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추천
85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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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평 #25 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걷는사람 시인선) / 김수목 시집

'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 제목이 끌렸다. 궁즉통 '상황이 절박하면 길이 열린다'라는 말이 떠오르게 되는 제목이 끌린 것은 현재의 상황 때문이었으리라. 3년 전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했고 얼마 전까지 일을 해왔지만 부동산 경기는 좋지 않았다. 커피를 하다 막막하던 시기 요트 세일링 교육을 하게 됐고, 관광객 예약이 몰렸던 때에 코로나19가 터져 결국 부동산 업계로 넘어왔다. 일이 풀리지 않아 다시금 답답한 시기였기에 시집 제목에 손이 갔다. 1부의 첫 시 「심야 버스」의 첫 문장에 내 마음이 들킨 듯했다. 나도 반복되는 일상 중에 미래로 가고 있는데 '파랗게 질려 가는 찌든 얼굴들'에 내 얼굴도 속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시집 제목에 대한 끌림의 연장선이었을까? 표제 시인 「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를 읽으며 나 역시 잡으려 하는 것들이 많았다. 내 업을 놓치지 않고자 손을 꽉 쥐고 있었기에 오히려 붙들지 못해 빈주먹만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도 된다. 2부에서는 「붉은가슴딱새」의 시어들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나는 무엇에 마음을 빼앗겼고, 언제부터 기다린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드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죽음이 더 이상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나이대이기에 2부에서의 몇몇 시는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내가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내용이었는지 모른다. 3부 '짧은 사랑의 기록이라고...

2024.03.15
2024 서평 #24 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스타북스)

김소월 하면 「진달래꽃」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김소월 시인의 시는 꽤 많았다. 그는 젊은 나이에 많은 시들을 남겼던 것 같다. 그럼에도 대표작들 외에는 확실히 기억나는 김소월의 시가 궁금해 이 책을 읽게 됐다. 첫 시 「먼 후일」부터 소월의 시를 떠올리게 한다. 먼 후일이라지만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시. 잊지 못한다는 말을 역설적으로 '잊었노라'로 반복하는 시이며 첫 시부터 김소월 시의 음악성이 울림처럼 남는다. 시를 읽다 보면 비슷한 가사의 노래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못 잊어」의 첫 행을 읽으며 패티 김의 「이별」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어느 정도 이 시에서 영향을 받은 노랫말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책의 제목과 같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도 첫 시 먼 후일과 비슷한 구조로 반복이 주는 여운은 어린 시절 읽을 때보다 40대 중반이 되어 읽으니 또 다르게 느껴지는 듯했다. 시인의 시들을 한 번에 많이 읽다 보니 어느 정도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것도 느낀다. 운율이 그래서 생기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시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리듬이 느껴지는 것도 그러하다. 괜히 노래로 많이 만들어졌던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개여울」을 읽으며 아이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204편의 시를 읽으며 내가 김소월 시인의 시를 꽤나 외우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시...

2024.03.12
2024 서평 #8 카페 프란스(스타북스) / 정지용 전 시집

문예 창작과에 들어가 시를 전공하기 전에는 시와 담을 쌓았었다. 그래도 윤동주 시인의 시는 좋아했던 순수했던 시절. 정지용 시인의 시를 처음 접한 것은 「유리창 · 1」이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윤동주 시인이 좋아하는 시인이었다는 것은 모르고 일단 시험에서 만나게 되는 시였으나 끌리던 시였다. 그 후 정지용 시인을 만나게 되는 것은 상허 이태준 조별 발표를 준비하며 수연산방 등을 찾으며 운문에는 지용 산문에는 상허였다는 것을 알게 됐었다. '구인회'도 그 당시 조사했던 것 같다. 청록파와 윤동주, 이상 시인을 추천한 그야말로 우리 시단에 좋은 시인들을 추천한 시인이 아니었나 싶다. 정지용 시인의 시집을 접하기 보다 그 즈음에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가 노래로 더 익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렇게 군대 전역 후 처음 참가했던 백일장도 '정지용 백일장'이었는데 옥천초교와 향수를 재현한 집에 대한 인상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이번 책은 새해 들어 처음 읽는 시집이었다. 책은 첫 부분은 '정지용 시집', 두 번째 부분은 '백록담', 마지막 부분은 '시집 미수록 작품'으로 구성된다. 처음부터 읽어가는데 과거의 언어로 표현된 정지용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다시금 왜 그가 모더니즘 시인 중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는지 시를 읽으며 확인하게 된다. 지금 다시 봐도 세련된 표현들이 보이는 듯하다. 「카페 프란스」도 보니 중고교 시절에 접했던 기억이...

