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추천
144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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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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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를 찾다_니시 가나코

#거미를찾다_니시가나코 🔖몸을 되찾는다는 것에 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나는 지금까지 다양한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그 결과 내가 사실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조금씩 잊어버리게 됐다. 어쩐지 '늙고 싶지 않고' '제모를 하지 않으면 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선을 모두 내팽개치는 건 옮지 않다고 느꼈고, 실제로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유행하는 옷을 포기하고 제모를 하지 않고 파운데이션을 바르지 않는 지금의 나는 그때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되찾고 있는 듯하다. p63 …………………………… ✒️읽기의 즐거움은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즐거운 순간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는 작가를 만날 때다. 거미를 찾다 저자 니시 가나코 출판 티라미수 더북 발매 2024.07.30. #책추천 #인문학 #에세이추천 #도서인풀루언서 #독서스타그램 #책 #소설추천 #인문학도서 #독서 #읽기 #쓰기 #남들이모르는책 #숨은책발굴 #서재가있는호수독서모임 #김설의책장 #책아니면낮은음성작은생활최소취향

2024.08.21
책 읽다가 절교할 뻔/박훌륭, 구선아/에세이 신간

책에 관한 책이 좋은 이유는 책을 소개해 주기 때문이다. 책을 소개하는 책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읽었던 책을 읽은 타인의 감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고 내가 부러 읽지 않은 책 중에서 읽어 볼 만한 책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불어 삶에 치여 어쩌다 놓친 책들도 기억나게 한다. '너 이거 잊었어?' '절판되기 전에 읽어봐' 하고 무심하게 툭 던지는 것 같은 저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박훌륭 작가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작가 님 이 책 읽어보세요!!!' 그러나 내가 느낀 평소 그의 성격대로 강권하지 않는다. 구선아 작가 님은 이 책을 읽고 만나 뵙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작가님 못지않게 나역시 내항인이라 마주 앉으면 귀만 빨개져서는 인사 외에는 아무 말 못 할 것 같다. 여기 소개된 45권의 책 중 내가 읽은 책은 12권이다. 책 좀 읽는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치고는 적다. 세상에는 그만큼 많은 책이 존재하고 그걸 다 못 읽고 죽는다는 게 나는 또 억울하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까지 찾아보는 건 좀 대단하다. 무슨 시간이 어떻게 나서 그러는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의 수가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을 볼 때면 부럽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다. [책 읽다가 절교할 뻔]을 읽다가 딱 한 번 중간에 멈춘 적이 있다. 그건 저자들이 소개한 트루먼 쇼라는 영화를 보느라고. 그 영화가 개봉해 사람들에게 입소...

2024.07.26
각본 없음_아비 모건

#각본없음_아비모건 나는 이야기의 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 끝을 알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하고, 무기력하고, 두려워진다. 마치 물 묻은 손가락으로 유리잔 가장자리를 문지를 때 나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그 울림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 숨을 쉴 수 있다. -책속에서- 다행한 불행이 출간되고 나를 괴롭히던 질문. 왜 이런 책을 썼는가. 남편을 욕해도 아무렇지도 않은가. 당신의 치부가 부끄럽지 않은가. 써야만 숨 쉴 수 있어서, 써야만 끝이 날 것 같아서, 그래서 다행한 불행을 썼다는 멋진 대답은 못 했다. 그랬더니 질문들이 망령처럼 떠돌다 툭하면 다시 찾아왔다. 1년을 그렇게 살았다. 각본 없음 저자 아비 모건 출판 현암사 발매 2024.02.28. #각본없음_아비모건 사람들은 "왜 너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거야?" 말한다. 또 그 질문이다. "안 그럴 이유가 없잖아?" 나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사건과 불행과 유전적 특성과 생활 습관이 우연히 이어져 하나의 별자리를 만든 거 뿐이다. 그저 우리가 운이 없었던 것이다. -책속에서- 이 책은 간단히 말해 남편 간병기다.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남편은 아내를 아내로 인식하지 못한다.여자는 그런 남편을 보살피면서 좌절과 분노와 체념과 받아들임을 거듭한다. 남자를 향한 여자의 사랑은 깊었지만, 간병 중 유방암 ...

