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매거진 소개노벨문학상 작가 한강 거울 저편의 겨울 연작시, 함께 감상해보아요
2024.11.13콘텐츠 3

<거울 저편의 겨울> 연작시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지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 작품입니다. 이 시들은 겨울이라는 계절의 차가움과 고요함을 배경으로, 내면의 고독과 사유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01.한강, 거울 저편의 겨울

거울 저편의 겨울



한강






거울 속에서 겨울이 기다리고 있었어







추운 곳







몹시 추운 곳







너무 추워



사물들은 떨지 못해



(얼어 있던) 네 얼굴은



부서지지도 못해











나는 손을 내밀지 않아



너도



손을 내미는 걸 싫어하지











추운 곳



오래 추운 곳











너무 추워



눈동자들은 흔들리지 못해



눈꺼풀들은



(함께) 감기는 법을 모르고











거울 속에서



겨울이 기다리고











거울 속에서



네 눈을 나는 피하지 못하고











너는 손을 내미는 걸 싫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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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거울 저편의 겨울 6 - 중력의 선 / 한강

거울 저편의 겨울 6

-중력의 선

​ 한강


사물이 떨어지는 선.

허공에서 지면으로

명료하게



한 점과

다른 점을 가장 빠르게 잇는



가혹하거나 잔인하게,

​직선




깃털 달린 사물,

육각형의 눈송이

넓고 팔락거리는 무엇

​이 아니라면 피할 수 없는 선




백인들이 건설한

백인들의 거리를 걷다가,

완전한 살육의 기억을 말의 발굽으로 디딘

​​

로카*의 동상을 올려다보다가



거울 이편과 반대편의 학살을 생각하는 나는




난자하는

죽음의 직선들을 생각하는 나는

​​

단 한 군데에도 직선을 숨겨놓지 못한

사람의 몸의 부드러움과




꼭 한 번

완전하게 찾아올

중력의 직선을 생각하는 나는







신도

인간도

믿지 않는 네 침묵을 기억하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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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한강, 거울 저편의 겨울 5

거울 저편의 겨울 5

한강






시계를 다시 맞추지 않아도 된다.

​시차는 열두 시간

아침 여덟 시







덜덜덜

가방을 끌고







입원 가방도

퇴원 가방도 아닌 가방을 끌고





핏자국 없이

흉터도 없이 덜컥거리며




저녁의 뒷면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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