 꼼꼼하게 지켜보다 보면 눈에 뜨는 문구가 있어요. ‘웹소설 원작’이라는 문구입니다. 그러니까 요즘 영화, 드라마의 대세는 바로 네이버나 카카오의 웹툰을 봐도 웹소설을 원작이라는 거죠. 순수문학이 아닌 접근성이 쉽고 장르가 다양한 ‘웹소설’의 인기를 실감합니다. 이처럼 요즘은 원작 콘텐츠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콘텐츠로 재창작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웹소설’을 그 시작점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도 웹소설작가 해볼까? 드라마의 재미에 푹 빠져들다 보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판타지, 타입슬립, 기발한 상상의 ‘웹소설’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요즘엔 플랫폼도 다양해서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연재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밤이나 주말에는 웹소설을 쓰는 이도 있더라고요. 프리랜서로 전향한 정다은 아나운서도 웹소설을 쓴다고 해요. 그렇지만 막상 또 쓸려고 하면 판타지나 시대물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부족해서 이도 저도 아닌 글을 쓰는 것 같아서요. 웹소설을 쓰려고 한 건데, 쓰다 보니 정통 소설처럼 쓰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웹소설과 정통 소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다르기는 한데 말...

2023.12.20
8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좋아하시나요?

춥고 삭막했던 겨울이 가고 꽃들의 계절 봄이 되었습니다. 봄이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뭔가 감정적인 글을 끄적이고 찾게 됩니다. 써보지 않았던 손 편지를 써 볼까 하는 마음도 생기고, SNS에 본 글귀를 따라 써보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이 닿는 곳에 시가 있습니다. 봄에 맞는 시를 찾고 지인이나 친구가 추천한 시를 만납니다. 시를 좋아하고 시를 읽다 보면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시를 따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시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막연하게 희마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 모두에게 꾸준하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시집,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위로가 되고 울림을 남기는 시, 너무 어려운 걸까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전문) 나태주의 풀꽃을 읽으면 시가 무척 쉽고 간단한 것 같습니다. 그럼 혹시 나도 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맴돕니다. 그렇다면 시는 어떻게 쓰는 걸까요? 시 쓰기는 일상의 기록이나 산문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다른 형식의 글보다 짧은 글인데도 말이에요. 짧은 시를 찾아보고 비슷하게 써보려 해도 잘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를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방법을 찾아본다면 가까운 곳에 함께 시를 향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지 않을까요. 혼자만 써왔던 글이 시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곳,...

2022.03.15
8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책추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저마다의 온도가 있어요. 위로를 건네는 따스한 말, 비수를 꽂는 차가운 말 등 말의 온도는 다양하죠. 그렇기 때문에 어떤 말인지에 따라 누군가의 마음을 꽁꽁 얼려버릴 수도 있고,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따뜻한 이야기만 들으면 좋겠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차가운 언어에 마음이 얼어붙는 순간들이 이따금씩 찾아와요. 그래서 차가운 말들로 마음이 지쳐버린 분들께서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 수 있는 ‘언어의 온도’ 책을 소개해드릴게요. 이기주 작가가 집필한 ‘언어의 온도’는 평범하지만 따뜻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세상을 따스하고 애정 있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글을 읽다 보면 세상을 조금 더 소중하고 따뜻하게 바라보게 돼요. 이처럼 책을 통해 누군가에게 따스함과 위로를 전해주는 일은 정말 값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공유함으로써 정말 많은 분들에게 온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이유로 많은 분들이 요즘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판하고 싶어 하세요. 하지만 도서를 출판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부딪히곤 하시죠. 우선 내가 쓴 글은 왠지 모르게 부족하게만 느껴져요. 글 쓰는 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내가 책을 출판할 수 있는 건가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아요. 또한 하루 살아가기도 바쁜데 책 한 권 분량의 도서를...

2021.05.27
8
자존감 높이는 책, 추천도서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내 마음이 지친 줄도 모르고 휴식을 뒤로 미룰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일상에 활기를 잃어버리기도 하죠. 일상을 살아가느라 지쳐버린 마음에 활기를 더하고 더욱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만의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 먹기, 좋아하는 영화 보기,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 등을 휴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머리 아픈 고민들을 내려놓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속에서 해방되어 평안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휴식이죠. 그래서, 다양한 이유로 마음이 지쳐버린 분들께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존감 높이는 도서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책을 소개해드리고자 해요. 자존감 높이는 책,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책인데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느꼈을 만한 감정에 대해서 위로를 전해주는 책이에요. 일이나 인간관계, 자존감, 연애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분들께서 이 책을 읽는다면 위로와 공감을 얻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 책을 통해 스스로에게 마음에 여유를 선물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도서를 읽어보고 여러분도 나만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전하며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존감 높이는 책을 씀으로써 누군...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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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6주만에 작가되는 법 - 책 쓰기 프로젝트

책을 좋아하고 가끔씩 메모를 하거나 일기 비슷한 걸 쓰다 보면 내 이름으로 책 한 권을 출판하고 싶다는 작가의 꿈을 꾸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처음 글을 쓰는 입장에서 책을 쓴다고 할 때 이런 고민이 듭니다. 1. 긴 글을 써본 적도 없고 평소에 글을 잘 쓰지 않는 나도 책을 쓸 수 있을까? 2. 책 한 권이 약 220쪽 하는데 그 많은 분량을 모두 혼자 쓸 수 있을까?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다 쓰는 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3. 글을 작성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를 책으로 만들려면 내지 편집, 표지 디자인, ISBN 발급, 납본 등등 할 일이 산더미인데 언제 그 일을 모두 나 혼자 처리하지? 그런데 '책 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시면 이 모든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1. 신춘문예에 등단한 현직 작가가 1, 2, 3회차에 걸쳐 글쓰기 방법을 알려줍니다. 또한 1:1 맞춤 피드백을 제공하여 글을 처음 쓰는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를 잘 작성해나가실 수 있습니다. 2. 여러 명이 한 팀이 되어 공동출판 형식으로 책을 출판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 당 A4용지 10~13페이지 정도의 분량만을 작성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량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자신만의 책을 쓰실 수 있습니다. 3. 글ego에서 디자인 및 조판, ISBN 발급, 인쇄 테스트,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도서 유통 등의 과정을 진행해드립니다. 만들어진 책은 네이버와 인터...