2024.07.12
[슬픔의 방문]장일호 에세이

냉장고에서 어제 사둔 도토리묵을 꺼냈더니 남편이 재빨리 도마를 꺼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었다. 나는 거기에 뻔한 양념을 넣고 비닐장갑을 끼고 손에 힘을 빼고 무쳤다. 그동안 또 남편은 전자레인지에 교자 만두를 넣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여러 번 코를 훌쩍였나 보다. 의식하지 못했는 데 감기 걸렸냐는 질문을 받고서야 내가 코를 먹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방금 전까지 울었다. 나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했고 그저 습관처럼 제목에 슬픔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적어도 기쁨이라는 단어가 적힌 제목의 책보다는 재미있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지만 저자가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안심했다. 나는 기자라는 사람들이 쓴 글을 좋아하는 만큼 싫어하기에,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으니 시작 단계에서 흥분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들어가는 글부터 떨렸다. 어쩌면 앞으로 장일호라는 사람, 시사 in의 기자, 남자 이름을 쓰는 이 여자의 글과 발자취를 따라다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책을 열며 나는 곧 잠이 들 거라고 생각했다. 만보를 넘게 걸었고 찬바람이 불어서 몸이 조금 얼었었다. 몸을 녹이느라 반신욕을 했고 때도 가볍게 밀었다. 피곤이 몰려온 상황이라 좋은 수면제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옆으로 누워 읽다가 엎드렸다. 다시 옆으로 누웠다. 눈물이 ...

2023.04.30
2
엄마가 뭘 알아?

수희님 안녕하세요. 라이브 방송을 하고 그 후로 오랜만인 것 같아요. 편지가 좀 늦었습니다. 최근 몇 년은 이렇게 바쁜 일이 거의 없었는데 신기하게 올해 7월엔 만날 사람도 많고 완수해야 할 일도 지켜야 할 약속도 많았어요. 7월의 마지막 날까지 그럴 것 같습니다. 편지를 써야지 써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제야 차분하게 책상에 앉습니다. 수희 님께 첫 번째 편지를 보냈던 날짜를 찾아보니 작년 8월 13일이었어요. 편지 교환을 시작한 지 어느덧 일 년 가까이 되었고 이제야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요즘 참았던 숨을 몰아쉬는 기분이 들어요. 휴.... 살았다... 하는 마음. 그러면서 저는 지난 일 년 동안의 일들을 생각해 봤어요. 잘 써야 한다는 다짐과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다는 욕심이 무색하게 이 편지 교환이 사람들에게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죠. (물론 예상했던 일이지만요) 그게 다행이다 싶다가도 수희 님을 생각하면 나의 부족함이 수희 님의 반짝임을 흐리게 만든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그러나 당장 그만둔다고 생각하면 섭섭함이 클 것 같아요. 심심한 일상에서 재미있는 놀이 하나가 쑥 빠져나간 것 같겠죠. 아직은 조금 더 우편함을 바라보고 싶은 심정인가 봐요. 그건 그렇고. 수희 님 저는 지난주 수요일 밤 11시 반에 30분 동안 버스 안에 갇혀 있었어요. 사방이 컴컴하고 불빛도 거의 없는 곳이었어...

2022.07.24
3
해외생활들/들시리즈5호

#해외생활들 #들시리즈5호 #사생활들 수포자였지만 영포자는 아니었다. 외국어를 말하는 사람의 멋짐을 알았기 때문이다. 영어를 말하는 사람의 입과 혀의 움직임과 미끄러지듯 굴러가는 발음이 좋았다.그러나 나는 지금 영어를 말하지 못한다. 영어 단어로 빽빽이를 쓰는 방식의 영어 공부로는 회화를 잘할 수 없다는 걸 그 시절에는 몰랐었다. 이후 독일어가 제2외국어인 학교를 다녔지만 지금 기억나는 문장은 Guten Tag, Guten Morgen, Ich liebe dich 뿐이다. 그나마 이히 리베 디히는 신승훈의 노래 때문에 기억한다. 수준이 이런 내가 30년 전 일본 여행을 감행했다. 비행기값이 저렴해서 일본항공을 탔는데 사방에서 들리는 일본어는 두려움의 시작이었다. 입국 절차를 밟다가 언어소통에 문제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순간에 비행기 옆자리에 앉아 빨강색 매니큐어를 바르던 재일한국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통과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숙소의 알람시계가 おきる(일어나!)라고 말할 때마다 마음속으로는 아, 여기 일본이지?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도계 미국인 작가 줌파라히리는 뉴욕에서 개인 교습으로 이탈리아어를 배웠지만 뭔가 부족했던 그녀는 로마로 이주한다. 새로운 언어의 한가운데 있길 원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결국 이탈리아어로 소설을 써낸 의지의 작가다. 이국의 언어가 줄 수밖에 없는 소외감 가운데서도 기꺼이 배움의 열정...

