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문장을 음미하는 행위를 넘어선다. 그의 시는 깊은 내면의 고뇌와 투명한 순수함, 그리고 시대적 아픔까지 오롯이 담고 있다.
이 세 작품은 윤동주가 우리에게 남긴 문학적 선물이자, 시대를 초월해 가슴 속에 깊은 울림을 주는 목소리다. 이 글에서는 서시, 별 헤는 밤, 그리고 햇비를 다시 읽으며, 그의 시가 여전히 감동을 전하는 이유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시 해설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시 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블로그에 이어서)
햇비
윤동주
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햇비
맞아주자 다같이
옥수숫대처럼 크게
닷자엿자 자라게
햇님이 웃는다
나보고 웃는다.
하늘다리 놓였다
알롱알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같이 춤을 추자
햇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