2021.05.04
2021.05.13참여 콘텐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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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높이는 책, 추천도서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내 마음이 지친 줄도 모르고 휴식을 뒤로 미룰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일상에 활기를 잃어버리기도 하죠. 일상을 살아가느라 지쳐버린 마음에 활기를 더하고 더욱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만의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 먹기, 좋아하는 영화 보기,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 등을 휴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머리 아픈 고민들을 내려놓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속에서 해방되어 평안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휴식이죠. 그래서, 다양한 이유로 마음이 지쳐버린 분들께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존감 높이는 도서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책을 소개해드리고자 해요. 자존감 높이는 책,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책인데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느꼈을 만한 감정에 대해서 위로를 전해주는 책이에요. 일이나 인간관계, 자존감, 연애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분들께서 이 책을 읽는다면 위로와 공감을 얻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 책을 통해 스스로에게 마음에 여유를 선물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도서를 읽어보고 여러분도 나만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전하며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존감 높이는 책을 씀으로써 누군...

2021.05.13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는 좋아하는 캐릭터라서 이 책이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사랑스러운 만화를 떠올렸는데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책이었다.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지만 부담 없이 곁에 두고 펼쳐봐도 좋을 듯하다. 귀여운 그림은 절로 웃음을 선물하니까. 어떤 이에게는 이런 구절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옮긴 두 문장은 나의 첫 조카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이었다.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를 하고 구직을 하는 조카는 무척 불안해했다. 괜찮다고, 조급한 마음을 버리라고 말해도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인생은 길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현재는 자신이 찾은 새로운 곳에서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한다. 가장 좋은 것도, 가장 나쁜 것도, 사실 별거 아니에요. - 좋은 일, 나쁜 일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사실 인생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는 모두 사소한 일일뿐입니다. (본문 중에서) 지금 겪는 괴로움은 어쩌면 사소한 것일 수 있어요. -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로 괴로워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의 괴로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요. 그만큼 의외로 지금 겪는 괴로움은 사소한 문제일지도 몰라요. (본문 중에서) 지나친 관심이 때로 불편한 상황을 만든다. 반대로 무관심도 그러하다. 적절한 거리, 적당한 관심이 필요한 것. 그것이 어려우니 문제다. 학교에서는 중간고사가 끝났다....

2021.05.12
단순한 고요와 삶의 속도

내가 좋아하는 4월이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4월의 속도는 제법 빠른 것 같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 나와는 상관없는 도시의 재보궐 선거가 끝났고 그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정치란 무엇일까, 잠깐 생각하는 하루였다. 잠깐 생각해도 될까. 정치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아는데도 넓고 깊게 생각하는 분야는 아직 아니다. 그래도 종교와 정치는 친구나 가족 사이에서 꺼낼 화두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여하튼 4월은 이렇게 제 속도를 낸다. 그렇다면 나의 속도는 어떤가. 나는 조금 느리고, 아니 많이 느리게 가고 있다. 그 느림이 싫은 건 아니데 어떤 날은 이보다 빠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은 빨라지고 있으나 생각은 엉켜서 복잡하고 그러니 일시 정지일 때가 많다. 하루하루 할 일들의 목록은 줄지 않고 늘어만 간다. 무엇을 생각해도 기쁘지 않고 무엇을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상태는 좋은 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좋고 나쁨은 단순함에서 시작하는데, 나는 현재 단순함에서 비껴간 상태인 것이다.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고 무언가 불만스러운 그 사이를 오가는 날들이 많아진다. 퉁명스러운 말투, 굳은 얼굴, 잘 모르겠다. 이 모든 게 무슨 의미인가 싶다가도 모든 게 소중하다고 네가 지금 삐딱한 거라고 나를 달래고 있는 중이다. 나를 위로하는 나는 때로 외롭고 지친다. 그러나 결국엔 그 누...

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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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식당 - 이서원

감정을 내 맘대로 요리할 수 있다는 뜻일까. 『감정식당』이란 제목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이다. 내게서 나온 나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나일 텐데, 그게 참 어렵다. 그래서 때로 화가 나고 슬프고 우울한 나를 감당하려고 이런 책을 읽는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감정의 폭이 좁아든다. 크게 슬퍼하지도 않고 크게 기뻐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 팍팍한 삶 같다. 그러나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쁨이 없다는 건 아니며 크게 슬퍼하지 않는다고 해서 슬픔을 막아낸다는 말은 아니다. 작은 기쁨을 누리고 슬픔의 날들을 줄이고 싶다는 표현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큰 감정은 불안과 두려움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사회적 거리 두기는 점점 더 길어지고 마스크를 언제 벗을지 알 수도 없다. 작년 이맘때 코로나 블루란 말이 유행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사회의 우울감은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 상태라고 한다. 한국분노관리연구소 소장이자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감정식당>의 진행자 이서원의 『감정식당』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지 들려준다. 10가지 감정(불안, 두려움, 조바심, 분노, 우울, 미움, 시기심, 열등감, 죄책감, 후회)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각 감정마다 실전사례를 통해 공감하고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며...