2022.07.11
4
먹는 것과 싸는 것이 중요하지요.

#책추천 #에세이추천 #일본에세이 #먹는것과싸는것 #가시라기히로키 내가 히로키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암 투병 직후였다. 당시 나는 병을 이기고자 눈에 보이는 책은 다 씹어먹을 기세로 읽었었다. 우연히 [절망 독서]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 어떤 공감을 기대하며 읽어 나갔었다. 당시 히로키 작가는 병실에서 읽었던 책을 통해 구원받았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고 완치되기 힘든 질환으로 계속해서 고통받았고 절망도 반복되었다. 그가 얼마나 병으로 고통받았는지는 작가의 저서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절망은 나의 힘][절망 달인 카프카][절망 도서관][절망 서점] 참 어지간히 절망스러웠구나 싶다. 그러나 사람들은 절망을 절망으로만 풀어내는 글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걸 예민한 작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대장염으로 고생한 세월은 무려 13년이다. 결코 가벼운 병이라고 말할 수 없는 세월이다. 시작 부분부터 작가가 이 책을 꽤나 진지하게 그리고 야심 차게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언젠가는 먹고 싸는 것에 대해 꼭 글을 쓰리라.. 오랫동안 마음먹었던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 그의 진지함이 웃기면서 처연하기까지 하다. 읽으면 입꼬리에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이것이야말로 유익한 책이다. 가시라기 히로키는 앞으로 내가 쓰게 될 어떤 글의 모티브가 되었다. 덧. 웃음 코드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먹는 것과 싸는 것 ...

2022.05.13
냄새들

냄새로 기억되는 그 계절, 그 장소, 그 사람에 관한 기록 냄새들(들시리즈) 남편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남편의 이야기지만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좋으나 싫으나 아직은 한 덩어리로 묶여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이야기도 한 덩어리다. 뭉쳐 놓은 밀가루 반죽처럼 한 덩이지만 양손에 힘을 줘 두 덩이로 떼어 내면 분리될 수 있는 관계. 이 나이쯤 되고 보니 부부 관계라는 게 더욱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은 대체로 어정쩡해서 이쪽이라고 말하기도 저쪽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금술이 좋은 부부라고 절대 말할 수 없지만, 지금껏 헤어지지 않고 살고는 있으니 당장 뒤돌아설 만큼 끔찍하지는 않은가?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쪽인지 저쪽인지 나조차도 헷갈린다. 어깨에 문제가 생기고부터는 장을 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남편과 함께 다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사이좋은 부부라는 소문이 났다는 말을 경비 아저씨에게 전해 듣고는 남편과 나는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절대 그런 평가를 들을 수 없는 사이라는 걸 당사자인 나와 남편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말도 안된다. 사람들 눈에는 서로가 남편과 마누라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적당히 만족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천만에, 내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노년의 독립을 호시탐탐 노린다. 아직은 마음속으로 계획만 하고 있지만 내 딴에는 꽤나 야심 차다. 독립의 당위성은 말하자면...

2021.11.03
4
하루를 비슷하게 산다. 책 속 한 구절 사생활들_김설

고양이의 루틴대로 산다. 아니 고양이가 나의 루틴에 맞춰 준 것인가? 내가 고양이의 루틴에 맞춘 것인가? 뭐라도 상관없다. 어쨌거나 우린 가족으로 서로에게 완벽히 적응했으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고양이가 마실 물을 갈아주고 고양이의 화장실을 말끔히 청소한다. 그러면 고양이는 새로 받은 신선한 물을 마시고 청소가 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다음 개운한 얼굴로 아침 밥을 먹는다. 밥을 먹으면 느긋하게 그루밍을 하고는 가만히 내 손길을 기다린다. 나는 충실한 집사 모드로 고양이의 등과 배를 쓰다듬는다. 그쯤되면 고양이는 슬슬 잠에 빠져드는데 조금씩 감기는 눈을 바라보면 아침의 평화라는게 이런 거구나 싶다. 손을 씻은 다음 하루치의 비타민과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을 넉넉한 물과 함께 먹는다. 빨래가 있으면 세탁기를 돌리고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간단한 청소가 끝나면 아침 일곱시다. 요즘은 어깨병 때문에 수영장을 가지 못해서(매우 슬프다) 산책을 하는데 팔천보에서 만보를 걷는다. 장을 보거나 도서관을 가는 일은 산책에 포함되어 있는 일정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지루하고 뻔한 하루의 시작과 끝이다. 매일 새롭고 재미있는 일을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때가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집을 나가야 직성이 풀리던 시절이었다. 집에 있으면 몹시 불안하고 해야 할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다는 강박같은게 들었다. 집에서도 밖...