2024.01.17
2023 서평 #122 일뤼미나시옹(문예출판사) / 아르튀르 랭보

랭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영화 <No.3>에서 랭보를 패러디한 시인 역할의 배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시에 관심이 없었기에 랭보가 누군지도 몰랐고, 여전히 랭보의 대표작 시구를 아는 게 없다. 그나마 그의 시집 제목 『지옥에서 보낸 한 철』만 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와 폴 베를렌의 사이는 다른 책에서 읽었기에 알고 있으니 참 나도 이상한 사람이다. 이 시집은 내가 알고 있는 랭보의 대표 시집 외에 처음으로 접하는 제목의 시집이자 그의 마지막 시집이라 관심이 갔다. 천재 시인이라 불리는 랭보의 시를 이제라도 접해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읽게 됐다. 초판 서문부터 랭보 하면 함께하게 되는 폴 베를렌이 쓴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까? 랭보가 이미 열여섯 살에 이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썼다는데 천재들은 자신의 능력을 젊은 나이에 다 쏟아내서 단명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를 읽으며 최근 읽었던 노벨상 수상 시인의 외국 시집의 내용에 비해서도 뒤처지지 않을 세련됨은 뭘까? 랭보를 괜히 천재 시인이라 하는 게 아니었다. 그의 시가 지금 읽히기에도 오랜 시간 전에 쓰인 시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문시의 운율이 톡톡 튀는 느낌은 시가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인 랭보가 지금 내게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산문시 쓰기는 어려워하는 내게 다시 다가갈 여지를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집 중간...

2023.12.28
2023 서평 #99 이해인의 햇빛 일기(열림원) / 이해인 시집

군 시절 시인 지망생이던 나는 신자도 아니지만(아니 엄밀히 말하면 예비신자로) 이해인 수녀님께 편지를 쓴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수녀님의 시집을 읽고 아직 세례를 받기 전이었으나 당시 앞으로의 내 목표 등을 적어 보냈던 것 같다. 비록 답장은 받지 못하였으나 답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었기에... 답답한 내 심정 등을 적어 보냈던 것 같다. 군대에서 세례를 받고, 전역 후 수녀님의 책들을 종종 읽어왔다. 신자 전과 후의 차이가 있었기에 보는 것도 조금은 달라졌던 것 같다. 이번 시집은 부제 '작은 위로가 필요한 아픈 이들을 위하여'라는 글이 하얗게 적혀 있어 읽고 싶어졌다. 덤덤하게 살아가지만 위로가 필요한 때가 있기에 그때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시인의 말'을 읽으며 수녀님의 고충을 생각하게 된다. 시집은 '내 몸의 사계절', '맨발로 잔디밭을', '좀 어떠세요?', '촛불 켜는 아침'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를 읽으며 암 투병을 하시는 수녀님의 삶이 녹아 있는 시들을 읽으니 병원에 입원해 계신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한다. 작년 여름까지는 그래도 건강하셨는데... 발병 이후 재활로 좋아지시는 듯했으나 재발로 인해 몸이 더 불편해지시고 큰 나아짐은 없으신... 병원에 가끔 면회를 갈 때도 아버지가 어떤 얘기를 하시는지 알아듣는 게 어려운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기에... 간혹 외진을 나가실 때 잠깐 이나마 바...