2021.04.02
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솔직한 글은 묘한 힘이 있다.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주는 힘이라고 하면 맞을까. 투명해서 빛나고 아름답다. 그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글이라는 게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뭔가 자꾸 군더더기가 생긴다. 어린 시절 일기가 나만의 일기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나도 그런 것 같다. 노년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글, 사노 요코의 글이다. 장점이 아닌 단점도 보여주는 솔직함을 무기로 지닌 책이다. 살면서 나 자신이 싫은 때가 정말 많다. 그러나 나 자신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나를 바꾸고 싶지만 바꿀 수 없고 내가 아닌 다른 나로 살고 싶지만 결국엔 나로 돌아오고야 만다. 이상하게 그렇다. 어쩌면 사노 요코의 말처럼 이런 마음, 정신병이 맞을지도 모른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아아, 이런 게 정신병이다. (187쪽) 과거에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당신'이란 광고가 있었다. 사노 요코는 서슴없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일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할 수 있는 사람, 세상과 척을 지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닐까. 오사마 빈 라덴에게 철학적이며 기적인 모습이라...

2021.03.19
2021.10.26참여 콘텐츠 1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소설을 읽으면서 종종 작가를 생각한다. 허구의 이야기, 꾸며 낸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그 내면에는 분명 누군가의 삶이 존재할 거라 생각해서다. 최은영의 소설은 뭐랄까. 연약하면서도 단단하다. 그래서 자꾸만 읽게 되고 생각하게 만든다. 『쇼코의 미소』에서 만난 그 맑음의 슬픔과 연대가 좋았다. 이번 『내게 무해한 사람』도 큰 틀에서는 이전의 이야기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20~30대 여성의 이야기. 고민과 아픔,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성장통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일부러 상처를 주려고 한 게 아닌데도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주저하는 듯 조심스러운 고백처럼 다가오는 문장들이 많다. 어쩌면 그 문장들은 삶의 한 조각이며 한 시절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만났던 설렘을 간직하며 천천히 서로가 하나가 되어가던 마음, 그 순수하고 풋풋한 아름다움이 수채화처럼 그려진 「그 여름」속 ‘이경’과 ‘수이’의 서로를 향한 뜨거웠던 마음이 서서히 식어가는 게 안타깝다. 사랑은 사랑 그 자체만 영원할 뿐 온도와 형태는 변화하는 게 당연한 것인가. 아니, 열여덟의 그들은 서로에게 무해했고 지금도 그러할 것이다. 사랑이라는 거대한 감정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사랑은 퇴색되지 않을 테니까. 여전히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고통을 참아내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다룬 「601, 602」아프고 화가 나는 이야기였다. 여성이라서 더욱 섬세하게...

2021.10.26
2022.06.29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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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추천 『수박 수영장』 - 안녕달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쏟아지는 장맛비가 멈춰도 차오르는 습도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더위 때문인지 입맛이 사라진다. 시원한 커피만 찾게 된다. 불쾌지수는 높아지고 숨겨졌던 화가 폭발할까 두려울 지경이다. 나 같은 증상으로 힘들다면 그림책을 추천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기분에 날개가 달린 듯 나쁜 기분은 멀리 달아난다. 아이나 조카가 있다면 이미 만났을 것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꺼내는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바로 안녕달의 그림책 『수박 수영장』이다. 이런 그림책은 할 말이 없다. 그냥 보면 된다. 그냥 즐기면 된다. 그냥 시원한 수박 속으로 풍덩, 그러면 끝! 여름이 시작된 시골 마을 모두가 기다리던 수박 수영장이 개장을 했다. 소식을 들은 아이들이 수박 수영장으로 모여든다. 너도 나도 신나게 수박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논다. 아, 이런 맛난 아이디어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수박을 먹다가 생각했을까. 걱정 근심 따위는 모두 잊고 놀기만 하면 된다. 유년 시절 고대하며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떠오른다. 시골 마을에서 변변한 놀 거리도 없었고 방학숙제만 가득했는데 방학은 왜 그렇게 기다렸을까. 맑고 투명한 수박 물에 첨벙거리며 놀 때 태양은 뜨거워지고 노는 아이들을 위한 구름 장수의 구름 우산과 먹구름 샤워가 등장한다. 솜사탕 같은 구름 우산과 먹구름 샤워(소나기)는 정말 예쁜 표현이다. 해가 질 때까지 지치지 않고 밖에서 놀...

2022.06.29
2021.12.31참여 콘텐츠 2
한국소설 추천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현관 비밀번호를 누를 때마다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한다. 비밀번호가 엄마의 생일과 기일이기 때문이다. 잊고 싶지 않아서 더 잘 기억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어떤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애쓴다. 자꾸 말하고 자꾸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모두가 알아야 할 일들은 숨겨져있다. 비밀 아닌 비밀로 존재한다. 역사의 한 장면이 그러한 것처럼. 역사의 진실이 그러하다. 뒤늦게 우리에게 실체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창비, 2014)의 연장선에 있는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1)는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긴 소설이다.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구체적인 폭력을 사용하거나 그것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에서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는 장치로 혼이 등장했고 이번에는 삶을 휘감는 고통을 눈의 이미지로 보여준다. 눈은 흩날리며 사라지고 녹아 없어진다. 하지만 쌓인 눈은 삶을 고립시키고 세상과 단절시킨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진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된 것처럼. 부끄럽지만 나 역시 몇 년 전에야 당시의 참혹함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소설은 차마 말할 수 없이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그것은 인고의 세월을 버티면서도 오롯이 진실을 향해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인선의 어머니, 죽음과 우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도 친...