2021.06.25
3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나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 나는 낡고 오래된 팔레트다. 좋은 의미로 풀이하자면 여러 가지 색이 담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필요할 때마다 붓에 물만 찍으면 원하는 색을 꺼내 쓸 수 있는 나는 팔레트다. 물감을 짜 놓은지 몇 년이 되었어도 붓을 갖다 대고 몇 번 문지르면 어느새 고유의 색이 묻어 나오는 생명이 긴 팔레트다. 붉은색과 푸른 계열의 색을 섞어 좋아하는 보라색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신비한 에메랄드 색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버지와 함게 그린 그림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무늬가 선명한 호랑이였다. 아버지는 요즘 사람들의 명칭으로 말하자면 패턴 디자이너인가 텍스타일 디자이너였다. 그 감각으로 사업을 하셨다가 여러 번 망하셨는데 시대에 획을 긋기엔 너무 앞서간 감각이었고 미술적 재능과 사업적 감각이 완벽하게 부조화된 분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무용했던 재능이 나에게 고스란히 옮겨왔고 팔레트 속 총천연색 물감을 좋아하고 색의 조합으로 무언가를 그려내는 작업이 천직일지 몰라서 도화지 앞에 앉길 좋아하는 딸을 보면서 아버지는 늘 씁쓸해하셨다. 운명의 장난처럼 3대째 그림을 그리는 내 딸을 보면서 아버지처럼 나도 씁쓸했다. 아버지의 운명과 불운은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서 나는 자주 아버지를 원망했다. 지금은 어설픈 재주가 세상에 빛을 발하지 못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고 ...

2019.07.06
4
참 예뻐요

#나는울때마다엄마얼굴이된다 근래에 신예 작가의 책을 찾아 읽는 일에 빠져있다. 요즘의 작가들은 감히 나 같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내용과 참신한 소재로 글을 써서 책을 만든다. 대뜸 까발려놓는 솔직함은 오히려 읽는 이를 당황하게 한다. 정작 본인들은 오랜만에 꺼내 입은 바지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만져지는 먼지 부스러기를 털어내는 것처럼 이까짓 거 별일 아니라는 듯 문장을 툭툭 털어낸다. 이렇게 잘 쓰는 사람입니다! 이래도 안 읽을 겁니까? 하는 으름장의 느낌도 아니고 국어사전을 샅샅이 뒤져서 일부러 남들이 안 쓰는 단어를 골라 배치해놓은 글도 아니라서 좋다. 때로는 책 속에 작가의 B급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벼워서 톡톡톡 튄다. 그리고 조금 야하다. 자녀들과 맞담배를 태우는 아빠와 섹스를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엄마를 가진 딸은 무럭무럭 자라서 무엇이든 하고 마는 어른이 되었다. 분명 누군가의 눈엔 비뚤어진 청춘쯤으로 비칠지 모른다.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하던 아이는 작가가 되었고 누구보다도 효심이 지극한 딸이다. 그러고 보면 삶에 정답이 없다는 말은 정답이다. 책을 덮고 나니 딸과의 관계에서 정답만 찾아내려고 고군분투했던 내 모습에 실소하게 된다. 나도 딸도 어떻게든 되겠지. 아직 시간은 많다. #거의정반대의행복 뒤이어 읽은 책은 그림과 글을 묶어 내놓은 난다 작가의 육아 에세이다. 이 나이에 새삼스럽게 남의 집 육...