2023.10.18
2022 서평 #60 은유의 잠(천년의시작) / 수피아 시집

오랜만에 '천년의 시작' 시인선을 읽게 됐다. 아마 내가 군대 말년이던 때에 시작시인선이 처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창기 시작시인선 중 김형술 시인의 시집과 조하혜 시인의 시집이 유독 기억난다. 조하혜 시인은 남궁선 누나가 시 스터디에 초대도 했던 기억이 난다. 남궁선 누나의 시집도 시작 시인선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나와 시작시인선과의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오랜만에 읽게 된 시집은 제목이 끌려서였다. '은유의 잠'이란 제목이 익숙한 듯 날 끌어당겼다. 시집을 읽으며 독특했던 편집은 같은 시임에도 옆 페이지로 넘어갈 때 여백 표시를 잘 안 하곤 하는데 이 시집은 그게 있었다. 처음에는 오타인가 싶었으나 몇 편이 반복되니 확신이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원했던 편집이라 마음에 들었다. 등단과 거리가 있고 시인과 비교할 수 없으나 몇몇 시에서는 내가 종종 시도하는 시 스타일이 보여 반갑기도 했다. 시인의 첫 시집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시인과 문청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은 시들이 그래서 오히려 끌린 것인지도... 아직은 다른 방식의 언어를 온전히 담고 있지는 못하나 변해가는 중이라 보이는 시들도 만나게 되는데 과거 왜 시인들의 두 번째 시집이 가장 좋다는 얘기를 했었는지도 이제는 알 것 같다는 느낌이다. 뭐 그렇다고 시인의 시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오독으로 한 장 한 장 넘겨가고 있었을 뿐인지 모...

2022.07.07
2022 서평 #49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열림원) / 나태주 시집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라 끌렸는데 제목은 무조건 읽어야 할 듯했다. 부동산 거래 절벽의 시기 사무실 임대를 중개하고 있는데 이곳도 거래가 끊어져 기다림의 시간이다. 손님은 오지 않고 문의 전화도 거의 없는 시기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것도 아닌 임대료는 벌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려운 시기다. 그래서 제목이 더 끌렸던 것 같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되어 있고 많은 시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읽으며 바로 와닿는 시라 읽기 좋았다. 내가 쓰고자 하는 시 스타일이나 그 스타일을 쓰기 위해서는 아직 준비가 필요해 그대로 행하지 못하고 있는 시였다. 1부 '그래도 괜찮아'의 시를 읽으면 요즘 상황을 떠올리게 되는 시들도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시가 특히 초반부에는 그랬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시집에서도 코로나 관련 시들을 만난다. 나도 그런 습작을 썼으니 시인은 더 했을 것이다. 화분에 핀 채송화 사진을 찍긴 했으나 난 시로 쓰지 못했는데 시인은 그마저도 시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 내 기록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표제시가 1부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데 괜히 위안을 받게 된다. 오늘도 오전에 지난주 방문했던 손님들에게 전화를 하며 일을 확인했는데 몇 통 하지 않았음에도 연락할 곳이 없다. 그 연락도 기다리던 소식은 아니라 씁쓸했는데 표제시가 위로를 준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

2022.06.21
8
[끄적거림] 전자책 E-book으로 모은 시집, 그리고 시에 관한 책들

아이패드는 내 전자책 ebook 휴대하는 시간은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5가 높으나 주로 책을 읽는 것은 아이패드다. 밀리의 서재 이용권도 큰 역할을 하지만 책덕후에게 책 구매욕은 피할 수 없는 숙명! 내 인터파크 e book에 있는 책들 그래도 밀리의 서재에 시집이 없다는 건 내가 전자책 e-book으로 지름신을 해소하는데 한몫을 하는 듯하다. 역시 전자책으로 처음 산 시집은 나희덕 시인의 시집이었다. 장석주 시인의 은유의 힘은 마음에 들었는데 망설이다 산 책이다. 그에 비해 이번에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은 전자책으로 사려 찜했다가 그냥 종이책으로 구매! 알라딘 ebook의 마음산책 책들 내가 주로 알라딘에서 ebook을 많이 구매하기에 알라딘에 전자책이 많다! 어쩌다 보니 두 출판사로 갈렸다. 메리 올리버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 그리고 이원 시인의 시에 관한 산문까지 세 권의 마음산책 책이 있다. 알라딘 전자책 창비시선 그러고 보니 창작과 비평사의 창비시선이 전자책으로 구매한 한국 시집의 전부다. 문학과 지성사의 문지시선도 좋아하지만 구매를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밀리의 서재에 시집이 없는 것은 다행?이었다. 아마 그곳에 시집이 있었다면 따로 전자책으로 시집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서울 도서관 전자책에 시집이 많지만 ebook이라도 대여와 소장의 느낌 차이는 있기에... 오늘 전자책으로 나온 김선우 시인의 신작 시...