2021.12.31
황정은과 한강

어쩌면 모든 글은 하나의 소설이며 하나의 귀중한 기록 일지도 모른다. 단지 형식만 다를 뿐. 때때로 삶은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어떤 소설은 너무도 평이하고 단조롭게 흐른다. 마치 소설 속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것처럼. 지금 내 곁에는 한 권의 소설과 한 권의 에세이가 있다. 각각 다른 작가의 글이다. 두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어느 쪽으로 무게를 둘 수 없을 정도로 균등한 애정을 보낼 수 있다.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황정은이 첫 에세이를 냈다. 제목도 의미심장한 『일기日記』다. 하루를 기록하는 일, 그건 단순하면서도 어렵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은 평범으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하루는 어떤 이에게는 생사의 갈림길이며 어떤 이에게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그런 마음이 커진다. 코로나 시대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날들을 살아가면서 하루하루가 절실하게 느껴지는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면서도 그 변화에 어떻게든 반응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건 낯설게만 느껴진다. 반응의 시차가 너무 큰 것일까. 어쩌면 나에게만 해당되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어제는 실시간으로 영국의 모습을 중계하는 뉴스를 봤다. 그곳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웠고 마치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2020과 2021년의 두 계절이 머나먼 과거처럼 보인 것이다. 일기...

2021.10.14
2021.01.22참여 콘텐츠 1
종의 기원 - 정유정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한쪽 눈을 감아줄 때도 있겠지만 그건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불시에 형을 집행하듯, 운명이 내게 자객을 보낸 것이었다. 그것도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139쪽) 26살의 청년, 로스쿨 합격을 기다리는 성실한 학생. 낮의 ‘한유진’은 그랬다. 지극히 평범한 학생. 그러나 그 안에는 괴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한유진의 끝은 무엇일까. 읽는 내내 궁금했다. 그래서 너무도 친절하게 묘사한 살인의 현장을 덮을 수 없었다. 표정 없는 얼굴, 두려움이나 공포를 망각이란 이름으로 가두고 어머니와 이모를 죽이고도 아무렇게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유진이 어떤 결말을 맺을까. 한유진은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진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종의 기원, 혹은 악의 기원을 나는 찾을 수 없었다.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살고 있다면 나는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내가 아프면 타인도 아프다. 그것이 내가 느끼는 감정과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상상할 수 있다. 보통의 사람이 그러하다. 그러나 유진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유진 곁에 의사인 이모가 없었다면 열 살 때 아버지와 형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유...

2021.01.21
2021.07.03참여 콘텐츠 3
2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어떤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누군가 정성을 들여 간직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말이다. 책에도 그런 책이 있다. 사람들은 스테디셀러라 부르기도 하는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그보다 더 특별한 보석을 감춘 책이다. 그랬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서 다시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전부였다. 어린 왕자와 함께 떠올렸던 여우와 길들이기에 대한 부분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이전 보다 훨씬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다 알고 있겠지만. 양을 그려달라며 나타난 어린 왕자. 요구 사항도 많았고 질문도 많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우리도 그랬다. 어린아이였던 시절에는 모두가 어린 왕자와 다르지 않았다. 친구를 사귀고 그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했고 모든 걸 줄 수 있는 마음이 있었다. 그 마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 마음을 기억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닐까. 마치 어린 시절과 영원한 이별을 해야만 어른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일까. 모든 걸 한 번의 클릭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 이제는 과거의 일상이 다시 유행으로 번진다.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살아왔는지 마음이 허전하다. 어린 시절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구절을 통해 내 친구는 누구이며 나는 누구의 친구일까, 생각한다. 친구라는 말이 이렇게 낯설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다. 바쁜 삶을 위해 태어난 ...

202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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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필사책 어린 왕자

잘 알려진 책에 대해 말하는 건 어렵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잘 아는 이야기라서 어렵고 그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원한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어린 왕자를 만난 건 중학교 때였다. 정확한 기억일까. 중학교 국어 선생님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좋은 사람에게 선물하는 책 가운데 한 권은 어린 왕자였다. 언제나 만나고 반갑고 좋은 책, 그런 책이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이다. 최근 방송에서 추천의 책으로 다시 나왔을 때 반가웠다. 너무도 순수한 어린 왕자, 무작정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 만약 내가 그런 아이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사막의 한가운데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라고 했겠지만 나 혼자 그 아이를 상대해야 한다면. 글쎄 양을 그려줄 수 있을까. 선뜻 답을 할 수 없다. 이토록 오랜 시간 사랑을 받는 책,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어린 왕자를 소개한다. 마음시선의 『나만의 필사책 어린 왕자』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필사를 할 수 있게 기획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치유와 위로를 주는 방법, 필사였다. 가만히 글을 읽고 필사를 하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지고 정화되는 걸 느끼니까.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꼭 필사를 위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필사를 할 필요는 없을 듯. 스티커를 붙이거나 나...

2021.03.25
겨울의 하루가 지나가고

규모 있는 독서를 원한다. 욕심을 내지 않고 꾸준히 읽고 쓰는 삶을 원한다. 그런데 막상 온라인 서점의 앱을 클릭하면 달라진다. 당장 읽지 않더라도 바로 책을 사야 할 것 같은 마음. 과거에 읽은 책인데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기어이 다시 구매하는 책. 그런 책들은 나를 자책한다. 다시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혹은 그런 충동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최근에는 인생의 책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그 프로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잘 알려진 이가 선택한 책, 평소 그의 활동을 좋아했거나 눈여겨봤더라면 더욱 그렇다. 방송 시간을 놓치지 않고 시청하는 프로가 되었다. 조여정이 언급한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 송은이가 추천한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가장 최근에 정소민이 소개한 정현종 시인의 『섬』의 등장은 정말 반가웠다. 읽었던 책이라서, 좋았던 책이라서, 진짜 애정 하는 책이라서. 이유는 다양하다.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이들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발 빠르게 방송에 등장한 책을 광고한다. 그리고 내게도 좋은 자극이 된다. 이번 주말에는 어떤 책을 만날까. 기대하는 시청자가 되었다. 익숙했지만 그냥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펼치지 않았던 책을 꺼내게 만든다. 이를테면 『노인과 바다』, 『어린 왕자』같은 책이다. 정리하지 않는 책들 중 하나다. ...