2019.10.03
3
책에게 절을 해요

대체로 나는 책을 읽고 나면 아이고, 작가님 미천한 나같은 사람도 이런 글을 읽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는 마음이 든다. 물론 책에 따라 고마움의 정도의 차이는 있다. 고개를 까딱하는 정도의 인사를 하고 싶은 책도 있지만 큰절이라도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 더 많다. 큰절의 이유를 세세하게 적으려면 반나절이 걸릴 수도 있을 정도다. 어느날 책이 뚜벅뚜벅 걸어와 내 가장 보드랍고 연약한 겨드랑이 쪽 살을 세게 꼬집는다. 나는 그 순간을 기다렸던 것처럼 질끔찔끔 눈물을 짜내다가 우는 자신이 서러워 큰소리로 엉엉 운다. 책은 숨어있던 내 눈물을 알아봤고 그것을 끄집어낸 것이다. 마침내 울게 만들어준 무뚝뚝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다정한 책이 나는 무척 고맙다. 큰 절을 하고 싶은 경우는 보통 이런 경우다. 배울 수만 있다면 모아둔 비상금을 털어서라도 배우고 싶은 유머와 재치. 그 재능을 너무나 소유하고 싶지만 실현되기 어렵다는 걸 알기에 더욱 욕망하게 되는 감각. 나에게 없는 유머감각으로 속을 꽉꽉 채운다음 전속력으로 달려와주는 책에게 절을 하고 싶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웃기니, 너는 어쩜 그렇게 재밌니.... 웃다가 잠들 수 없게 만드는 책과 울고 싶을 때 마침 울게 해주는 책. 어젯밤 그 두가지를 동시에 책임져 준 이 책의 작가님께 좋아한다는 술을 한 잔 대접하고 싶다. 세상에 무슨 이런 재주꾼이 있나. 안 느끼한 산문집 저자 강이슬 출...

2021.06.11
2
평범한 결혼생활

한참 결혼이란 제도에 얽매어 있을때는 그렇게 남의 결혼 생활이 궁금했었다. 나만 이러고 사는 건가? 운이 나빠서? 아니면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수도 있었는데 겁도 없이 내가 한 남자의 목덜미를 잡아채 남편이란 자리에 앉히고는 개고생을 하는 중인가? 그래서 너나 나나 인생을 망친 것인가? (죄송합니다. 결혼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고운 말을 쓰는 일이 참으로 어렵구만요. 불편하시면 그냥 슬며시 나가셔도 좋습니다) 어쨌거나 산전수전 다 겪고나니 25년이 흘렀다.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새삼스럽게 억울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을 만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짐작이 된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내 인생에 미치는 영향도 서서히 없어지고 남편이란 자도 솔직히 투명인간처럼 안보일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것은 하도 재미있다고 난리들을 쳐서. 글을 어떻게 썼길래 다들 수선을 피우는가. 배워서 남주나. 나도 다음 책을 써야 하니까 공부나 하자는 심산이었다. 남편 분은 작가님 책을 읽고 뭐라고 안하세요? 이렇게 질문하는 이유는 책에 과거의 연애에 대해서도 썼고 현재의 남자친구들에 대해서도 썼고 결혼한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소설도 썼기 때문일이다. "남편은 제가 쓴 책 안 읽어요."다른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지만, 나는 남편의 말을 믿었다. 그리고 배우자가 읽는지 안읽는지를 일일이 신경써가면서 글을 쓸 바에...

2021.05.06
7
단 하나의 문장,구병모

구병모라는 작가에 대해서 아는 사실이라고는 구병모라는 이름이 필명이라는 것과 정유경이라는 누가 들어도 여자라는 걸 알 수 있는 이름으로 출간하는 것이 싫어서 구병모라는 남성도 아닌 그렇다고 여성도 아닌 애매한 이름을 필명으로 쓰고 있다는 것, 그녀는 국어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을 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작가의 문체를 가리켜 몽환적이다. 시니컬하다고 말했는데. 개인적으로 시니컬을 상당히 좋아하지만 소설의 분위기가 몽환적인 것은 참으로 참아내기 어려운 편이라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구병모 작가의 책을 읽을 날도 오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무나 진취적이다 할 만큼 결코 느린 속도라고 할 수 없는 1년에 한두 권씩 세상에 내보내는 책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유명해지는 데도 불구하고 나는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사이비 종교가 나라 전체를 쑥대밭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뉴스로 들으며 내다본 창밖엔 겨우내 기다려도 내리지 않던 눈이 뻔뻔하게 내리고 있다. 봄이 왔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따뜻했던 어제의 날씨를 떠올려보면 오늘 내리는 눈발은 참으로 뜬금없다. 코로나는 감기와 비슷한 증세로 시작하고 결국엔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제풀에 지쳐 물러가게 하려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마저도 가망이 없다. 사람들은 모두 엎드려 있는 것 같다....

