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카페에서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이라는 부제가 붙은 호프 자런의 『랩걸』을 다시 읽었다. 이 책에서 본 문장이 내내 아른거렸고, 좋은 책이라면 최소 두 번은 읽어줘야 하니까. 따뜻한 라떼와 호두쿠키와 책으로 충만했던 독서 시간을 보냈다. 실험실에 뿌리내리고 꽃피운 여성 과학자 『랩걸 LabGirl』 호프 자런 글, 알마 펴냄 버클리 대학 출신으로 조지아 공대와 존스홉킨스 대학 부교수였고 세계적인 과학자에게 주는 상을 수차례 수상한 호프 자런. 생물학 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에세이이면서 자서전이기도 한 이 책은 그녀의 빛나는 이력이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자런은 과학자 아빠와 공부를 열망했던 엄마의 영향으로 실험과 식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과학도로 자랐다. 어린 시절에 놀이터였던 실험실은 이제 밤을 잊게 만드는 곳이자 믿음을 실현하는 곳이며 돈을 벌고 글을 쓰는, 세상이자 우주가 됐다. 자런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과학자답게 은유를 잘 활용한다. 버드나무가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라푼젤보다 신데렐라에 가깝다는 비유는 최고였다. 또한 삶의 과정들을 식물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식물 생장과 그와 유사한 경험을 들려줌으로써 둘 모두에게 애정이 샘솟도록 만든다. 씨앗은 적어도 1년에서 몇천 년을 기다리며 싹을 틔울 최적의 기회를 기다린다. 인간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동안 작은 씨앗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버텨왔다는 게 ...