2021.01.15
2022.11.06참여 콘텐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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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네 떡집 7 『랑랑 형제 떡집』 - 김리리

만복이네 떡집 7권 『랑랑 형제 떡집』이 나왔다. 제목만 봐서는 통 모르겠다. 랑랑 형제는 누구일까? 표지에 등장한 개구리가 사람으로 변하는 걸까. 궁금증을 뒤로하고 읽기 시작. 동화는 언제나 재밌고 즐겁다. 어른인 내게는 동심의 마음을 안겨주고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시간을 선물한다. 랑랑 형제 떡집 저자 김리리 출판 비룡소 발매 2022.10.26. 『랑랑 형제 떡집』에 등장한 개구리는 꼬랑지 혼자 소원 떡집을 운영하느라 힘든 꼬랑지를 위해 삼신할머니가 보내준 왕구리다. 왕구리와 꼬랑지가 만들 떡은 무엇일까. 왕구리가 잠든 새벽 꼬랑지는 소원 떡을 만드는 비법 책을 펼치며 랑랑 형제를 떠올렸다. 드디어 랑랑 형제가 등장하는구나. 랑랑 형제는 바로 쌍둥이. 우랑이는 두려움이 없어서 사고를 치고 아랑이는 두려움이 너무 많았다. “옳지! 두려움이 스르르 생기는 두텁떡은 두려움이 없어 사고만 치는 우랑이한테 필요하고, 두려움이 스르르 사라지는 두텁떡은 두려움이 많아 겁쟁이인 아랑이한테 꼭 필요하겠구나!” (17쪽) 꼬랑지는 쌍둥이에게 꼭 필요한 떡을 만들었다. 이번 책에서 등장한 소원 떡은 그날 밤 12시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면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한다. 학교에 다녀온 꼬랑지는 왕구리에게 배달을 부탁한다. 우랑이와 아랑이의 신체 특징을 알려주고 12시가 되기 전에 배달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왕구리가 랑랑 형제에게 떡을 잘못 배달하고 ...

202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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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화 추천 『둥실이네 떡집』 - 김리리

반려동물과 이별은 어른에게도 무척 힘들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를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눈물부터 흐른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감정을 경험하는 일이다.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둥실이네 떡집』에서 이번에는 반려동물과 헤어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울이네 집으로 둥실이가 온 지 1년 되는 날이다. 여울이는 둥실이 장난감을 사고 신나게 집에 왔는데 둥실이가 보이지 않는다. 둥실이는 엄마와 병원에 다녀왔다. 배가 부른 둥실이는 살이 찐 게 아니라 아픈 거였다. 엄마가 둥실이가 곧 떠날 거라고 말해줬다. 여울이는 둥실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둥실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즐거워하는 둥실이를 보니 여울이는 눈물이 났다. 그런 여울이는 지켜보던 꼬랑지에게 여울이가 인사를 했다. 전학 온 친구라는 걸 알아보았다. 순간 꼬랑지는 둥실이(꼬랑지는 사람이 되었어도 쥐의 마음이 있었다)를 보고 놀랐다. 여울이에게 둥실이의 이야기를 듣고 꼬랑지는 여울이와 둥실이를 도와줄 수 있는 떡을 만든다. 아픈 둥실이의 고통이 사르르 사라지는 약떡, 봄바람에 살랑살랑 날리는 매화처럼 몸이 가벼워지는 매화떡, 마지막 소망을 이루게 해 주는 망개떡을 차례로 만든다. 고양이 둥실이와 같은 이름의 떡집에서 여울이는 그 떡들을 발견한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둥실이의 고통이 사르르 사라지는 약떡 ...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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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추천 『장군이네 떡집』 - 김리리

장군이는 복이 하나도 없어. 복 중에서 가장 큰 복은 뭐니 뭐니 해도 잘 먹고 잘 싸는 복, 잘 자고 잘 노는 복이지. 그런데 장군이는 잘 먹는 복이 없으니 맛있는 건 동생한테 다 빼앗기고, 잘 싸는 복이 없으니 만날 변비에 시달렸어. 어디 그뿐인가? 잘 자는 복도 없으니 밤에는 무서워서 잠도 못 자고, 잘 노는 복이 없으니 팽이 시합을 하면 팽이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어. (5쪽) 장군이는 복이 하나도 없는 아이다. 그러니 학교도 가기 싫고. 기운 없고 의기소침하다. 부모님은 동생 장돌이만 예뻐하고 학교에 가도서도 재미가 없다. 잠도 잘 못 자고 먹지도 못해서 변비로 고생한다. 학교 가는 길에도 비둘기 똥을 맞고 비둘기 똥 피하려다 개똥을 밟고 화단에서 발들 닦으려는데 경비 아저씨는 사정도 모르고 무섭게 화를 낸다. 아, 장군이가 너무 안됐다. 나쁜 일은 또 있었다. 시험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시험 보는 날 배가 아파서 집까지 와서 볼일을 보고 오느라 시험도 망치고 친구들이 ‘똥 장군’이라고 놀리고 괜히 만복이한테 주먹을 날려 코피까지 나게 했다. 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장군이는 얼마나 속상할까. 장군이네 떡집 저자 김리리 출판 비룡소 발매 2022.03.21. 그런 장군이 앞에 나타난 이상한 떡집.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기분이 솔솔 좋아지는 진달래떡이 있었다. 가격은 행복한 웃음 한 개였다. 장군이는 행복한 일이 생각나지 않아서...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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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화 추천 『양순이네 떡집』 - 김리리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시리즈는 차례로 읽어야 하지만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는 순서가 살짝 바뀌어도 크게 어렵지 않다. 이번엔 어떤 떡이 등장할까 기대만으로 충분하다. 어떤 어려움을 가진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응원해 줄까 미리 즐거워해도 상관없다.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이니까. 양순이는 말문이 막혀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이야. 다른 사람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온몸이 꽁꽁 얼어 버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에서만 뱅글뱅글 맴돌다가 사라져 버리는걸. (5쪽) 이번에 만난 『양순이네 떡집』의 주인공은 양순이다. 양순이는 마음에 있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싶고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 데 그게 참 어렵다. 생일날 집으로 친구를 초대하려고 하는데 막상 아이들에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생일이라고 말하고 초대장을 주면 되는데 말이 안 나온다. 속상해서 눈물만 고인다. 그런 양순이를 지켜보는 친구가 있다. 새로 전학 온 꼬랑지다. 양순이가 초대장을 주려고 용기를 냈지만 결국 주지 못한 아이. 꼬랑지가 바로 소원 떡집에서 떡 배달을 해주고 사람이 된 꼬랑쥐. 이젠 이름도 꼬랑지가 되었다. 꼬랑지는 아이들의 편이 되어 주기 위해서 학교에 들어갔어. 가장 먼저 꼬랑지가 하는 일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찾는 거였지. 꼬랑지는 외로운 아이들의 편이 되어 함께 놀아 주고 기운을 북돋아 주고, 위안이 되어 주었어. (26...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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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화 추천 『달콩이네 떡집』 - 김리리