2020.02.23
13
안목해변

#강릉항 #오늘도나는너의눈치를살핀다 #할리스커피마리나점 책이 집으로 도착 한 날, 밤새 불면에 시달렸다.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그대로, 여전히 아무런 변화 없이 흘러가고 있지만 오로지 나 혼자만 긴장으로 예민해져 있었다. 그런 때는 내 마음이 하는 말을 자세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혼자만의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소중하게 몇 권을 짊어지고 안목 해변으로 떠났다. 해가 뜨기도 전 새벽이었다. 해변은 코로나 덕에 사람이 많지 않다. 노란 표지의 내 책에게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싶었으나 하필이면 바닷바람이 태풍처럼 불었다. 상상만 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고 그것은 어쨌든 여기서 일단락이 되었다. 마침표를 찍고 또 다른 출발 지점으로 가기 전에 하는 의식으로 여행만 한 것이 없다. #안목해변 #안목카페거리 #안목책방 #강릉여행 안목 해변에 온 이상 책방에 들르지 않으면 안 된다. 안목 책방은 독특한 디스플레이로 책이 진열되어 있다. 아름다운 색으로만 구성되어 있던 38색 파스텔을 처음 발견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것은 환희와 두근거림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강렬하고 뜨거운 욕망이었다. 노란색은 노란색대로 분홍색은 분홍색대로 바다를 닮은 푸른색은 푸른색대로 고유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것들이 함께 있을...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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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여행하는 법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알찬 여행을 위하여 #코로나바이러스에갇힌상황에서읽기좋은책 저자는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으며 공상에 빠져있길 좋아하는 아이였다. 청소년기부터는 음악, 미술, 음악, 문학과 자연 과학에도 두루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화가로 활동했으며 몇 가지 재미있고 독특한 책을 썼다. 애호하는 것들과는 조금 동떨어진 직업 군인이었는데 상당한 모험가에 혈기도 왕성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장교와 결투를 벌이게 됐고 그 벌로 42일 동안 가택연금을 당했다. 할 일이 없고 무료한 나머지 자신의 방을 관찰하기 시작하고 방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이 책이 된 것이다. 책이란 이토록 기발하게 탄생한다. 남들이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을 것 같은 내용을 기록했다가 손질해서 몪어 세상에 선보이면 그것이 바로 책이 되는 것이다. 저자가 글을 쓴 1790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남들이 생각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고 창작하면 독창적인 무언가가 탄생하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비유한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삶이라는 고달픈 여정에 간간이 흩뿌려진 기쁨을 외면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그토록 귀하여 쉽게 눈에 띄는 것도 아닌데 행여 기쁨의 열매가 눈앞에 보일라치면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라도 그 ...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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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조영주]

#덕후 #시시콜콜한게훨씬좋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이야기를 쓰고 아무도 관심을 갖기 않을만한 책을 찾아 읽고 남들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좋아하는 삶이 좋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과 친해질 수 없다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삶의 만족도로 따지면 훨씬 높을 거라고 생각한다. 뭔가에 빠져서 살면(아 물론 빠진다는 의미에 부정적인 것을 배제한다고 가정해야 한다) 심심할 틈이 없다. 심심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스스로 긍정적인 시간을 만드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과 자신에게 주어진 잉여의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고 즐기는 법을 모른다. 조영주 작가는 덕후의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다. 뭔가에 잘 빠지기도 하지만 한번 빠지면 웬만해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까지 가는 편인 것 같다. 무언가에 빠져 사는 것, 그것은 수많은 방해요소를 물리쳐야 가능한 꽤나 성가신 일이다. 방해요소 중 대표적인 것은 학업이다. 공부를 안 하고 샛길로 새는 것에 대한 죄의식을 주입시킨 부모와 사회 분위기 때문에 공부를 제외한 것은 모두 쓸데없는 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에는 공부만 잘하는 바보가 많다. 반대로 덕후를 오타쿠 라는 약간은 부정적인 단어로 싸잡아 비하시켰다. 물론 최근에는 긍정적인 의미로 덕후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조영주 작가가 쓴 책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는 한마...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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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존 버거