2021.08.06
2021 서평 #15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걷는사람 시인선 39) / 윤석정

코로나19로 사람들과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졌다. 익숙하게 만나오던 이들과도 거리를 두고, 한정적인 동선을 지키며 생활 반경을 줄여갔음에도 여전히 바이러스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져 심리적 거리 또한 멀어지는 시기. 봄이 오는 시기 제목부터 끌리는 시집을 만난다. 신춘문예 당선시집에서 과거 만났을 시인이나 시를 잘 외우지 않는 내게는 시인의 이름이 새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기에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은 학창 시절 시인들의 두 번째 시집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제목이 설레기 때문이었을까? 첫 시 「스물」을 읽으며 내 스무 살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과 이어지는 시 「마흔」에서의 경험은 미혼이지만 비슷한 나이대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고, 시인의 유희적 시어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막연히 어려운 시라기보다는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의 시들이 많기에 제목에 이어 날 잡아당기는 시들. 어렵게 읽히는 시어들과 다르게 일상의 경험이 시어로 다가와 머문다.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 가끔씩 끄적이는 일상의 단상들, 디카시처럼 적어내는 내 시가 추구하는 시의 모습이 이 시집에서 보이는 것은 기시감인가 내 시적 방향성인 것일까? 뒤표지 정희성 시인의 말을 공감할 수 있었던 시 읽기, 여전히 SNS에서 안부만 묻고 답하는 일상 속에서 봄바람처럼 ...

2021.02.22
2020 서평 #147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 주영헌 시집

학창 시절 시인을 만나면 시 쓰기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학교 선배 및 여러 시인들과 교류를 했었다. 결국 시 보다 술이 늘었던 기억과 술병으로 고생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시와 시인은 별개로 봐야 할까? 학창 시절 함께 시를 쓰던 선배와의 대화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다. 시와 시인은 별개고 시인의 삶과 시를 연관 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던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시에서 보이는 시인의 모습이 정말 그 시인이길 바랐고 그런 시를 추구했는지도 모른다. 몇 년 전 문단 미투 등이 터졌을 때를 떠올리면 선배 형의 말이 맞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시에서 시인의 모습과 성품이 그려지는... 주영헌 시인의 시집을 보면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처음 만난 것은 함께 시 공부를 했던 김윤이 시인 소개로였는데 주 시인님과 더 가까워진 계기는 학교 후배인 '프로메테우스' 김승일 시인과의 접점이었다. '우리 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를 김승일 시인과 함께 하면서 그 따뜻함을 표현하는 시인. 그런 시인이 낸 신작 시집은 제목부터가 따뜻했다. 각자 살아남기에도 치열한 세상에 온기가 전해지는 제목이었다. 기존의 걷는 사람 시인선과 별도의 시집이라 표지와 속지에 사용되는 그림들이 독자의 시선을 끈다. 시를 읽는 게 어렵고,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 하는데 내가 시를 찾기에 주변에 시집을 읽는 이들과 시를 쓰는 이들의 모...

2020.12.03
2020 서평 #131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걷는사람) / 희음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 저자 희음 출판 걷는사람 발매 2020.10.01. 오랜만에 쌀쌀하지 않았던 토요일 낮, 커피 로스팅을 마친 후 따뜻한 햇살 속을 걷는다. 카디건을 벗어 반팔로 볕을 쬔다. 가방에 있던 시집도 꺼내 함께 걷는다. 가을에 어울리는 배색의 시집에선 초면의 시들이 말을 건다. 모호한 문장과 시어가 다가온다. 걸음을 따라 문장들이 흔들린다. 잘 알지 못하지만 '읽다 보면 속내를 알 수 있겠지'라며 눈으로 문장을 따른다. 시집과 함께 걸으면 모호했던 문장의 속살이 종종 보이기도... 날이 선듯한 시어도 스쳐간다. 시를 오랫동안 제대로 읽지 않았기에 시인의 시는 어렵게 다가왔다. 걸으며 읽었기에 집중을 못 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함께 걸었기에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지... 답답함에 해설을 넘기다 시집을 '걷기'와 관련해 표현한 문장도 반갑기만 하다. 희음 시인의 시를 읽으며 일상이 어떻게 시가 되는지 본다. 시인의 시선은 내가 가볍게 지나치는 일상도 함부로 흘리지 않고 시로 담는다. '여성 주체가 어떻게 자기만의 인식과 목소리를 얻게 되는지 보여 준다'라는 나희덕 시인의 글의 의미도 만나게 된다. 남성인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 시로 다가온다. 지식과 지인의 얘기로 간접 경험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물의 기억으로 다가오는 일들도 시의 모습으로 마주 한다. 종종 어떤 시들에서 과거 읽은...

