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무해한사람
1120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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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소설을 읽으면서 종종 작가를 생각한다. 허구의 이야기, 꾸며 낸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그 내면에는 분명 누군가의 삶이 존재할 거라 생각해서다. 최은영의 소설은 뭐랄까. 연약하면서도 단단하다. 그래서 자꾸만 읽게 되고 생각하게 만든다. 『쇼코의 미소』에서 만난 그 맑음의 슬픔과 연대가 좋았다. 이번 『내게 무해한 사람』도 큰 틀에서는 이전의 이야기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20~30대 여성의 이야기. 고민과 아픔,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성장통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일부러 상처를 주려고 한 게 아닌데도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주저하는 듯 조심스러운 고백처럼 다가오는 문장들이 많다. 어쩌면 그 문장들은 삶의 한 조각이며 한 시절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만났던 설렘을 간직하며 천천히 서로가 하나가 되어가던 마음, 그 순수하고 풋풋한 아름다움이 수채화처럼 그려진 「그 여름」속 ‘이경’과 ‘수이’의 서로를 향한 뜨거웠던 마음이 서서히 식어가는 게 안타깝다. 사랑은 사랑 그 자체만 영원할 뿐 온도와 형태는 변화하는 게 당연한 것인가. 아니, 열여덟의 그들은 서로에게 무해했고 지금도 그러할 것이다. 사랑이라는 거대한 감정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사랑은 퇴색되지 않을 테니까. 여전히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고통을 참아내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다룬 「601, 602」아프고 화가 나는 이야기였다. 여성이라서 더욱 섬세하게...

2021.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