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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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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 홍세화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을까? 엄청나게 중요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없었다. 시시각각 나를 지배하는 생각들은 당연히 내가 만들어낸 내 생각이라 여겼다. 참으로 건방지고 어이없는 발상이다. 사실은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것들이 내 생각이 되었을 텐데. 남들보다 더 많이 사유하는 인간이라 내 생각은 특별하다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비슷할 것이다. 내 생각은 어디서부터 시작이었는가는 바로 자기성찰의 출발 지점이다. 한번 형성된 생각들이 바뀔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는 게 홍세화 작가의 생각이다. 나는 전적으로 그 생각에 동의한다. 어떤 식으로든 한번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생각은 수정되기 어렵다.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번의 부정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서 더욱 힘들다. 매번 돌아보고 부정하고 수정해도 바뀔까 말까 한 게 사람에게 심어진 생각이다. 이것은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 고정관념이 더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지독하게 고정된 생각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나도 알 수 없었던 이유도 모호하고 무언가 불분명했던 찜찜함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된다. 머릿속에 있던 대부분의 생각들은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 아니었고 나도...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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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그러게 공부가 무엇이길래 학창시절 내내 나를 자괴감에 빠뜨리고 끝내는 공부란 나와 더는 인연이 없구나 하고 항복하게 만들었을까. 공부에게 항복한 이후에 씁쓸함이 없지 않았지만, 마치 공부 따위 없어도 내 인생에 하등 아무 지장도 없다는 듯. 마치 연인에게 카카오톡으로 먼저 이별을 통고하고 미련없이 뒤돌아서는 것처럼 쿨하게 공부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한동안은 신이 났었지. 50이 넘게 사는 동안 일찍 끊긴 가방끈이 아쉬웠던 적이 많았다. 가장 아쉬운 건 책에서 밝혔듯이 문학을 전공하지 못한 것이었다. 당시는 공부와 문학을 일직선 상에 놓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일단 문학을 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고 그래야만 좋은 대학의 국문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 앞에서 공부를 눈에 띄게 잘하지 못했던 나는 공부와는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문학과도 서서히 멀어졌던 것이다. 지금처럼 문학이 공부와 그다지 연관이 없다는 사실과, 문학을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문학에 대한 공부로 접어든다는 것을 알았다면 내 인생은 조금 빨리 빛을 봤을까. 어쨌거나 김영민 교수가 알려주는 공부의 개념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펼쳐본 책이다. 그동안 각종 칼럼이나 에세이를 통해 김영민 교수의 유머를 발견하고는 참 예상을 깨는 분이구나. 이 분 상당히 매력 적인 글을 쓰네 하면서 감탄했었다. 이런 교수의 강의를 들으려면 역시 서울대학교 정도...

2021.05.20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몇 명 되지는 않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회학자들의 시선은 대부분 따뜻했다. 적어도 그동안 내가 읽은 책 안에서 그들의 시선은 그랬다. 사회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도시적이고 차가웠다. 나 역시 오랫동안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사회현상을 과학적으로만 접근하고 연구하는 학문으로 보았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은 적당히 배제된 것으로 느꼈었지만 사실 관찰자로서의 사회학을 생각해보면 인간에 대한 따뜻함과 배려가 없다면 빈 수레일 수밖에 없는 학문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챈다. 한 나라가 지닌 역사적 특수성과 배경을 알고 난 다음에 그 사회의 겉면과 이면을 바라보면 실로 놀라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그 뒷면에는 감춰져 있는 인간의 고통이 뚜렷하게 보인다. 나는 사회 갈등이 지극히 불가피하다는 것을 사회학자가 쓴 책 속에서 확인할 때마다 인간이 만들어가는 이 사회의 안정과 질서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인지 깨달았다. 그래서 점점 멀리하고 싶은 학문이었지만 사회 구성원인 한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궁금한 학문이었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을 읽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단편적인 인생의 단편적인 이야기. 도저히 완벽하게 분석해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무의미해 보이는 이야기들이 사실은 엄청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느끼게 된다. 저자는 관찰자로서의 역할이 지닌 냉철함과는 ...

2020.01.23
배움의 발견/단순히 배움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타라 웨스트오버Tara Westover 1986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공교육을 거부하는 아버지로 인해 16년간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기초 교육 과정을 모두 건너뛴 채로 대입자격시험(ACT)을 치렀고, 17세에 대학에 합격하면서 기적과 같은 배움의 여정을 시작했다. 2008년 최우수 학부생상을 받으며 브리검 영 대학교를 졸업했고, 게이츠 케임브리지 장학금 수상자로 지정되어 2009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방문 연구원을 지냈고, 케임브리지 대학교로 돌아온 뒤 2014년에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혔다. 부모로부터 배움에 대해 어떤 도움도 받지못한 아이가 있다.책은 세상에 어떤 공식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 한 인간이 배움을 통해 지적인 인간으로 탄생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골에서 열여섯까지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않았던 소녀가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입지전적 경험을 쓴 비망록이었다면, 이만큼 주목받긴 힘들었을 것이다. 한 여성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 가는 투쟁의 이야기이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는 데 따르는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며, 가족과의 연결 고리를 잃지 않고 세상...

202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