김리리 작가의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는 달콩이네 떡집이다. ‘달콩이’가 주인공인가? 그럼 달콩이는 누구일까. 달콩이는 바로 유기견 센터에서 봉구가 데려온 강아지 이름이다. 봉구는 달콩이와 친해지고 진짜 가족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달콩이는 마음을 내주지 않는다. 으르렁 대고 엄마 슬리퍼를 뜯어 놓고 하울링도 심하다. 엄마는 달콩이가 그런 행동을 고치지 못하면 다시 유기견 센터로 돌려보내겠다고 하신다. 아, 달콩아 왜 그러니. 봉구는 너무 속상하다. 학교에서도 친구의 생일파티에서도 봉구는 달콩이 생각뿐이다. 그런 봉구를 지켜보던 꼬랑지는 봉구와 달콩이를 위한 떡을 만들기로 한다. 아, 꼬랑지는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소원 떡집』의 주인공이다. 시리즈를 다 읽지 않아도, 차례로 읽지 않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할 것 없다. 아무튼 꼬랑지는 떡을 만들고 봉구는 집에 가는 길에 달콩이와 이름이 똑같은 떡집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달콩이로 빙빙 빙의되는 빙떡이 있었다. 가격은 달콩이를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하울링 세 번. 달콩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기회, 봉구는 달콩이처럼 하울링을 하고 떡을 먹는다. 집에 돌아온 봉구가 잠자고 있는 달콩이 등을 쓰다듬자 신기하게도 달콩이에게 일어나 일이 보였다. 여자아이가 있던 집에서 자란 달콩이는 양말 물기를 좋아하고 수박을 좋아했다. 그런데 가족이 이사...

2021.12.28
2021.04.08참여 콘텐츠 8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 태지원

쉽게 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손안에 세상이라는 말이 있으니까.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세상과 공유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언제 어디서든 사회 이슈를 만날 수 있고 의견을 낼 수 있다. 너무도 많은 정보, 쏟아지는 영상들, 올바른 선택과 시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드라마와 연예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잘못된 사고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태지원의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는 무척 유용한 책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올바른 미디어 시청법이라고 하면 좋을까. 드라마 속 인물의 행동과 말이 유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이다. 경험하지 못한 계층의 삶에 대해 드라마가 보여주는 모습은 현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재벌가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크고 멋진 저택, 수많은 도우미들. 낙하산처럼 등장하는 재벌의 자제들 모습까지. 반복적인 장면으로 인해 시청자는 그들의 빠른 승진이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재벌가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계약직 직원 같은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차별, 불평등에 대해 이 책은 말한다. 총 6장에 나누어 기회의 불평등, 양성평등, 사회적 소수자, 빈부 격차, 인종차별, 외모 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2021.04.08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오찬호

저 멀리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도 수군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숨 쉬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가 얼토당토않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사회는 좋아진다. (218쪽) 한 걸음만 떨어져서 보면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이 화들짝 거리겠지만, 문화라는 오래된 습속에 길들여지면 원래의 길에서 한 걸음조차 옆으로 내딛기가 힘들다. 나아가 타인이 다른 방향으로 한 걸음만 옮기려는 것도 쉽사리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사람이라면 정말로 필요한 부끄러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누군가를 상시적으로 아프게 한다. (113쪽) 어떤 일이든 그 일의 주체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대체로 나쁜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타인의 경우 동요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거나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그저 뉴스에 나온 대로 믿거나 내게 일어나지 않은 것에 조용히 안도할 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나에게 벌어지면 격하게 감정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이렇다. 층간 소음에 대해 한 번도 걱정하지 않았고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밤늦게 쿵쿵거리면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래층에서 층간 소음 때문에 벨을 눌렀을 때 너무도 화가 났다. 우선 죄송하다고 조심하겠다고 인사를 하고 소음 발생 시간을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이랬다. 항상 그렇다는 것이다. 뛰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피아노도 없는데 어...

