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바틀비
120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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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서평 | 허먼 멜빌 | 안 하는 편을 선택한 이유

허먼 멜빌을 다시 읽는다. 부유한 무역상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온갖 일자리를 전전한 뒤에 쓴 글을. 점원, 은행원, 농장 일꾼, 교사를 거쳐 포경선과 군함을 타고 남태평양을 떠돈 경험으로 쓴 『모비 딕』은 경외하며 읽었고 『필경사 바틀비』는 의문을 품은 채로 읽었으니 한 번 더. 60대 변호사인 화자는 필사원이나 필경사, 영어로는 scrivener(대서인, 공증인)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오래 일해왔다. 그들은 대체로 흥미롭고 별스러운데,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했던 남자에 대해 쓰지 않는다면 '문학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고 화자는 말한다. 뉴욕 월가에서 노년까지도 안정적으로 일하는 화자는 새 직원을 채용했다. 놀라운 업무 속도를 보이는 바틀비에게 흡족해하던 그는 어느 날,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듣고 당황한다.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원서 대사는 다음과 같다. I would prefer not to... 다른 직원들이 가진 이런저런 단점조차 없이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이던 이가 점점 더 비협조적으로 변하자 그는 당혹스럽다. 필사 외에는 어떤 업무도 거절했던 바틀비는 급기야 필사까지 중단하고 퇴사 요구도 거절한 채 사무실을 점령한다. 연민과 분노, 자책과 포기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화자는 결국 바틀비를 남겨둔 채 사무실을 옮긴다. 그 뒤에도 버티는 그 때문에 골치가 아파진 사람...

202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