#백내장 #존버거 나쁜 버릇이 생겨버렸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을 뿐인데, 좋은 책을 자주 만나고부터는 좋은 책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어떤 소재로 책을 만들면 좋을까. 어떤 문장이 담겨야 남들이 많이 읽어줄까.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독자들의 이목을 끌며 많이 팔릴까 같은 것들이다. 터무니없고 주제넘은 생각들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고민이지만 기발한 소재를 이용해 책을 써낸 작가들을 만나면 창의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놀라곤 한다. 혼자서 이런저런 상상에 빠진다. 신변잡기에 불과한 내용을 긁어모아 묶어놓으면 지저분하다고 사람들이 싫어할 거야. 하지만 박상영 작가는 밤마다 야식을 끊겠다는 처절한 외침으로도 책을 썼는걸, 양말 덕후인 구달 작가가 쓴 아무튼 양말이라는 책은 양말로도 책 한 권이 거뜬하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성공적 사례인걸. 그 책을 읽고 난 뒤 아무튼 나도 무언가에 오랫동안 꾸준히 빠져 살고 싶다고 느꼈었다. 그렇게 하찮은 것이 무엇이든 써낼 수 있는 소재가 되지 않나? 아 물론 글 쓰는 재주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지만. 아픈 사람이 아팠던 경험을 쓴 책은 많다. 하지만 문장이 시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어휘로 백내장의 불편함이나 수술 후의 소회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존 버거밖에 없는 듯하다. 존 버거가 대단한 팔방미인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세상에 선보이는 책을 하나씩 읽다 보면 이번에는 ...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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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으로부터/오스카 와일드

심연으로부터는 온라인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흥미를 끌만한 다른 책들에게 계속 밀렸을 책이었다. 솔직히 선입견이 적잖이 작용했었다. 동성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옥중에서 보낸 통한의 편지글이겠지. 그래도 오스카 와일드니까 표현력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겠지. 책을 대하는 내 마음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렇게 엄청난 것들이 담겨있는 줄은 몰랐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제목이 정말 끝내준다는 거였다. 문학동네에서 발간한 심연으로부터는 흥미를 끌만한 흑백사진부터 보여준다. 한껏 치장하고 나른하고 비스듬하게, 누운 건지 앉은 건지 모를 포즈를 한 오스카 와일드와 그의 연인 더글러스의 조각상 같은 사진. 이런 흥미진진한 시작. 나쁘지 않다. 두꺼운 책을 읽으려고 첫 페이지를 펼친 독자들에게 이것 봐. 이런 이야기가 펼쳐질 거야. 기대되지 않니? 하는 느낌이다. 오늘 나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첫 번째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가적 능력이다. 누군가에게 쓴 편지가 인간의 심연 속 티끌 하나까지도 이렇게 끄집어 낼 수 있을까. 가슴속에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감정이 뇌를 거친 후 한 가닥 한 가닥 문장으로 뽑아지는 일련의 과정이 놀라울 뿐이다. 배신이 일어나고 난 뒤 무너져버린 사람의 마음. 허무와 인간의 나약함. 예술가적 기질. 사치와 관능과 쾌락. 그야말로 인간이 느끼는 백만 가지 감정을 글로 옮겼는데 시작이 무엇이든 간에 ...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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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폭주[마루야마겐지]

책을 읽다 보면 여러 명의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무료한 시간에는 베스트 3에 누구를 넣을지 혼자 생각해보기도 한다. 작가가 들으면 당신 같은 사람에게 베스트 3라니, 내 쪽에서 거절합니다.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를 밀어내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내가 꼽는 베스트 3 작가는 매년 한 두 명 정도는 변했지만 언제나 확고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그는 매년 방송 3사와 수많은 종편에서 활약하고는 연말이면 시상식의 제일 높은 자리를 꼭 하나는 차지하는 유재석 같은 인물이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 정도로 확실히 자리매김 한 부동의 1 위라는 이야기다. 뭔가를 좋아할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왜 이 작가가 좋은 거냐고 묻는다면 퉁명스러워서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독자들에게 불친절할 뿐 아니라 꼭 뭔가에 화가 난 할아버지 같다. 꼰대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법한 나이지만 그가 하는 말은 꼰대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내가 하는 말이 무조건 다 맞으니까 내 말 들으면 손해는 안 날 거야.』 하는 식이 아니다.『내가 너보다 오래 살았고 인생 경험도 많고 배운 것도 많고 따라서 아는 것도 많다는 사실을 전제로 오래 살아보니 이렇더라. 』 하는 은근한 가르침은 절대 ...

202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