20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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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 김승섭

우리는 어떤 결과에 대해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그 결과를 만들어 낸 집단, 그러니까 그들의 지식을 믿기 때문이다. 그건 그들이 가진 권력의 크기를 안다고 것과도 같다. 전문가, 지식인, 보통의 시민이 다다를 수 없는 공부를 한 이들이니까. 과거에 언론과 방송을 무조건 신뢰한 이유다. 그러니 정부에 대한 무한 신뢰는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한 번쯤 보편적 의심을 실행한다. 이 기사는 진짜일까, 저 논문에는 표절이 없을까. 이런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쓸쓸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반론과 검증을 실천하는 일이 반갑고 다행이다. 정보를 공개하는 일에 대해 당당한 세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승섭의『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제한된 정보에 대한 책이라 할 수도 있겠다. 특정 지식인만이 알 수 있는 지식(정보)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는 일, 쉬운 것 같지만 얼마나 어려운가. 실험을 통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 때 우리는 결과만 통보받는 식이다. 실험에 대한 모든 정보는 가려진 채 말이다. 일상에서 습관처럼 정답이라고 믿고 있던 특정 사실이 기득권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 얼마나 불평등한가. 사실, 나는 이 책의 처음에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의 신체에 대한 이야기에 정말 놀랐다. 권장하는 실내 온도(21도)가 남자의 신체를 기준으로 했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정규직으로 전환한 여성 직장인의 우...

2020.12.17
배려의 말들 - 류승연

배려가 무엇인지 알아야 잘 할 수 있다. 상황을 이해하고 타인을 생각하고 나 자신까지 살피고 나서야 적재적소에 맞는 배려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존중, 태도, 차별, 혐오, 평등, 배제와 같은 우리 삶은 단단하게 하는 가치를 민감하게 살필 줄 알아야 배려를 주고받고 나서도 서로 낯 뜨거워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10쪽) 지나친 배려는 상대를 힘들게 한다. 내 경우에 그렇다. 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뭔가 나를 도우려는 손길이 있다. 때로는 고맙지만 때로는 불편한다. 어떤 행동이나 지원 같은 것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글이나 사진을 통해 무례하게 질문을 하거나 무작정 자신의 생각을 전이시키려 하는 이들 때문이다. 사람들은 쉽게 짐작하고 판단한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한다. 나도 과거엔 그랬다. 물론 지금도 그런 실수를 하지만 과거보다는 좀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류승연의 『배려의 말들』 을 읽으면서 여전히 나는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라는걸, 배려를 실천해야 한다는 걸 배운다. 배려는 상대에게 관심을 갖는 마음이다. 관심을 갖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기도 하고, 위로를 건네는 마음이기도 하며, 일상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마음이기도 하다. (21쪽) 내 편의대로 내 맘이 편하자고 상대에게 친절을 베푸는 경우, 상대 역시 그것을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사람의 관계에 있어 호...

2020.07.10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 - 매슈 대니얼스

“아무도 혼자여서는 안 되며, 타인의 고통은 우리 자신의 고통만큼이나 중요하다.” (25쪽) 누군가를 돕는 일에는 특별한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대단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재해나 사고가 났을 때 ARS 자동 전화를 통한 기부와 정기적으로 소액을 송금하는 정도만 익숙하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 작은 행위를 뭐라도 하고 있다고 위안을 삼는 것이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의 고통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마실 물이 없어서 아이들이 병에 걸리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린아이가 가장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도네이션 프로를 통해 접하면서도 행동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침묵하는 사람들 속에 있었다. 법학박사이자 인권 운동가인 매슈 대니얼스의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은 나에게 침묵하지 않은 사람들 속으로 움직이게 하는 책이다.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침묵하고 살았는지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는 일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매슈 대니얼스는 불안과 공포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뉴욕의 할렘에서 그의 어머니는 퇴근길에 괴한에게 폭행을 당했고 고통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 지역은 모두에게 위험한 공간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악몽에 ...

2019.12.22
2021.04.03참여 콘텐츠 1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평범하다는 건 무엇일까? 모두 똑같다는 획일화의 뜻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무서운 말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은 폭력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평범하다는 건 보통의 사고로 타인과 공감하고 살아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상대의 슬픔에 마음이 아프고 성공에 질투를 느끼지만 축하해 줄 수 있는 마음 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무라타 사야카의『편의점 인간』속 주인공 ‘게이코’도 그런 부류라 할 수 있다. 서른여섯 살 게이코에서 18년째 같은 편의점에서 일한다. 대학 입학 후 시작한 일이 졸업 후까지 이어진 것이다. 직원은 아니다. 아르바이트생이다.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았고 고향을 떠나 혼자 생활한다. 게이코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 편의점의 매뉴얼 대로 손님에게 인사를 하고 지정된 물건의 판매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날짜가 지났지만 상하지 않은 편의점 음식을 먹는다. 처음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살아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면접을 보고 직장에 나가는 일이 게이코에게는 영 맞지 않았다. 그러니까 사회 부적응자라 할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친구들은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고 편의점은 그만두고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결혼은 언제 할 건지 재촉한다. 편의점에서는 일하는 멤버의 일원이라는 게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이렇게 복잡하지도 않다. 성별...

2021.02.08
2021.10.13참여 콘텐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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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 이현

종종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어렸을 때에는 약육강식의 피라미드로 인식되는 동물의 세계가 무섭고 잔인하게만 보였다. 동물의 삶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기와 건기에 따라 무리로 이동하며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 건 어른이 된 후였다. 어쩔 수 없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동물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들은 그렇게 혼자가 되어 결국엔 죽고 마는 게 자연의 이치일까. 동물이 그러하듯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재미있게 놀며 보내는 것보다 공부가 우선이라고 여기는 현실이 떠올랐다. 이현의 동화 『푸른 사자 와니니』의 주인공 한 살짜리 사자 와니니도 그랬다. 몸집도 작고 약해서 사냥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사자 무리를 이끄는 와니니의 외할머니 마디바는 무리를 위해 쓸모없다고 여기는 사자를 가차 없이 내쫓는다. 와니니도 혼자가 되었다. “이제 그만 울어야지. 넌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 무리를 떠나는 순간 어른이 된 거야. 혼자서 살아가야 하니 어른인 거고. 와니니, 넌 남보다 빨리 어른이 되었어. 그뿐이야.” (55쪽)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와니니는 정말 어른이 된 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스스로 독립을 한 게 아니니까.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물리적 성장처럼 온전한 성장에도 필요한 것들이...

