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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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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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 베드에서[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질 볼트 테일러

내가 경험한 뇌경색은 하품이 시작이었다. 어느 날 엄마는 미친 듯이 하품을 몰아서 했고 그길로 일어서지 못했다. 상황이 그런데도 말은 또박또박 잘 하셨다. "얘야 이상하다 왜 자꾸 잠이 오는지 모르겠구나. " "그리고 일어설 수가 없어." 말을 또박또박한다는 건 엄마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착각을 하기 쉬웠다. 결국 엄마는 골든 타임을 놓쳤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누워만 계셨다. 나는 한동안 뇌에 대한 나의 무지를 한탄하며 지냈다. 그때나 지금이나 뇌는 나에게 미지의 세계다. 저명한 의사들도 현대의 과학으로 다 풀어내지 못한 수수께끼 같은 게 뇌라고도 했다. 뇌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도 무수히 많다. 오해가 많은 이유 역시 완벽히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발달시키는 게 유행인 때가 있었다. 그때까지 오른손만 쓰던 사람들도 왼손을 쓰려고 애를 썼다. 남들 하는 건 다 따라 하던, 누구보다 교육열이 많던 나도 딸에게 왼손을 쓰게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건 웬만한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필요한 일인데 아이는 오른손 젓가락질도 서툰 상황이었다. 그때 왼손을 열심히 쓰게 했다면 아이는 우뇌를 마음껏 활용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책의 저자가 말한 대로 우뇌를 활용해서 마음의 평온을 얻어낼 수 있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한쪽 뇌가 무너진 한 사람이 있다. 하버드대에서 신경해부학...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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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올리브를 찾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마치고 글을 쓰려고 하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나이가 들면서 그 증세가 점점 심해졌다는 사실이다. 오래전에는 친구들이 영화나 책 이야기를 요약해 달라고 한 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야! 이젠 돈 주고 영화 안 볼래. 그냥 니 얘기 듣는 게 더 재밌겠다!" 하고 말해줘서 나는 내가 타고난 이야기꾼인 줄 알았다. 당시에는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짧은 단편 소설로 끝나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내가 하려는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가 동시에 여러 개 떠오르거나 전개는 다르지만 맥락을 짚어보면 비슷한 이야기로 결론이 나는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고 생각난다. 거기에 내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까지 추가돼서 이야기는 점점 거대해지고 내용은 잡탕이 된다. 그걸 재편집하지 않으면 말로 할 수 없고 글도 쓸 수 없다. 글쓰기란 원래 그런 과정을 거치게 마련인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주변에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아졌다. 내 안에 이야기가 징글징글하게 많이 담겨서 나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그 무게가 감당이 안 돼서 입을 열 수도 없고 손을 들어 키보드를 누룰 수도 없어진 건지도. 정말 어쩌다가 그 잡탕이 된 이야기의 무게를 감당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말이 크기가 더 커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도 역시 잠시의 시간차를 두면 이내 이런 생...

20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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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옷의 세계

여기 아무도 시를 써보라고 권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를 쓰는 사람이 된 시인이 있다. 순도 100퍼센트 마음에 드는 시를 쓰고자 하는 욕망도 품었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여전히 심심한 시간을 갖고 있다. 그 심심함이 고독이 되어가면 좋은 시가 써진다고 했던 시인의 말을 믿고 나도 심심한 시간을 억지로 만들어본다. 물론 하루아침에 좋은 글이나 시 따위는 써질 리가 만무하다. 시옷의 세계 저자 김소연 출판 마음산책 발매 2012.11.10. 시옷으로 시작하는 단어에 이렇게나 따뜻하고 순수한 의미들이 내재된 단어와 문장이 많았었나. 무심히 지나친 사람도 시옷, 그 사람과의 사귐도 시옷, 그 사람을 마음에 새기는 것도 시옷, 어느새 그 사람이 선물이 되는 것도 시옷이다. 생일과 선물과 세월과 손짓들을 차례차례 읽고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시옷의 세계가 내 마음에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냈다. 시인이 가난하다는 것은 한 사회 안에 시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시인이 너무 많은 것은 세상이 너무 병들었고 제도가 너무 지긋지긋하게 갑갑하기 때문이다. 병든 세상과 낡고 딱딱한 제도에 대한 불만은 창작 행위로 이어질 때에 창조적인 에너지가 된다. 가장 저비용으로 게다가 아무 기술도 배우지 않고 모국어만 구사할 줄 알면 가능한 높은 접근성으로 인해 게다가 혼자서 가능한 작당이라는 창작 방식으로 인해 세상엔 시인이 이토록 많던가. 그러나 시인이 가난한 것...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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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중 박상영 작가의 글

2020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려고 보니 2019년을 빼먹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책장을 아무리 뒤져봐도 작년에 사서 고이 보관만 해두었던 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가까운 누군가에게 빌려준 것이 분명한데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돠찿아오지 못했다. 2019년 수상작품집은 그런 이유로 또 도서관에서 대출이다. 내가 읽은 책의 30 퍼센트 정도는 내용보다 작가의 말이 더 오래 남아서 두고 두고 그 작가를 기억하게 만들고 그 작가를 좋아하게 되거나 끝내는 그 작가의 글이라면 샅샅이 찾아 읽게 되는 경우였다.박상영 작가도 그런 작가 중 한 명인데 제10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라는 소설은 소설 자체의 여운이 길었지만 작가의 글에 적힌 문장들이 특히 더 좋았다. 그 중에서 여러번 속으로 따라 읽었던 문장이 있다. "나는 이곳에 속해있지 않다" 작가는 한동안 글을 쓰면서 글을 쓰기 위해 글쓰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회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는 아침마다 지옥같은 출근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여러번 글로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걸 읽을때 나는 비오는 날 어렵사리 탔던 만원 지하철에서 원인모를 구토와 슬픔이 밀려왔던 오래전 기억이 소환되고 말았다. 그날 결국 중간쯤에서 내려 지하철 플랫폼의 볼썽사나운 연두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목놓아 울었었다. 남들은 멀쩡히 출근을 하는 그 길이 유독 나는지옥길이었는지 그 이유를...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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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202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