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228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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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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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그러게 공부가 무엇이길래 학창시절 내내 나를 자괴감에 빠뜨리고 끝내는 공부란 나와 더는 인연이 없구나 하고 항복하게 만들었을까. 공부에게 항복한 이후에 씁쓸함이 없지 않았지만, 마치 공부 따위 없어도 내 인생에 하등 아무 지장도 없다는 듯. 마치 연인에게 카카오톡으로 먼저 이별을 통고하고 미련없이 뒤돌아서는 것처럼 쿨하게 공부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한동안은 신이 났었지. 50이 넘게 사는 동안 일찍 끊긴 가방끈이 아쉬웠던 적이 많았다. 가장 아쉬운 건 책에서 밝혔듯이 문학을 전공하지 못한 것이었다. 당시는 공부와 문학을 일직선 상에 놓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일단 문학을 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고 그래야만 좋은 대학의 국문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 앞에서 공부를 눈에 띄게 잘하지 못했던 나는 공부와는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문학과도 서서히 멀어졌던 것이다. 지금처럼 문학이 공부와 그다지 연관이 없다는 사실과, 문학을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문학에 대한 공부로 접어든다는 것을 알았다면 내 인생은 조금 빨리 빛을 봤을까. 어쨌거나 김영민 교수가 알려주는 공부의 개념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펼쳐본 책이다. 그동안 각종 칼럼이나 에세이를 통해 김영민 교수의 유머를 발견하고는 참 예상을 깨는 분이구나. 이 분 상당히 매력 적인 글을 쓰네 하면서 감탄했었다. 이런 교수의 강의를 들으려면 역시 서울대학교 정도...

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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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

“북크로싱 운동에 대해 아세요?” 몇 초 동안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이어서 말했다. “2001년에 미국인 론 혼베이커가 그 운동을 조직하고 개념을 체계화했습니다. 세상을 하나의 도서관으로 만든다는 개념이지요…… 멋진 생각입니다, 안 그래요? 기차역, 광장 벤치, 영화관 같은 공공장소에 책 한 권을 가져다 놓습니다. 그러면 누군가가 그걸 가져가서 읽고, 며칠 혹은 몇 주 뒤 다른 곳에 그 책을 다시 놓아두는 겁니다.” (....) “이 방에 들어올 다음 전달자는 이 책들을 전부 전달할 책임을 부여받을 겁니다.” “책임요?” 쥘리에트가 강조해서 반문했다. “전달자는 책을 자연이나 기차 안에 되는대로 놓아둬서는 안 됩니다. 책들이 독자를 찾으려면 우연에 맡겨서는 안 돼요.” “하지만 어떻게……” “그 사람이 책에 독자를 골라줘야 해요. 관찰하고, 더 나아가 어떤 책이 필요한지 감이 올 때까지 독자를 쫓아가야 하죠. 착각하지 마세요, 이건 진짜 일입니다. 우리는 도발하려고, 일시적 변덕 때문에, 혹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선동하려는 의도로 책을 나눠 주는 게 아닙니다. _47쪽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는 바로 그런 지점에서 다시 '책의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프랑스 대표 출판사 갈리마르에서 편집자로 다양한 책을 기획하고 편집해왔던 작가가 쓴 작품이어서, 누구보다도 책의 진정한 가치와 책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듯한 책이다. ...