2021.10.13
2024.03.08참여 콘텐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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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추천 『데미안』 - 헤르만 헤세

봄이다. 새로운 계절이 왔고 활기를 내야 할 것 같다. 봄이니까. 봄은 청춘의 계절이다. 성장하는 모든 것들의 시작이다. 새롭게 도전하는 이들을 향한 응원이 넘친다. 나도 뭔가 거들고 싶다. 봄이니까, 방황해도 괜찮다고 그 방황도 끝이 있다고. 뭐든 시작해도 되고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그 시절을 지나왔다는 이유로 잔소리가 늘어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을 다시 읽으면서 싱클레어였던 시절을 떠올린다. 불안으로 가득했던 날들, 내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 질문이 많았던 날들. 지금도 여전히 모르지만 그때보다는 여유로움이 있다고 할까. 인생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주는 상대를 만나는 일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일이다. 좋은 영향을 주든 나쁜 영향을 주든 이전의 나와는 달라지니까.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면서 자신과 세상을 향한 시선이 달라진 것처럼 말이다. 『데미안』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란 유명한 구절로 잘 알려졌다. 더 나은 존재,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 변화와 성장을 위해 무엇과 투쟁해야 할까. 그것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궁극적으로 같을 것이다. 모든 인간의 삶은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길이고, 하나의 길을 가는 시도이며 하나의 작은 여정을 암시하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각자 자기 자신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8~9쪽) 인간에게는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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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추천 『디 에센셜 : 헤르만 헤세』 - 데미안, 룰루, 까마귀, 외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내적으로 외적으로 모든 게 불안하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는 세계의 것들에게 포위된 느낌이다. 내가 결심한다고 해서 거대한 환경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서 때로 절망하고 무기력에 빠진다. 그럴 때 신은 절대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신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런 존재가 있다. 든든한 어른, 기도를 올릴 수 있는 믿음 같은 것 말이다. 그러다가도 인간은 왜 이리 나약한 존재인가, 알 수 없는 물음에 빠져든다. 정말 오랜만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나를 둘러싼 세계와 내가 만드는 세계를 생각했다. 예전에 받았던 느낌과는 전혀 새로운 느낌이었다. 어린 소년 싱클레어가 너무도 안타까웠다. 부모와 주변 어른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얻을 수 없어 하루하루 불안한 시간을 보내는 그를 그곳에서 탈출시키고 싶었다. 너무도 빨리 세상의 이치를 알아버린 소년의 복잡한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기억 속 「데미안」은 그저 성장소설이었고 알에서 나와야 새로운 세계를 갈 수 있다는 그런 메시지로 남은 소설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다른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건 더 나은 세계, 이전과는 같을 수 없는 세계를 갈망하는 간절함이었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혼란과 내적 성숙함을 헤세는 아름답고도 경이롭게 들려준다. 유년 시절 부모와의 관계, 학교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맺어지는 친구들과...

2022.03.03
2021.10.20참여 콘텐츠 2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김소영의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를 다 읽고 멋진 한 줄 평을 쓰고 싶었다. 막연하고 포괄적이 ‘좋다’란 말이 아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 책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던 거다. 그러다 ‘무궁무진하게 건전한 배움의 세계로 인도하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어린이 책 편집자란 이력이 있고 독서교실을 운영하지만 아이는 없는 저자만 생각했을 때 어린이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어린이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라서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서 어떤 지식에 중점을 두는 건 아닐까 했다. 그건 독서교실이라는 공간이 글쓰기, 나가서는 논술로 이어지는 시작점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에 대해 잘 모르고 오해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내겐 어린이라는 말보다 아이가 더 익숙하다. 한 번도 어린이라는 호칭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주변의 어린이에게도 그렇게 불러준 기억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어린이의 생각에 대해서, 어린이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생각해 봤다는 뜻이다. 독서교실에서 만난 어린이는 우리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 하지만 그들은 하나의 인격체이고 저마다 지키고 싶은 자신들의 마음과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건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한 명, 한 명 생김새가 다르듯 그들은 어린이들이 아니라 개별적인...

2021.10.20
단순한 기쁨

책을 샀다. 읽고 싶었던 책이다. 장바구니에서 계속 나를 기다리던 책이다. 구매하고 나니 또 다른 책이 보였다. 그 책은 비워진 장바구니로 향했다. 한국 소설과 에세이다. 모두 여성작가의 글이다. 어쩌다 보니 그렇다. 최근 문학계를 보면 여성작가의 활약이 많다. 내가 그들의 글을 좋아하기에 그리 느끼는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읽은 책, 나는 뒤늦게 읽고 읽게 될 책이다. 그래도 괜찮다. 책은 언제나 나에게 기쁨을 준다.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 박솔뫼의 소설집 『우리의 사람들』,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 강화길의 『화이트 호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정세랑의 소설을 가장 먼저 읽었다. 잘 읽히는 소설이다. 잘 읽히는 건 좋다. 군더더기 없이 내용을 소화할 수 있다. 등장인물이 많아서, 가계도를 잘 기억해야 했지만 말이다. 가장 궁금했던 소설집은 박솔뫼의 단편들. 박솔뫼의 소설을 읽은 게 언제였더라. 나무와 의자가 있는 표지라서 구매했다고 할 수 있다. 출판사의 소개들은 읽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박솔뫼의 시간을 기대한다. 강화길의 단편집에 수록된 몇 편은 읽었으니 나머지 몇 편만 읽으면 될 것이다. 김소영의 에세이는 아껴두고 읽어도 좋을 듯하다. 예전에는 매월 1일에 책을 사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면 뭔가 알차게 한 달을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책을 사면 바로 읽어야 하고 읽은 후 기록을 남겨야 한다....

2021.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