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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연습이 있다면 잘 살 수 있을까. 아니다, 연습이니까 최선을 다하지 않고 실전에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연습할 수 없기에 순간의 감정은 가짜가 아닌 진짜 최고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 부끄럽고 후회로 남더라도 말이다. 윌라 캐더의 장편소설 『루시 게이하트』를 읽으면서 루시야말로 그런 삶을 살았구나 싶다. 추위에 떨지 않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춤추든 발걸음을 내딛던 루시, 어든 계절이든 쉬엄쉬엄은 루시에게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루시는 그렇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을 것만 같다. 나는 이 소설이 좋아서, 소설 속 루시를 상상하며 만나고 싶다. 살짝 상기된 얼굴에 긴장을 감추지 않는 표정을 상상한다. 루시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싶다. 안타까운 사고로 생을 마감했지만 루시를 아는 모든 이의 가슴에는 루시가 살아있을 것이다. 소설로 만난 모든 독자에게도. 작은 마을 해버퍼드 중심가에서도 1킬로미터쯤 떨어진 서쪽 끝자락에 살았던 루시는 피아노를 잘 쳤다.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피아니스트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시카고로 간다. 그곳에서 운명의 만남이 이뤄진다. 우연하게 듣게 된 성악가 서배스천의 노래를 듣고 스승의 추천으로 그의 연습 시간 반주자가 된다. 매일 서배스천의 연습실로 향하는 길은 루시에게 가장 행복한 길이 된다. 그건 서배스천도 마찬가지다. 루시를 통해 잊고 있던 생의 기쁨을 생각한...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안간힘을 쓰고 끊어질까 불안에 휩싸인다. 무엇으로부터 끊어지고 내쳐지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러다 한순간 알게 된다. 사는 건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의 연속이며 그것과 화해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걸 알아차린다 해도 온전히 수긍하기가 어디 쉬운가. 오랜만에 읽은 조경란의 단편 「그들」 속 인물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아서. 그들과 우리가 너무 닮아 애처롭다. 「그들」은 영주와 종소 두 사람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노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살고 있는 종소는 대학에서 강의를 했지만 임용 과정에서 제외됐다. 어머니를 지켜보는 일은 힘들고 현재는 일자리가 없는 상태인 종소는 자신을 배제한 최교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의 아내 영주가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간다. 복수라니, 어떻게 복수를 하겠다는 말인가. 그에 반해 교수 남편을 두고 카페를 운영하는 영주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상하게 지금껏 지켜온 생활이 무너져버릴 거란 불안이 영주를 힘들게 한다. 단출한 에코백을 챙겨 카페에 출근해 보내는 시간이 영주에게 위안이다. 손님으로 온 종소가 남편과 아는 사이라는 걸 안 후에도 불편하지 않다.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교류가 오가는 건 아니다. 그저 뭐랄까. 서로의 불안을 조금 알아차리는 것 같...
초판으로 만났던 한강 작가의 첫 소설집. 현재는 사진만 남았다. 어느 해 가을 이 초판을 중고로 구매했다고 자랑한 H가 생각난다. 그때 나는 특별판을 구매하고 초판을 정리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가 곁에 둔 『여수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지난 10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가장 먼저 연락한 이도 H였다. 좋아하는 작가의 첫 소설집을 만나는 건 설레는 일이다. 소설가 한강,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의 소설은 언제나 어렵고 읽어내기 힘들다. 하여 다른 책에 비해 다소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도 그녀가 좋다. 더구나 『여수의 사랑』이라니, 여수 그곳은 내게 그리움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붉은 동백의 비단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여수의 오동도를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사진만 남았다. 『여수의 사랑』속 여수는 슬픔이었고 아픔이었다. 결벽증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 정선, 그 반대로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자흔은 한 방을 쓰고 있었다. 보기에도 너무 다른 두 여자, 그들에게는 여수에 대한 고통과 그리움이 있었다. 부모에게 버려진 자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정선의 가슴속에는 가시처럼 여수가 박혀 있었다. 고향이 어딘지 모르는 자흔은 여수행 서울발 기차에 버려져 있었다. 자흔에게 여수의 바다는 엄마이기에 충분했다. 여수에서 아빠와 동생을 잃은 자흔에게 그곳은 지우고 싶은 공간이었다. 지난 10월에 한강의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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