202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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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제목에 낚이는 편이 아닌데 요즘엔 자주 낚인다. 책 한 권을 출간하면서 내 책과 나란히 서있는 책은 물론이거니와 숨겨져있는 책들에게도, 모든 책에게 너그러워졌다. 책을 내는 과정과 출판사의 속내가 어쨌든 간에 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이게 이런 책이었어? 책 내용과 제목이 지나치게 따로 국밥인 거 아닌가? 난데없는 전개가 펼쳐지면 뜨악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또 뭔가 흥미진진한, 노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줄로만 알고 있었고 아무 생각없이 현재 놀고 있는 사람으로서 노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지려고 읽기 시작했다.저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가벼운 에세이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돈 얘기와 자본주의와 전업주부에 대한 이야기인 줄은 몰랐다. 솔직히 공감 포인트가 한 개도 없어서 읽을수록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내 생각은 그렇다. 돈이 없으면 살아가는 게 엄청나게 불안하고 불편하고 삶이 괴롭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부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건 그것대로 받아들이자는 편이다. 그저 일이라는 것을 삶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돈이라는 주제로 깊은 사유를 하다 보면 그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고 어느 순간 돈의 노예가 돼버리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자본주의가 어쩌고저쩌고 떠들어 대봤자 결국 답도 없는 문제를 갑론을박...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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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안성민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저자 안성민 출판 디벨롭어스 발매 2019.07.18.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지금 당장 필요하다 싶은 책으로 독서를 하는 나는 서평 리뷰가 내키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읽기에 대한 욕심으로 치자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사람이지만 공짜 책이라고 무조건 받지는 않는다. 읽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독서와도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나도 눈에 번쩍 띄는 책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에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내민다. 그렇게 받은 책이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라는 책이다. 지금은 죽은 자식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심정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 책을 받을 때만 해도 일말의 희망 같은 걸 품기도 했던 터였다. 이 책을 통해 손바닥만 한 희망에 미래 정치에 희망을 더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저자의 면면을 보니까 은행 대출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이자 초등학생 자녀를 둔 평범한 대한민국 소시민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학교의 정치학 교수가 쓴 책이 아니라서 내심 반가웠다. 요즘 부쩍 교수들에게 여러모로 지쳐가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지 못한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정치의 판세를 읽지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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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교수의 칼럼을 우연히 읽었다가 빠져들고 말았고 2008 년도 부터 쓰신 그분의 칼럼 역주행을 시작했었다. 내 비루했던 검색 기술을 한 단계 높여주었고 광산에서 금을 캐는 것 같았던 글 찾기는 즐거움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게 하는 글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광산을 헤매고 다니는 일이 얼추 끝났는데 그 칼럼들을 엮어 이제야 책을 내놓다니 너무 늦은 감이 있는 거 아닙니까? 이 분의 직업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데 막 시크하고 막 욕도 잘하고 교수님이라면 쓰지 않을 단어들도 막 튀어나오는 그런 글을 읽으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된다. 제자들이 음성지원이 되는 느낌이라고 한다니 평소 말투가 고스란히 글로 옮겨진 모양이다. 그게 더 매력적이라 큰일이다. 글자로 지면을 채워야 한다는 조급함이 없고 남의 이목을 살피지 않는다. 살피기는커녕. 체면 같은 건 없어 보이고 그 자리에 뻔뻔한 재치가 있다. 웃기고 똑똑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을 사람인데 본인은 계속 자신이 쓰레기인지 자문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우선 제목부터가 마음에 든다. 아침엔 사람들은 보통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나같이 희망이나 미래 같은 것만 이야기하는 게 참 부담스럽고 버거울 때가 있었다. 아침에 태양이 어김없이 고개를 들면 무거운 몸뚱이를 추스르고 일어나라고 종용하는것 같아서 꼴 보기 싫었고 암막 커튼을...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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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독서모임 "보편적"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 : 김지혜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에 관해 가르치고 연구한다. 이주민, 성소수자, 아동. 청소년, 홈리스 등 다양한 소수자 관련 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현장과 밀접한 연구를 통해 사회에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법.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사회복지와 법을 공부하고 서울특별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 헌법재판소 등 기관에서 일했다. 남의 글을 남들보다는 조금 더 많이 읽는 편인 나로서는 책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다. 읽는 능력은 쓰는 능력과 불과분의 관계라고는 하지만 읽기와 쓰기가 보기 좋게 균형이 잡히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린다. 읽는 사람으로 충분한 시간을 쓰고 난 뒤에나 쓰기의 능력이 조금씩 차오른다고나 할까.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 읽는 능력이 훨씬 월등하다. 하고 싶은 말을 지면에 꽉 채워 놓은 책을 만나면 저자의 약력부터 꼼꼼히 살펴보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특히 사회 과학 분야의 책은 에세이와는 다르게 어설픈 이론과 주장으로는 금방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참 좋은 책을 만났다. 2019년 독서 리스트에 베스트 원이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었다면 2020년은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베스트 원이 될 확률이 지금으로서는 크다. 당신이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차별 같은 건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차별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고...

202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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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증후군 [ 권하기 싫은 책]

‘파리 증후군’은 다른 문화권을 만날 때 발생하는 적응장애나 문화충격을 가리키는 정신의학 용어다. 일본인들이 ‘꽃의 도시’나 ‘우아하고 예술적인 사람들’이라는 파리에 대한 환상이 막상 지저분한 도심과 친절보다는 자신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파리지앵들을 만나 깨지면서 생겨나는 우울과 망상 등 정신장애에서 이 단어가 생기게 됐다. 파리의 일본 대사관에서 이런 환자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놓을 정도다. 타인에게 폐 끼치는 행동을 극도로 피하며 예의와 친절, 청결이 몸에 밴 일본인들만의 ‘증상’으로 볼 수도 있다. 나는 파리증후군이 몽상을 만들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특징이라고 본다. 서울 증후군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이 조금은 불편하다. 결코 얇지 않은 책에는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과 약간은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를 가진 외국인의 다양한 시선을 인정하고 읽는다고 해도 한국인으로서 불쾌하다. 일본의 문화의 우월함을 전재로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자 점점 화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읽다가 덮어버리고 반납했을까. 블로그에 화가 많이 났던 내용을 옮겨 적을까 하다가 적으면서 다시 화가 날것 같아서 그만뒀다. 굳이 뭐 하러. 성격상 웬만한 책은 다 읽어보라고 권하는 편인데 이건 아니다. 그나마 이 부분은 한국인 스스로 각성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옮겨 적는...

202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