2020.10.18
2020 서평 #64 비스듬히(문학판) / 정현종 시선집

문학을 전공했다고 하더라도 문인을 실제로 만나기란 또 그렇게 쉽지는 않은 듯하다. 작품으로 작가나 시인을 만나길 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육성으로 작품 창작의 노하우를 들으려는 이도 있다. 내 경우는 후자의 케이스였다. 학창시절 유난스럽게도 이리저리 많이 다녔고 그 덕에 아는 문인들이 꽤 있었다. 가끔은 우연한 만남으로 뜻밖의 만남을 갖기도 했었다. 정현종 시인도 그런 뜻밖의 만남이었다. 복학 후 찾았던 영인문학관 전시. 후배들과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오다 기특하다며 학생들을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주신다는 친절하신 선생님들. 운전을 하시던 분께서는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였던 최윤 선생님이셨고, 함께 타고 계신 분은 정현종 선생님이셨다. 마침 시를 전공하고 있었기에 사진으로 뵌 적 있는 정현종 선생님과의 만남은 그렇게 스치는 순간이었다.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전해진 따뜻함은 20여 년이 되어가는 시점에도 남아 있다. 이번 시선집을 읽게 된 이유는 평소 정현종 시인의 시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내 블로그에도 정현종 시인의 시 여섯 편의 전문이 있다. 시집은 '시인의 사물이 있는 시선집'이기에 새로운 시를 찾기보다는 시인의 시들과 소품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여백을 선호하는 내게 기존의 시집보다도 확장된 여백으로 꾸며진 시선집. 중간중간 보이는 시인의 사물들은 각각의 시와 여백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오래된 소품에서부터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20.05.03
2020 서평 #48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걷는사람) / 이소연

지난해 우연히 재미있는 제목의 김은지 시인의 시집을 통해 접하게 된 걷는 사람 시인선. 그전까지 친한 동생인 프로메테우스 김승일 시인의 추천으로 아침달 시집들에 관심을 가졌다. 김은지 시인의 시집을 접한 후 출간되는 시집들이 괜찮아 관심을 두는 곳이다. 표지 디자인도 독특하고, 그동안 접한 시집들이 해당 시인들의 두 번째 시집이라 기억에 더 남는지도 모른다. 학창시절 시인들의 두 번째 시집이 좋다는 기억이 영향력을 여전히 발휘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소연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시집을 읽기 전 지인인 김승일 시인이 자신의 SNS에 올려 더 기대가 됐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된다. 처음 목차를 보며 연작시를 배우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연작시가 보인다. 1부의 '철'이 내가 생각하는 '철'인가했다. 현실은 원소기호 Fe의 속성들이 드러나 멋쩍었다. 협업을 위해 쓰인 '철' 연작시, 과거 졸업작품 발표회 때 극에 어울리게 시를 쓰던 게 떠올라 나미나 작가의 'Sun Cruises' 전시를 찾아보기도 했다. 여전히 시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는 내게 정서로 다가오는 시들. 2부의 표제 시에서 시집 제목을 만난다. '밑'이라는 제목처럼 낮게 바닥으로 스며들 듯 깔리는 2부의 시. 3부의 시들은 2부의 침잠에서 벗어나 분주하다. 1부와 다른 작업으로 협업된 'Angeles city' 연작. 처...

2020.03.27
올해 첫 구매도서, 신해욱 시인의 시집 무족영원(문학과지성사)

어쩌면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첫'이란 게 잃어버리기 쉽지만 오래 기억에 남기에 기록을 한다. 2017년 다시 시집을 읽기 시작했고 2018년 가볍게 나마 습작시를 서울시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에 흔적을 남겼다. 2019년 광흥창 시학교를 통해 시를 쓰며 다시 문청으로 귀환. 마무리는 10년 단위로 흔적을 남긴 영등포 문예공모전 입상으로 문예지에 시를 남겼다. 그 후 엄청난 시를 쓰지 못했으나 간혹 습작을 하며 2020년을 맞았다. 새해부터 2019년12월 '책과 함께' 주제의 이달의 블로그로 시작. 서평도서는 꾸준히 읽고 있지만 아직까지 직접 구매한 도서는 없었다. 신해욱 시인의 새 시집 무족영원을 첫 구매도서로 정한다. 다시 문청으로 2020년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사는 책이 시집인 것은 다시 꾸준히 시를 쓰겠다는 의미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으나 시심이 돌아왔을 때 그 손을 놓지 않기 위해서...

202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